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열풍, 절름발이 인생이 안되려면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4)
어느 미국인 투자가와 사적인 얘기를 하다가 기숙학교(Boarding School)에 대해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기숙학교는 일류 사립대학을 들어가는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소위 상류층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부러워한다. 그래서인지, 입학 사정을 하는 프로그램 중에 부모를 직접 면접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면접하러 가는 부모를 본 적이 있다.
기숙학교를 반대하는 이유
그런데, 예상 밖으로 그는 기숙학교에 대해 강한 반대론을 폈다. 그도 기숙학교에 갈 수 있는 여건이었고, 실제로 그럴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와 상의한 결과 “부잣집 아이들하고만 지낸다면 절름발이 인생을 사는 것이다. 결코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동네 학교에서 보통 아이들과 자라는 환경이 지금이 마지막일 수 있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공립학교를 졸업한 후 스탠포드를 거쳐 국제적 금융 엘리트가 되었다.
그는 고교시절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이들과 어울렸던 삶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며, 보다 폭넓게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단기적 금전적 이익(financial gain)을 추구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높은 성과를 이루는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인들과 진지하게 같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투자가였다.
폭넓은 계층을 경험하게 하는 영재 학교
미국의 어떤 과학고등학교를 가 볼 기회가 있었다. 이 학교는 시험을 통해 2~3000명의 지원자 중에서 200명 정도만 뽑는 과학고인데 공립학교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 학교가 부유층과 빈민층 동네 접점에 위치해 있어서 그 지역에서 배정되어 다니는 학생들과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이었다.
다소 놀랐던 것은 자폐증아이들을 위한 특수 학교도 같은 공간에 있었다. 물론 학습 성과는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자의 수준에 따라 다양한 수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 허지만, 과학고 시험을 거치지 않은 학생들도 학습 성과가 나면 그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회가 항상 열려 있었다.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면서도, 각 수준에 맞는 수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특별 학점을 이수하는데, 방과 후에 학업이 떨어지는 자기 또래의 학생들, 주로 그 지역에서 배정받은 학생들을 가르친다. 일종의 조교처럼 도서관에 있으면서,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그들에게 와서 가르침을 받곤 했다. 이것이 어떤 의도로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교육적으로는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만큼 열린 마음과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정신을 배운다는 것이다. 뛰어난 학생들이 학습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도록 하되, 학교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과 어울리게 하는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입시에 매달리는 한국의 교육 제도
특목고 설명회 (www.dsa21.co.kr)
그런데, 소문에는 명문대 입학에 성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 하는 일이 한국에 돌아와서 이런 대학을 보내기 위한 과외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농담으로 받아 들였다. 그런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이상 한심한 일이 있을까?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자체가 우리 나라가 얼마나 입시 위주에 매달려 있는 지를 보여 준다.
시대 정신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금융 자본이 독점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대에서 산업 자본의 급성장하던 시기에 귀족 계층과 보통 시민의 운명도 교차하기 시작했다. 귀족 자본가 시대를 풍미했던 월스트리트의 뱅커(banker)들은 부유 엘리트 층을 상징했고, 근면함과 열정으로 성공을 쟁취해 간 기업인들은 밑바닥 인생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의 창의력과 실력이 더욱 많은 가치를 창조해 가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산업과 헐리웃의 영화 산업은 그 대표적 예다. 개인의 능력이 중시되는 개인주의와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민주주의가 시대적 코드가 되었다.
www.impawards.com
부모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속에서 주어진 지식의 습득과 조련에만 의지해서는 험난한 세상을 버텨가기 어렵다. 자말(Jamal)처럼 산전수전 겪은 삶의 성숙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수 인력을 길러내는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엘리트를 구분하는 기준이 부모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고, 왜곡된 과열심을 통해 사교육을 낳고, 교육 형태가 전반적으로 입시 준비로 전락한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그러다 보니,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전문성과 인성과 같은 내면의 가치를 길러주기 보다, 시험 점수와 수학 올림피아드와 같은 표면적 결과에 전념한다. 이러한 부모의 과보호 문제는 소극적인 마마보이를 낳게 된다. 이에 대해 이나미 정신과전문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물론 교육에 대한 투자가 모두 병적인 것은 아니지만, 교육철학의 부재는 꼭 짚어 보아야 한다. 대입제도 고치고 자립형 사립고 만든다 해도, 땀 흘리기는 싫고 부동산이나 부모 유산만 바라보는 퇴폐적 물신주의에 빠진 젊은이만 양산한다면 곤란하다. 공무원시험, 자격증, 로스쿨, 의학대학원 준비하는 백수들은 넘쳐나지만, 기업은 인력이 모자라 이주노동자에게 매달려야 한다. 번듯한 직장 아니면 아예 다니지 말라는 부모도 있다. 부모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력하고 의존적인 허깨비들만 가득한 사회는 끔찍하다.
'CEO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3D 업무에 한숨짓는 보안인력의 현실 : 안철수연구소 CEO가 바라본 DDoS 대란 (3) (27) | 2009/07/17 |
|---|---|
|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 우리 가족에게 허전한 이유 (4) | 2009/06/27 |
| 특목고 열풍, 절름발이 인생이 안되려면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4) (6) | 2009/06/08 |
| 학벌과 간판보다 기본 소양이 중요한 이유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3) (13) | 2009/05/21 |
| 역사와 문화를 아는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 (2) (7) | 2009/05/05 |
|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사회는 경쟁력없다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 (1) (1) | 2009/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