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창문이 없는 이유와 컴퓨터 출판?

IT와 세상 2009/12/28 06:46

타임스퀘어에서 컴퓨터출판이 생각이 난 이유는?

얼마 전
TV 뉴스에서 왜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을까?”라는 타이틀의 르포 기사가 소개되어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대략 알고 있었지만 백화점의 상술(商術)에 대해 잘 정리해 준 프로였다. 한 마디로 판매를 증진하기 위해 방문객들의 동선(
動線)을 교묘하게 유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 중에 지적된 몇 가지를 소개하면,

 

한국의 백화점 내부 (kr.blog.yahoo.com/hhs8686)

첫째,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밖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귀가를 서두르게 되어 마음이 급해진다.

같은 맥락으로 백화점에서는 벽시계를 찾기 어렵다
. 쇼핑하다가 무심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하고 쇼핑을 그만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를 대부분 가지고 있고 요즈음은 휴대폰도 시간을 알려 준다. 허나 구태여 그것들을 꺼내어 보지 않는 고객들에게 시간을 알려 줄 필요가 없다.

둘째
, 화장실은 각종 판매대를 지나 구석 위치에 있다
. 혐오 시설이라 멀리 놓는 것이 아니다. 화장실을 오고 가면서 관심 있는 물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화점 1층에는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을 찾아 2층 혹은 그 위로 이동하면서 진열된 상품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가능하면 눈요기를 곳곳에 놓음으로써 하나라도 더 손에 닿게 한다.
 

셋째, 여성 용품은 저층(1층과 2-3)에 집중 배치한다. 어느 가족이든 쇼핑의 주도권은 여성이 쥐고 있다. 남성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미리 연구해서 상품을 손에 쥐면 목적을 달성해서 만족하는 성격이다. 반면 여성은 돌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상품을 보고 입어 보기도 하고 고민하는 그 자체가 기쁨이다. 이러한 남녀의 특성과 심리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서 동선(動線)을 설계한다.

 

넷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상점화한다. 빼곡하게 상점을 배치하는 것도 모자라서 곳곳에 임시 판매대를 놓아 세일 행사를 한다. 또한 각종 이벤트와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결국 쇼핑에 푹 빠지게 해서 지갑을 열게 하는 고도의 상술이다.

 

타임스퀘어에서의 다른 점을 느낀 이유는..

경방 타임스퀘어의 천장 View

우연하게도 TV 프로그램을 본 바로 다음 날 영등포에 새로 오픈했다는 경방 타임 스퀘어(Time Square)에 갔는데 그러한 개념과 많이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일단 천장을 통해 훤하게 하늘을 볼 수가 있다
. 물론 천장이 아주 높고 조명이 밝아 밤인지 낮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보이기는 하지만, 위만 쳐다 보면 밖이 어떤 상태인지 눈에 들어 온다.


무엇보다 여러 층을 관통해서 훤하게 뚫린 공간이 눈에 띈다
. 이 쇼핑몰의 오너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입점(
入店)을 시켜야 돈이 될 터인데 과감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보는 이들에게는 시원한 느낌을 주어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놀이 공간, 식당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서 가족들을 가능한 한 오래 머물게 하려는 의도가 타임 스퀘어가 자랑하는 컨셉(concept)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백화점은 일본식 백화점 체계를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유명한 미츠코시(三越) 세이부(西武) 백화점에 가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하 1층에는 음식 매장이 있으며, 1층에는 화장품과 고급 액세서리, 2층은 여성 정장... 이런 형태는 상당히 익숙해서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도 별 어려움이 없다.

 

홍콩의 Times Square(skyscrapercity.com)

서구에서 발달한 쇼핑몰 문화

반면 쇼핑몰
(Shopping Mall)은 미국식 개념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는 비좁게 쇼핑 공간을 억지로 짜낼 필요가 없다. 노스트롬(Nordstrom), 삭스(Saks), 메이시(Macy)와 같이 랜드마크(Land Mark)가 되는 백화점들을 각 코너에 위치시키고 나서 내부는 널찍하게 쾌적한 공간으로 설계한다

땅값이 비싸면서도 쇼핑의 천국으로 불리우는 
홍콩의 타임스퀘어, 하버시티(Harbor City)와 같은 쇼핑몰도 이와 같은 개념을 따르고 있다.
어쨌든 경방의 타임스퀘어는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개념이라서 반응이 신선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 타임 스퀘어에 서 있으면서 생뚱맞게 인쇄물의 패러다임 변천사가 생각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났다.



