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충격 후 한국 배우려는 일본의 단상

CEO 칼럼 2010/03/11 06:58

한국을 배우려는 일본의 모습을 바라보며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경기는 짜릿했다
. 우리 나라가 이기기를 소망하는 것은 한결 같지만, 그래도 다른 경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스타이고, 체력과 기술, 예술이 어우러진 스포츠이기에 한국의 멋과 역량을 만천하에 입증하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연아 선수가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를 원하는 바램은 절실했다. 결과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고 이어 나온 경쟁자 아사다 마오는 실수를 연발했다.

 

밴쿠버 올림픽을 마치고 노 골드의 일본이 충격에 휩싸였고, 스피드 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을 석권한 한국은 최고의 성적을 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지 않은 국민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충격에 휩싸인 일본 열도

 

반면 일본은 충격에 휩싸여 의회에서도 한국을 배우자는 구호가 나온다. 한국의 비결을 알기 위해 태릉 선수촌을 방문한다고 하고, 이 참에 산업은 왜 한국에 뒤지는지 심층 분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도요타 사태는 일본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기업 도요타의 이미지 실추는 일본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었다.

태릉선수촌의 모습


일본은 산업화 시대를 구가하던 성공 스토리에 심취해 있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 덕택에 일본이 도약하였다는 확신에 찼다. 2001년 동경에서 근무하던 미국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가 지적한 일본의 문제점은 명확했다. “뛰어난 젊은이들이 지금도 관료가 되기 위해 고시 공부에 매달린다. 기업에서 자기 역량을 발휘하려는 도전 의지가 없다. 이런 나라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겠는가?”

특히 글로벌 사회가 형성되면서 국가적 폐쇄성은 경제 성장에 독이 되고 있다. 어느 지인이 일본은 자만심에 빠져 더 이상 미국에서 배울 게 없다는 생각에 80년대부터 미국에 가지 않았다. 유학으로든 산업 연수로든일본적인 모델로 성공하던 스토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라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일본의 저력은 신용과 장인 정신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본을 우습게 볼 자격이 있을까? 지금 이 순간도 우리 나라 전자 제품의 많은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고, 로열티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어느 화장품 회사의 사장님 말씀으로는 “100년이 넘은 어떤 중소기업이 있다. 150명 규모인데 평균 연령이 40대가 넘는다. 그런데, 세계 유수의 화장품 회사들은 이 회사의 원천 특허를 피해갈 수가 없다.”라며 무서운 장인 정신의 저력에 대해 혀를 찬다.

 

일본이 진취성과 혁신력에 있어서 한국인보다 정적(靜的)이고 한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가장 투명하고 정직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콘텐츠와 같은 무형 자산도 공정 거래가 받쳐 주기에 한국보다 10-20배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외치는 공정 거래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체화되어 있다.

 

감염된 사이트 분포 (googleonlinesecurity.blogspot.com)

일본에서 기업이 생존하는 기반은 신용(信用)이다. 어느 나라이든 범법자도 있고 사기꾼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이들이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느냐 하는 거다. 한국 회사에서 일본으로 파견나갔던 어떤 임원의 얘기가 일본은 사기를 친 사람들이 사회에서 쓰레기 취급 받는 구조다. 다시는 사업을 할 수가 없다라며 한국과의 극단적인 차이를 얘기한 적이 있다.

사이버 범죄도 가장 적다. 구글에서 전 세계의 악성코드와 해킹 동향을 분석하면서 감염된 웹 사이트 분포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는 드물게 그린(Green)”으로 표시된다.


대기업
, 한류, 올림픽의 성공에 도취해서는 안 되는 이유

 

한국이 동계 올림픽에서 승리하고, 일부 대기업이 약진하고, 한류가 퍼져 나가는 것을 보고 우리의 위상에 대해 착각하는 이들이 꽤 있다. 과거에 IT 벤처 거품 시절 어떤 고위급 공무원이 일본에 가서 일본은 IT와 벤처에 대해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라며 훈수를 두고 왔다고 자랑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일본 젊은이들의 의지가 약하다는 일본인 스스로의 지적을 지켜 보는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공계를 기피하고 평생 편하게 일할 직장만 찾는다. 끈기를 가지고 과학 기술에 빠져드는 인내심도 부족하다. 부와 가난이 세습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부모 유산이 있으면 힘든 일을 하지 않고, 정작 돈을 벌어야 하는 젊은이들은 취직하기가 힘들다.

 

몇몇 대기업과 한류 스타, 운동 선수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모습과 실제 국민 경제는 괴리감이 생기고 있다. 물론 이들의 도약이 우리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우리 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도취해서는 안 된다. GDP가 성장하고 국가 브랜드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고 균형잡힌 사회를 이루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CEO가 아이폰 출시를 환영하는 3가지 이유

CEO 칼럼 2009/11/25 11:47

미국 출장 중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미국인이 아이폰을 가지고 있었다.아이폰 사용하기 괜찮습니까?”고 묻자 모바일 기기로서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웹 검색, e-메일은 물론 이동 중에 구글맵을 활용하면 아주 편리하다. 모바일 환경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다 있다. 게다가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서 필요한 건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애플 제품과 아마존 킨들


마침 근처에 있는 외국인이 아마존의 킨들(Kindle)로 책을 보고 있어서 그 옆 자리에 있던 다른 분이 킨들이 어떠냐고 물으니, “책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다. 신문도 여기에서 볼 수 있다라며 킨들 예찬론을 편다.

안타깝게도 아이폰과 킨들
, 이 두 가지 모두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아마존에서 킨들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전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고 10월에 발표했다. 그런데, Korea를 선택하면 죄송합니다. 킨들 콘텐츠를 한국에는 배달할 수 없습니”라고 나온다. 물론 안 되는 국가가 꽤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그렇다 치고 몽고, 베트남에서도 되는 서비스가 왜 한국에서는 안 될까?


아이폰의 출시를 환영하는 이유는
?

 

아이폰(iPhone)이 출시된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CEO로서 적극 환영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나 표현해야 할까? 왜 세계 곳곳에서 화제를 일으키면서 사용되는 제품을 우리 나라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는가? 나의 개인적 기호 때문이 아니다. IT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품을 한국에서 사용해 볼 수도 없다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

 

IT의 키워드는 개방과 글로벌성이다. 그런데, 많은 블로그에서 지적되고 있듯이 한국은 IT의 갈라파고스가 되고 있다. 이웃 나라 중국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중국은 미국과 여러 면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정치적 문제 때문에 개방에 한계가 있다.

