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리더쉽 시대의 핵심 지적한 '경영의 미래'는?

책으로 보는 세상 2010.04.29 07:02

셀프 리더쉽 시대의 핵심을 지적한 '경영의 미래'

우리는 지축이 흔들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CEO에 의해 주도되는 느낌이 있지만,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이 바뀌었고 초광속의 스피드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구조는 뒤틀리고 있고, 과거의 수익 모델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할 기업의 모습은 무엇일까?

 

꿀벌과 게릴라로 유명한 게리 헤멀(Gary Hamel)은 그의 저서 미래의 경영 (The Future of Management)’에서 그 방향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그는 우리 시대를 다른 시대와 구분 짓는 것은 엄청난 변화의 속도라고 명확하게 제시한다. 세계를 평평하게 하는 글로벌화나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급부상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우리에게 스피드(Speed)라는 요소를 깨우쳐 준다.

경영의 미래

꿀벌과 게릴라

 

한 순간에 기업의 존폐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 경영관리자들에 의해 기존 모델을 질질 끄는 자세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  "기업은 혁신에 불을 지피든지 아니면 저임금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나라로 옮겨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리더쉽을 가지고 혁신 정신으로 합심해야 한다" 그는 그런 모습에서 경영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기업의 성공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 


특히 책에서 흥미로웠던 내용은 기업의 성공에 공헌하는 인간의 능력을
6단계로 구분한 뒤, 이러한 능력들이 가치를 창조하는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상대적으로 측정한 부분이다. 6가지 요소를 중요도에 나누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열정                 35 퍼센트

창의성              25 퍼센트

추진력              20 퍼센트

지성                 15 퍼센트

근면                   5 퍼센트

복종                   0 퍼센트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고 해도 복종이 0 퍼센트, 근면이 5 퍼센트는 너무하지 않은가? 그는 복종이 무가치라는 것이 아니라, 경쟁우위 관점에서 거의 가치가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지식과 지성은 우리가 교육을 통해 습득하고 훈련받은 것인데 고작 15 퍼센트인가? 지식기반사회가 되고 있고 고등교육이 중요하다고 우리는 강조하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그는 중국과 인도, 기타 후진국들의 급부상을 이슈화한다. “궁핍한 삶을 사는 40억의 인구가 모두 경제 성장이라는 사다리에 오르려고 한다. 지식경제 시대라고 하지만 지식 그 자체는 이미 저부가가치 상품으로 전락했다. 오늘날 복종, 근면함, 전문적 기술은 거의 공짜로 살 수 있다.”

 

아이폰 뒷면

붉은 표시를 한 3가지, 열정, 창의성, 추진력이야말로 기업에 고급 가치(value)를 불어넣는 힘이다. 추진력은 스스로 동기 부여를 만들어 내고, 호기심에 기반한 창의성은 차별화를 이끌어 낸다. 마지막으로 열정에 대해서는 마음속의 뜻을 결국 실현시키는 비밀의 열쇠라고 극찬하고 있다. 그러면서 애플 제품 뒷면의 메시지를 예로 들고 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Made in China”


한 마디로 애플은 80%의 가치를 창출하는 위의 3가지를 하고, 가치가 낮은 아래 3가지는 중국에서 한다는 얘기다. 애플이 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산술적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산업 단계 발전으로 본 현 시대
 

산업 단계를 구분할 때 농경 사회에 이은 산업 사회를 관료화 사회라고 구분한다. 국가의 개념이 등장했고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국가의 경제, 발전, 안전성은 판가름 났다. 정보와 권력, 돈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시대를 이끌던 시기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시대적 키워드는 글로벌 경제와 시민 파워(People Power)로 바뀌었. 누구나 각종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정보는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역량도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실력차가 현저하게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경영의 관점도 바뀌게 된다. 조직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얼마나 창의력과 열정
, 이노베이션의 정신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성패는 결정이 된다. 다시 말해서 조직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얼마나 리더쉽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판가름난다. 직원의 역량을 극대화해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게 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층의 몫이지 않는가?

