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가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IT와 세상 2009.10.18 07:59

청문회 장면

고위 공직자의 청문회를 보면 단골메뉴가 등장한다. 부동산을 통한 재산 형성, 병역 문제, 위장 전입 등이 그것이다. 특히 부를 구축하는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파워를 실감하게 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법하게 재산을 마련하는 행위는 보장되어야 한다. 재테크의 수단으로서 부동산은 엄연한 합법적 재산 형성 방법이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들이 불로소득의 대명사인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번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이 무엇을 느낄까?  보통 사람의 평생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재산을 아파트 몇 채의 거래로 쉽게 얻는 방법으로 돈을 번 부자가 많다면 정상이 아니다.

 

청부(淸富)는 자신의 열정과 능력으로 맨땅에서 성공한 부를 말한다. 부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려면 그런 사람이 증가해야 한다.

 

어느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사장님과 차를 같이 타고 가다가 고급 아파트 단지를 지나치게 되었다. 모두 10억이 훨씬 넘는 아파트인데 족히 몇 백 채는 되는 것 같다. 내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저런 아파트를 사려면 수입이 꽤 많아야 하지요? 그런데, 제 주위에서는 그런 수입을 버시는 분이 잘 안 보이던데요. 여기 눈에 보이는 아파트만 보아도 우리 나라에는 억대 연봉이 엄청 많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분 말씀이 “이상하지요? 정작 일하는 사람들은 그런 돈을 벌기가 힘든 세상인데.. 그러니 돈이 돈을 낳는다고 하지요.” 라면서 씁쓸해 했다.


부동산 값이 오른 이유는?


고급 아파트

우리 나라의 부동산 값이 오른 것은 경제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제를 발전시킨 원동력은 산업 일선에서 일한 일꾼들 덕이다. 중동에 가서 달러를 벌어오고, 땀 흘려 현장에서 일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신기술과 전문성은 끊임없이 가치를 증대시켜왔다. 그런데, 정작 고정되어 있는 자산인 땅과 집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땅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훨씬 큰 소득을 얻게 된다. 문제는 가치를 증대하는 데 공헌한 사람들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불로소득을 통한 부의 형성이 지나치다는 거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사회는 불가능하다. 어차피 불공평은 존재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성장에 공헌한 사람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이 지나치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땀 흘려 일하고 능력을 발휘한 사람보다 돈 불리기만 한 사람이 더 대우받는 세상이 된다면, 누가 진정한 부와 가치를 증대하는 일에 종사하려고 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애써 힘든 이공계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

 

나는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는 현실, 특히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우리 미래의 목줄을 죌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한때 이공계는 꿈을 안고 몰려드는 엘리트의 온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이공계 기피 현상은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은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경우 과학기술자는 존경받고 안정된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독일은 기술자의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다만 공부할게 너무 많고 힘들어서, 또한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힘들기 때문에 기피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일은 힘든 데 비해 경제적인 안정감은 미약하고 사회적으로도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대한 착각


어떤 이들은 중국과 인도 때문에 우리는 결국 안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잘 들여다 보면 중국과 인도에 대한 추상적 인식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들의 경쟁력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또는 인력이 많다고 해서, 인프라와 법 제도, 국민적 인식이 단시일 내에 정착되지는 않는다. 중국과 인도도 그만큼 성장통(growing pain)을 겪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모두 중국과 인도에 내어주고 나면,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 살자는 얘기인가? 서비스? 금융? 모두가 현실감 떨어지는 추상적 대안이다. 우리의 근거를 그리 쉽사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축적된 경험과 능력, 마인드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와 산업이 적절한 포지셔닝을 잘 할 수 있다면, 항상 번영할 방법은 있다. 중국과 인도를 논하기 앞서 적절한 기술 인력이 공급되지 못하는 기업의 현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과 창의력이 절대적 파워가 되어 가고 있다. 진정한 부가 여기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 ‘이공계가 우리의 희망’이라느니, ‘진정한 애국자’라는 선언적 구호는 필요없다. 기술자로서 자신의 노력이 결실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국가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에 공헌한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전문 기술이 있거나 기술에 대한 개념이 있으면 일자리의 옵션이 많다. 반면에 기술을 모르면 점점 설 자리가 적어진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의 상식이다. 기술자들도 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진정한 기술인으로서의 확신과 진지한 자세를 필요로 한다.


(10월 13일, 디지털타임즈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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