 

반면에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탓에 수출을 해야 하는 작은 나라다. 산업의 기반은 하드웨어지만 IT를 접목해서 부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IT 강국이라고 스스로 자처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그런데,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끼리만 잘 하자는 것은 우리에게 적합한 방향이 아니다.

 

아이폰이 우리 나라 문화와 맞지 않다느니,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않다느니 하며 부정적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그것은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이지 업계나 언론, 정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일단 선택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중요하다.

 

아이폰의 사업 구조


현재 IT 업계에서 탁월한 리더로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CEO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 그가 만든 아이팟(iPod)은 음악 분야의 콘텐츠 플랫폼을 장악했으며, 더 나아가 아이폰은 스마트폰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런 선구자적 마인드와 도전 정신 때문에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의 사용 편의성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아이폰은 손 끝 하나로 인터넷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바로 접속하는 개념을 구현했다. 이러한 독창적 포지셔닝으로 이동통신사가 영향력을 좌우하는 휴대폰 시장의 권력 구도를 바꾸어 놓았다
. 어느 통신사가 전화가 잘 터지느냐보다 내가 원하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사용 편의성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이폰은 최초로 휴대폰 회사가 이통사로부터 돈을 받는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아이폰을 휴대폰에 단순히 부가 기능이 더해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의 사상(philosophy)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과 콘텐츠가 공급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오히려 모바일 통신은 소프트웨어의 부가 기능으로 활용될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는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는 실시간으로 전세계 사용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앱스토어(AppStore)가 출시되면서 아이폰 단말기가 급증하는 통계는 아이폰의 개념이 통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림 참조). 기존에 휴대 전화와 통신 서비스만이 주연으로 간주되던 통신 사업이었다. 이를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관통해서 중심축을 옮긴 것이 아이폰의 핵심이다. 이러한 통찰력은 스마트폰 산업에 불을 당겼다.

출처:산은경제연구소

출처:LG경제연구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이 될지, 단지 한 시대를 풍미한 히트 상품에 머무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아이폰의 혁신성과 창의력, 그리고 통찰력은 충분히 가치를 인정 받을 만하다. 국내에서 출시되고 있는 휴대폰들이 터치 스크린, 아이콘 레이아웃(lay out), 스크린 키 입력방식에서 아이폰을 모방하고 있다. MP3 음악을 취급하는 서비스도 아이튠스(iTunes)와 흡사하다. 이는 누가 창조하고 누가 모방하는지, 누가 이 시대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매년 스티브 잡스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변모하는 이동 전화 시장

스마트폰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아이폰의 영향으로 스마트폰 관련 기업들이 앱스토어(AppStore)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소통되는 플랫폼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는 소프트웨어 인력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왜나 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갖추면 전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 별도의 유통 채널도 필요 없다. 앱스토어(AppStore)에서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 잡으면 된다. 패기에 찬 젊은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해외에서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다. 대기업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정부 정책을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폰의 도입을 환영한다. 우리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인력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갈 수 있도록 많은 글로벌 환경과 플랫폼이 제공되어야 한다.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 보아야 아이디어가 나올 것 아닌가? 해외에서 나온 서비스나 제품을 베껴서 한국에 장사하기 보다 한국적인 서비스를 창출해 내어야 한다. 그런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세계로 뻗어가야 한다.

일부 대기업이 정보와 자원을 독점해서 해외 사업을 주도하던 시대는 끝나고 있다. 이와 같이 개방적이고 세계인들과 호흡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일자리는 창의력과 기술력으로 창출된다. 진취적인 아이디어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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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CEO로서 신사옥 착공이 갖는 의미는?

CEO 칼럼 2009/11/22 07:14

안철수연구소의 CEO가 되고 나서 크고 작은 각종 프로젝트와 사업에 관여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전혀 다른 분야가 있었으니 판교에 사옥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한평생 IT에 종사했던 나로서는 모든 내용이 생소했다. 건설업계는 IT와는 분야도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게다가 IT 기업으로서 거래되던 규모와는 차원이 다른 자금이 동원된다.

 

공사장 전경 (1)

공사장 전경 (2)

이미 부지 선정에서 기초 작업들은 잘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CEO 임기 중에 조감도 확정, 시공사 선정, 착공에서 실제 건설이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 건물을 완공하고 들어섰을 때에 이 건물에 입주하는 직원은 물론 방문하는 분들이 이 건물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 많은 부담과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나의 인생에 있어 예상하지 않았던 작품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옥 내역을 설명하는 장면

현관의 대리석, 천장 및 바닥재, 레이아웃 등 크고 작은 결정을 앞에 놓고서 아무래도 공부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아예 날을 잡아서 벤치마킹할만한 건물들을 돌아다녀 보았다. 평소에 많은 건물을 드나들었지만 사옥을 짓는다는 생각에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니 각 건물들의 철학과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건물을 돌아 다니다 보니 의외로 서울 시내에 진정한 사옥으로 설계한 건물이 별로 없다는 실상을 깨달았다
. 부동산이나 임대 수입에 목적을 둔 건물은 사옥과 판이하게 달랐다. 우리의 사옥은 직원들이 사용할 공간이다. 또한 우리 회사는 연구소가 주축이고 24시간 깨어 있어야 하는 장소다. 그래서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 안철수연구소가 오랜 기간 자리 잡을 장소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었다. 일단 그렇게 원칙을 세우고 나니 의외로 많은 결정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공정성과 투명성에 원칙을 둔 선정 과정

안철수 의장과 쏠리테크 사장과의 환담

7.7
디도스 대란으로 정신 없이 바쁘게 뛰던 7월 달에 최종 시공자를 결정했다. 건설 규모가 대형빌딩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의외로 많은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안철수연구소의 브랜드 가치와 현금 안정성 때문에 수익을 떠나서 의미가 크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영업적 멘트일 수도 있고 경제가 안 좋은 상황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수주전이 치열하다 보니 부담도 되었고 또다른 시험이라는 판단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최우선 원칙을
투명하고 공정한 선정 과정에 두었다. 안철수연구소의 이름을 걸고 깨끗한 선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어느 탈락한 기업으로부터
떨어지기는 했지만 과정이 워낙 깨끗해서 기분이 찝찝하지 않다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서, 소기의 목적은 이루었다고 자부심을 가진다. 영업을 위해 여러 채널을 동원해서 우리 회사에 접근하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건설업계에 떠돌았다고 한다. 그래서, 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실력에 초점을 맞출 수가 있었다. 시작이 깨끗해야 그 다음에 후탈이 없게 된다.