이 책 속의 몇 가지 메시지들은 가슴에 와 닿는다.

 

-       실험은 계획을 이긴다.

-       리더쉽은 분배되어야 한다.

-       누구나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       다양성이 창의력을 부른다.

-       독특해야 살아남는다.

 
우리는 셀프 리더쉽(Self-Leadership)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한 리더쉽이 꽃을 피우게 하려면 어떠한 경영적 결단과 실행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 책은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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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IT비전을 이끈 오명 총장 만나보니

책으로 보는 세상 2009.11.02 06:38

어느 조찬 모임에서 오명 건국대 총장의 초정 강연이 있었다. 오명 총장은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다. 80년대 초 대학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과 IT에 종사해 온 나로서는 한국이 이 분야에서 강국으로 발전한 과정이 각별하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고비에는 항상 오명 박사가 있었다. 비록 당시에는 그 분을 직접 뵐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었다.


IT 한국을 만드는 중심에서...

대학원시절 현 ETRI인 전자통신연구소에 잠깐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단군 이래 최대의 R&D 프로젝트라던 TDX 교환기 국산화 현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선배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TDX 이외에도
컬러 방송에 대한 과감한 실현, 우리 기술로 해외에 입증한 88올림픽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DRAM을 통한 반도체 산업의 발판 마련, 초고속통신망의 기반이 된 데이터 통신 인프라, 국산 주전산기 개발, 대전 엑스포, 월드 베스트로 인정받는 인천 공항 건설 등 우리에게는 수많은 마일스톤(milestone)이 있었다.

한국의 IT는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인재들에 대한 끊임없는 육성과 그들을 바탕으로 도전적인 프로젝트 수행, 이를 통해 점프하는 기술 경쟁력이 주효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는 오명 박사의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 그 분의 실질적 공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날 모임에서는 오명 총장이 직접 사인해 주신 “30년 후의 코리아를 꿈꿔라를 선물로 받았다. 강연 중에도 이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온 지도자들
 

김재익 수석

강연 중에 오늘의 한국을 위해 조용하게 공헌한 많은 리더들이 언급되었다. 특히 그는 인생의 멘토(mentor)인 김재익 박사와의 인연에 대해 강연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김재익 박사는 당시 대통령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전적으로 신뢰했던 수재 공무원이다. 오늘날 정보통신 산업으로 먹고 살 거리를 만든 것은 그의 의지와 공헌이 컸다.

이제는 20대 재벌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앙심 먹고 철수하려 한다. 1500배에 달하는 3만여 개의 중소기업이 뛰놀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들어도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아웅산 사태로 젊은 나이에 비명에 간 것이 대한민국으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그 외에도 TDX 개발을 총괄한 양승택 박사, 검소하고 소박한 공무원의 표상인 김성진 장관 등 존경받는 인물들이 책에 나온다. 정치와 언론에서 온갖 트집 잡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배들의 희생적인 정신이 오늘날 자랑스런 한국의 위상을 만들어 내었응은 자명하다.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소신은 연설 내내 느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 나라는 가난하고 침략당하는 비운을 겪어왔다. 유사 이래 국운(國運)이 이처럼 융성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60년도에 국민소득 100불도 안 되던 나라가 세계 13 GDP의 나라가 된 것은 이를 입증한다.

 

TDX 개통 (dt.co.kr)

80년대에는 전화 한 대 놓는 기간이 몇 달이 걸렸고 그 비용도 자동차 한 대 값과 맘먹었다. 5000억 원에 달하는 교환기 수입이 그 원인이었다. 기술자들도 자신이 없었던 교환기를 국산화한 것은 국가 프로젝트(National Project)의 쾌거였다. 개발자들이 직접 작성한 ‘TDX 혈서라는 서약서가 나올 정도로 비장한 각오였다. 이러한 국가 프로젝트는 설사 실패하더라도 수많은 인력들이 배출되고 인식이 바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신이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해야...' 


