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지만 유용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한 사례

IT와 세상 2010/05/11 07:26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다 보면 때로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순간에 유용하게 사용하게 된다. 금년 초에 경험한 황당한 경우를 짤막하게 소개한다.

Case 1

박지성 선수와 챔피언스리그

박지성 선수의 출전이 유력시되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그 전날 몹시 피곤해서 새벽에 축구나 보자 하는 생각에 일찍 눈을 붙였다. 챔피언스 리그는 보통 우리 나라 시간으로 새벽 4시-4시 30분 경에 한다. 유럽 시간으로 밤경기이다 보니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면 엄두도 내기 어렵다. 이 날은 마침 나의 생체적 리듬과 시간대가 맞나 보다.


눈을 뜬 시각은 4시 조금 넘어서였다. 일찍 잠든 탓에 기분도 괜찮았다. 맑은 정신에 축구를 보는 것도 오랫만이라 들뜬 마음에 TV의 전원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케이블 방송이 안 나오지 않는가? TV를 이리저리 돌려 보고, 셋탑박스의 케이블도 확인하고 리셋하는 스위치도 만지작 거려 보았지만 깜깜 무소식이었다. 이미 축구는 한참 하고 있을텐데..

"그래, 우리에게는 인터넷이라는 선생이 있지." 인터넷으로 원인을 찾고자 PC를 켰다. 그런데, PC는 켜지는데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그제서야 우리 집의 인터넷은 케이블을 통해 연결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전화는? 불행히도 인터넷 전화이니 전화도 불통. 근본적으로 케이블에 문제가 있는 건데.. 어떻게 케이블 회사에 전화를 하지? 전화 번호도 모르는데..

순간 스마트폰이 생각났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케이블 회사의 지역 방송 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했다. 멘트가 흘러 나오는데 우리 지역은 아침 6시까지 네트워크 공사 관계로 서비스가 안 된다는 것이 아닌가? 확인하기 위해 5분 이상 기다리니 안내원이 나왔지만 메시지는 동일했다.

할 수 없이 허탈감에 읽던 책을 뒤적거리면서 아침을 맞이했다. 케이블은 6시가 지나서도 연결이 되지 않아 오랫만에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찝찝한 느낌'으로 출근을 헸디. 만일 스마트폰마저 없었다면 출근하자 마자 부랴부랴 케이블 업체에 사람 보내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Case 2

지역을 이사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마침 외부에 나갔다가 퇴근 길에 옮기려는 지역 근처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소를 찾아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지만 너무 늦어서 집을 볼 시간이 안 되었다.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오겠다고 하고 명함만 들고 나왔다.

주말에 아내하고 외출한 김에 그 지역에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되어 지갑에서 부동산중개소의 명함을 찾았다. 순간 명함을 회사에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이런, 회사에 들렀다 갈 수도 없고 중개소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데.. 위치만 아는데 방법이 없을까?

부동산 간판에 있는 전화번호


순간 "스마트폰에서 다음(Daum) 지도의 로드뷰로 그 중개소의 전화 번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보통 그런 업체는 간판에 크게 전화번호를 써 놓지 않는가? 다행히 내 생각은 먹혀 들었다. 큰 길을 선택하여 로드뷰를 보니 그 부동산중개소의 사명과 전화번호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전화를 걸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스마트폰과 지도 애플리케이션이 나에게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그 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상호명을  찾는 TV 광고를 본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한 나 자신에 대해 기특하게(?) 생각되었다.

Case 1은 융합된 인터넷 환경이 얼마나 허무하게 우리 사회를 암흑 세계로 만들 수 있는 가에 대해 보여 준다. 만일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네트워크를 건드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온갖 채널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그 수단이 제로가 되었을 때의 공허함은 공포와 무서움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미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그만큼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Case 2는 스마트폰으로 오프라인 사회를 연결해 내는 작은 사례다. 유비쿼터스라는 거창한 표현을 안 쓰더라도, 모바일 상태에서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알아낼 수가 있다. 디지털 정보로 컴퓨터 속에 들어가 있는 정보는 물론, 세상에 널린 오프라인 정보도 인식해 낼 수 있는 지능화 사회가 오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의 융합이라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황당한 경우였지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스토리라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스마트폰 충격은 생태계 구성으로 극복해야

CEO 칼럼 2010/05/04 06:17

정보화는 개인과 기업, 정부의 위상까지 바꾸고 있다. 개인은 물질적인 편의를 넘어서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라는 수혜를 받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다양한 정보들이 빠르게 국민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투명한 국민 참여 정치를 실현해야만 했다.


지난 10~20년 동안 우리는 사회 구석구석에 이렇게 IT를 접목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IT가 적용된 분야는 정부, 금융기관, 제조업 등 전 분야를 총망라한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서부터 민원 업무, 레저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도 다양하다. 한국은 인터넷망, 하드웨어 시스템, IT 서비스에 집중한 결과 IT를 한국을 상징하는 단어로 만들었다.

아이폰의 생태계와 탄생 배경


그런 한국 사회가 지금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한 미국 기업으로 인해 메가톤급 충격을 겪고 있다. IT 강국이라고 자긍심을 가졌던 모습이 무너진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화를 위해 매진해온 우리에게 무엇이 잘못 되었던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생태계가 없는 한국

그 원인은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생태계가 없어서다
.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전문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대기업
과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하청기업화 된 산업구조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 콘텐츠 제작에는 창의력과 열정이 필수 덕목이다. 이는 규율과 관리의 문화에 익숙한 대기업보다 스피드와 집중력으로 움직이는 중소기업에 적합하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공급하는 권한을 대기업이 장악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산업은 대기업은 세계적 기업이 되었으나 경제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야 할 벤처기업과 전문 콘텐츠기업이 취약한 기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생태계는 창의력과 소통을 기반으로 탄생해야 한다
. 세계 최대의 디지털 음반 시장을 운영하는 애플
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업체가 아니다. 수많은 음악 콘텐츠를 생태계로 끌어들였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사업할 공간을 만들었다. 더 나아가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고, 각종 출판물을 끌어들이고 있다.