컴퓨터출판으로 개념이 바뀌는 인쇄물
 


90년대 초부터 잡지나 서적은 큰 변신을 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빽빽하게 활자가 박혀 있는 읽는잡지에서 전반적 레이아웃을 보는잡지로의 변신이다. 과감한 여백, 큼직한 활자, 곳곳에 눈을 끄는 화보는 독서 패턴이 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배경에는 기계를 활용한 활자 인쇄에서 DTP(Desktop Publishing)를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레이아웃을 조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즉 컴퓨터출판 기술이 한 몫 했다.

 

80년대 초에 논문을 제본하기 위해서 충무로 인쇄소에 직접 간 적이 있다. 컴퓨터출판이 나오기 전이라서 수학이나 국한문(國漢文)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국한문 타자기로 교정을 해 주는 분들에게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커피 사 드리며 귀찮아 하는 인쇄소 직원들에게 절실하게 매달린 기억이 난다. 그 후 박사 논문은 애플사의 매킨토시(Mac II) 컴퓨터와 레이저 프린터로 내가 직접 수정해 가면서 손쉽게 제본을 했다. 90년 대 초반 DTP와 CTS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의 도입으로 인쇄 출판의 생산성이 증대하고 손쉽게 표현할 수 있어졌다. 자연히 활자 중심에서 그래픽 위주로 인쇄물이 진화해 갔다.

 

그 후 잡지의 페이지 당 글자 수는 나날이 줄어들면서 독자들의 관심(attention)과 시선을 끄는 레이아웃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글자를 더 넣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눈길을 머물게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 공간이라도 더 자리가 차야 돈이 더 되는 백화점의 모델과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려는 타임 스퀘어를 보면서, 지면을 빽빽하게 활자로 채우는 것보다 시각 위주로 바뀐 인쇄물의 변화가 생각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비행기에서 본 문화 차이는?

Global View 2009/12/24 07:30

일본 출장을 다녀올 때 김포-하네다 스케줄이 다양해서 현지 스케줄에 맞추어 적절한 시간대의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일본 국적기인 JAL이나 ANA을 종종 이용하게 된다. 최근에는 일본 항공기가 가격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메시지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 승무원에게 가장 많이 제지 당하는 것이 기내에서의 휴대폰 사용이다. 비행기에서는 항법 장치에 이상을 줄 수 있어서 이착륙 시에 전자 장치를 꺼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제재를 적용하는 강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 비행기에서는 기내에서 바로 휴대폰을 꺼야 한다
. 나도 무심코 문자를 보다가 승무원이 놀라서 달려와서 제발 꺼달라고 한 적이 있다. 한국 비행기에서는 이륙 전에 대기할 때는 어느 정도 봐 주는데 비해 일본은 규칙대로 철저하게 시행한다.

일본을 다녀오고 나서 바로 다음 주에 중국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중국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앉은 어떤 중국인이 비행기가 게이트를 빠져 나와 활주로로 진입하고 있는 데도 문자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마침 지나가는 승무원이 보면서도 전혀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첼로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려면?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중국 비행기를 탔을 때의 황당한 사건이 생각났다
. 한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보이는 인원이 단체로 탔다. 그 중에는 첼로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당연히 첼로는 비행기 내의 공간에 집어 넣을 수가 없다. 승무원이 이 악기는 짐칸에 넣어야 한다고 하니 그 단원의 리더로 보이는 분이 세상에 악기를 짐칸에 넣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버럭 화를 낸다. 서로 10여분 정도 언쟁이 있더니 결국 첼로를 어정쩡하게 복도에 놓은 채 이륙했다.

 

무릎팍 도사에서의 장한나씨

내가 알고 있기로는 첼로는 별도의 자리를 구매해야 한다. ‘무릎팍 도사에 나온 첼리스트 장한나 씨가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한 적이 있다. 첼로의 티켓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왜 똑 같은 돈을 내는데 첼로는 기내식도 안 주고 마일리지도 안 주느냐"며 불평하던 장면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앞의 예에서 본 것처럼 비행기가 어느 국가에 속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가이드라인도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은 철저하게 FM대로 한다. 중국은 가장 느슨한 것 같고, 한국은 그 중간 정도다. 비행기에서의 규정은 전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지만, 이와 같이 국가별로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정도는 다르다. 그 차이는 그 국민들의 의식이 어떠한지, 법 체계가 잘 정리되어 있고 법 적용은 엄격한지에 달려 있다.