그는
40대 초반 차관을 시작으로 직업이 장관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정권을 초월한 대표적 엘리트 관료로 인정받는다. 한편 경영인으로서 대학 총장으로서 해외 국가의 자문으로서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한 성공에 대한 자신의 해석은 아주 담담하다.

 

나는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위의 사람들도 그렇게 얘기를 한다. 하는 일마다 잘 되었으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일이 되지를 않는다.” 다소 의외였다. 자신이 한 많은 일을 운으로 돌리다니!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그의 본심이었다.

 

그런데, 운은 자기가 (본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돌아온다. 다시 말해서 긍정적 사고로 사는 사람이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참으로 인생의 귀감이 되는 말이다. 긍정적 사고의 삶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런데, 그의 삶의 궤적 속에 담겨있었던 인생관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고 마음에 새겨진다. 경험으로 우러난 그의 메시지들은 진솔하다.


  • 리더라면 비전(Vision)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비전’. 통찰력 혹은 미래에 대한 탁월한 예지력을 뜻하는 말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나는 비전을 가지라는 말은 공부하라라는 말을 더 그럴싸하게 표현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보다는 똑똑하면서도 조금은 게을러서 아랫사람이 앞장설 수 있는 기회를 줄 줄 아는 여유 있는 리더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에서는 책임지고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조찬 모임을 끝내고 나오면서 모처럼 포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출근길을 서두르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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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케팅 시대 - IT와 콘텐츠의 결합

책으로 보는 세상 2009.06.29 08:31

해외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보편적 인식을 피부로 느낀다. 안랩의 해외 사업을 뛰다가 부딪히는 장벽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한국에 대한 지식 (북한과 88올림픽 밖에 모르는 경우 힘이 빠진다)

-   한국에서는 IT가 발달했고, 실생활에 접목이 많이 되어 있다?

-   한국에는 정보 보안의 핵심기술이 있다?

-   안랩(AhnLab)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물론 한국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했던 이상으로 인식의 벽은 두껍다. 이런 열악한 국가 이미지와 회사의 브랜드를 극복하고 안랩의 기술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면 우리의 걸어온 과정을 스토리로 설명하는게 효과적이다.

한국이 영세한 후진국에서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역사, 산업시대를 거쳐 빠르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간 과정,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벤처 산업이 나오게 된 배경, 생활속에 자리잡은 IT의 현황과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문화, 인터넷 중심으로 가면서 정보 보안 기술을 가지게 된 이유 등등. 우리의 기술력이 뛰어난 이유를 스토리를 통해 설명해야 어느 정도 설득이 된다.

아마 해외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CEO, 또한 대기업들 마저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IT나 글로벌 사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신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때 멋있는 스토리로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짧은 시간에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소개한 책 :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Storytelling Marketing)”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홍사종 교수는 적자에 헤매던 정동극장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새로운 문화 산업의 돌파구를 제시한 선구자다. ‘이야기 마케팅의 전도자(evangelist)이며, 기업과 기관, 학교에서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모델을 여러 모로 입증시킨바 있다. 평소 홍 교수의 소신과 자신감에 감복해 왔던 나로서는 이 책을 보자 무척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내용이 정연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 그의 이야기론은 시대적 코드와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엿보게 한다. 일단 책을 들면 단번에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냉장고의 개념을 바꾼 대기업 간의 마케팅 전쟁 이야기가 나오는데, 냉장고 광고 카피가 어떻게 진화해서 꿈을 파는 스토리로 업그레이드 되었는가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 냉장고

남자들은 모른다. 주부가 갖고 싶은 냉장고 oo ‘

‘oo은 사랑입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Feature-Benefit-Value로 구분하여 분석하는 기초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서 마케팅은 기능(feature)으로 갖추어진 제품을 어떻게 고객 관점의 가치(value)로 타겟팅하여 전달할 수 있는 가에 달려있다.

