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인기투표하는 기업들, 그 이유는?

Global View 2011.01.11 06:52

연말이 되면 회사에서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앙케이트 조사를 한다. 주로 사무 환경의 개선이나 바람직한 기업 문화에 대한 바램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일부러 몇 가지 연예계에 관련 질문들을 양념처럼 집어 넣는다. 재미를 위해서..

 

소녀시대 (공식 홈페이지)

작년도 질문 중 하나가 소녀시대 멤버 중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 가였다. 9명의 멤버 중 각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제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예견되었듯이 인기 투표 결과 인기가 높은 멤버들도 있었으나, 골고루 표가 나온 편이다.

이런 조사는 다른 기업이나 모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소녀시대가 많이 질문으로 채택되는데 그 이유를 물었더니, "소녀시대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의 개성을 대변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중에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결국 그 사람의 이상형을 암시(?)한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귀엽거나, 유머러스 하거나, 개성이 강하거나 등이다.

 

어느 일본 전문가에게 아이돌 그룹이 한류 붐을 일으키는 원인을 묻자,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여러 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또한 각각의 개성이 강한 편이다. 사람은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마련인데, 다양한 칼라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가 있을 확률이 크다. 이렇게 시청자나 청중이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광범위한 계층을 자기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비결이다.”


소녀시대의 사진을 판매하는 가게의 주인 얘기로는 9명 사진 세트를 여럿이 같이 구매해서 나누어 가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으로..  


물론 각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 내는 아이덴티티
, 가창력, 댄스, 브랜드의 실력이 우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멤버들이 뿜어 내는 다양성은 많은 청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 그룹들도 발라드, , , 트로트 등의 다양한 성향의 음악을 보여 준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은 다양해지게 된다.


국가별로 좋아하는 드라마가 다른 이유는?
 

글로벌 사업을 하다 보면 한류가 크게 도움이 된다. 어차피 비즈니스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윤활유가 되어야 부드럽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각 나라별로 우리 나라의 여러 콘텐츠 중에 선호도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대장금과 같은 대작은 워낙 많은 나라에 수출되어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허나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와 특별히 어울리는 콘텐츠가 있다.

 

예를 들어, 이란에서는 한류’가 장난이 아니다. 한류 스트리트가 있을 정도다. 이 나라에서 9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장악했던 드라마는 대장금주몽이다. 대장금은 그렇다 치고, ‘주몽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 것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페르시아 대국의 후예이기 때문은 아닐까? 중동 지역에서는 말 달리며 활 쏘는 자신의 조상들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주몽 (출처 MBC) 풀하우스 (출처: 아이뉴스) 겨울연가 (출처: 미디어투데이)

한편 홍콩과 미국을 오가는 어떤 사업가는 풀하우스에 전 가족이 마니아다. 자신의 주위에서는 그런 사람이 많다고 한다. 동화같이 예쁜 스토리가 그들에게 맞나 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풀하우스의 인기는 높았다고 들었다.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유독 히트를 친 것도 멋진 왕자를 꿈꾸는 중장년 여성의 로망 때문 아닐까?

이와 같이 같은 아시아라도 동남아, 중동, 일본, 중국에 따라 드라마의 인기도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결국 시대극, 코미디, 연애, 스릴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일단 뿜어 내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시청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게다가 인터넷은 세계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커뮤니티나 개인들과 콘텐츠를 소통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IT 혁명으로 국가나 조직, 기업의 권위보다 개인이 중심이 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소셜네트워크는 기술적, 국가적, 지리적 한계로부터 자유롭게 해 준다.

 
'시크릿 가든' 때문에 태블릿을 장만한 30대 여성

어느 30대 여성 분이 시크릿 가든을 보고 주인공 현빈 씨에 너무나도 반해서 틈만 나면  보려고 태블릿을 장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한 도구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옵션으로 나올 뿐더러 날이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스마트 시대는 단지 기기와 도구,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이 주도하고 기술에 의해 제약을 받던 과거의 IT 혁명과도 틀리다. 누구든지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접근하고 공유하고 접근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우리 나라 만을 대상으로 만들 이유도 없다. 장벽이 없어진 인터넷 세계에서 우리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개인이나 커뮤니티라면 지구 반대편이라도 실시간에 전달할 수 있다.