 

안철수연구소 신사옥을 짓는 첫 삽을 뜨면서

드디어 지난 주에 착공식이 있었다
. 땅을 둘러보면서 아 이 곳에 우리의 둥지를 트겠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착공식이라는 행사에 처음 간 나로서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테이프 커팅, 시삽을 하면서 바로 옆에 서 계신 안철수 의장이 많은 행사에 가 보았지만 우리가 주인인 것은 처음이네요라며 감회에 젖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테이프커팅

시삽


‘벤처 기업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인 시절, 서초의 작은 사무실에서의 3명의 출발은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당시 외부 환경은 마치 지금 이곳처럼 춥고 메마른 바람이 부는 황량한 벌판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불모지와 다른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을 안고 첫 발을 내딛은 안철수연구소가 성공과 도약을 거듭해 오늘 자신의 사옥을 짓게 되었습니다고 과거를 잠시 회상한 뒤 이 사옥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도약하는 안철수연구소의 모태가 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연설을 마쳤다.
(연설 전문 http://blog.ahnlab.com/ahnlab/736)

마침 추운 날씨에도 많은 직원들이 참석해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사실 여의도에서 판교로 움직이게 되면 삶의 공간을 옮겨야 할 직원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사무실을 이동하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의 가족까지 관련된 2년 프로젝트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하며

많은 기업들이 사옥에 입주하면서 운명이 두 갈래로 바뀐다고 한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서 비상(飛上)하거나 무리한 자금 동원과 초점을 잃은 사업으로 추락한다고 한다. 안철수연구소는 부동산이나 원칙에 어긋는 사업은 아예 고려하지 않을 것이므로 후자가 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신사옥에 둥지를 틀어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욱 각고(刻苦)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직원들과 함께


작년에 CEO가 되고 나서 금년도에 많은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3-5년 내에 많은 신사업과 프로젝트의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신사옥에 입주하는 2년 뒤에는 가시적인 부분이 구체화된다. 그런 점에서 판교 신사옥은 안철수연구소의 성장 발판을 다지는 시점과 같은 시대를 걷게 된다. 다시 한번 경영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이 건물이 안철수연구소의 마지막 건물이 아닌 첫 건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라는 설립자 안철수 박사의 기대감은 CEO인 나의 목표이자 우리 임직원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안철수연구소의 새로운 모멘텀인 판교 신사옥의 주춧돌을 놓는 소임을 담당하게 된 것도 나에게는 큰 행운이다. 이 사옥이 판교 테크노밸리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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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4) - 갑 vs 을 시대착오적 세태

CEO 칼럼 2009/10/05 12:36

먼저 두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사례 1

대기업 부장이었던 분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독립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 동안 닦아 놓은 인맥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려고, 마침 명예퇴직 프로그램이 좋아서 퇴직금 두둑하게 챙겨 나왔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어리둥절했다. 그 분은 을 괴롭히는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항상 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면서 심한 접대 요구는 유명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에서도 그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알게 된 기업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슈퍼 갑앞에서 잘 보이는 것 이외에 의 옵션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회사를 나온 그에 대한 예우는 이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모두가 냉랭하게 대했고 그 후 소식은 잘 모른다.

 

사례 2

공무원을 오래 하시다가 도중에 모 회사의 임원으로 가신 분이 있다. 그가 한참 잘 나갈 때에는 업체들이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눈도장을 찍느라 바빴다. 그가 행사할 수 있는 예산과 결정권은 막강했다. 전문가가 적던 시절이어서 그의 발언권은 아주 컸고, 이에 힘입어 그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전문가들이 많아지면서 그의 실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내부에서도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늦기 전에 회사로 옮긴 것은 괜찮은 결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분이 회사에 가서도 목에 힘을 빼지 못하고 지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접대를 나가서도 훈계조로 얘기하거나 자신이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적응을 하지 못하고 회사를 관두었다.

 

갑과 을의 관계는?

갑과 을은 평등한 관계인가?

직장을 선택하면 업무의 형태가 의 어느 한쪽에 속하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회사 자체가 의 역할,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역할이 큰 업종일 수 있다. 아니면 의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게 될 수 있. 모두가 그 회사를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기에 어디서든지 성실하게 임한다면 전문가로서 중요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그런데
, 우리 나라는 의 불평등이 심각한 문화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나 물건을 사는 쪽보다 판매하려고 하는 입장이 항상 아쉬운 법이다. 특별히 공급이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매자가 비즈니스의 열쇠를 쥐게 된다.

그렇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해 주기 바란다는 갑의 마음도 있을 수 있다. 거래는 상품과 용역을 재화로 교환하는 공정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의 불투명성과 불합리성의 문제다.

 

왜 유독 우리 나라에서는 의 권한이 강할까? 
필자의 생각에는 과거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낮추어 보는 사농공상(
士農工商)’의 전통과 유교적 문화가 잠재적 원인중의 하나인 것 같다. ‘상도(商道)’라는 소설과 드라마를 보면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는 상인들의 이문(利文)을 갈취하는 양반들의 위선적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상인을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장사치로 간주하는 가운데, ‘내가 당신의 물건을 사 준다’, ‘베풀어준다라는 우월적 인식이 자리잡지 않았을까? 이런 인식이 현대 산업 사회로 오면서 투명한 거래로 진화했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정부와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 속에서 그런 문화의 형성은 미루어져 왔다. 시간이 가면서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평등은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직장에 취직해서 어떤 종류의 업무를 맡느냐는 나중에 그의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이를테면 만일 의 업무로 몇 년을 지내고 나면, 훗날 직장을 옮기거나 업무가 바뀌어서 의 입장에 처했을 때 잘 적응을 못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완전히 착각하기도 한다.

20년이 넘도록 편안하게 직장을 다니신 분이 있다. 연봉도 다른 업종의 친구들보다 높은 편이었고 시간적 여유도 많았다.억세게도 운이 좋구나라는 생각에 부러움이 들었다. 본인 스스로도 운이 좋아서 편하게 지낸다고 자랑하곤 했다. 그러나, 그 조직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는 커리어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그는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하고 심각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가치는 그 조직이 만들어 준 것이지 자신이 만든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직 속의 내가 아니라, 진정한 나의 가치가 필요
 
'
일을 시키는 입장일을 직접 수행하는 자세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일을 시키면서도 철저히 분석해서 전문가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겉에서 보고 판단하는 것과 실제로 부딪히면서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안철수 박사가 직접 숙제도 하고 시험도 보면서 해야 자기 것이 된다라며 CEO를 관 두고 고행의 MBA 프로그램에 들어간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사실 '갑'과 '을'을 단순히 수직적 관계로 보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의 역할은 큰 목표를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을' 즉 파트너의 도움을 필요로 할 뿐이다. '을'의 상품을 사 주거나 일거리를 주는게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파트너쉽을 자신의 파워(power)로 착각하고 즐기려는 이들이 있다.

