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 CTO가 된 후 첫 메시지 공개 (1)

경영 이야기 2009.06.20 15:39

내가 안철수연구소에서 임원진으로 선임된 것은 작년(2008년) 2월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조직이 커지면서 비대화, 관료화의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매출 구조는 V3 위주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 사업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부진했고, 대표 제품 V3의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고객이 많아지면서 고객과 멀어지게 되는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외국산 엔진을 수입해 한글 포장만 해서 무료로 무차별하게 배포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오면서, 혼란에 빠진 V3 사업도 재정립이 필요했다. 해킹과 악성코드는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정보 보안이 본질을 벗어나 마케팅 용도로 전락해갔다. 안철수 박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정보 보안의 생명인 '사명감'보다 돈벌이로 비추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어쨌든 정보 보안 기업의 대표로서 책임감있는 실력을 보여 줌과 동시에 성장 엔진을 만들어야 할 과제가 눈 앞에 있었다.

(그 이후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 V3 경쟁력 전반에서 변화와 발전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맞는 신개념의 V3 신제품의 연구 개발에 주력한 결과,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하고 있다. 아울러 신기술 개발, 조직문화, 해외수출 등 전반에 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4월말 세계 최경량 신개념의 통합백신 V3 IS 8.0 발표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혁신적인 변화와 신속한 실행 문화가 절실했다. 지난해 초반 당시에 백신 위주 사업에 안주해왔던 기업 분위기는 위기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0월 CEO가 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위기경영의 기조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내 기준에는 여전히 위기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 속도와 체질 개선을 위해 경영체제를 CEO / CTO / CLO 구조로 바꾸고, 전체 조직을 5 계층(tier) 구조에서 3 계층(tier) 구조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로 바꾸었다. 또한 스태프 조직은 과감히 제거하거나 군살을 크게 줄이는  큰 수술이 시작되었다.

당시 연구소, 악성코드 분석센터(ASEC), 제품 기획, 인터넷 사업을 포함해서 12개 팀, 300명 이상의 인원을 담당한 CTO의 중책을 맡은 나로서는, 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 어떻게 직원들과의 소통해야 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음 메시지는 2008년 2월 22일 CTO로서 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일로서 당시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하고자 하는 나의 고민을 담고 있다
. 그 이후 안철수연구소의 변화 과정과 앞으로의 행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하여 여기에 게재한다. (내용이 길어서 2회에 걸쳐서 내 보낸다.)

직원 여러분,

 

CTO로서 여러분들과 같이 꿈을 이루어나갈 김홍선입니다. 여러분과 같이 일하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앞으로 같이 생활하면서 알게 될 기회가 많을 겁니다. 몇 가지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운영 철학

       

1) Fun - '재미있게 일하자'입니다. 비즈니스 마인드(Business mind)로 일할 때, 오너쉽을 가지고 일할 때 가장 재미 있습니다즐겁게 일을 찾아서 하는 태도(attitude)로 일 자체에서 재미를 만끽하는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2) Creativity - 창의력은 기업과 개인을 위해서 가장 가치가 큰 일입니다. 꿈을 꾸는데 제한을 두지 마십시오. 우리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자체 구현, M&A, Alliance ). '보안'으로만 국한하지도 마십시오. 꿈을 만들어가는데 우리의 비젼이 있습니다.

3) Innovation - 모든 것은 혁신(innovation)의 대상입니다. 제품 혁신(Product innovation), 기술 혁신(Technology innovation),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등. 프로세스와 규정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일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시대에 안 맞고, 우리 환경에 안 맞고, 우리가 일하는데 방해가 되면 과감히 개혁해야 합니다.  혁신(innovation) 창의성(creativity)이 합쳐질 때 차별화의 길이 보입니다.

 

2. 조직 변화에 대해

 

이번 조직 변화에 어떤 분들은 너무 성급하게 추진해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를 하더군요. 본래 이런 구조적 개혁은 전광석화처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본래의 정신에 맞게 정착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치밀한 업무 분석과 자원 배치가 고려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장 변화에 맞추어, 여러분들의 니즈에 맞추어 유연(flexible)하게 운영할 겁니다. 절대로 고정된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금번 조직의 정신은 역동적인 변화 의지입니다. 외부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고 환경 변화가 극심합니다. 개방화되는 사회, 글로벌 대기업의 무차별 확장, 개인화로 인한 고객 니즈의 다양성 등. 사회 어느 위치에 있든지 빨리 변화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없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항상 위기는 기회가 같이 옵니다.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도 열리는 시대인 것입니다. 안철수연구소가 앞서 이런 변화를 추진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앞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직 변화를 통해 슬림화된 구조를 느끼실 겁니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여러분 각자의 업무가 회사의 결과(output)에 직결되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겁니다. 한편 수평적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어느 위치에 있든지 책임있게 일을 처리해 주어야 회사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따라서, 여러분 개개인의 의식의 변화를 부탁 드립니다.

 

1) 커뮤니케이션 시간 단축

 

모든 내부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과 정보 공유는 극대화하되 그 절차와 형식은 최대한 줄여서 효율의 극대화를 꾀합시다. 회의 시간 줄이고, 회의 자체를 줄이고, 회의 기다리는 시간도 줄이고, 회의를 위한 과도한 준비도 줄이십시오. 저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예쁘게 준비된 자료, 즉 pretty graphics보다 내용 자체가 중요합니다. 물론 고객에게 제공하는 자료는 최대한 정성을 해서 준비해야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서로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인데 지나친 정성은 낭비입니다.

 

2) 실무자의 목소리 적극 반영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기준은, 즉 제품과 사업 방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실무자들이 누구보다 잘 압니다.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겠습니다. 팀장(관리자)는 이를 사업화시키는 주체이지, 단순히 각 직원의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관리'보다 고객을 향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 '의지'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합시다.

 

3) Transparency(투명성)

 

이슈(Issue)가 없는 회사가 없고, 이슈가 없는 프로젝트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이슈들을 피하고 정확하게 사실 공개(fact-finding)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실수는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항상 솔직하게 사실들(facts)를 전부 공개해야, 해결책이 나옵니다. 먼저 이슈를 밝히는데 있어서 빠르면 빠를수록 해결책이 빨리 나오고 문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명한(transparent) 업무 진행, 투명 커뮤니케이션의 정착이 회사 업무에서 중요한 것입니다.

 

4) Flexibility(유연성)

 

수직적 문화에서 플랫(flat)한 구조로 갈 때 가장 힘들어하는 변화가 유연성(flexibility)에 대한 적응입니다. 회의 시간 줄이라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활발한 정보 공유를 하되 그 틀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고, 메신저로 상의할 수 있고, 커피마시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인력 구조, 업무 조정, 모두 유연한 사고로 움직이기 바랍니다. 어떤 업무가 특정 부서에서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위치에 있든지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하고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살아날 수 있는 기업 문화, 저희가 우선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자세입니다.


안철수연구소 CTO로서의 첫 당부사항 공개 (2) [다음 회 연결]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