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IT비전을 이끈 오명 총장 만나보니

책으로 보는 세상 2009.11.02 06:38

어느 조찬 모임에서 오명 건국대 총장의 초정 강연이 있었다. 오명 총장은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다. 80년대 초 대학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과 IT에 종사해 온 나로서는 한국이 이 분야에서 강국으로 발전한 과정이 각별하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고비에는 항상 오명 박사가 있었다. 비록 당시에는 그 분을 직접 뵐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었다.


IT 한국을 만드는 중심에서...

대학원시절 현 ETRI인 전자통신연구소에 잠깐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단군 이래 최대의 R&D 프로젝트라던 TDX 교환기 국산화 현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선배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TDX 이외에도
컬러 방송에 대한 과감한 실현, 우리 기술로 해외에 입증한 88올림픽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DRAM을 통한 반도체 산업의 발판 마련, 초고속통신망의 기반이 된 데이터 통신 인프라, 국산 주전산기 개발, 대전 엑스포, 월드 베스트로 인정받는 인천 공항 건설 등 우리에게는 수많은 마일스톤(milestone)이 있었다.

한국의 IT는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인재들에 대한 끊임없는 육성과 그들을 바탕으로 도전적인 프로젝트 수행, 이를 통해 점프하는 기술 경쟁력이 주효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는 오명 박사의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그 분의 실질적 공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날 모임에서는 오명 총장이 직접 사인해 주신 “30년 후의 코리아를 꿈꿔라를 선물로 받았다. 강연 중에도 이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온 지도자들
 

김재익 수석

강연 중에 오늘의 한국을 위해 조용하게 공헌한 많은 리더들이 언급되었다. 특히 그는 인생의 멘토(mentor)인 김재익 박사와의 인연에 대해 강연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김재익 박사는 당시 대통령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전적으로 신뢰했던 수재 공무원이다. 오늘날 정보통신 산업으로 먹고 살 거리를 만든 것은 그의 의지와 공헌이 컸다.

이제는 20대 재벌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앙심 먹고 철수하려 한다. 1500배에 달하는 3만여 개의 중소기업이 뛰놀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들어도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아웅산 사태로 젊은 나이에 비명에 간 것이 대한민국으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그 외에도 TDX 개발을 총괄한 양승택 박사, 검소하고 소박한 공무원의 표상인 김성진 장관 등 존경받는 인물들이 책에 나온다. 정치와 언론에서 온갖 트집 잡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배들의 희생적인 정신이 오늘날 자랑스런 한국의 위상을 만들어 내었응은 자명하다.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소신은 연설 내내 느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 나라는 가난하고 침략당하는 비운을 겪어왔다. 유사 이래 국운(國運)이 이처럼 융성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60년도에 국민소득 100불도 안 되던 나라가 세계 13 GDP의 나라가 된 것은 이를 입증한다.

 

TDX 개통 (dt.co.kr)

80년대에는 전화 한 대 놓는 기간이 몇 달이 걸렸고 그 비용도 자동차 한 대 값과 맘먹었다. 5000억 원에 달하는 교환기 수입이 그 원인이었다. 기술자들도 자신이 없었던 교환기를 국산화한 것은 국가 프로젝트(National Project)의 쾌거였다. 개발자들이 직접 작성한 ‘TDX 혈서라는 서약서가 나올 정도로 비장한 각오였다. 이러한 국가 프로젝트는 설사 실패하더라도 수많은 인력들이 배출되고 인식이 바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신이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해야...' 


그는
40대 초반 차관을 시작으로 직업이 장관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정권을 초월한 대표적 엘리트 관료로 인정받는다. 한편 경영인으로서 대학 총장으로서 해외 국가의 자문으로서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한 성공에 대한 자신의 해석은 아주 담담하다.

 

나는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위의 사람들도 그렇게 얘기를 한다. 하는 일마다 잘 되었으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일이 되지를 않는다.” 다소 의외였다. 자신이 한 많은 일을 운으로 돌리다니!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그의 본심이었다.

 

그런데, 운은 자기가 (본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돌아온다. 다시 말해서 긍정적 사고로 사는 사람이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참으로 인생의 귀감이 되는 말이다. 긍정적 사고의 삶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그의 삶의 궤적 속에 담겨있었던 인생관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고 마음에 새겨진다. 경험으로 우러난 그의 메시지들은 진솔하다.


  • 리더라면 비전(Vision)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비전’. 통찰력 혹은 미래에 대한 탁월한 예지력을 뜻하는 말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나는 비전을 가지라는 말은 공부하라라는 말을 더 그럴싸하게 표현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보다는 똑똑하면서도 조금은 게을러서 아랫사람이 앞장설 수 있는 기회를 줄 줄 아는 여유 있는 리더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에서는 책임지고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조찬 모임을 끝내고 나오면서 모처럼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출근길을 서두르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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