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콘서트 후 IT 스토리텔링 스친 이유

CEO 칼럼 2011.07.13 07:02

6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

주룩주룩 내리는 비 속에서 아내와 함께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을 찾아가고 있었다. 생전 처음 어느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에 가기 위해서였다. 오래 전 어렵게 티켓을 구해 놓고 혹여 이 날 다른 스케줄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던 이벤트였다. 처음 가보는 장소이고 비도 많이 와서 일찌감치 콘서트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1시간이 남았음에도 이미 줄을 서서 들어가는 인파로 가득했다.

 

임재범 콘서트!


콘서트장 주변에는
다시 깨어난 작은 거인’, ‘왕의 귀환’, ‘돌아온 록의 전설등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를 통해 가수 임재범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고해너를 위해를 통해 그가 노래 잘 하는 가수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모습을 TV에서 본 적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나가수에서 처음으로 임재범을 보게 된 것이다. 선 굵은 노래는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임재범이 출연하면서 나가수의 인기도 높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집도 그때부터 그 프로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으니까.

'나가수'에서 열창하는 임재범

콘서트 포스터


모녀가 손잡고 나타난 콘서트장

청중들을 둘러 보니 정말 다양하다
. 20대부터 5-60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다. 입장하기 위해 줄 서 들어가는데 바로 앞에는 따님이 연세드신 어머님 손을 꼭 붙잡고 왔다고 한다. 자리를 잡으니 앞에는 젊은 대학생 커플, 그 옆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딸을 데리고 온 가족이 출동했다. 왼쪽을 보니 60대 할머니로 보이는 분들이 5-6명 같이 와서 자리잡고 앉았다.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고른 여성팬들이 있다는 점을 대번 알 수 있었다.

 

드디어 막이 올랐다. 첫 곡은 빈잔’. 북을 치면서 시작하는 곡이라서 오프닝으로는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추노와 시티헌터의 OST로 알려진 낙인’, ‘사랑’, 한편 ‘주먹이 운다와 같은 파워풀한 음악, ‘사랑보다 깊은 상처등 잘 알려진 노래들을 섞어 가면서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다. 전반부는 대체적으로 친밀감이 높은 노래 위주였다.

 

우리는 가장 먼 위치의 자리에 앉아서 실물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만은 잘 들렸다. 그런데, 아무리 마이크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오케스트라와 각종 악기의 소리를 뚫고 나오는 소리는 마치 폭포수를 뚫고 나오는 힘이 느껴졌다. 확실히 파워가 있다는 느낌이다.


임재범의 "데스페라도(Desperado)"
 

다른 가수의 노래도 부르기 시작한다.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그의 목소리와 딱 들어맞는다. 역시 같은 멜로디라고 해도 음색이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들으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결정적인 것은
데스퍼라도(Desperado)’. 순간 아내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자 나도 즐겨듣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가수로부터 좋아하는 노래를 듣게 되다니... 벅찬 감동과 더불어 가슴 속에 찡한 울림이 밀려왔다. CD를 사리라.


콘서트장 풍경 (한경)

 

휴식 시간 없이 공연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드디어 록(rock)이 등장했다. 오케스트라가 빠지고 디아블로라는 그룹이 등장했다. 나는 과연 연세 드신 분들이 록에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었다. 그런데, 그런 우려를 씻기라도 하듯 록은 모든 청중을 일으켜 세웠다. 록에 대해 새롭게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끝으로 3곡의 록 공연은 그의 진면모를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록이 끝나자 이제 그의 남은 히트곡들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고해' & '너를 위해'. 그리고 나가수에서 선보이면서 선물로 받은 여러분’. 장내가 조용해지더니 젊은 여성이 조용한 성가를 올갠 반주에 맞추어 부른다. 그가 진솔하게 털어 놓은 번민과 고뇌의 스토리와 묘하게 들어맞는다. 병에 걸린 자신의 아내, 끔찍하게 아끼는 딸 지수.

최고의 감동 '고해'

어쩐지 ‘
고해가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다.
 고해’. 노래방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곡 1. 애인에게 괜히 했다가 왜 임재범처럼 노래 못해?”라며 핀잔듣기 일쑤인 노래. 어떻게 다를까? , 그런데 정말 감동 그 자체다. ‘고해만으로도 10만원이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귀가하는 길에 임재범 CD를 다시 들어 보았다. 오히려 CD는 오늘 직접 들은 감동에 비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CD의 목소리는 가늘게 느껴졌으나, 현장에서 들은 노래는 그의 인생이, 스토리가 모두 담겨져 있는 소리였다.

