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수학·과학자 영입하는 시대

CEO 칼럼 2011.10.31 11:30

인도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 - 수학적 사고의 일상화

“인도인들이 수학에 대한 소질이 특출하거나 교육 방식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다만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습관처럼 늘 수학을 적용하고 살아간다. 수학적 사고가 일상화 있는 것이다.”

                                  <수학문제 푸는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인도를 방문했을 때 만난 어느 대기업 임원의 대답이다. 그는 글로벌 사업의 경험이 풍부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인도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일상화된 수학적 사고방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도 강도 면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별 필요 없는, 대학 진학을 위한 관문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대입을 위한 수학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것도 단순히 답을 산출해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수학은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정답 맞히는 데 급급한 수학 교육으로는 훗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하나를 가지고 밤새 씨름도 해보고 여러 선인의 지혜와 고민을 자기 입장에서 반문하고 고민하는 훈련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중요한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공학의 기초, 문제 해결 순간의 희열은 내재적 기쁨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과 함께 질적 저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공과대학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수학의 기초가 부족하다. 조금만 응용을 해도 전혀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부모의 열성과 교육제도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지식의 습득과 조련에만 의지해왔으니 조금만 문제를 꼬아놓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것이다. 수학은 공학의 기초다. 과학적인 탐구 자세와 지적 호기심 없이 고등 수학을 활용한 공학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밤새 공부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체가 즐겁고 성취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희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창의력의 발휘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본인만은 만족할 수 있는 내재적 기쁨이다.

우리나라는 과학 기술을 발판으로 사회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을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과학 기술에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한 대표적 인물이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 출처: 김기창 작가 작품>

세종대왕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과학적이라고 인정받는 한글을 창제하고, 측우기·자격루·해시계 등 실생활에 유용한 과학 기구들을 발명해 우리나라 과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그는 계급을 뛰어넘어 장영실과 같은 인재를 발굴하고, 학자들이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업적은 백성을 긍휼히 생각하는 세종대
왕의 인간 존중 사상과, 과학 기술에 대한 확신
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기업이나 조직의 핵심 역량은 기술이고, 기술은 수학과 과학에 기반한다. 대형 검색 서비스가 많이 있었음에도 구글이 군계일학의 독보적 위상을 구축한 것 역시 수학과 알고리즘 덕택이었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성능과 정확성 면에서 타 서비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학과 과학 - 기초학문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이자 마르지 않는 샘

기업들은 더 스마트하고 더욱 지능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더 우수한 수학자와 과학자를 영입하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발전한 IT 덕택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연구개발(R&D)의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측정하는 잣대가 된다. 즉 기업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기술 중심의 발전 방향 설정이었다. 이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우리가 교육 문제를 얘기할 때 본질적 요소인 ‘탐구와 몰입의 즐거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비록 힘들고 치열한 경쟁의 나날이 계속되더라도 그러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변화를 이끌겠다는 꿈과 포부를 키워갈 수 있다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갈 수 있다.

과학 기술이 소외된 상태에서 윤택하고 활기찬 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첨단 과학 기술은 수학과 과학 같은 기초 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는다.

튼실한 뿌리가 있어야 든든한 줄기와 알찬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수학과 과학은 과학 기술의 뿌리이고 샘이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기초 학문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 이 칼럼은 2011.10.31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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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남긴 최고의 선물은 '도전'

CEO 칼럼 2011.10.14 06:30
“스티브 잡스는 평상시엔 직원들에게 친절하다.
단 업무적인 이슈에 부닥치면 완벽할 때까지 파고들어간다.
토론할 때의 모습은 진지하다 못해 치열할 정도다.”


애플(Apple)에 근무했던 기술자는 스티브 잡스를 이렇게 회고했다.

오래된 친구를 잃은 슬픔

회오리 같은 인생 역정, 불꽃처럼 타오른 삶, 어느 날 갑자기 신제품을 내놓는 ‘외계인’ 등. 스티브 잡스를 묘사하는 표현들은 하나같이 열정적이고 이색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비보에 마치 오랜 친구를 잃은 듯 안타깝다. 정보기술(IT)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 누구나 비슷한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긴 그가 만든 제품을 처음 접한 게 대학 시절인 1980년대 초반이었으니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을 그와 함께 보냈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30년간의 IT 역사를 볼 때 그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사람은 드물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 문명을 우리 역사에 남겼다면, 잡스는 IT를 통한 디지털 라이프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 모습(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디지털 라이프의 선구자였던 스티브 잡스

IT 분야의 선구자였던 그는 굵직굵직한 변곡점을 만들어 냈다.

