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했던 일본인들이 투표장 찾은 까닭은..

Global View 2009.09.16 07:30

일본 법인 식구들과 저녁을 먹던 중에 일본 총선 얘기가 나왔다. 정치적 이슈를 일본 직원들과 얘기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일본인들은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무관심그 자체다. 그런데, 워낙 그 주에 있었던 큰 뉴스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었다.

 

투표했어요?”

물론 했지요. 민주당 뽑았습니다.”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상대편은 누구인지 알아요?”

".....”

예전에도 선거를 했었나요?”

해 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선거 현장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다. 이번 선거가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가 보다. 그런데하토야마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들은 얘기를 전했다. 하토야마 씨의 부인은 한류 팬이라고 하던데요. 특히 이병헌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도 한국을 좋아하고..”, 신기한듯이 열심히 얘기를 들었다.

하긴 그 가족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것과 정치는 관계가 없다. 그래도, 공통적인 소재가 있다는 것은 소통의 한 채널이 있다는 점에서 좋다는 생각이 든
. 어쨌든 한국의 언론을 장식했던 뉴스가 일본에서는 전혀 금시초문의 내용이었다.

나는 그가 공대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젊은 시절에 형성된 이공계 마인드는 무시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법대 출신들이 장악했던 구조에서 신선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정치를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기술 관료 출신들이 주도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나라가 과학 기술 전쟁을 벌이는 시기에, 이공계에 더욱 힘이 실릴 것 같다. 

80대 정객 나카소네 전총리와의 만남

2001년 일본의 국제평화재단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 사이버 보안이 주제였기에 나는 정보보안 전문가 자격으로 초대받았다. 미국과 일본 대학 교수와 유럽, 미국의 보안 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당시 한국의 IT와 벤처 기업에 대해 일본에서 관심이 지대하던 터라, 그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나카소네총리와 레이건대통령 (en.wikipedia.org)

리셉션에서 이 재단의 회장인 나카소네 전총리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카소네 씨는 내가 20대 학창 시절에 미국 레이건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만들었던 인물로서 꽤 오랜 기간 총리를 해서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분이 나와 악수를 하면서 한국의 IT가 발전했다고 들었다. 일본을 잘 가르쳐 달라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80세가 넘는 그를 대하며 당연히 현직에서 은퇴한 인물인 줄 알았다
. 그런데, 2003년에 그가 자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큰 뉴스가 된 적이 있다. 뉴스에 그가 나와서 이건 정치적 테러라고 화를 내는 장면을 보고 나서야 그가 거의 종신으로 비례대표의원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80이 넘어도 정치를 할 수 있고, 똑똑한 자식이라면 대(代)를 이어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전혀 없이 그런 체제가 고착되어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특히 현대 사회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젊은 층이 그렇게 답답해하면서 왜 정권교체의 움직임은 전혀 없는지 궁금했었다.

정권교체로 인한 변화가 필요했던 일본

남의 나라 얘기지만 일본을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 무엇보다 정치가 일반인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을 싫어한다. 욕하는 것은 그나마 기대감이 있는 거다. 그런데, 일본인들을 만나 보면 정치에 대해 회복불가능한 무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정치인들이 떠드는 어젠다(agenda)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특히 관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극도에 달했다
. 9 14일자 타임(Time)지에 보면 아마쿠다리(あま-くだり,
天下, 하늘에서 인간 세계로 내려옴’ 이라는 표현을 설명하면서, 정권 교체를 통해 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없애기를 원하는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을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

선거 전야를 설명하는 타임지


9 5일자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에서는 일본인들은 어떤 정당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내쫓았다 (not just a party, but a whole system). 길이나 댐, 임시/저임금 일자리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 사람들은 경력을 원한다(People wanted careers)라고 설명한다. 일본이 공공 공사를 너무 많이 해서 돈 낭비가 크다는 점을 반영한 얘기다.
 

이런 지적이 일본만의 문제일까
? 우리 나라의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배운 것이 많다. 관료 체제는 일본에서, 대기업의 형성과 재벌 체제도 일본에서, IT와 과학 기술 분야는 미국에서 영향을 받았다. 대학은 일본과 미국 문화가 적당히 섞여 있는 것 같다. 기업의 오너 체제는 한국적이다. 공공 부문(Public sector)의 영향력은 일본보다 큰 것 같다.

비록 한국이 정치적 권력 교체의 역사는 일본보다 먼저 이루었지만, 경제적, 산업적, 문화적으로 현재 일본에서 지적되는 요인이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타임지에서 일본을 다양화하라 (Diversify Japan Inc.). 대부분의 나라에서 작은 기업을 만들기 쉽도록 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일자리 창출이다라고 제시한 것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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