 

법과 규정을 얼마나 잘 수용하고 따르느냐 하는 척도는 산업에도 영향을 준다. 일본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소프트웨어는 제 값 주고 사야 한다는 평범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게임의 베타 버전을 중국 업체에는 안 보여주려는 이유는 중국에서 바로 베끼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과 규칙을 따른다는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영화 해운대가 복사되어 배포된 것이나 배우는 학생들이 라이센스없는 소프트웨어를 버젓이 사용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정보보안의 컴플라이언스가 지켜지려면..

우리 나라가 보안이 취약한 이유는 이런 문화에도 원인이 있다. 보안 정책을 설정해서 잘 준수하도록 하는 컴플라이언스 (Regulation Compliance)는 정보 보안의 기본 명제다. 컴플라이언스는 정보 보안 뿐만 아니라 IT, 재무, 금융 등 기업의 중요한 리스크를 관리 하는데 있어서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안 정책을 잘 만들어도 이를 실행하는데 있어서 구성원이 잘 따르지 않고 예외가 많아지면 정책이 설 땅을 잃게 된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는 구성원의 준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다.

 

법과 규정을 치밀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예외없이 그런 규칙과 정책을 따르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일본은 보안 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린 국가(Green Country)로 분류된다. 그 기반에는 규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문화가 한 몫하고 있다.

정보 보안은 정책을 제대로 따르겠다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 비행기 안에서의 작은 차이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의 보안 인식 수준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직업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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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의 아픈 역사가 우리의 IT미래인 이유는

Global View 2009/12/22 07:33

연변 조선족이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많이 들어왔지만 중국의 연길 지역을 방문할 인연이 닿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마침 연변과학기술대학 총장님의 초청으로 이 대학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김진경 총장과 함께 본부 입구에서

학교 내력을 설명 들으면서..

 
이 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약 3개월 전이다. 우리가 악성코드 대응센터 (ASEC)를 강화하는 일환으로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베이징이 IT 기술자를 뽑기가 더 수월한 점도 있고 제품 특성상 공안 인증을 텐진 지역에서 받아야 하는데 1시간 거리인 베이징이 유리했다. 이전된 사무실을 둘러보고자 베이징에 갔을 때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마침 연변 과기대 출신들 직원들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이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이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한국을 방문 중인 김진경 총장님 일행이 방문을 했고, 보다 체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산학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어 총창님의 초청으로 이 대학 학생들과 만남을 가질 기회가 마련되었다. 우수 인력들을 위해서라면 지구 어디라도 갈 판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대학에 들어서는 길목이 푹 꺼져 있어 물어보니 사격장이었다고 한다. 말이 사격장이지 총살형이 집행되던 언덕이라고 한다. 15년 전에 아무 것도 없었던 이 척박한 땅에 학교를 설립하고 그 앞에 큰 길이 난 것을 보니, 그시절 개척 정신으로 도전했던 총장님의 혜안과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모두 연결된 건물들

대학 전자도서관


건물이 모두 연결된 대학 건물

대학을 들어서면서 눈에 띄는 점은 대학 건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 강의실과 기숙사, 교수 사무실을 이동하는데 특별한 배려가 필요했다. 부수적인 효과로 교수와 학생들 간에 소통하기가 쉬워서 더욱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통로를 이용해 건물들을 오가는데 학생들이 깎듯이 인사를 한다. 옆에 계신 교수님께 여쭈어 보니 여기서는 인성 교육을 강조해서 모두가 인사를 하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이런 예의 바른 문화를 체험하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보안 제품을 기증하며

대학 본부 차원에서 주관하는 특강이라 그런지 강당은 많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 한국에서 교환 학생으로 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열심히 필기하면서 경청하는 진지함에 나도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IT의 글로벌 동향과 인터넷 서비스 현황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순수함과 젊음,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학교를 나와 연길 지역을 둘러보았다. 
대학 시절 가장 즐겨 불렀던 선구자에 등장한 '일송정', '해란강'이 저 멀리 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인 용정(龍井)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백두산, 두만강 등 북한 경계선이 지척 거리에 있었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

간도를 둘러싼 한민족의 역사 


국사 시간에 이 지역을
간도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19세기 간도로 이주한 한인들 이야기와 간도를 둘러싼 강대국간의 영유권 분쟁이 되었던 곳이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는 독립군의 활동 무대였다. 대하소설 토지에서 주인공 서희와 그 가족이 하동으로부터 이주한 배경이기도 하다. 훨씬 이전에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우리의 뿌리가 발원한 곳이다.