은 항상 아쉽고, 머리 조아려야 하고, 고객이 부르면 달려가야 한다. 허나 ’로 오랜 경험을 쌓을 경우 자기 독립심이 강해지고, 자신의 역량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조직에 의해 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만의 현실적 가치를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냐 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삶을 태하는 진지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사회생활에 임하는 자세는 초기 몇 년의 직장 생활에서 자리잡히기 때문에 커리어에 있어서 중대한 기로다. 초반에 자신을 연단하는데 더 투자한다는 자세로, 직접 일을 수행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업무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실력이 된다.

 


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3) - 중소기업 vs 대기업

CEO 칼럼 2009/10/01 05:45

잘 알고 지내는 대학 교수와 어느 졸업생의 취업을 놓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졸업생은 실력이 뛰어나서 원하는 곳이 많았다. 그 분이 그 친구는 큰 일을 할 친구라서 대기업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해서, 내가 바로 반박을 했다. “교수님, 오히려 큰 일을 하려면 중소기업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쌓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에 가면 주어진 일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 경험의 차이

 

많은 이들이 대기업에 가면 많은 경험과 훈련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기업은 체계도 잘 잡혀 있고, 단계적 훈련 과정이나 큰 프로젝트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자신이 소속된 부서의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의 폭은 적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신입 사원의 경우 1년 정도는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 전체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발 부서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영업 대표와 같이 고객을 직접 만날 수도 있고, 기획, 마케팅, 심지어는 재무, 인사, 총무의 사람들과도 지척의 공간에서 일하게 된다. 대기업에서는 몇 년을 있어도 만나지 못할 부서의 소속 직원들의 애로 사항도 듣는다.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마치 사업을 수행하는 CEO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의 한계도 있다
. 자원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한다. 경험을 축적할 여유가 없다 보니, 가끔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우울증에 시달릴 때도 있다. 너무 업무가 몰려서 탈진(burnout)되면 "그냥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시행착오도 많아서 힘껏 노력했던 일이 시간 낭비로 판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기업처럼 역할과 책임(R&R, Role & Responsibilities)으로 정확히 구분되기 힘든 것이 중소기업 현장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대기업처럼 조직이 크면 관료화되고 조직의 논리가 작용한다. 가능하면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방어적 자세가 된다. 때로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사업 구조나 조직이 바뀌면 위치도 바뀐다. 내가 대기업에 근무시절에는 매년 이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같은 지역이 아니라 기흥에서 강남으로, 다시 수원으로 이사를 갔다. 같은 건물에서 옮기는 경우는 다반사다. 오래 근무하신 분의 말마따나 '연례 행사'.

 

특히 조직간의 힘겨루기, 소위 정치(politics)가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 단위로 실적이 숫자로 나오는 민간 기업은 그나마 기준이라도 있다. 숫자로 설명되기 힘든 조직, 이를 테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조직 리더의 정치적(?) 능력이 구성원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관료화를 없애고 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영원한 숙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 이기주의와 관료화는 난공불락이었다. 지도자의 굳건한 의지와 집념으로 추진해도 좌절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점에서, 사업적 역량을 키우려면 중소기업에서 여러 부서의 업무를 섭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고객을 직접 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시장을 읽는 데는 좋은 경험이 된다. 반면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대기업도 좋은 선택이다. 중소기업에서는 하고 싶어도 지원이 안 될 수 있기 마련이다.

대기업의 공장 전경

중소기업현장


한편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라는 점도 현실이다. 나는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이 튼튼하지 않고는 우리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기를 고대하고 있다. 불행히도 나의 기대가 반드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위험 요소도 포괄적으로 고려해서 직장을 선택을 해야 한다.

비전있는 전문 기업을 선택해야

  

굳이 나에게 중소기업’, ‘대기업중에 고르라고 물으면, 나는 비전있는 전문 기업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전문성을 쌓는 게 최고의 투자다. 그러려면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끄집어낼 수 있는 회사로 가야 한다.


기업의 비전이 뚜렷하면 가장 좋다. 할 일도 많고 성장 과정에서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 기업과 동시에 성장할 수도 있고, 도중에 다른 기회를 포착해서 변신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의 비전이 약하더라도 자신에게 실력을 키워줄 수 있는 회사도 차선책이다. 이를 테면, 자기를 멘토(mentor)해 줄만한 전문가가 있거나, 자기가 익히고 싶은 제품을 만들거나, 열정을 바쳐보고 싶은 사업 분야이거나, (영업의 경우) 자신의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거나....

 

사람마다 적성은 다르기 마련이다. 각 적성에 맞는 업종을 선택해서,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첫 길을 선택해야 한다누구든지 5-10 이상 열정을 바치고자 하는 분야는 마음 속에 있다. 문제는 그것을 선택하는 용기다. 가장 안 좋은 것은 막연하게 겉모습만 보고, 주위의 말만 듣고 선택하는 것이다. 3-40년 우량 기업으로 존재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현재의 우수 기업이 미래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아무리 좋은 기업이더라도 자신과 안 맞으면 불행이다.

주위 사람들, 특히 나이 드신 분의 인식은 자신들이 살던 시대에 머무른다. 10년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상황에서 2-30년 전 기준의 권고를 따르는 게 합당한가? 부모들도 그런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평생 보람있고 즐겁게 살아갈 방향에 대한 선택인데, 그 선택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다.


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2) - 문제는 실력이다

CEO 칼럼 2009/09/29 12:46

취업 면접을 위해 자리를 잡게 되면 처음에 자신의 소개를 하라는 질문이 주어진다. 딱딱한 분위기를 깨면서 대화를 전개해 가기 위함이다. 그런데, 가끔 자신을 돋보이려고 지나치게 오버(?)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손을 번쩍 들어 손가락을 펴가며 설명하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3행시를 짓거나, 패기에 찬 인상을 주려는 듯 웅변조로 얘기한다. 특히 신입사원의 경우 그런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썰렁한 분위기로 바뀐다. 동석한 심사위원들에게 저런 정치성 발언은 오히려 어색하지 않아요?” 하고 물으니 모두가 끄덕거린다. 아마도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다고 한다. 언젠가 잡지에서 취업 컨설팅을 하는 분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초반 3분 이내에 뚜렷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 강하게 자신을 어필하라고 권하는 것을 들었다. 과연 그런 행동이 플러스일까?

 

엔지니어 실습 현장 (rainbowstar.chungkang.ac.kr)

면접은 그 사람이 그 회사에 적합한 지 여부를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는 과정이다. 면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면접자도 자신에게 맞는 직장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회사 측에서는 그 사람의 업무 능력과 자질, 인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러나, 역시 기본은 그 사람의 실력이다. 엔지니어는 기술, 스킬셋(skill set), 영업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능력, 경영 부서는 경영에 대한 지식이 기본이다. 아무리 성격이 좋고 노력하는 자세가 있더라도, 실력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뽑고 나서 서로가 힘들다.

