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강호동 '무릎팍' 녹화장 가보니

CEO 칼럼 2009.05.02 12:26

안철수와 강호동. 누가 보아도 잘 어울리지 않는 한 쌍(pair)이다. 그런데, 안철수 박사가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 제작진의 끈질긴 섭외에 의해 출연키로 했다.

 

나는 안 박사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평소에 안 박사가 그런 예능 프로를 안보는 것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무릎팍 도사 보신 적 있어요?” 하는 질문이 저절로 나왔다. “한 번도 없어요”. 순간 이 분이 도대체 이 프로가 어떤 건지 알고 나가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라이어티 쇼 출연을 결정한 안철수 


나는 버라이어티 쇼를 자주 보는 편이다
. 머리가 꽉 찼을 때 이런 프로는 잠시나마 다른 곳에 집중하게 해 주고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해피투게더무릎팍 도사는 내가 시간만 허락되면 빠지지 않고 본다.

시간대도
집에서 휴식중인 11시라서 피곤하지만 않으면 볼 수 있다. 특히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이 등장할 때는 독특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성악가 조수미, 발레리나 강수진, 만화가 허영만, 역도 선수 장미란, 골프 선수 신지애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다. 또한 연예인 중에서도 이문세, 이순재, 장서희 코너는 진한 감동과 잔잔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안철수 박사는 평범 이상으로 조용하고 모범적인 삶을 사는 분이다. 아무리 강호동이라 하더라도 유머와 웃음으로 엮어내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배경을 들어보니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자라나는 청소년과 부모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이 되도록 프로의 목적을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요한 섭외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그 목적이라면 안철수 박사가 적격이다. 누구보다 정직하고 소신대로 사는 모습으로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 기업을 이끄는 기업가들에게 희망의 불빛을 살리는 계기도 되었으면 했다. 아무리 그래도 프로그램의 성격이 워낙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해서 잘 맞을지 걱정이 되었다. 어쨌든 결정은 내려졌고 지난 주 수요일(4/29) 녹화가 있었다.

 

안철수 박사의 개인적인 일이지만, 그의 인생에 있어서 그가 설립한 안철수연구소의 회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안철수연구소 CEO로서 회사 이야기가 어떤 형태로 비추어질지 궁금하기도 했고, 한편 수고하시는데 개인적으로 격려도 할 겸 해서, 오랜 기간 우리 회사에 근무해서 누구보다 세세한 역사를 잘 아는 임원과 같이 녹화 현장을 방문했다.

 

MBC 녹화장에 들어가면서


MBC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2시간 녹화를 마치고 휴식 시간이었다. 출연자 대기실에 들어서니 안철수 박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괜찮으시냐고 하니 그런대로 할 만 하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에 강호동 씨가 큰 소리로 말하는데 많이 놀라지 않으셨냐고 물으니, “생각보다 강호동 씨가 별로 크지 않더라고 한다. 나도 나중에 녹화장에서 직접 보니 천하장사 이름에 걸맞는 우람한 체격보다는 작아 보였다. 내 상상이 지나쳤었나 보다. 아니면 다이어트를 했든지..

 

강호동 씨나 그 스태프들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하려고 유도질문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계속 같은 톤으로 답변하니 답답해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이 프로를 보면 항상 강호동 씨가 무언가 화제나 소재 거리를 잡으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긴 그런 게 시청자들에게는 재미니까. 그런데, 안 박사는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평상시 대로 대답하니 답답하기는 할 거다.

 

소문에는 녹화 전반에는 보통 진이 빠지게 하고 후반에서 주로 방송 분량을 많이 딴다고 하니, 이제 본 게임이 시작하는 거다. 휴식 시간을 마치고 녹화장으로 같이 들어섰다.


TV 녹화장 분위기
 

녹화장은 조그마한 방 주위로 카메라와 스태프가 모여있는 단촐한 분위기다. 젊은 작가들(주로 여성)이 무대 바로 앞에 나란히 앉아서 계속 도화지로 진행 방향을 코치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최근에는 편집 기술이 발달해서인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대화가 진행되게 하나 보다. 그래야 출연자도 진솔하게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TV에서 보는 스틸 컷이나 음향, 자막이 전혀 없으니 밋밋할 정도다.

 

녹화 현장


방송 대화 내용은 아직 방영일정이 미정이라
여기에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대략 내가 알던 안철수 개인의 얘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사실 안철수 박사의 삶은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다. 15년 가까이 공부한 의사를 관두고 벤처 기업을 창업한 과정, 잘 나가던 벤처 기업 CEO를 스스로 물러 나서 미국에 공부하러 간 결정, 그 후 KAIST 교수로 변신해서 이 나라 중소 벤처 기업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열정이 하나씩 그의 입으로 설명되었다. 그 외에도 외국기업에서의 1,000만불에 매각 제의 거부, 혼자서 V3 백신을 개발할 때 3~4시간 밖에 잠을 못잔 얘기 등 이미 책이나 연설을 통해 들은 얘기가 개인적 터치(personal touch)로 전개되었다.

 

편집 과정에서 어떤 얘기들이 TV에 최종 방영될 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이미 10년 이상 안철수 박사를 알고 지낸 나로서는 90% 이상이 아는 얘기였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인기 최고급의 진행자와의 대화를 보면서, 그의 스토리가 묘하게 무릎팍 도사 프로그램에 맞게 잘 들어맞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재미있었다. 끝나고 나니, “아 이 프로 재미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PD아주 잘 되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단순히 통상적인 인사 치레는 아니었다. 기대했던 이상의 콘텐츠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20대 젊은 작가들이 재미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 사실 우리는 세대차가 많이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특히 디지털 세대, 감성 세대는 현재 지도층의 삶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40대 후반의 한 대학 교수의 얘기가 재미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유머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어 


나는 그 이유가
치열한 삶의 모습에 있다고 본다. 남들의 이론을 내세우며, 배후에 자기 이익을 숨기며 얘기하는 일부 기성 세대 지도자들과 달리, 자신의 얘기, 자신의 고뇌와 결정, 성공과 실패, 소신에 따른 인생 역정은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와 닿기 마련이다. 나는 자신의 커리어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자라나야 하는 청소년들이, 또한 이들을 교육하는 부모들이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온갖 거짓말과 위선으로 가득 찬 속칭 지도자들의 얘기는 그 자체가 허구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는 자기 합리화이며, 유머 그 자체도 만들어진다. 그러한 가공의 유머는 일시적일 뿐이다.

그러나, 무에서 유로 벤처 기업을 일구어낸 창업가의 얘기, 원칙에 따라 정직하고 투명하게 살아온 스토리는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굴곡의 과정 자체가 즐거운 교훈과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안철수와 강호동의 만남은 그런 점에서 성공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편집과 특수 효과를 가미해서 어떤 모습으로 TV에 방영될지 벌써 궁금하다. 한편 자라나는 아이들과 부모들 그리고 시청자들을 위해 이런 희생(?)을 한 안철수 박사의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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