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 내가 '사농공상'을 싫어하는 이유

CEO 칼럼 2009.04.08 11:01

어떤 기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이 무엇입니까?” 기업의 CEO로서, 기업가(Entrepreneur)로서 어떤 의미의 삶을 사느냐는 질문으로 해석했다. 그 순간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회사를 성장시키는 보람에서’,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는 기쁨에서‘ ‘신기술을 개발해서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와 같은 상투적인 말이 아니었다.

"현실과 부대끼면서 사는 삶 그 자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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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생각할 틈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나 자신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 위한 미사여구를 쓸 만도 하건만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치고는 너무도 평범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이 표현은 내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던 현재의 내 심정이었다
.

누구든지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사업을 하면서 보람이 있다면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갖다 줄까'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이 시간과 공간에서 기쁨을 누리는 삶 자체라고 생각한다
.

돈보다는 일하는 재미가 중요


이 모습이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실체이고 의미다. 훗날 어느 누가 물어봐도 현재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 내가 살았던 이 시대의 문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폭 넓은 경험과 사실(fact)에 근거해서 자신있게 말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과 부대끼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내가 사업을 시작할 때에 중소기업을 훌륭하게 경영하시던 사촌 형님이 내게 들려준 한 마디는 아직도 내 뇌리에 박혀있다. “절대로 돈을 벌려고 그것을 찾아 다니지 마라. 일을 하는 재미, 사업을 하는 그 자체에 기쁨을 느끼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어!”


그 당시는 교과서에 있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신다고 대충 흘려 보냈지만, 사업을 하면서 아픔과 기쁨을 번갈아 경험하면서 터득한 진리다.

사실 사업에 있어서 돈은 피와 같다. 돈은 기업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활동을 하게 하는 요소이고, 돈을 버는 자체가 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그러나, 결코 돈은 수단이고 결과적 이익이지 돈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이 목적이 될 때에 기업은 사리사욕의 도구로 쓰여지고 그렇게 될 경우 기업은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 기업은 현실 속에서 끊임없는 창조를 일으키는 존재가 됨으로써 생명력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돈도 벌 수가 있다. 그래야 기업이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

사농공상(士農工商)에 대한 거부감


내가 청소년 시절 혐오했던 개념이 사농공상(士農工商)이었다. 고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우리 나라에서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특히 문과 쪽을 해야 지도자가 될 수 있어. 이 세상을 봐라. 높은 분들 중에 이공계 출신이 어디 있니?”라고 얘기했을 때에 심한 거부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 분은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그분의 마음 속에 있는 말이 부지불식간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김홍도의 "타작" (출처 :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Danwon-Byeo.tajak.jpg)



인문 교육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혐오한 것은 위선적 삶이 우리의 역사 속에 점철되어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심오한 이상을 추구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현실적인 이익을 챙기는 양반이라는 사람들. 나라의 저변을 구성하는 대다수 계층의 삶은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권력욕에 사로잡힌 상류 계층들. 그들과 왕실이 벌이는 유치한 행위가 부각이 되는 역사의 관점. 세계 모든 나라가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특히 우리 나라는 아직도 권력 의존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아직까지도 사농공상(
士農工商)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가 상()과 공()보다는 상위 개념인 것 같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 아닌가? 정체된 가운데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아귀다툼하는 제로섬 사회에서 이런 마음을 억지로 품지 말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발전과 성장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정체된 삶이 1960년 이전의 과거 역사다. 발전하고 뻗어 나가 더 큰 자원을 만들어 내고 얻을 생각은 하지 않고 주어진 것을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우리의 모습에 실망했었다. 창조와 발전을 추구하는 상()과 공()이 철저하게 무시되는 사회에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심리는 어쩔 수 없다. 그러니,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부모의 유산을 많이 가지기 위해,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한다.

기업 속에는 현실 속의 잔잔한 즐거움이 있다. 20대 초반부터 50대에 이르는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그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각 개인의 기쁨과 애환을 느낄 수가 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즐거움이 있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놓고 논쟁하는 긴장감도 있다.

 

▲ 현재 진행중인 V3배 사내 축구대회 A리그 개막 사진 


고객이든 주주이든
, 다양한 직업의 사람을 만나면서 한국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공통 부분은 무엇이고 갈등 요소는 무엇인지 발견할 수가 있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접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서로 어울리는 부분들을 발견할 때에 그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사업을 통해 내가 느끼는 현실적 삶이다
.

창조적 파괴를 꿈꾸며


내가 더 감사하는 것은 우리가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IT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산업 시대에서 정보화 사회로 가는 길을 개척하는 선구자다. 온갖 기술적 패러다임이 수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생존해 나간다.

또한 우리가 만들어내는 창조적 개념들은 많은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소멸시킨다. 그렇기에 혁명의 시기에는창조적 파괴 과정(Process of Creative Destruction)’이라는 자본주의의 고유 정의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뛰어든 정보 보안 사업도 인류 역사상 손꼽을 만한 개념인 인터넷의 불길 속에서 탄생하였다
. 수많은 개인과 기업, 기관들이 신뢰받는 사회와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차원 높은 사명이 있기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된다.

대학을 가느라 사교육에 엄청난 돈이 들어 가고,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된다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우리의 갈 길은 명확하다. 과학과 기술, IT가 오늘날 이 시대가 원하는 덕목이다. 글로벌 비즈니스는 것은 그런 요소를 실현화시키는 요체다. 이런 생활을 현실 속에 담아가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업을 하는 CEO로서의 나의 모습이다.

"아이뉴스 컬럼 - CEO 스토리(1)"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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