중국에서도 이 지역을 길조가 있는 곳이라고 여긴다고 한다. 청나라를 만든 누르하치가 이 부근에서 창궐했고, 백두산(중국 이름으로 장백산)은 오래 전부터 좋은 징조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한국에서 직선 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은데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없어 서쪽으로 돌아와야 했다
.  창 밖으로 드넓은 산악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이 곳이 고구려 시절 우리 선조들이 헤치고 다녔던 만주 벌판인가? 역사의 살아있는 숨결을 느끼는 듯했다.

드넓은 만주 벌판


언젠가 KTX가 놓이면 몇 시간에 올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젊은이들은 훗날 이 땅을 굳게 딛고 대륙과의 연결된 세계를 실현해 갈 것이다. 이 곳은 한국이 세계로 뻗어가는 길목의 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잊혀져 있는 우리 조상의 아픈 과거 역사를 살려내는 숙제도 남아 있다. 이러한 미래를 위해 꿈을 키우고 연구하는 준비는 하고 있는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 여행이었다
.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 산정이 한심한 이유

IT와 세상 2009/12/08 23:00

소프트웨어는 투입한 시간과 비례하는 것일까?

 

미국의 과학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학교 교과목에는 C 프로그래밍 실습이 있다. 이 수업 시간에는 매주 새로운 숙제를 주고, 학기말이 되면 그 숙제의 결과를 합해서 최종 점수가 정해졌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이민을 온 어떤 학생이 수업 시간을 지루해하면서 평상시 숙제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학교 수업보다 컴퓨터에 빠져 사는 것을 본 선생이나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그런데, 학기말 1주일을 앞두고 이 친구는 한 학기 동안의 숙제를 한꺼번에 해치우는 게 아닌가? 더욱이 선생이 준비한 답안보다 훨씬 성능이 좋고 적은 코드로 컴팩트(compact)하게 구성한 결과에 선생이나 학생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러시아 출신 학생이 일주일만에 한 학기 끝낸 비법은?

 

이 친구는 머리 속으로 가장 효과적인 알고리즘을 창의적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고교 과정 실습에 나오는 과제가 기껏해야 얼마나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고등학교에 선발될 정도면 일반인보다 컴퓨터에 일가견이 있는 청소년들이다. 그런 그들이 매주 일정 시간씩 공들여 한 숙제를 합한 것보다 뛰어난 기량을 단 일주일 내에 발휘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현상이다. 투입된 시간의 양과 결과물은 상관 관계가 적다.

 

만일 이 러시아 친구의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로 산정한다면? 일주일의 작업이나 인력투입(MM, Man/Month)으로는 최저 비용에도 못 미친다. 오래 전 어떤 유명 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가 소프트웨어 심사를 하면서, 코드가 몇 줄이지?”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교수가 저런 마인드를 가질 정도라니! 그 분이 공부한 학문은 소프트웨어가 공학적 측면에서 자리 잡기 전이었던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행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 산정의 문제점은?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이런 식으로 산정한다. 개선해야 한다고 소리쳐 외치면,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대답이다. 누가 뛰어난지 판정하기 힘드니 공평하게라도 하는 게 맞다는 취지다. 그러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고급 연봉자가 나올 수가 없다. 프로젝트를 할 때도 뛰어난 개발자에 몇몇 인원을 끼워넣기 해서 돈을 받아내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소프트웨어 강국이라고 부러워하는 인도를 보자. 인도에서는 대학 졸업 5년 차 월급이 2만불 정도라면,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아키텍트(architect)는 최소 10만 불을 넘어선다. 인도에서 10만불 연봉이면 최고급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실력에 따라 얼마나 더 액수가 올라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역량의 차이가 월등하게 나는 게 소프트웨어 인력의 실상이다.

 

인도는 소프트웨어 개발 강국으로 재탄생했다. 사진은 10달러 노트북.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을 주어야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꿈은 고급 설계자인 아키텍트(architect)가 되는 것이다. 투입한 시간과 일정에 따라 돈을 버는 세상이라면 이런 고소득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공공 기관, 대기업을 막론하고 소프트웨어 단가는 모두 예전에 만들어 놓은, 소위 과기부, 정통부 단가에 따라 비용을 산정한다. 설상가상인 것은 용역 프로젝트라며 지적 재산권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는 세계적 기업이 된 대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도 소프트웨어에 관해서는 '라이센스'라는 상식적 개념도 적용하기를 거부한다. 용역으로 하는 것에 대해 감지덕지하라는 태도로 까다로운 법률 계약서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다 가져간다. 단가는 국내 정부 기준에 맞추면서 품질(quality)에 대한 요구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이런 환경에서 양질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양성되겠는가?
 

