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중 만난 한류 가을동화 vs 대장금

Global View 2009.06.13 08:21


나리타 익스프레스에서 재발견한 '가을동화'

'한류'가 일본에서 터진 계기는 '겨울연가'다. '욘사마 열풍'이 터지기 한두해 전으로 기억한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기 위해 나리타 익스프레스(Narita Express)에 앉아 있었다. 마침 내 앞에 한국인이 앉아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일본 NHK 계열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www.evl.uic.edu

방송사에서 일한다고 해서 한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의 차이에 대해 대화가 오고갔다. 나는 일본에 갈 때마다 접했던 일본 드라마가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언가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지나치게 오버하는 코미디이거나 사무라이 시절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무언가 현실감이 떨어진다. 내가 만난 일본 고객도 일본 드라마는 3각, 4각으로 쥐어짜는 스토리밖에 없다고 푸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자, 그가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자기가 '가을 동화' 비디오를 가져 와서 방송국 매니저에게 보여 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가 첫 회부터 보면서 깊이 빠져들더니 눈물을 흘리더라고 한다. 번역도 안 된 상태였고, 그 매니저는 일본인이고 한국말을 전혀 못 하는데..

알다시피 가을동화의 앞 부분은 국민배우 '문근영'이 나온다. 아이가 바뀐 것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가족들과 헤어지는 장면을 말하는 거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 들어오면 먹힐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류를 예측한 것이라고나 할까? 그의 예상대로 '가을동화' 다음 시리즈인 '겨울연가'는 폭발적으로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문화적 글로벌화를 알린 한류(韓流)의 탄생

글로벌화는 경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인 문화의 공간에서도 국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한류 열풍은 우리 드라마와 캐릭터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다. 한류가 일시적 현상에 머무른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류'라는 단어가 생성된 자체가 역사적으로 큰 전환점이자 마일스톤(milestone) 이다. 우리 문화의 저력과 가능성에 대한 재발견이기 때문이다.

왜색(倭色)으로 비하하던 일본 문화가 유입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일부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문화는 강할수록 영향력이 있다. 그런 힘과 내공을 가진 우리의 스토리, 창의력과 열정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더욱 창의적인, 그래서 글로벌하게 통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러한 문화의 소통과 교류는 위성방송으로, 디지털 미디어로, 인터넷으로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가능했다. 비즈니스상 만나는 어떤 일본 대기업의 임원은 집에서 아예 일본 TV 프로그램은 안 보고 근처 비디오 가게에서 한국 드라마를 빌려본다. 스토리가 궁금해서 기다릴 수 없으면 인터넷을 통해서도 본다. 

또한 내가 만난 중국계 미국인은 온 식구가 '대장금' 매니아이며, 자신도 너무 재미있어서 DVD 세트를 구입해서 2번 보았다고 한다. 한번은 더빙으로 보고, 두번째는 한국어 음성으로 보았다고 한다. "한국말을 아세요?"하고 묻자, 잘 이해가 안 되어도 스토리를 알기 때문에 대략 보는데, 한국어로 봐야 분위기가 산다고 한다. 한국에도 이 정도의 대장금 매니아가 있을까?

우즈베키스탄행 항공기에서 대장금이 나오는 이유

우즈베키스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에는 이코노미 클래스에도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비디오 스크린이 있었다. 그런데, 약 10개가 조금 넘는 채널 중에 반 정도가 '대장금'이었다. 대장금의 어린 시절, 음식 경합하는 장면, 한상궁이 죽는 장면, 의녀로 활약하는 장면, 어의가 되는 과정 등 다양한 부분이 나뉘어져서 방영되지 않는가?

이란에 소개된 대장금-MBC제공 (www.cbs.co.kr)

마침 옆에 앉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은 한국계(고려인)였다.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다가 휴가를 간다고 한다. 그의 얘기로는 대장금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자기나 가족들도 전체를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장금 채널이 많은가 보다. 그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우즈베키스탄 승객들이 '대장금'을 보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MBC 스페셜에서 '이영애 편'을 보니 대장금이 아프리카, 중동에도 인기리에 수출되었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인기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뿌리가 깊은 한류의 모습

단지 '겨울연가'와 '욘사마'의 일시적 열풍으로 보기에는 꽤 깊숙하게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스며들어 있다. '대장금'은 100개가 넘는 국가에 수출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위성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TV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우리도 그들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그만큼 정보통신의 발달은 콘텐츠의 교류를 활성화시켰다.


TV 드라마는 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다. 우리가 사는 모습, 우리의 의식주가 모두 노출되기에, 해외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한국에 대한 인상은 이보다 클 수는 없을 정도다. 우리 나라 드라마의 제작 환경의 열악함, 진부한 스토리, 지나친 선정성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외국인들이 한류를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우리의 콘텐츠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한류가 오리지널 그대로 우리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냈다면, 이제는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분석하고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우리의 스토리를 잘 살리고 문제점을 극복해서 더욱 창의력인 콘텐츠로 글로벌화해야 한다. 우리의 스토리가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세계를 누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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