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와 바닐라를 미국인이 못 알아들은 이유는?

Global View 2009.11.05 06:24

다소 부끄러운 얘기지만 미국 유학 시절에 경험한 일화를 소개한다.

 

일화 #1

 

맥도널드(McDonald)에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우유가 먹고 싶어서 햄버거와 밀크(Milk)를 주문을 했다. 그런데, 주문 받는 젊은 여직원이 못 알아 듣는다. 그래서, 재차 ‘Milk’를 여러 형태로 발음을 고쳐서 해 보았으나 “What did you say?”만 반복한다. 다행히 뒤를 돌아보니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조심스레 다시 ‘milk’라고 하니 그 여자가 여기는 그런 물건 못 팔아요 (We can’t sell it)” 하는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milk(밀크)’‘beer(비어)’로 알아 들은 것이었다. 하도 난감해서 결국 ‘Coke’로 음료수를 바꾸고 나서야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l’‘r’을 구별해서 쓰지 못했던 대가다.

 



일화 #2

 

어떤 한국 유학생 부부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바닐라(vanilla)’라는 발음을 상점 주인이 못 알아 듣는 것이었다. 손짓 발짓 사용해서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겨우 통했다고 한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다른 분이 나는 그래서 아예 닐라아이스크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 알아 듣는다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서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Vanilla’의 액센트가 (Ni)’에 있기 때문에 액센트로 의미를 이해했다는 의미다.

 
'ㄹ'과 액센트는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적 차이

앞의 사례는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대표적 예다
. 한국어의 이 영어에서는 ‘l’‘r’로 엄연히 구별된다. 내가 아무리 발음이 나쁘다 치더라도 어떻게 밀크(milk)’라고 발음한 것을 비어(beer)’로 알아 듣는다는 말인가? 그만큼 미국인들이 알아듣는 과정에서 미(mi)비(bi)의 차이보다 ‘l’‘r’의 구분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두 번째 일화는 영어에서는 개별 자음에 대한 정확한 발음보다 전체적 흐름, 다시 말해서 액센트와 억양(intonation)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바닐라바(va)를 빼고 말하는 것 보다 니(ni)에 액센트를 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더 중요했던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이민이나 유학으로 온 사람들이 영어라는 공통 언어로 소통하는 사회가 미국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살다 보면 여러 종류의 영어를 경험하게 된다. 백인, 흑인, 인도(Indian), 히스패닉(Hispanic) 등 수많은 종족마다 발음이나 언어를 구사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다. 정형화(Formal)되고 빠른 동부에서의 말하는 방식과 느리고 질질 끄는 스타일의 남부 영어는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영국식 언어는 고급 표현으로 우대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어디에서 자랐고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게다가 영어는 미국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모임이나 사업 미팅에서 영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특성 (flavor)의 영어에 익숙해 져야 한다.

 

그런데, 어느 영어를 사용하더라도 몇 가지 고유 특성은 정확히 유지해야 한다. 앞서 말한 과 액센트는 한국어의 구조가 영어와 다른 대표적 경우다. 따라서, 이런 발음은 한국인이 영어로 소통할 때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


억양 차이로 다른 뉘앙스가 느껴지는 까닭은
 

동경에서 일본어로 발표를 하고 나면 참석했던 일본인들에게 어떠했느냐고 물어 보게 된다. 그러면 발음도 괜찮고 알아듣기는 했는데 무언가 듣기에 어색한 느낌이라고 한다. 의견을 종합 분석해 보면 결국 억양의 문제다. 우리 나라와 같은 언어의 뿌리를 가진 일본어만 해도 억양의 영향이 크다. 밋밋하게 얘기하는 것 같아도 잘 들어보면 파동이 느껴진다. 한국어가 유난히 평평한(flat) 특성이 있는 만큼 외국어를 배울 때 유의해야 한다.

 

나는 굳이 미국식 발음을 똑같이 흉내 내기 위해서 전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창하고 수려한 영어를 구사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의사 소통을 정확히 하는 커뮤니케이션 훈련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바람직하다. 발음은 미국식으로 열심히 굴리는데 표현이 한정되어 있거나 세련되지 않다면 결코 영어를 잘 하는게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는 필수 덕목이다. 그러나, 어느 언어를 구사하든 자신의 논리(logic)로 풍부한 표현력으로 대화하는 기법은 비슷하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스킬(communication skill)이 외국어 발음을 흉내 내는 것 보다 중요하다. 단 한국어와 구조적 고유 특성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디테일한 노력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