위의 광고 카피를 보게 되면, 냉장고의 기능(feature)에 머물렀던 하드웨어 광고가 어떻게 가치(value)전달의 수준을 넘어서 스토리를 통해 꿈을 팔게된 변천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냉장고라는 기계가 주부들의 감성을 건드려서 가정의 생활 문화로서 자리잡았다. 제품에 문화가 결합해서 설득력을 갖는 이른바 컬덕트(CULture+proDUCT)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냉장고 광고의 변천


최근 해외 백화점에 가 보면 한국의 가전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LCD TV, 휴대폰은 말할 것도 없고, 냉장고, 세탁기 등도 한국 제품이 진열대 앞에 나와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dryer)의 시장을 연 미국의 업체들은 내구성과 튼튼함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품질과 견고함은 기본이지 그 자체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시대는 지났다.

그 자리를 예쁘고 아늑한 이미지의 우리 제품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에서 가전산업은 일본 제품보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나쁜 사업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를 통해 화려하게 거듭나며 고부가 생활 공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대기업 위주의 사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압박을 크게 받는 현실도 개선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케팅적인 성공은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한 이야기 전쟁 

 

하얀거탑 (한국/일본판) a-bori.com/blog/

또한 이 책에서는 영화, 연극, 오페라,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쟁 시대를 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유대인들로 장악된 헐리우드의 예에서 보듯이 문화의 침투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비난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럴수록 우리의 무구한 역사와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이다.

 한편 스토리가 글로벌하게 하이브리드(hybrid)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인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괴물>과 같은 이야기가 헐리우드에 팔려 나갔다.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 영화는 거꾸로 우리가 원작을 사와서 성공한 경우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일본 만화이고, <결혼 못하는 남자>,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와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를 더 잘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것도 활발하다. 이야기와 콘텐츠의 창의성과 질이 중요하지, 원작이나 시장의 국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홍사종 교수의 제언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문화적 DNA글로벌 모드로 바꾸어나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도 빨대를 꽂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과 문화의 시너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특히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IT 산업으로 형성된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인간소외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급진적, 단절적 시대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자연과의 분리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피로감이다. 그 다음은 정보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지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과 이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문화적 복지, 일탈문화의 제공, 카타르시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갈등해소를 제안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정보기술과 문화의 결합이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디지털 경제환경을 거꾸로 읽으면 지금이야말로 정보산업 경쟁력과 더불어 사회적 일탈욕구와 소외문제를 풀어줄 건강한 이야기산업의 육성을 위한 중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홍사종 교수의 정동극장 이야기

 

홍사종 교수

그는 잊혀져 가던 정동극장의 극장장이 되면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책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극장의 입장에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거꾸로 수요를 만들고 이를 자극해서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국악 장터
, 돌담길 추억이 있는 음악회, 동창회나 친목회를 위해 커스터마이즈 해 주는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한 공연은 공연은 밤에 한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공연 관점에서 죽은 시간인 낮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소신이 반영되었다.

"기능과 품질은 산업화 패러다임의 덕목이다. 정보화, 감성화 패러다임에서는 기능과 품질이라는 기본위에 이야기라는 궁극의 덕목을 의식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참조 도서

마침 이 책을 읽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간부에게 주었더니
, 이미 제품기획, 인터넷 마케팅 부서에서 다음 주제로 선정해서 읽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안랩과 같은 기술 회사도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스토리로 전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터라 나와 거의 동시에 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설득력있는 스토리는 수많은 정보의 범람으로 혼란스러운 고객의 마음을 정조준 할 수 있다. 아울러 문화와 콘텐츠는 IT의 바탕 위에 꿈을 파는 가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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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가 쓴 세계화 재해석 '제국의 미래'와 민주주의는 관용에 달렸다