나는 지원자의 출신 학교나 성적표를 별로 보지 않는다
. 대학을 졸업 안했더라도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낸 이들을 많이 보았다. 또한 학교마다 성적을 받기 쉬운 과목이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평점에 대한 나의 신뢰도는 크지 않다. 다만, 어떤 과목들을 들었느냐 하는 것은 눈여겨본다. 특히 별다른 경력이 없는 신입 사원의 경우 대학에서의 이수 과목과 활동 여부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전공 과목이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일부 지원자들이 고학년에서 전공 과목을 상당히 적게 들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도 전공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진, 판소리, 개론 과목 등이다. 물론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추구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고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성적을 보면 무언가 의도적으로 학점을 올리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구심도 든다.

 

하도 이상해서 본인에게 직접 질문을 했더니 졸업을 위해 필요한 전공 과목을 2-3학년에 다 들었기 때문에, 4학년은 교양 과목 위주로 들었다고 한다. 친구인 대학 교수에게 물어보니 언젠가부터 교육 정책이 바뀌어서 전공 필수를 많이 줄였을 뿐만 아니라 전공 부담 자체를 줄였다고 한다. 학생들에게는 학점이 취업에 중요하기 때문에 교수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도대체 말도 안 되고 무책임한 교육 체계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선택해 가는 과정이다. 오히려 1-2학년 때에는 폭넓게 과목을 들어서 자신에게 적합한 분야를 선택하고, 고학년에 갈수록 본격적으로 전공 과목에 집중하는게 당연하다. 나는 대학 3-4학년

지도교수 Robert Mitchell

시절에 교양 과목을 들은 기억이 없다. 미국 대학에서도 3학년 이후는 전공 이수하느라 쩔쩔맨다. 게다가 전공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학, 물리학, 화학, 통계학 등 관련 자연과학 분야도 이수해야 한다.

유학 시절 박사 과정을 위한 이수 과목을 다 끝내고 자격 시험(Qualifying Test)도 다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가 내가 들은 과목을 쭉 보더니 몇 과목을 더 들을 것을 주문했다. 그것도 다른 학과에 가서.. 그래야 연구(research)에 도움도 되고, 나중에 사회에 진출해도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그 당시에는 상당히 귀찮게 생각했지만 나중에 그것이 나에게 약이 되는 조언이었음을 깨달았다.

 

기초가 부실하면 따라갈 수 없어

사회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으로 알아야 하는 과목이 있다
.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데이터 구조, 운영체제, 네트워크,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공학 등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초다. 보안 소프트웨어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그래밍은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프로그래밍도 실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면, 컴퓨터 학원에서 신택스(syntax) 위주로 배운 프로그래밍 능력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어떤 분들은 사회 생활은 실력보다 인간 관계가 좋아야 돼라고 얘기한다. 하긴 나에게도 “CEO가 너무 기술을 잘 알아서 시시콜콜 챙기면 사업이 오히려 안 된다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그 말은 틀렸다. 기본 실력이 없으면 대우를 못 받는 세상이다. 과거에 그런 식으로 통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철저한 실력에 기초한다. 단지 같은 기술이라도 경영자와 기술자가 이해하고 활용하는 관점과 수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단 어느 분야에서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어야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그 후에야 그 사람의 인간성과 각종 역량이 발휘되어 꽃을 피운다. 자신이 설 땅도 없는데 아무리 좋은 품성을 갖추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실력에 기반을 둔 전문성은 그 사람의 커리어(career)의 줄기에 해당한다. 취직만 시켜주면 열심히 해서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초는 그렇게 짧은 시일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차분히 기초 실력을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실행이 중요하다.


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1) - 커리어를 먼저 생각해야

CEO 칼럼 2009/09/27 13:08

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1) - 커리어를 먼저 생각해야

취업을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준비하고 있다
. 청년 실업난이라서 취업이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데

취업 이벤트 현황

구인난을 겪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를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러한 괴리는 기술 인력의 수요는 큰데 비해 이공계를 기피하고, 이공계를 선택했더라도 소명감을 가지고 준비를 하지 않은 데 기인한다.

어쨌든 어떤 자세로 어떤 직장을 선택해서 첫 발을 내딛는가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기(轉機)
. 환경도 틀리고 시대도 다른 상황에서, 각자 인생은 다르게 전개될 수 밖에 없다. 절대로 남의 것을 모방할 수 없는 게 자신의 인생이다. 
 

필자도 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나선지 어느덧 20년째다. 그래서, 여러 모로 부족한 사람이지만, 직장을 선택해야 하는 예비 사회인들에게 Tip이 될만한 몇 가지 생각을 시리즈 형태로 적어 본다. 혹 사회 예비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큰 기쁨이다.

 

인생의 모멘텀을 돌아보게 한 TV 인터뷰

 

켄자TV 홈페이지

얼마 전 일본 켄자 TV와 인터뷰를 했다. 일본의 20대 젊은이들에게 CEO가 줄 수 있는 지표를 소개하기 위한 탐방 시리즈라고 한다. 영예롭게도 인터뷰를 하는 한국 CEO 10인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일요일 저녁 시간으로 스케줄을 잡을 수 밖에 없어서 모처럼의 휴식 시간을 놓쳤지만, 이웃 나라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호기심에 흔쾌히 임했다.

인터뷰는 필자의 사회 경험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 주로 어떤 계기가 전환점이었고,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였는지, 그런 결정을 하게 되기까지의 고민 등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를테면, 첫 직장을 선택한 배경, 정보 보안 초창기에 사업에 뛰어든 이유, 안랩의 CEO가 된 후의 고민과 결정 등등.

 

미리 작가가 정리한 내용에 답변하는 일상적인 인터뷰 방식이 아니었다. 준비된 스크립트는 있었지만 수시로 질문의 틀을 벗어났다. 특히 그 당시의 결정을 하게 된 배경과 이를 통해 어떻게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는지를 집요하게 질문해 왔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과 끈질김을 느낄 수 있었다. 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어 거의 탈진 상태가 되었지만, 타인의 질문을 통해 내가 걸어 온 커리어(career)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과거의 나의 이력이 현재의 나의 가치(value)를 입증한다.

 

국문과 영문 이력서가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는?

