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2) - 문제는 실력이다

CEO 칼럼 2009.09.29 12:46

취업 면접을 위해 자리를 잡게 되면 처음에 자신의 소개를 하라는 질문이 주어진다. 딱딱한 분위기를 깨면서 대화를 전개해 가기 위함이다. 그런데, 가끔 자신을 돋보이려고 지나치게 오버(?)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손을 번쩍 들어 손가락을 펴가며 설명하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3행시를 짓거나, 패기에 찬 인상을 주려는 듯 웅변조로 얘기한다. 특히 신입사원의 경우 그런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썰렁한 분위기로 바뀐다. 동석한 심사위원들에게 저런 정치성 발언은 오히려 어색하지 않아요?” 하고 물으니 모두가 끄덕거린다. 아마도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다고 한다. 언젠가 잡지에서 취업 컨설팅을 하는 분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초반 3분 이내에 뚜렷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 강하게 자신을 어필하라고 권하는 것을 들었다. 과연 그런 행동이 플러스일까?

 

엔지니어 실습 현장 (rainbowstar.chungkang.ac.kr)

면접은 그 사람이 그 회사에 적합한 지 여부를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는 과정이다. 면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면접자도 자신에게 맞는 직장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회사 측에서는 그 사람의 업무 능력과 자질, 인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러나, 역시 기본은 그 사람의 실력이다. 엔지니어는 기술, 스킬셋(skill set), 영업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능력, 경영 부서는 경영에 대한 지식이 기본이다. 아무리 성격이 좋고 노력하는 자세가 있더라도, 실력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뽑고 나서 서로가 힘들다.

나는 지원자의 출신 학교나 성적표를 별로 보지 않는다
. 대학을 졸업 안했더라도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낸 이들을 많이 보았다. 또한 학교마다 성적을 받기 쉬운 과목이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평점에 대한 나의 신뢰도는 크지 않다. 다만, 어떤 과목들을 들었느냐 하는 것은 눈여겨본다. 특히 별다른 경력이 없는 신입 사원의 경우 대학에서의 이수 과목과 활동 여부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전공 과목이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일부 지원자들이 고학년에서 전공 과목을 상당히 적게 들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도 전공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진, 판소리, 개론 과목 등이다. 물론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추구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고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성적을 보면 무언가 의도적으로 학점을 올리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구심도 든다.

 

하도 이상해서 본인에게 직접 질문을 했더니 졸업을 위해 필요한 전공 과목을 2-3학년에 다 들었기 때문에, 4학년은 교양 과목 위주로 들었다고 한다. 친구인 대학 교수에게 물어보니 언젠가부터 교육 정책이 바뀌어서 전공 필수를 많이 줄였을 뿐만 아니라 전공 부담 자체를 줄였다고 한다. 학생들에게는 학점이 취업에 중요하기 때문에 교수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도대체 말도 안 되고 무책임한 교육 체계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선택해 가는 과정이다. 오히려 1-2학년 때에는 폭넓게 과목을 들어서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를 선택하고, 고학년에 갈수록 본격적으로 전공 과목에 집중하는게 당연하다. 나는 대학 3-4학년

지도교수 Robert Mitchell

시절에 교양 과목을 들은 기억이 없다. 미국 대학에서도 3학년 이후는 전공 이수하느라 쩔쩔맨다. 게다가 전공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학, 물리학, 화학, 통계학 등 관련 자연과학 분야도 이수해야 한다.

유학 시절 박사 과정을 위한 이수 과목을 다 끝내고 자격 시험(Qualifying Test)도 다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가 내가 들은 과목을 쭉 보더니 몇 과목을 더 들을 것을 주문했다. 그것도 다른 학과에 가서.. 그래야 연구(research)에 도움도 되고, 나중에 사회에 진출해도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그 당시에는 상당히 귀찮게 생각했지만 나중에 그것이 나에게 약이 되는 조언이었음을 깨달았다.

 

기초가 부실하면 따라갈 수 없어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으로 알아야 하는 과목이 있다
.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데이터 구조, 운영체제, 네트워크,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공학 등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초다. 보안 소프트웨어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그래밍은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프로그래밍도 실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면, 컴퓨터 학원에서 신택스(syntax) 위주로 배운 프로그래밍 능력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어떤 분들은 사회 생활은 실력보다 인간 관계가 좋아야 돼라고 얘기한다. 하긴 나에게도 “CEO가 너무 기술을 잘 알아서 시시콜콜 챙기면 사업이 오히려 안 된다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그 말은 틀렸다. 기본 실력이 없으면 대우를 못 받는 세상이다. 과거에 그런 식으로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철저한 실력에 기초한다. 단지 같은 기술이라도 경영자와 기술자가 이해하고 활용하는 관점과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단 어느 분야에서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어야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그 후에야 그 사람의 인간성과 각종 역량이 발휘되어 꽃을 피운다. 자신이 설 땅도 없는데 아무리 좋은 품성을 갖추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실력에 기반을 둔 전문성은 그 사람의 커리어(career)의 줄기에 해당한다. 취직만 시켜주면 열심히 해서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초는 그렇게 짧은 시일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차분히 기초 실력을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실행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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