책으로 보는 세상 2009.06.06 12:17
관용의 정신으로 세계화 역사를 해석한 '제국의 미래'

두꺼운 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소통되다 보니 지식의 깊이보다 폭이 선호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많은 자료를 통해 이를 입증하는데 충실하다보면 두껍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책은 저자의 오랜 고민이 반영되어 있어 사고의 틀을 형성하는데 좋다. 그 관점에 동의하든지 안 하는 것은 각 개인의 문제일 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법학자가 쓴 역사서, 제국의 미래

 

솔직히 제국의 미래(Day of Empire)’라는 책에 눈이 간 것은 ‘CEO가 휴가 때 읽을 책!’이라는 선전 문구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을 출판한 회사의 마케팅 효과는 적어도 나에게는 먹힌 셈이다. 또한 저자인 에이미 추아(Amy Chua)가 국제법 박사 학위 소지자라는 점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법학자가 역사서로 보이는 책을 저술했다고 하는데 어떤 시각으로 바라 보았을까? 저자가 내가 공부했던 대학 도시에서 자라났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데 한몫 했다.

 

"제국의 미래" 책 표지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

책의 내용은 마침 내가 궁금했던 '제국이 형성되고 몰락되는 과정'을 저자의 시각으로 기술하고 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국계 2세라는 점이 서양과 동양의 역사를 균형있게 바라 보는 관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미국인이 저술한 책 중에 당(), 몽고, () 등의 중국 국가를 로마, 영국, 미국 등과 동일한 잣대로, 또한 풍부한 사료(史料)를 바탕으로 설명한 책을 보기 힘들었다.

 

이 책의 키워드는 관용(寬容)’이다. 어떤 제국이든 관용을 보일 때 가장 융성했고, 관용이 사라질 때 몰락되어 갔다는 주장이다. 자체적으로 허물어지든지, 아니면 외부의 침입에 속절없이 무너지든지.. 이 책이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을 한 이후 미국이 늪에 빠져 헤메는 시점에 출간되어서인지, ‘관용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권력 교체 시점과도 맞아 떨어졌다. 어쨌든, 저자는 관용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추출해 내기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자료 수집과 분석을 수행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었다는 저자의 사견도 적혀있다.

 

관용의 제국을 연 페르시아

 

보통 이런 종류의 역사서는 그리스 로마 시대로 시작한다. 왜냐 하면, 그리스 로마의 정신이 서구 문화의 뿌리이기 때문에, 서구 문명 중심으로 역사를 설명할 때 그 이전의 국가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이 책은 페르시아를 첫 제국의 모델로 선정한다. 당시 페르시아의 지역적 팽창이나 영향력으로 볼 때에 페르시아가 패권 국가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어떤 이들은 페르시아는 실제로 지배를 했다기 보다 영향력을 통해 그 지역 주민을 그냥 놓아 두었기 때문에, 이들을 직접 통치한 제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페르시아는 그 지역의 종교, 습속, 문화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존중했다. 구약에서도 페르시아의 키루스 왕(성경에서는 고레스왕으로 번역됨)은 이스라엘 백성을 바벨로니아 유수로부터 돌아오게 한 중요한 역사적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다양성의 인정, 즉 관용의 철학이 페르시아를 제국의 위상으로 끌어 올렸으며, 그것이 사라지고 독선이 자리잡으면서 제국이 무너지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태종 이세민

 