 

국문과 영문은 이력서(resume)의 형태가 반대다. 잘 알다시피 국문은 출신학교, 자격증, 수상경력 그리고 나서 경력을 연도순으로 나열한다. 영문은 최근 이력부터 시작해서 연도의 역순으로 설명을 하면서, 스킬셋(skill set)을 강조해야 한다. 학력은 맨 마지막에 나온다. 최근에는 영문식을 가미한 형태도 종종 보게 되지만, 아직 국문 형식이 많이 사용된다. 자기 소개서를 설명할 때에도 태어날 때부터 자라온 환경, 학교를 선택한 배경을 설명하고 나서 경력을 설명한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학교와 자격증 위주로 보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입사 면접을 할 때마다 국문 이력서에 기술된 내용과 반대 방향으로 질문하게 된다. 또는 서술되어 있지 않은 내용, 이를테면 그 사람의 기술과 경험, 업무적 경험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 면접자와 씨름을 한다. 나는 그 사람의 커리어를 이해하고 잠재 역량을 판단하기에는 영문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최근의 경력이 현재의 일자리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아닌가? 현재의 본인이 있기까지 축적된 경력이 그 사람의 커리어다. 왜 10년 전에 졸업한 학교가 중요한가?

 

면접을 해 보면 그 사람의 경력이 플러스(+)의 삶으로 구성되었는지, 단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팔러 다니기 위해 살았는지가 드러난다. 물론 인생이 애당초 설정한 목표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또한 한 분야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플러스의 삶인 것만도 아니다. 전혀 다른 분야로 바뀌는 대전환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의사에서 CEO, 또한 교수로 직업을 바꾼 안철수 박사만 보아도, 그의 말마따나 효율성에 의해 볼 수 없는 게 인생이다.

5년, 10년 뒤 당신의 모습은?

문제는 어떠한 자세로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
. 입사 면접을 할 때마다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5, 10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습니까?” 회사의 간부나 임원이 되고 싶다든지, 경험을 쌓아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다든지, 개발자로서 성공하고 싶다든지, 대답은 다양하다. 그런데, 의외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으로 자신을 만들어갈 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경우는 드물다.

 

목표가 진정성이 있어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자신의 부족한 면을 보강하고, 강점을 더욱 신장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계획의 틀이 마련된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의 통념이나 주위 사람 (부모, 친구)의 말만 듣고 방향을 정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혹은 돈 몇 푼에 직장을 옮기거나, 살기 편하니까 도전을 기피한다. 이러한 모든 것이 결국에는 자신의 잠재적 역량(potential)을 사장시키게 된다. 자신의 표출된 역량이 하나씩 축적되어 커리어로 반영되고, 이를 사회가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몸값(연봉)은 결정된다.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데 배부른 타령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의외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때로는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업무를 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많다. 별볼 일 없는 잡일을 하면서도 큰 사업을 일구어낸 기업가들의 스토리를 많이 본다. 문제는 목표와 자세(Attitude)다. 성공의 지름길만 걸어가는 왕도는 없다. 오히려 외도(?)를 하면서도, 전혀 다른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기회를 포착하기도 한다. 도전을 통해 얻는 시행착오와 처절한 좌절도 커리어에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은 단순한 일자리(Job)가 아니라 커리어(Career)를 키울 수 있는 방향에서 고려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커리어는 개인의 잠재적 역량을 기반으로 실용적 현장 기술(hands-on skill), 다양한 경험, 그리고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에 따라 결정된다. 젊은 나이일수록 자신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생각한 선택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점점 옵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살았다고 해서 미국 전문가인가?

CEO 칼럼 2009/07/23 11:52

[편견타파 릴레이]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 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3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해외 전문가에 대한 편견

 

미국 일류 대학에서 공부를 했거나 교포 사회에서 활동한 정치인을 미국 전문가라고 치켜 세우는것을 보게 된다. 미국에 몇 십 년을 살아도, 좋은 학교를 나와도, 미국 주류의 생각과 사회에 접근하지 못했던 이들은 미국의 실체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런데, 한인회에서 주로 한국인들과 한국말로 커뮤니티를 구성했던 이들을 미국에서 물리적으로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학교는 사회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커뮤니티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이 보장되지만, 얼마나 적극적으로 배움의 장에 도전하느냐에 따라 각각 얻는 결과가 다른 실험의 장이다.

그러나, 많은 한인 학생들은 미국 주류 학생들의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보다 '끼리끼리' 다니는 경우가 많다. 어느 곳이건 배타성이 있지만,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배타성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워낙 어릴 때부터 자란 환경이 다르고 관심사가 적어서인지 공통 대화의 소재도 적다. 그렇게 대화는 없이 시험 공부에만 집중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미국을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국내의 기업이나 기관에 있으면서 사업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일을 해 본 사람들이 더 지역전문가의 자격이 있다. 우리가 전문가를 검증하는 시스템에 한계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더 이상 엉성한 경험이 전문가로 포장되기에는 우리 사회도 이제 많이 발전하고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직업에 대한 편견

 

우리 회사는 2011년 입주를 목표로 사옥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IT 투자 규모와는 차원이 다르다보니 CEO로서 상당히 스트레스 받는다. 특히 업종이 전혀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보통 건설이라고 하면 영업을 잘 수주해서, 건설 현장에서 인부들을 잘 다루고, 남자답게 몰아부치는 스타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실제로 설계 과정부터 선정 과정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건설도 전형적인 지식 산업이라는 점이었다.

치밀한 설계
, 종합적인 구매 시스템, IT 인프라, R&D를 통한 신기술 활용이 모두 발휘되어야 원가 절감, 납기 단축과 같은 건설의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 현장 사무소와 본사와의 긴밀한 정보 소통 시스템은 모두 IT로 구축된다. 아직 시공도 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느끼기에도 건설이나 IT나 모두 기술기반의 시스템 사업이라는 점은 명확한 것 같다. 건설업에 대한 나의 편견을 반성했었다.

 

김상우 VC 님으로부터 넘겨받는 [편견타파 릴레이]였습니다.
[해당 글] 서울대 전기과, 똑똑하고 형광등도 잘 갈아?

그럼, 다음으로 [편견타파 릴레이] 주자로는 엔시스, Sun A's, 칫솔 님께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3D 업무에 한숨짓는 보안인력의 현실 : 안철수연구소 CEO가 바라본 DDoS 대란 (3)

CEO 칼럼 2009/07/17 11:28

매번 보안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여러 가지 대책이 논의된다. 각 기관은 대책을 마련하고, 위원회를 만들고, 보안이 중요하다고 구호를 외친다.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세미나를 주최하고, 새로운 포럼과 협의회가 생겨 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업계는 어떠할까? 혹시 특수는 있지 않을까, 이 기회에 어떻게 돈을 벌까 혈안이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무늬만 보안인 업체들이 나올 것이고, DDoS 전용 장비라고 그럴듯하게 포장을 한 제품들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물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상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안전을 지킬 수 없는 허위 제품도 많이 보아 왔다.


