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도서관 개방시간이 줄어든 까닭?

Global View 2009.11.18 06:43

캘리포니아에서 어떤 이와 환담을 하던 중 들은 얘기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주립대학의 도서관 시간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기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24시간 개방하던 도서관을 밤 시간에는 문을 닫는다고 한다. 순간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과 같은 곳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대학도서관 전경 (pusannews.ac.kr)

대학 캠퍼스에서 도서관은 꽃이며 등불이다. 불야성을 이룬 도서관은 진리 탐구가 이루어지고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산실이다. 대학은 24시간 개방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서관이 지나치게 시험 공부나 고시 준비에 치우친 감도 없지 않다. 세계 어느 대학이고 시험 때가 되면 도서관이 가장 붐비기 마련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도서관만큼 공부와 학문이라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장소는 없다.

 

대학 시절 새벽같이 가서 도서관 문을 열기 전에 가방을 쭉 세워놓고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이 아침 6시에 열기 때문에 벌어진 진풍경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더 나아가 친구들을 위한 근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은 치열했다. 도서관 문이 열리자 말자 가방과 책 몇 개를 들고 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책을 여기 저기 던져서 자리를 일단 맡고 보자는 좌석 쟁탈전은 지나치기까지 했다.

 

당시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조용히 공부를 할 수 있는 독서실의 성격이 더 강했다. 정작 책을 신청하려면 카드를 작성해서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요즈음은 대학 도서관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대학 시절에는 도서관이 데모의 무대로 사용되곤 해서 제약을 받기도 했다).


책 냄새 속에서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도서관


미국에 유학을 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도서관이었다
. 도서관이 여러 개가 있을 뿐더러 서고의 틈에 여기 저기 놓여진 테이블에서 책냄새를 맡으면서 공부하는 것은 색다른 맛이 있었다. 원하는 책을 언제든지 찾아 볼 수 있는 즐거움은 학문의 자유로움(freedom)을 느끼게 했다. 어떤 때는 나이 많으신 교수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기도 했다. 한국에서 교수님을 도서관에서 본 적이 전혀 없었던 나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뉴욕의 자랑인 공공 도서관

미국 작은 시의 한 공공도서관

 

동네마다 있는 공공 도서관은 미국 사회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국에서도 '공공 도서관을 짓자'는 운동이 벌어졌었던 적이 있는데, 도서관은 그 동네의 숨결같은 존재다. 미국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우리 아이들의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렸다. 손수 구매해서 소유한 책은 상당히 적다. 아이들 책을 빌리러 갔다가 가족이 같이 앉아서 이런 저런 책을 보던 시절은 지금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마치 엄마의 품처럼 포근함이 느껴졌다.

 

내가 앞서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분에게 도서관을 낮에만 연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요? 아무리 기숙사에 공부할 공간이 있더라도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과 같은 곳인데..”, 그러자 그 분은 아놀드(배우 출신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지칭)에게 물어 보세요. 저도 답답합니다.” 마침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에서 도서관의 24시간 개방을 요구하는 데모도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도서관 개방 요구 데모 뉴스)


경제가 어렵고 삭막해져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도서관의 모습도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전자책(eBook)이 책을 대체하게 되고 사이버 공간에서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더라도 책과 도서관이라는 아날로그 공간을 100% 대체할 수는 없다. 나도 아마존의 킨들(Kindle)을 애용하고 있지만 책을 보완하는 것이지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세대에서 자라난 나의 지나친 향수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은 생각을 정리하고 책 속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에서 얻는 지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진리 탐구를 위한 대학에서의 도서관은 진리의 박동을 뿜어 내는 심장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도서관을 단순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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