시대적 변화의 핵심은 폐쇄적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받아 보던 과거의 산업의 형태가 개방형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 케이블, 유무선 통신, 방송 등의 인프라는 인터넷 기반으로 옮겨 가고 있고,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TV
, 전자책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받는다. 이를테면 동일한 콘텐츠를 외부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보고, 사무실에 와서는 PC로 보고, 거실에서는 TV로 본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PC나 휴대폰에서 진화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큰 변화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지능적이고 스마트하고 감각을 갖춘 스마트폰은 PC와는 차원이 다른 휴먼 인터페이스를 보여 주었다. 컨버전스 시대를 이끄는 대표적 기기 중의 하나라는 인식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아야 현재의 변화 코드를 읽을 수 있다
.

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은 중소기업에 달렸다


스마트폰 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통신 사업자나 단말기 업체가 아닌 애플과 구글이 거명된다
. 이 사실 자체가 지축이 흔들리는 변화가 아닌가? 지금은 사업모델, 시장지배력, 가치사슬의 전반적 구조가 재편되는 생태계의 재탄생 시점이다. 새로운 생태계의 철학은 상생 수평구조 파트너십이다
.

대기업 위주의 한국은 이 시점을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도약하느냐 도태되느냐의 갈림길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 탄탄한 중소기업이 받쳐 주는 생태계가 전세계로 뻗어가는 대기업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도 바로 이러한 중소기업에서 창출된다.

(내일신문 기고문을 보완함)

의사가 공개한 의료 정보화의 고충 3가지

IT와 세상 2010/05/01 07:58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는 어느 의대 교수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정보화가 잘 이루어진 의료계 현장에 대해 IT 인으로서 평소 뿌듯하게 느끼던 터라 정보화가 되니까 편하시지요? 업무 측면에서도 그렇고, 인터넷이 있으니까 병에 대한 상식도 늘고..”하고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의외로 불편한 점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중 3가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의료 정보화 현장 (KoreaHealthlog.com)


첫째
, 환자들이 인터넷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극히 상식적인 내용에 의존해 의례 짐작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 문제는 검색한 내용이 틀리거나 그 환자에게 맞지 않을 경우다. 인터넷에서 힘들게 찾은 정보에 대한 과신 때문에 설득하기 어렵다고 한다. 의사의 역할은 그 환자의 몸 상태, 유전자, 병력, 식성, 체질, 주변 환경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정확한 병을 진단해 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반화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특정 환자를 위한 진단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책임이 수반된다. 인터넷에서 건강 상식을 구하는 것은 좋으나, 너무 의존하면 낭패를 당하게 될 수 있다.

 

오히려 의사를 대면하는 시간이 부족하니 인터넷을 통해 의사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 진다면 발전적인 방향이다. 서울대학교 유방암센터 노동영 원장은 바쁜 중에도 손수 이메일로 답변을 해 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그러한 질문과 답변은 홈페이지에 축적되어 훗날 다른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이 플러스의 방향으로 활용될 경우 인터넷은 추가적인 도움이 되지만, 환자가 일반적인 상식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빠지면 해가 될 수 있다.

 

둘째, 어떤 병에 좋다는 건강식품이나 음식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흡수하고 있다. 이를테면 암 예방에 좋다는 음식은 정작 암에 걸려 치료에 들어갈 경우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품은 간이나 기타 기관을 약화시킬 수 있는데. 소위 건강에 좋다는 한약이나 건강식품은 간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하면 그것만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경향이 흔하다. 그래서, 의사들이 어떤 음식이 좋다고 추천하기를 꺼린다. 비록 그 음식 성분에 회복에 좋은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매일 그것만 섭취할 경우 균형이 깨지게 되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게 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인터넷에서 음식에 대한 정보가 많다. 그러나, 편식을 피해야 한다고 의사들은 강조한다.

 

관심을 끈 대목은 마지막 지적이었다.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귀찮게 여겨진다. 각종 검사를 통해 올라온 모든 정보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수많은 정보를 한눈에 본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히려 쓸데없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것을

걸러내는데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의사가 컴퓨터를 보는 목적은 환자의 특정 질환에 관련한 정확한 요소를 집어내는 것인데, 정보를 필터링하는 과정이 너무 소모적일 수 있다.


과다한 정보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데이터 홍수 (Data Deluge)'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정보가 부족한(scarece) 상태에서 방대한 (superabundant) 상태가 되다보니 쓰레기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격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정보와 자료를 소유하고 싶은 경향이 강하다
. 기업에서 어떤 품의를 올려서 결재를 받으려고 하면 백 데이터 가져와하는 관리자를 종종 보게 된다. 제대로 읽지도 않으면서 수북히 쌓인 정보와 자료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심리는 아닐까? 어쨌든, 정보도 다다익선(
多多益善)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보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판단의 근거를 위한 지식이다. 지금까지의 정보화는 디지털화된 수많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집어 넣는게 주류였다. 이제부터의 숙제는 그 정보 속에서 지식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제 2 막이자 진정한 지식 기반 사회로 가는 길목이다.

 

IT를 통해 쌩쌩 돌아가는 병원 현장을 바라보면서 우리 나라의 앞선 IT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충분히 앞서 있다. 그러나, 더욱 선진 환경으로 도약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면 지식을 지능적으로 끄집어 내는 입체화된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정보화 1막이 하드웨어와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2막은 소프트웨어와 IT 마인드에 의해 좌우된다. 이는 병원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