오늘 투자 설명회(IR)에 갔더니 "공익적인 일을 많이 한 반면, 돈은 엉뚱한 이들이 벌어가는 것 아닙니까?"하고 애널리스트들이 걱정을 한다. 보안 업체들이 무료로 봉사하는 공공재처럼 일하는 것에 대한 투자가의 우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보안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은 무엇일까? 정보보호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IT 보안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 처벌할 규제를 강화해서 의무화해야 한다, 등등. 그러나, 이러한 백화점식 처방을 나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할 수 있고, 이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보안을 구축해야 하는 기업과 기관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나는 보안 산업에 뛰어든 초창기부터 문제의 핵심은 보안 전문 인력의 태부족이라고 생각해 왔다. 우수한 전문 인력만 충분하면 정보 보안 문제는 해결이 된다. 제품, 솔루션, 정책 실행 모두가 전문 인력에 달려 있다. 보안의 중요성을 외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그 일을 수행하는 해결사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기술적 기반이 탄탄한 보안 전문 인력이다.

 

물론 보안 인력 양성10년 전부터 모든 정책 프로그램과 보안 이벤트의 인사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러나, 의지를 가지고 실행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오늘날 보안 인력, 크게 보아 소프트웨어 인력의 이탈과 사기 저하는 아주 심각하다. 심하게 말해서 하드웨어적 사고와 기업 문화 속에서 정보화 사회의 기반인 소프트웨어는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무너지는데 보안이 논의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왜 보안 전문 인력이 부족한가?

 

왜 보안 인력이 부족한가? 왜 보안 인력이 되려고 하지 않는가? 한 마디로 비전이 없고 힘들기 때문이다. 업무의 난이도와 양에 비해 보수도 적고 사회에서 인정도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정말 보안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나 사명감을 갖고 보안전문가의 길을 걷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오래 몸담고 싶은 마음이 적다. 이러한 근원적 요소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문 인력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사이버 테러는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 원인을 몇 가지 생각해 본다.

첫째, 우리 나라에서 소프트웨어 인력과 기업은 수직적 가치 사슬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다.의 절대적 파워 속에 의 업무 범위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 대형 IT 서비스 업체는 고객에게 시달리고, 중소기업은 IT 서비스 업체에 시달린다. 보안은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보이지 않는 부분을 다루는 밑바닥 일이기 때문에 더욱 시달리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지적 노동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때 제품만 제공한다. 만일 설치를 원하면 출장비에 추가 설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대부분 고객들이 직접 설치한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어떠한가? 한밤중에 잠도 못 자고 설치를 하고 나오지만, 그 비용을 별도로 받겠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실제로 우리가 멕시코의 어떤 은행에 소프트웨어를 팔고 지원을 하는데, 국내에 비해 몇배 더 받는다. 원격 지원으로 한계를 느낀 고객사는 기술자의 항공편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보내왔다. 물론 서비스 비용은 별도다. 한국에서 고객이 부르면 한 밤중에도 들어가곤 했던 담당 기술자는 어리둥절해 했다.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멕시코가 그렇다.

 

둘째, 정보 보안을 누군가가 담당해 주기를 바라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한다. 사업 계획을 짤 때는 보안 투자 비용을 삭감하면서 정작 문제가 터지면 사고가 나도록 뭐하고 있었느냐?”고 담당자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최고책임자의 후진적 사고는 여전히 많이 발견된다. 어떤 IT 보안 담당자는 매일 아침 일찍 보안 상황을 보고서로 만들어 보고할 때마다 항상 조마조마 하다고 한다. 두려움이 있으면 숨기게 마련이고, 숨기면 사실 공유가 되지 않고, 정확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처가 늦어져서 보안 사고를 키운다.

 

또한 자신들이 일을 시키기 위해 보안 업체들의 현장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말이 파견이지 보안에 관련된 귀찮고 힘든 업무를 던지는 것이다보안 기업 CEO들이 모이면 이런 형태를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하면서 술잔을 기울인다.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어야 그나마 생존할 수 있는 열악한 상황이 오늘날 IT 강국의 단면이다. 어떤 보안업체 기술자는 정신적 스테레스가 심해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문제는 더 이상 이런 3D 업무를 하려는 인력이 없다는 현실이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누가 보안 전문 인력을 하려고 하겠는가? 보안은 밑바닥부터 실행(execution)하는 것이지 우아하게 앉아서 시키는(order) 것이 아니다. 

 

예전에 대책회의를 갔을 때 정책 담당자가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방대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들었다. 하도 답답해서 그런데 그런 일을 누가 하지요? 보안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정작 필요한 기술자는 없이 정책만 있으면 어떡합니까?”라고 업계의 현실을 토로한 적이 있다. 법이나 규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체제는 기술 전문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술을 모르는 논의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셋째, 소프트웨어가 제 값을 받지 못한다. 하드웨어 장비를 사는 것은 투자로 인정받지만, 소프트웨어를 사거나 개발을 맡기는 것은 값을 쳐 주기 아깝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조직의 상사들도 눈에 보이는 제품을 사야 마음이 든든하다. 그러다 보니, 해커의 공격은 눈에 보이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소프트웨어인데, 수비는 하드웨어 장비와 마인드에 머무른다. 그 결과는 뻔하다.

 

이를테면, 단일 DDoS 전용 장비 만으로 공격을 막겠다는 것은 지극히 하드웨어적 발상이다. 물론 DDoS 전용 장비는 필요하다. 그러나, DDoS는 장비만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기술적 사실(fact)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환경을 24시간 운용할 수 있는 체제와 전문 인력이다. 다단계 네트워크 방어 계층 구축, 서버의 유연한 분산 능력, 악성코드 동향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신속하게 대처하는 운용 능력이 결합되어야 실질적인 대책이 된다.


보안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국내 보안산업을,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워야 한다. 기업들이 돈을 못 벌면 직원들에게 희망이 생길 리 없다
. 결국 보안 소프트웨어의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서비스가 공정히 대가를 받아야 한다. 밤새 일에 시달려도 존중 받지 못하고 야단만 맞는 현실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올 리가 만무하다.