젊은 친구들이 너무 돈만 밝힌다. 나이가 들면서 경륜이 생기는 건데… ”라는 말을 하는 어른들도 있다. 그러면, 운동 선수는 어떠한가? 그들은 체력이 한계가 있어서 더 뛰고 싶어도 못한다. 어린 시절에 잠재력을 보이다가 30세에 가까우면 완숙미를 보이고,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은퇴를 하게 된다. 그 이후로는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그나마 체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운동 선수보다는 프로 생명이 더 길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실전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뛰어난 개발자들은 20대에 백만장자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완숙기에 이르면 최고의 연봉을 받고 경영자,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라이프 사이클이 형성되어야 좋은 인력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고급 아키텍트(architect)가 되겠다는 꿈을 키울 수 없다면, 그래서 풍성한 삶을 살 수 없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을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소프트웨어를 해서 실력만 갖춘다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이를 외면한다면 어떤 지원 프로그램을 동원하더라도 소프트웨어 강국이나 IT 강국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이뉴스24 컬럼 기고를 보완한 글입니다)

 

 

'그 까짓 소프트웨어 왜 못만드냐'는 착각

IT와 세상 2009/12/07 12:53

소프트웨어 개발이 단순한 프로그래밍이란 착각

누구나 컴퓨터를 접하게 되면 작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어린 나이에도 베이직(BASIC) 같은 언어는 쉽게 깨우칠 수 있다. 재미있는 표도 만들어 보고 그림을 화면에 그려 보기도 한다. 처음에 이런 것이 신기해서 소프트웨어에 빠져든 개발자도 많다.

 

BASIC 프로그래밍

이공계 전공자라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크고 작은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전자공학의 경우 자신이 만든 하드웨어를 동작시키고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IT
가 아닌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더라도 수치 해석이나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분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드웨어에 밀접한 소프트웨어는 어셈블리 언어로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급 언어를 사용한다. 프로그래밍하는 원리는 대체로 비슷하다.

이 정도의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경우 소프트웨어 공학을 제대로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 프로그래밍 과목에서 몇 가지 실습을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필요하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라이브러리(library) 기능을 잘 활용해서 프로그램의 전개 과정(procedure)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면 된다. 혹 잘 안 풀리더라도 몇 개 명령어(instruction)와 규칙을 책에서 확인하고, 잘 아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마무리하곤 한다.

 
"그 소프트웨어 몇 줄 짜면 되는 거 아니야?"

물론 복잡한 수준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규모의 프로그램 개발을 주위에서 여러 형태로 접하다 보면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경험을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확대 해석해서 별게 아니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거 몇 줄 짜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의식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모듈을 구동하거나 라이브러리(library) 함수를 불러내어 필요한 데이터를 얻는 행위는 프로그래밍 수준에서 해결된다. 그러나, 전체의 구조를 구성해서 논리적으로 작동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프레임워크를 만들려면 데이터 구조(Data Structure), 프로세스(Process)를 정립하고 여러 환경적 변수에 따라 치밀하게 동작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단순하게 규정된 단계대로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엔진이다. 때로는 수학이 필요하고, 최적의 알고리즘을 고안하고 적용해야 할 때도 있다. 구글(Google)의 검색 엔진이 뛰어난 이유는 고급 수학과 소프트웨어 공학이 절묘하게 결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업자들이 열정을 바친 결과가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이다.

프로그래밍과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공학의 차이

 

따라서, 단순 프로그래밍과 창의적인 아키텍처(architecture)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공학은 구별해야 한다. 고급 빌딩을 건설하는 현장을 생각해 보자. 건설 노동자가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적용하는 업무와, 그 빌딩의 전체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업무는 엄연히 다르다. 건축 설계는 주어진 디자인과 지반 여건을 토대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는 전형적인 지식 노동이다. 동일한 건설 업종에 종사하지만, 초점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똑같이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다고 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한 통속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착각이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면 나도 해 봤는데…” 하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을 만만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도 존경 받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까짓것 왜 제대로 못 만들어? 그리고, 만드는 데 뭐 그리 비싸? 다 사람 장사 아니야?”하는 심리를 느끼는 것은 지나친 컴플렉스일까? 소프트웨어가 허드렛일, 3D 업종으로 추락한 배경에는 그런 인식이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뉴스 칼럼 기고문을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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