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항에서 20년전 한국이 생각난 이유는..

Global View 2009.09.24 07:52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는 얘기다. 미국 유학 시절 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김포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위해 기다리는데, 입국 심사관의 표정이 굳어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어서 통관 절차를 거치고 마주치는 한국인들의 표정도 웬지 딱딱하고 경직되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미국 생활이 고작 2년 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만에 방문한 고국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지금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더 밝고 친절하다. 88 올림픽 이후 한국인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20년 전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인 것은 확실하다. 세련미와 깨끗함, 정감을 주는 분위기는 한국이 으뜸이다.

 

중국 공항에서 받는 인상

내가 구태여 과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중국 공항에서 바로
20년 전과 흡사한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다. 무언가 경직되어 있고, 친절을 베풀기는 하지만 어색한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 중국도 계속 변하고 있다는 점을 목격하게 된다. 10년 전 중국에 처음 왔을 때에는 입국 현장이 더 어두웠다. 마치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고, 어떤 때는 입국하는 중국인에 대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지금은 교육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중국에 올 때마다 달라진 풍경을 보게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과 온도차를 느끼게 된다.

 

남을 배려하는 여유로움은 금전적인 풍성함에만 있지는 않다. 타율적인 환경에서 자기 자신만 보고 살다가, 사회 속에서 나의 모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 가는 사회적 발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여유로움이 생기고 세련미가 더해진다. 이런 것이 합해져서 가치가 더욱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북경공항, 상해푸동공항, 인천 공항
 

일정을 짜다 보니 3일에 걸쳐 다섯 공항을 거치게 되었다. 인천, 상해 푸동, 상해 홍차이, 북경 공항 (신청사), 북경 공항 (구청사). 상해 푸동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게 내가 전에 왔던 공항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전에 비해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다.

 

북경공항

상해푸동공항

인천공항

올림픽을 주최한 베이징은 한결 밝은 편이다. 어떤 미국인에 의하면 베이징 공항은 인천 공항을 베낀 것 같다고 한다. 물론 스케일은 훨씬 크다. 그런데, 넓고 깨끗한 공항 광장을 걸어 나오면서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톤이 좀 시끄럽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드넓은 공항 건물에 비했을 때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자신들의 생각에도 웅웅거리는 소음이 강하다고 동의한다. 음향 처리를 고려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테일하고 소프트 측면에서 인천 공항은 가장 뛰어나다. 인천공항이 고객만족도 1위라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손이 안으로 굽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의 판단은 그렇다. 동선(動線)의 구성, 상점 직원들의 친절함, 화장실 청결도, 식당 메뉴의 구성 등등.  

한국적 가치를 승화시킨 현장을 보면서
..

특히 인천 공항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문화를 접목시키려는 정성이다. ‘전통문화체험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외국인들이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부채에 색칠을 하거나 공예품을 만드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너무 진지해서 내가 밖에서 쳐다 보아도 돌아보지도 않았다. 신기하기도 했었지만 한국적인 미(美)에 원더풀하는 외국인들이 많음은 자랑스럽다. 공항이라는 곳은 누구에게나 낯선 곳이기 마련인데 외국인들에게 인천 공항은 한결 편안함을 주는 분위기다.

물론 공항의 모습이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지만, 공항은 국민 의식과 마인드가 숨김없이 표출되는 현장이다. 인천 공항의 풍경처럼 열린 마음으로 글로벌 세계를 적극 수용하면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가 우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큰 몫을 한다.

 

중국에서 오래 지낸 어떤 분이 하는 말씀이 중국은 강대국인 것은 확실하지만,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고 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의 의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숙한 에티켓과 창의적 아이디어는 결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사회 구석구석으로 파급해야 한다.

 
우리 나라가 남에게 보여야 하는 영역에서는 소프트적 인식과 서비스 마인드가 좋아졌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사회의 어둡고 암울한 부분들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갈등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여유로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창의적 역량은 한층 더 꽃 피울 수 있다. 코리아 브랜드는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현장의 참모습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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