세계화된 중국의 모습 당()나라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국제적 위상을 갖추었음은 자명하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는 당나라가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설명되지 않는 느낌이다. 요동 정벌로 고구려를 침공하고 신라와 손잡고 고구려를 멸망시킨 역사가 우리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일까? 그러나, 신라방의 예에서 본 것처럼 당나라는 국제적으로 가장 개방적인 시대를 열었다. 모든 길은 장안(長安)’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불리우는 당태종 이세민은 그 유명한 정관지치(貞觀之治)의 시대를 열었다. 비록 자기 형과 동생을 죽이고 쿠데타를 일으킨 잔인한 권력 찬탈의 과정을 겪었지만, 이러한 콤플렉스를 이기기 위해서인지 황제로서 보여 준 그의 정치력은 놀라웠다. 무엇보다 인내를 가지고 반대파의 핵심인 위징을 포함한 많은 인물들을 정치의 현장으로 끌어들였다. 반대 의견을 귀담아 듣고 반영해서 백성 중심의 정치를 편 것은 모든 정치 지도자가 본받아야 할 정신이다. 백성들을 위하는 긍휼한 마음보다 권력 쟁취와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든 뒤, 그에 따른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악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한심할 뿐이다.

 

당현종

암흑 시대인 측천무후 시대를 거쳐 정관지치의 국가적 틀을 국제적 개방화로 이끌어 낸 당 현종 시대(개원의치)의 당나라는 단연 세계의 중심이었다. 한국은 물론 아라비아, 유럽의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각종 종교와 문화가 받아들여졌다. 수천 년 중국 시사(詩史)에 있어서 가장 돋보인 당시(唐詩)의 대표격인 이백, 두보, 왕유가 모두 이 시대에 출현한 것은 문화적으로 융성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명나라는 정화(鄭和)라는 인물을 통해 대형 선박 군단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철저하게 폐쇄적으로 바뀐다. 결국 만주족에 의해 멸망당한 후, 제국주의 시대에 속절없이 무너진 중국의 모습을 관용이 사라진 탓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강대국이 된 네덜란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reciculous.textcube.com)

서구 국가 중에서는 네덜란드가 눈길을 끌었다.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때 개방적인 사고를 지닌 네덜란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동성애와 개방적인 성문화로 표현된 네덜란드의 모습은 그 일편일 뿐이다. 그만큼 네덜란드는 개인주의가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국가로부터 도피한 사람들로 구성된 네덜란드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세계적으로 팽창한 독특한 케이스다. 바로 이런 점이 폐쇄적 국가 일본의 문을 열고 들어간 비결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이라는 신천지를 연 청교도 정신, 국제화 도시 뉴욕을 만들어 낸 원천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에서는 로마, 대영제국, 몽고 등 대표적 제국들을 많은 비중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진정한 제국으로 위상을 끌어올리지 못한 오스만, , 무굴, 또한 그릇된 편견과 착각으로 역사상 최악의 국가가 된 히틀러 시대의 독일과 2차 세계 대전의 원흉인 일본도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관용이라는 잣대로 역사의 전반을 훑고 있으며, 세계화의 과정도 이를 통해 설명한다.

 

훌륭한 인재를 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강()함의 비결


훌륭한 인재가 중요시되는 세상이 강대국이 되는 덕목이라고 설명하는 저자의 관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부를 창조하는 가장 큰 동력은 약탈과 몰수가 아니라 교역과 혁신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또한 한 사회가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똑똑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정복이 아니라 이민으로 대체되면서, 전략적인 관용의 양상 역시 달라지고 있다. (책에서 인용)

 

알버트 아인슈타인

이를 가장 잘 실현한 예가 '이민자의 국가'인 미국이다. 미국이 지역 강국에서 세계적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첨단 기술과 과학이 자리잡고 있다. 과학의 비약적 발전은 아인슈타인과 같은 망명한 물리학자,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유진 클라이너가 건설한 실리콘밸리의 벤처자본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그 외에도 헝가리 출신으로 인텔을 이끈 앤디 그로브, 러시아 출신으로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같은 이민자들이 수많은 미국인들과의 합력으로 정보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개인이 국가를 선정할 수 있는 시대에 있어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과제다. 우물 안 개구리의 좁은 국가 의식으로는 강대국으로의 길은 꿈도 꿀 수가 없다. 기업이든 국가든 열린 마음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좋은 조직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법학자가 이렇게 역사서를 저술할 수 있는 자유로운 학문적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국제법이라는 전공을 확대해서 세계화의 과정을 조명할 수 있는 지적 포용성이 부럽다. 법학과 역사의 전문성이 결합되어 더욱 빛이 나는 느낌이다. 이 책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평가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하나의 중요한 틀을 형성하게 해 주었다.

