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4) - 갑 vs 을 시대착오적 세태

CEO 칼럼 2009.10.05 12:36

먼저 두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사례 1

대기업 부장이었던 분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독립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 동안 닦아 놓은 인맥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려고, 마침 명예퇴직 프로그램이 좋아서 퇴직금 두둑하게 챙겨 나왔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어리둥절했다. 그 분은 을 괴롭히는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항상 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면서 심한 접대 요구는 유명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에서도 그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알게 된 기업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슈퍼 갑앞에서 잘 보이는 것 이외에 의 옵션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회사를 나온 그에 대한 예우는 이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모두가 냉랭하게 대했고 그 후 소식은 잘 모른다.

 

사례 2

공무원을 오래 하시다가 도중에 모 회사의 임원으로 가신 분이 있다. 그가 한참 잘 나갈 때에는 업체들이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눈도장을 찍느라 바빴다. 그가 행사할 수 있는 예산과 결정권은 막강했다. 전문가가 적던 시절이어서 그의 발언권은 아주 컸고, 이에 힘입어 그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전문가들이 많아지면서 그의 실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내부에서도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늦기 전에 회사로 옮긴 것은 괜찮은 결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분이 회사에 가서도 목에 힘을 빼지 못하고 지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접대를 나가서도 훈계조로 얘기하거나 자신이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적응을 하지 못하고 회사를 관두었다.

 

갑과 을의 관계는?

갑과 을은 평등한 관계인가?

직장을 선택하면 업무의 형태가 의 어느 한쪽에 속하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회사 자체가 의 역할,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역할이 큰 업종일 수 있다. 아니면 의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게 될 수 있. 모두가 그 회사를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기에 어디서든지 성실하게 임한다면 전문가로서 중요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그런데
, 우리 나라는 의 불평등이 심각한 문화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나 물건을 사는 쪽보다 판매하려고 하는 입장이 항상 아쉬운 법이다. 특별히 공급이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매자가 비즈니스의 열쇠를 쥐게 된다.

그렇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해 주기 바란다는 갑의 마음도 있을 수 있다. 거래는 상품과 용역을 재화로 교환하는 공정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의 불투명성과 불합리성의 문제다.

 

왜 유독 우리 나라에서는 의 권한이 강할까? 
필자의 생각에는 과거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낮추어 보는 사농공상(
士農工商)’의 전통과 유교적 문화가 잠재적 원인중의 하나인 것 같다. ‘상도(商道)’라는 소설과 드라마를 보면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는 상인들의 이문(利文)을 갈취하는 양반들의 위선적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상인을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장사치로 간주하는 가운데, ‘내가 당신의 물건을 사 준다’, ‘베풀어준다라는 우월적 인식이 자리잡지 않았을까? 이런 인식이 현대 산업 사회로 오면서 투명한 거래로 진화했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정부와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 속에서 그런 문화의 형성은 미루어져 왔다. 시간이 가면서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평등은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직장에 취직해서 어떤 종류의 업무를 맡느냐는 나중에 그의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이를테면 만일 의 업무로 몇 년을 지내고 나면, 훗날 직장을 옮기거나 업무가 바뀌어서 의 입장에 처했을 때 잘 적응을 못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완전히 착각하기도 한다.

20년이 넘도록 편안하게 직장을 다니신 분이 있다. 연봉도 다른 업종의 친구들보다 높은 편이었고 시간적 여유도 많았다.억세게도 운이 좋구나라는 생각에 부러움이 들었다. 본인 스스로도 운이 좋아서 편하게 지낸다고 자랑하곤 했다. 그러나, 그 조직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는 커리어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그는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하고 심각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가치는 그 조직이 만들어 준 것이지 자신이 만든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직 속의 내가 아니라, 진정한 나의 가치가 필요
 
'
일을 시키는 입장일을 직접 수행하는 자세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일을 시키면서도 철저히 분석해서 전문가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겉에서 보고 판단하는 것과 실제로 부딪히면서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안철수 박사가 직접 숙제도 하고 시험도 보면서 해야 자기 것이 된다라며 CEO를 관 두고 고행의 MBA 프로그램에 들어간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사실 '갑'과 '을'을 단순히 수직적 관계로 보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의 역할은 큰 목표를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을' 즉 파트너의 도움을 필요로 할 뿐이다. '을'의 상품을 사 주거나 일거리를 주는게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파트너쉽을 자신의 파워(power)로 착각하고 즐기려는 이들이 있다.

은 항상 아쉽고, 머리 조아려야 하고, 고객이 부르면 달려가야 한다. 허나 ’로 오랜 경험을 쌓을 경우 자기 독립심이 강해지고, 자신의 역량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조직에 의해 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만의 현실적 가치를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냐 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삶을 태하는 진지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사회생활에 임하는 자세는 초기 몇 년의 직장 생활에서 자리잡히기 때문에 커리어에 있어서 중대한 기로다. 초반에 자신을 연단하는데 더 투자한다는 자세로, 직접 일을 수행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업무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실력이 된다.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