우선 개인용 컴퓨터(PC)라는 시장을 만들었다. 이전에는 컴퓨터라고 하면 으레 검은색 배경 화면에 흰색이나 녹색 글자가 떠오르는 단말기였다. 그런데 그는 밝은 색 배경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글자, 아이콘과 그래픽이 주도하는 획기적 화면을 세상에 선물했다. 이후 모든 컴퓨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그가 선보인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는 또 CD가 주도하던 음반 시장을 온라인 디지털 음원 위주로 바꾸었다. 음성 통신을 위한 휴대전화는 모바일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재탄생했다. 또 수직적 산업 모델을 수평적 모델로 바꾸는 앱스토어(AppStore) 경제를 창출했다. 모두가 안 된다고 단정했던 태블릿PC를 발매 27일 만에 밀리언셀러로 만든 이도 잡스다. 그는 자신이 연 PC 시대의 종언을 스스로 고하며 포스트PC 시대를 선언했다.

그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다. 그가 신제품을 발표하면 세계는 숨죽이고 그 무대를 주목했다. 발표장은 환호성으로 넘쳤고 그의 연설과 어록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개인화와 융합은 ‘인문학과 기술의 소통’이라는 그의 철학을 반영한 시대정신이 되었다. 대학을 중도 포기한 그가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에게 준 메시지는 그의 삶에서 우러난 것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주었다.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치열함과 굳은 의지로 일관된 삶이었기에 더 깊은 통찰력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설립하고 성공으로 이끈 회사에서, 자신이 고용한 사람으로부터 쫓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온갖 좌절과 치욕, 실패를 뚫고 IT 세계의 지도자로 멋지게 재기했다.

인생은 격렬한 파도와 같다

한때 좌절하고 있던 필자에게 어느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구나 인생의 파도를 만나게 된다. 파고의 차이가 있을 뿐 평탄할 수만은 없다. 스티브 잡스 같은 이야말로 가장 격렬한 파도를 겪으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보단 덜하겠지만 사업을 하려면 진폭이 큰 오르내림을 각오해야 한다.” 그 격려가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나는 암 진단을 받았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길을 내어준다.”


죽음을 앞두고서도 그는 이렇게 초연했다.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정말로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도전한 삶이었기에 그의 메시지는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 모습(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다.
늘 갈망하라, 우직하게 나아가라
(Stay hungry, Stay foolish).”


도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그의 삶은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시대에 이렇듯 우리가 놓쳐선 안 될 가치들을 새삼 일깨워준다.

*  2011.10.11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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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티브 잡스들을 위하여

CEO 칼럼 2011.10.13 06:30

1980년대, 미국 유학 시절 졸업 논문 작성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논문의 방향과 실험은 거의 정해졌고,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시간 내에 최대한의 완성도를 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생애 처음 장만한 애플 컴퓨터 세트, 아직도 소장중

고민 끝에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던 애플의 맥(Mac) 컴퓨터와 레이저 프린터 세트를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학교 컴퓨터에 담겨 있던 내용을 옮기는 작업, 새로운 컴퓨터를 익히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위험 요소도 적지 않았다.


'스티브잡스가 자신의 딸 이름을 따서 지은 애플의 '리사', 1983(사진출처: etnews)'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라서 별도의 학습 시간이 필요 없었다. 그래프와 도식이 많이 필요한 전공이었음에도 크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언제든 고품질의 출력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도교수도 놀랄 정도로 빨리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이것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의 하나였다.

이것이 애플과 나의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20년도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이 컴퓨터를 소장하고 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내 삶의 조력자였기 때문이다.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 모습(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스티브 잡스는 수많은 혁신적인 발명품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컴퓨터, 통신 기기, 오디오 플레이어, 태블릿 등 각종 기기는 물론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디지털 라이프를 재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고객의 시각'을 유지한 스티브잡스의 철학을 본받아야

이는 스티브 잡스가 늘 ‘고객의 시각’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고객이 되어 어떤 것을 만들면 좋을까 고민했다. 고객은 복잡하고 어려운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모든 기술적 요소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더 어렵다. 어떤 걸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 당신의 생각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단시간에 졸업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이런 철학 덕분이다.

우리나라에도 잠재적인 스티브 잡스들이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가장 근원적인 것은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사는 자세다. 우리는 무엇엔가 기대어 살기를 원한다. 학력이나 경력과 같은 배경, 조직의 시스템, 타인의 인정 등. 그러나,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스티브 잡스와 같이 진솔하게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그려가는 자세다. 꿈꾸던 세계를 실현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 소프트웨어다.

한국의 스티브잡스에게 고한다


한편, 그들이 ‘한국의 스티브 잡스’로 성장하려면 그만한 토양이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잡스는 융합, 소프트웨어, 수평적 비즈니스 모델의 키워드로 우리나라에 충격을 주었다. IT와 인문학의 창의적인 융합을 이끌어내고, IT 산업의 주도권이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명제에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수직적 비즈니스 관행을 벗고 수평적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해나가는 일이 우리에게 숙제로 남았다. 이는 교육, 제도, 산업 구조 등 다각도에서 풀 일이다. 아울러 실패하더라도 도전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하다.

* 2011.10.10 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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