보안 전문성이 높은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 한 보안은 또다시 헛구호가 될 뿐이다
. 우수한 인력이 자조의 웃음을 지으며 편한 직장으로 옮기는 것을 계속 보아 온 필자의 마음은 너무나도 아프다. 
 그나마 포털이나 게임사로 가는 것은 전공을 살린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일류 보안 인력들이 한의사로, 치과 의사로, 보험회사 직원으로, 금융 담당 직원으로 옮기는 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고생하는 만큼 기술자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젊은이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보안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값이 오르는게 원리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 보안을 할 수 있는 인력은 점점 줄어드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문 기술에 대한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국가적으로 아주 심각한 상황임을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이를 반전하는 열쇠를 찾는 것에 향후 우리 사이버 공간의 안전성 여부가 달려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것은 보안 기술 인력이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 우리 가족에게 허전한 이유

CEO 칼럼 2009/06/27 07:57

금요일 아침 출근 준비를 위해 6시 뉴스를 틀어놓고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긴급 뉴스로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다라는 앵커의 음성이 들려왔다. 자세한 것은 추후 알려주겠다고 한다. 일순간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아내와 말을 잃고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울적하고 좋지 않은 기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스캔들과 의혹에 휩싸여서 정신이 온전해 보이지 않는 그였지만, 마이클 잭슨은 연애 시절부터 우리 부부 곁에 있었던 존재였다.


어린 시절에 접한 팝송의 추억

'Ben'을 부른 마이클 잭슨 (en.wikipedia.org)

그의 목소리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로 생각한다. 어느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영화 주제가 <Ben>이 너무나도 감미로웠다. 그 노래가 마이클 잭슨이 불렀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했다. 오직 어떤 내 또래의 어린 아이가 미성의 목소리로 부르는데, 노래가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았다. 영어도 못하던 시절이라 가사 내용도 몰랐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70년 대 한국 대중가요는 지금처럼 젊고 활발한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같다. 그나마 들을만한 한국 노래는 죄다 금지곡이니 젊은이들이 대중가요와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늦은 밤 라디오를 틀어놓고 공부하던 사춘기 소년 소녀 학생들의 감성을 채워준 것은 잔잔하면서도 매혹적인 멜로디의 팝송이었다. 또한 지금처럼 수많은 음악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절이 아니었기에, 좋은 팝송은 오랜 기간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


강렬한 비트와 퍼포먼스의 선구자 - 보는 음악의 시대로


대학에 들어가서 접한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그 유명한 스릴러(Thriller) 앨범이었다. 문워크(Moonwalk)로 대표되는 강렬한 댄스와 더불어 부르던 <Beat It>, <Billie Jean>은 활발한 비트와 임팩트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장소(. 고고장, 호프집)에서 가장 많이 틀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빌리진 퍼포먼스

Thriller 뮤직 비디오


실질적으로 뮤직 비디오라는 장르를 개척한게 <Thriller>가 아닌가 생각한다. 듣는 노래에서 보는 노래로 우리의 관점을 바꾸어 놓았다. 좋은 음악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그의 천재성이 돋보인다. 그의 음악성과 창의성은 이 앨범에서 최고로 발휘되었다고 생각한다. 20년이 지나서도 언제 보고 들어도 좋으니, 과연 불멸의 히트곡이다. 

스타 가수들과 함께 부른 <We are the world>

그 다음 접한 노래가 라이오넬 리치와 공동으로 만들고, 미국의 유명한 팝 가수들이 모여서 부른 <We are the world>였. 레이 찰스(Ray Charles),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등과 같은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해 부른 이 노래의 중요한 연결 부분은 역시 마이클 잭슨의 몫이었다. 좋은 목적을 위해 모여서 그런지, 스타 가수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진지했고 그들의 즐거운 합장은 언제 보아도 감동적이다. 아티스트들은 확실히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www.rockgen.com

그 당시 아내와 결혼을 앞두고 열심히 데이트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마이클 잭슨의 비디오를 보기 위해 이를 상영하는 카페까지 일부러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뮤직 비디오라는 개념도 생소했던 시절이었기에 이 노래에서 가수들이 번갈아 부르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영상물이지만, 당시만 해도 케이블도 없고 비디오도 흔치 않던 시절이라 집에서는 이 뮤직 비디오를 볼 수가 없었다. 유학을 갔을 때 음악만 틀어주던 MTV 채널이 있었는데, 그 때도 마이클 잭슨의 뮤직 비디오는 항상 큰 위로와 기쁨을 주곤 했다.


'역시'라는 탄성을 지어내게 만드는 창의성 


그후 접하게 된 <Bad>를 비롯한 여러 음악은 오늘날 댄스 음악의 시조가 아닐까? 오늘날 젊고 어린 가수들이 보여 주는 음악 퍼포먼스는 사실상 오래 전 마이클 잭슨이 개척한 장르다. 금방 식상하는 보통 음악과 달리 그의 음악은 세대를 뛰어 넘는다. 그의 퍼포먼스는 우리 아이들도 같이 빨려 들어가게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Man in the mirror>를 보면 역시 마이클 잭슨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항상 창의력과 음악의 재능을 보여 주는 마이클 잭슨은 과연 팝의 황제였다. 반면 <You are not alone>과 같은 서정적 멜로디는 그의 음악적 감수성이 얼마나 순수하고 타고 났는가를 보여 준다. 우리를 촉촉히 적셔주는 하나의 시처럼 느껴진다. 또한 영화 'Free Willy'의 주제곡 <Will you be there>는 돌고래와 어린 소년의 우정을 음악으로 묘사한다. 


삶의 한 구석에 자리잡았던 마이클 잭슨
 

파라 포세트 (www.fotolog.com)

마이클 잭슨은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불행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부모로부터 사육을 받았다든지, 아동 학대를 했다든지 하는 구설수로 여러모로 꼬였다. 게다가 과다 성형과 가정 불화까지 겹쳐 그의 인생은 어느 방송에서 표현한 것처럼 '질곡의 삶'이었다. 예능인으로서 남달리 감수성이 풍부할 터인데, 그렇게 복잡다단한 그의 심리 구조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그러나
, 그런 인생사와 상관없이 마이클 잭슨은 기쁨과 감동을 주었던 그 이미지로 남는다. 그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어린 시절부터 50의 나이에 들어서는 나에게는 항상 옆에 같이 있어온 존재였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와 아이들에게 중요한 공간을 차지했었다.

특히 70-80세대에게는 시대를 같이 한 우리 문화 속의 큰 자취였다. 마침 다른 뉴스를 보니 영화 배우 파라 포세트도 암투병 끝에 사망했다고 한다. 동시대에 TV에서 드라마로, 영화로, 화보로, 콘서트로, 레코드로 보던 우리의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추억이 더욱 소중해지나 보다.

팝의 황제이든 누구의 우상이든 그것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열광하든 혐오하든 간에 상관없이, 그의 음악은 나에게 진한 공명을 일으켰고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 감동은 아주 오랜 기간 우리 가족에게 남아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허전하게 다가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