오늘 콘서트 현장에서는 번민과 고뇌의 시절을 진솔하게 얘기했다. 그러다가
 고생하는 자기의 아내, 딸의 이야기가 이어졌기 적어도 이 순간만은 마치 고해하는 심정으로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스토리가 가미된 음악은 차원이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고해중 최고 중의 최고였다.

'여러분'으로 대미를 장식한 뒤 마지막 앵콜 송은 '나가수'에서 입고 나왔던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너를 위해'를 불렀다. 이로써 3시간의 대공연은 끝났다.


어느 평론가 말에 의하면 "임재범은 음정, 박자가 틀려도 그렇게 또다른 노래가 된다". 아주 적합한 표현이다. 음악이 몸에 배어 있고 그의 스토리가 감정에 실려서 음악으로 배출된다. 그래서인지 깊이있고 입체적이다. 비 맞으면서 돌아오는 길에도 그 감동은 내내 함께 했다. 다른 이들도 같은 감동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아주 촉촉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임재범 콘서트를 다녀온 후 여운이 남아 칼럼을 썼다. 모 언론사에 제공하는 칼럼인데 임재범 콘서트 후 스친 생각이라 내용이 소프트해졌다. 정리하자면 임재범을 통해 본 IT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내용이다. CEO 칼럼은 아래와 같다.

스티브잡스-임재범에 열광하는 이유와 IT 스토리텔링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들, 감동 담긴 훈훈한 스토리에 공감
소통·친화력 강조하는 SNS처럼 IT제품 ‘스토리텔링’ 담아야 성공

   6월의 마지막 토요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1만여 명의 관객이 한 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주인공은 유명 아이돌 그룹도, 한류 스타도 아닌 내년이면 쉰 살이 되는 록 가수 임재범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인적인 고뇌와 방황으로 대중에게 잊혀졌던 임재범은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단번에 재기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등장한 것은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 가족 때문이었다. 이런 스토리가 혼신을 다한 그의 열정과 음악의 진정성에 상승효과를 일으켜 큰 감동을 주었다. 콘서트 현장은 대학생부터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노소로 가득했다. 그의 삶의 이야기가 노래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과 교감을 이루어낸 결과였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얼굴 없는 가수처럼 살다 빼어난 실력과 끼로 소위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김범수. 불굴의 노력과 음악인 김태원의 멘토링에 힘입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거머쥔 옌볜 청년 백청강. 그들의 노래 속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기에 청중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goal.com)

 “저는 축구는 잘하고 싶은데 평범하고 싶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박지성 선수의 순수함이 담겨 있는 표현이다. 축구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던 그는 눈에 띄지 않았던 존재였다. 설상가상으로 축구를 하기 힘든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꾸준한 노력과 진지함, 남다른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오늘날 영국 최고의 명문 클럽에서 활약하는 그의 스토리는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자기만의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를 추앙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영웅이,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다. 생존을 생각해야 하고,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짓눌려 여유를 즐기기 어렵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자칫 우리 삶을 기계적이고 기능화된 사고에 머무르게 한다. 그럴수록 눈길을 끌고 감동을 주는 것은 훈훈한 스토리다.

   그것이 예술적 콘텐트이든, 왕성하게 활동하는 누군가의 삶이든 간에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토리가 진솔하면 진솔할수록 우리에게 다가오는 감동도 배가된다. 이는 단지 유명 스타에 머무르지 않는다. 평범한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품이나 서비스 또한 마찬가지다. 기능 혹은 성능의 기술적 지표보다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성패가 좌우된다. 기술자는 자신이 만든 것을 누군가가 사용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따라서 어떤 생각으로 이것을 만들었느냐 하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중요 신제품 발표에 꼭 등장하는 이유다. 신제품의 사상과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 홍사종 대표는 “‘잘 만든 제품’에 ‘잘 만든 이야기’가 입혀져야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산업화 패러다임의 덕목인 기능과 품질이라는 기본 위에 멋과 이야기라는 궁극의 덕목을 의식적으로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간미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인간에게 다가서는 스마트와 융합의 시대다. 친화력이 점점 높아지는 스마트 기기, 소통의 공간과 시간을 무한 확대하는 소셜네트워크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떤 스토리로 풀어내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제품의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진정성과 일관성을 가진 스토리가 스며들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작은 노력이자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 CEO 칼럼 중에서 >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