의사가 공개한 의료 정보화의 고충 3가지

IT와 세상 2010.05.01 07:58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는 어느 의대 교수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정보화가 잘 이루어진 의료계 현장에 대해 IT 인으로서 평소 뿌듯하게 느끼던 터라 정보화가 되니까 편하시지요? 업무 측면에서도 그렇고, 인터넷이 있으니까 병에 대한 상식도 늘고..”하고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의외로 불편한 점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중 3가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의료 정보화 현장 (KoreaHealthlog.com)


첫째
, 환자들이 인터넷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극히 상식적인 내용에 의존해 의례 짐작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 문제는 검색한 내용이 틀리거나 그 환자에게 맞지 않을 경우다. 인터넷에서 힘들게 찾은 정보에 대한 과신 때문에 설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의사의 역할은 그 환자의 몸 상태, 유전자, 병력, 식성, 체질, 주변 환경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정확한 병을 진단해 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반화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특정 환자를 위한 진단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책임이 수반된다. 인터넷에서 건강 상식을 구하는 것은 좋으나, 너무 의존하면 낭패를 당하게 될 수 있다.

 

오히려 의사를 대면하는 시간이 부족하니 인터넷을 통해 의사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 진다면 발전적인 방향이다. 서울대학교 유방암센터 노동영 원장은 바쁜 중에도 손수 이메일로 답변을 해 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그러한 질문과 답변은 홈페이지에 축적되어 훗날 다른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이 플러스의 방향으로 활용될 경우 인터넷은 추가적인 도움이 되지만, 환자가 일반적인 상식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빠지면 해가 될 수 있다.

 

둘째, 어떤 병에 좋다는 건강식품이나 음식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흡수하고 있다. 이를테면 암 예방에 좋다는 음식은 정작 암에 걸려 치료에 들어갈 경우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품은 간이나 기타 기관을 약화시킬 수 있는데. 소위 건강에 좋다는 한약이나 건강식품은 간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하면 그것만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경향이 흔하다. 그래서, 의사들이 어떤 음식이 좋다고 추천하기를 꺼린다. 비록 그 음식 성분에 회복에 좋은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매일 그것만 섭취할 경우 균형이 깨지게 되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게 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인터넷에서 음식에 대한 정보가 많다. 그러나, 편식을 피해야 한다고 의사들은 강조한다.

 

관심을 끈 대목은 마지막 지적이었다.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귀찮게 여겨진다. 각종 검사를 통해 올라온 모든 정보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수많은 정보를 한눈에 본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히려 쓸데없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것을

걸러내는데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의사가 컴퓨터를 보는 목적은 환자의 특정 질환에 관련한 정확한 요소를 집어내는 것인데, 정보를 필터링하는 과정이 너무 소모적일 수 있다.


과다한 정보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데이터 홍수 (Data Deluge)'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정보가 부족한(scarece) 상태에서 방대한 (superabundant) 상태가 되다보니 쓰레기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격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정보와 자료를 소유하고 싶은 경향이 강하다
. 기업에서 어떤 품의를 올려서 결재를 받으려고 하면 백 데이터 가져와하는 관리자를 종종 보게 된다. 제대로 읽지도 않으면서 수북히 쌓인 정보와 자료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심리는 아닐까? 어쨌든, 정보도 다다익선(
多多益善)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보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판단의 근거를 위한 지식이다. 지금까지의 정보화는 디지털화된 수많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집어 넣는게 주류였다. 이제부터의 숙제는 그 정보 속에서 지식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제 2 막이자 진정한 지식 기반 사회로 가는 길목이다.

 

IT를 통해 쌩쌩 돌아가는 병원 현장을 바라보면서 우리 나라의 앞선 IT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충분히 앞서 있다. 그러나, 더욱 선진 환경으로 도약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지식을 지능적으로 끄집어 내는 입체화된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정보화 1막이 하드웨어와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2막은 소프트웨어와 IT 마인드에 의해 좌우된다. 이는 병원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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