 

다양성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기업을 구상하며...

 

이 책을 읽으면서 CEO로서 회사의 바람직한 모습을 여러 모로 생각해 보았다. 평소에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중요한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창의력의 산실이다. 다양성이 없을 경우 그 회사는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조직이 될 뿐이다. 이런 조직은 규율과 통제, 분업과 숙련화와 같은 속성에 기인한 산업 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개인의 공헌 가치가 극대화해야 하고, 창의력에 따라 가치의 척도가 달라진다. 농업이나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현대 산업의 시대 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잠재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다양성이 포용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활발히 제시될 수 있고 토론에 의해 합의점을 도달할 수 있는 문화가 성공하는 기업의 필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쟁이 승리하는 것이 아닐까? 다양성이 인정되고 관용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쟁력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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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을 권하는 이유

책으로 보는 세상 2009.05.04 17:29

책으로 보는 세상섹션을 분류해 놓고서 정작 하나도 글을 올리지 못했다. 어떤 책을 첫 번째로 소개할까 망설여서였다.

 

수많은 의사 결정(decision-making)을 해야 하는 CEO를 하다 보면 많은 책을 탐독하게 된다. 작년에 방영했던 TV 드라마 세종대왕에서 세종대왕이 왕위에 오르자마자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서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민의 실마리를 찾고자 그는 과거 역사에서 비슷한 경우가 있는지 밤새 서적을 뒤적인다. 결국 그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스스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그런 기대 심리 속에 책을 찾아보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독서는 과거의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며, 세상의 흐름을 깨닫게 해 준다. 내가 처음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만화인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이다. 이미 베스트셀러라서 많은 분들이 읽어 보았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나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책이다.


1권 일본인

2권 역사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 사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 나라와 서로간에 보완(complementary)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생각에서다. 서로 간에 주고 받을게 많으면 많을수록 비즈니스와 교류는 활발해지기 마련이다. 일본인에 대해 좋고 나쁘고의 선입견은 없다. 단지, 차이가 있다는 자체가 흥미로울뿐더러 시너지를 이루면 잠재적인 가치가 높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 일본에 대한 궁금증에 무수히 많은 책을 읽었다. 기억나는 것만 해도 족히 2-30권은 되는 것 같다. 특파원이 쓴 현장 리포트, 일본 문화에 대해 분석한 글, 상거래 관행, 역사와 의식 구조, 언어의 형성 등등.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통일된 개념으로 요약해서 정립해 준 책이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본에 대한 인식의 틀(framework)이 잡히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이원복 씨의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오랜 기간 애독되어 온 책이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각 국가의 역사를 한 권씩 정리한 책의 내용은 아주 유익해서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원복 교수가 독일에서 공부했으니 유럽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런 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이원복 교수는 21세기 문명, 한국인, 경제, 산업과 같은 다양한 시대적 개념들을 만화로 정리해 우리의 이해를 도왔다. 그런데, 그가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서문에서도 “10년 가까이 살았던 유럽과 달리 살아본 경험이 없는 일본에 대해 쓴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짓이었다고 솔직하게 소회를 적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살아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에 대해 분석한 1편은 내용 전개가 아주 명쾌하다. 우리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의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하지가 않은데, 이 책은 체계적으로 특성(characteristics)과 근본적 원인을 잘 설명하고 있다.

