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공간에도 세시봉 이야기 꽃피운 이유?

CEO 칼럼 2011.02.05 08:56

세시봉, 맘 한 구석의 낭만을 끄집어낸 이야기

설 연휴 전인 월
, 화 이틀간 유재석, 김원희가 진행하는 놀러와프로에서는 전설적인 세시봉의 멤버들이 모여서 작은 콘서트와 옛 시절 추억의 얘기를 담았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모두 한국 가요계와 한국 문화의 한 획을 그었던 낯익은 이름들이다. 물론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50-60대에게는 이름 만으로도 당시의 추억에 빠져들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세시봉 음악은 사춘기, 70-80은 대학 시절

나는 세시봉에 직접 가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내가 73년도에 중학교에 들어갔고 79년도에 대학에 들어갔으니, 나에게 있어서 세시봉은 10대 사춘기, 70-80은 대학시절 음악이다. 특히 사춘기 시절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면 야단맞았었는데, 이번 세시봉 특집프로를 보면서 바로 그 몰래 듣던 음악이 이렇게 내 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와 같이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그 음악을 들으면서 찐한 감동을 느꼈다. 사실 트윈폴리오나 조영남 노래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명이 기타치면서 즐겁게 부르는 노래가 나의 맘 속에 이렇게 공명을 불러 일으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양희은의 '아침 이슬' (MBC) 친구들에게 편지를 읽는 이장희 (MBC)

특히 1부에 나온 양희은의 아침 이슬’, 2부에 나온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정말 듣고 싶었던 터라 그 매력에 깊이 빠져 들었다. 역시 아침 이슬은 양희은이 불러야 제맛이군! 이장희 노래는 우리가 부르면 밋밋한데, 직접 그가 부르면 저렇게 매력이 있다니.

 

통금이 있던 시절 쥐 죽은 듯 조용한 밤에 책상에 앉아 있는 나의 유일한 벗은 라디오. ‘0시의 다이얼에서 이장희 DJ가 틀어 주던 음악과, 그가 읽어 주는 엽서의 사연을 들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밖에 나갈 수 없던 시절, 심야 방송 DJ는 그 시간을 지배하는 왕이자 친구였다.

 

세시봉 이야기로 꽃을 피운 트위터 공간

한편 이 프로가 방영되는 내내 트위터 공간은
세시봉얘기로 꽃을 피웠다. 마치 옆에서 가족이나 친지들과 보면서 얘기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트윗이 가깝게 느껴졌다.

동시대를 산다는 건 꽤나 대단한 일이다. 비슷한 음악에 감동받고, 같은 일에 흥분하고, 공통된 희망과 꿈을 꾼다는 건 마법처럼 놀랍고 화려한 일이다. 더욱이 제한된 트위터 공간에서 함께 숨쉬고 동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조애경 (@aikecho)

 

방송작가인 박경덕 씨 (@ParkKD)는 당시 이들과 현장에 같이 계셨는지 야사(野史)나 숨겨진 스토리를 실시간으로 트윗해 주었다. 마치 TV를 같이 보면서 바로 옆에서 나에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들려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트윗 공간에서 기술적 벽이 사라지고, 사람과 사람 만의 직접적인 소통만 이루어지는 찐한 느낌이 들었다.

 

우정 출연한 장기하 (MBC)

윤도현, 장기하! 세시봉 세대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등장도 양념처럼 느껴졌다. 나는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노래가 윤도현 씨 노래인 줄 알았는데, 송창식 씨의 곡이었다.

미국에서 꽤 유명한 록 그룹에서 기타리스트를 하는 사촌 동생이 있는데, 그의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다. 보통 락 가수 하면 터프하고 괜히 퇴폐적이지 않을까 하는 잘못된 선입견이 있다. 솔직히 나도 그랬었는데 그 친구들을 보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비록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순수함과 낭만의 문화
 

세시봉의 공연을 보면서 느낀 순수함도 비슷했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유명해 지려고 치밀하게 기획된 상품이 아니었다. 그냥 노래가 좋았고, 밥 한끼 해결할 수 있으면 하는 심정에 그 곳에 와서 같이 어울려 노래하고, 노래 만들고, 즐거움과 아픔을 나누었다. 진정 노래를 좋아하고 아끼는 아티스트였다.

 

한 가지 더 와 닿은 단어는 낭만이다. 한 동안 우리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아 왔다. 오직 성공한 사람과 실패자 (loser)로 구분되는 사회, 출세하고 소외받는 자로 나뉘어 사는 사회, 이유도 없이 어린 시절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오가는 사춘기 청소년들. 그들에게 아이돌 그룹이 훗날 낭만과 순수함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세시봉이 활동하던 6-70년 대는 우울한 시절이었다. 미국은 진보와 히피, 인종 차별, 냉전, 베트남 전쟁, 케네디 암살 등 혼란과 갈등이 극심했던 시절이다. 또한 70년대 우리 나라 가수들은 암흑기였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고, 몰래 숨어서 테이프로 복사해 가면서 음악을 들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애틋한 감정이 드는 노래가 많다.

이 프로는 상당히 절제력도 뛰어났던 것 같다. 유재석, 김원희의 푸근함과 유머가 더욱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그건 너’, ‘왜 불러’, ‘고래 사냥’, ‘한 잔의 추억’,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같은 노래도 듣고 싶었으나 아쉬웠다. 70-80 가수들과는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이들의 노래를 콘서트 형식으로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남자의 자격 합창’편 이후로 가장 감동적인 느낌을 받았던 프로였다.

 

조애경 씨의 트윗은 우리 부부가 느꼈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쎄시봉. 빛바랜 앨범 속 추억의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뛰는 가슴은 금방 눈시울까지 뜨겁다. TV가 고맙다고 오늘 처음 생각했다. 옛 것이 아름다운 건 추억할 게 많아서인지 모른다. 가슴 떨린 그 시절, 곧 잘 흥분하던 그 시절이 지금 이토록 그립다.” 조애경 (@aikecho)

 

어느 팬의 말처럼 같은 세대에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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