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를 면접할 때 묻는 CEO 단골 질문

CEO 칼럼 2009.04.03 11:37

내가 엔지니어를 면접할 때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 있다. 왜 이 길을 택하셨지요? 5, 10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엔지니어로서 길을 걸어온 나로서는 어떠한 배경으로 이 길을 선택하였으며 어떤 계획으로 살 건지가 가장 궁금하기도 하고 채용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엔지니어들의 인센티브는 적다. 실리콘 밸리에서 대박을 거머쥔 벤처 기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선진국의 경우 IT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으면 젊은 나이에도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인도에서는 수많은 컴퓨터공학 졸업자가 대학 문을 나서고 있고, 중국은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기술직을 선택하고 있다. 이 사회가 기술을 필요로 하고, 성공의 옵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는 통속적인 성공의 개념, 이를테면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는다는 성취와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보상(reward)이 있다. 바로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쁨이다. 이것은 다른 어떤 직업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엔지니어만의 특권이요 보람이다. 엔지니어로서 이런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면 불행한 일이다.



2년 전 나와 같이 네트워크 보안 사업에 몸담았던 직원들이 안랩에 사업 인수를 통해 합류했다. 그 후 나는 조직에 관여하지는 않고 고문이라는 형태로 전반적인 자문을 맡았다. 3개월 지나서, 연구소를 지나가다가 어떤 개발자에게 재미있어?’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단박에 하는 얘기가 ‘별루였다.

원인은 간단했다. 어느 회사나 초창기에는 R&D, 기술지원, 영업이 구분없이 끈끈한 정으로 목적 달성을 위해 전념한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고 조직이 커지면서 연구소와 사업부가 분리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엔지니어가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기회가 적어지게 된다. 여기에 경험이 많은 임원들이 영입되면서 조직의 논리가 더해진다. 물론 체계적, 효율적이라는 관리라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반면 재미와 보람은 반감되게 마련이다. 이 과정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 양쪽 장점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벤처 기업의 과도기다.

 

우리 회사도 R&D가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 그렇게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R&D와 영업이 밀착되어 움직이던 조직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다. 특히 나는 R&D가 고객의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런 방식에 익숙해있던 직원들이었다.

 

작년에 CEO가 되면서 사업부 체제로 조직을 바꾸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게다가 몇 년간 만들어온 프로세스와 문화가 있었기에 직원들의 공감대와 참여를 필요로 했다. 내가 그렇게 한 원인은 단 하나, “고객과 멀어진 것을 우리 회사가 고쳐야 할 최우선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자신의 상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 
 

여기에 더해 나는 R&D 기술자들이 고객과 파트너를 직접 만나도록 했다. 간부급 이상은 영업이 언제든지 데리고 나가도록 했다. 의외로 직원들이 아무런 불만없이 응해 주었고, 오히려 고객을 만나고 와서는 더욱 소통이 잘 되고 생기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는 힘들지만, “엔지니어가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는 평범한 철학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기술과 상품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나는 '고객이 알아주지 않는 상품이나 기술은 쓰레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학은 이론을 연구하는 순수 과학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엔지니어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value)를 통해 공급(delivery)하는 것을 소명으로 하는 직업이다. 나는 '우리 기술이 이렇게 좋다'는 식으로 기술로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엔지니어다
. 이것은 엔지니어간에는 불문율처럼 공감대를 이룬 문구다.

 

부(富)만을 추구해서 성공한 엔지니어는 거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다가, 고객이 자기가 만든 것을 인정하고 사용하는 것을 보는 보람에 심취하다 보면 보상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애플을 만든 Steve Jobs, 구글을 만든 Larry Page와 Sergey Brin , HP를 만든 Bill Hewlett Dave Packard. 모두가 이 간단한 원리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다. 기계와 씨름하면서 당신 스스로에게서 행복을 느낀 사람들이다. 경제 위기일수록 본질에 충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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