진짜 생각인 혼네(本音)’와 실제의 발언인 다테마에(立前)’가 다른 것, 그 배경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기쿠바리, 氣配り)가 있음은 일본인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또한 이에 대한 본질적 배경에는 섬나라에 같이 모여 살면서 튀지 않고 조화 속에 살고자 하는 ()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 일본이 성공한 7가지 이유와 그것 때문에 현재와 미래에 고전하게 되는 7가지 고민은 평소 생각했던 시각과 거의 같아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강한 공명감(共鳴感)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2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최고 품질의 상품을 만드는 일본인의 정신이다. 노동을 신성시하게 된 정신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 '이시다 바이간(石田梅岩)'을 지적한다. 그는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스스로 터득한 진리를 통해 세키몬(石門) 학파를 이루어 일 자체가 수양이라는 철학을 설파하였다. 이것이 장인 정신으로 발전해서 노동에 숭고한 가치를 두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내는 장인 정신의 바탕이 되었다.

 

쇼토쿠태자

본과 비즈니스를 하면 누구든지 품질의 높은 벽을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생각될 정도로 지나친 경우도 있다. 허지만 상대적으로 품질에 소홀했던 우리에게는 많은 점을 깨닫게 해 준다. 그러나, 이런 완벽한 품질 추구가 비용을 과도하게 상승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급변하는 글로벌환경에서 속도가 뒤쳐지는 단초를 제공한다. 여기에 일본의 고민이 있다.

 

둘째, 좋은 것은 기꺼이 취한다 (이이토코토리, 良いとこ取り). 우리에게도 친숙한 쇼토쿠태자(聖德太子)는 이 사상을 적극적으로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종교, 정치, 문화, 사회 등 전반에 걸쳐서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자유롭게 받아들이라는 실리의 정책을 펴 나간다.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습합사상(習合思想)이 태어나게 된 배경이다.

 

www.mrbaseball.com

미스터 베이스볼(Mr. Baseball)’이라는 영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잭 엘리어트(Jack Eliot)는 방출되어 일본 프로야구팀으로 옮긴다. 그의 홍보 담당인 히로코는 어느 날 그를 프랑스 식당으로 초대해서 그 유명한 코베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대접한다.

잭은 일본 음식을 잘 안 먹는다고 하면서 이 스테이크는 미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낫다고 하자
, 그녀는 이 요리는 완전한 일본 요리다. 일본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취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Japan takes the best from all over the world and makes it her own)”라고 설명한다. 1990년대 초반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일본에 가 보기 전이라 그 의미를 몰랐는데, 그 후 이이토코토리의 정신은 일본 곳곳에 배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2권인 역사편은 약간 지루한 편이지만, 평소 궁금했던 덴노(天皇)의 의미와 내력을 이해할 수 있다. 의외로 일본인들은 천황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적다. 초창기 형성 과정에 대한 신빙성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태정태세문단세로 계보를 외우는데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오다 노부나가
,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히데요시가 등장하는 부분은 책, 영화, 만화로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기였을 뿐만 아니라 이 세 사람의 성격이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워낙 전개 과정이 극적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고민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일본판 삼국지'라고나 할까? 따라서, 쇼군(軍)과 바쿠후(幕府), 에도(江戶)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에 일본인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만일 일본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단 한 권의 책을 봐야 한다면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을 강하게 추천한다
. 특히 일본 사업을 하려면 적어도 이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혼네(
本音)와 다테마에(立前)를 모르면 일본인과의 비즈니스에 있어서 첫 단추가 깨진다.

혹 일본 문화에 대해 더 이해를 하고자 하면 김지룡 씨의
나는 일본 문화가 재미있다를 권한다
지금도 이 책들은 내 곁에 놓아 두고 수시로 들여다 본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즐거움은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역사 속에서 관계를 설정해 가는 데 있다. 대상국의 문화와 심리, 사회 구성, 역사와 전통에 대해 이해가 높을수록 비즈니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가게 된다.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이해가 비즈니스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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