 

글로벌다양성은 스마트 시대를 이끄는 중요한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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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중국 비행기에서 본 문화 차이는?

Global View 2009.12.24 07:30

일본 출장을 다녀올 때 김포-하네다 스케줄이 다양해서 현지 스케줄에 맞추어 적절한 시간대의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일본 국적기인 JAL이나 ANA을 종종 이용하게 된다. 최근에는 일본 항공기가 가격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메시지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 승무원에게 가장 많이 제지 당하는 것이 기내에서의 휴대폰 사용이다. 비행기에서는 항법 장치에 이상을 줄 수 있어서 이착륙 시에 전자 장치를 꺼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제재를 적용하는 강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 비행기에서는 기내에서 바로 휴대폰을 꺼야 한다
. 나도 무심코 문자를 보다가 승무원이 놀라서 달려와서 제발 꺼달라고 한 적이 있다. 한국 비행기에서는 이륙 전에 대기할 때는 어느 정도 봐 주는데 비해 일본은 규칙대로 철저하게 시행한다.

일본을 다녀오고 나서 바로 다음 주에 중국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중국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앉은 어떤 중국인이 비행기가 게이트를 빠져 나와 활주로로 진입하고 있는 데도 문자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마침 지나가는 승무원이 보면서도 전혀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첼로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려면?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중국 비행기를 탔을 때의 황당한 사건이 생각났다
. 한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보이는 인원이 단체로 탔다. 그 중에는 첼로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당연히 첼로는 비행기 내의 공간에 집어 넣을 수가 없다. 승무원이 이 악기는 짐칸에 넣어야 한다고 하니 그 단원의 리더로 보이는 분이 세상에 악기를 짐칸에 넣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버럭 화를 낸다. 서로 10여분 정도 언쟁이 있더니 결국 첼로를 어정쩡하게 복도에 놓은 채 이륙했다.

 

무릎팍 도사에서의 장한나씨

내가 알고 있기로는 첼로는 별도의 자리를 구매해야 한다. ‘무릎팍 도사에 나온 첼리스트 장한나 씨가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한 적이 있다. 첼로의 티켓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왜 똑 같은 돈을 내는데 첼로는 기내식도 안 주고 마일리지도 안 주느냐"며 불평하던 장면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앞의 예에서 본 것처럼 비행기가 어느 국가에 속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가이드라인도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은 철저하게 FM대로 한다. 중국은 가장 느슨한 것 같고, 한국은 그 중간 정도다. 비행기에서의 규정은 전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지만, 이와 같이 국가별로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정도는 다르다. 그 차이는 그 국민들의 의식이 어떠한지, 법 체계가 잘 정리되어 있고 법 적용은 엄격한지에 달려 있다.

 

법과 규정을 얼마나 잘 수용하고 따르느냐 하는 척도는 산업에도 영향을 준다. 일본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소프트웨어는 제 값 주고 사야 한다는 평범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게임의 베타 버전을 중국 업체에는 안 보여주려는 이유는 중국에서 바로 베끼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과 규칙을 따른다는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영화 해운대가 복사되어 배포된 것이나 배우는 학생들이 라이센스없는 소프트웨어를 버젓이 사용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정보보안의 컴플라이언스가 지켜지려면..

우리 나라가 보안이 취약한 이유는 이런 문화에도 원인이 있다. 보안 정책을 설정해서 잘 준수하도록 하는 컴플라이언스 (Regulation Compliance)는 정보 보안의 기본 명제다. 컴플라이언스는 정보 보안 뿐만 아니라 IT, 재무, 금융 등 기업의 중요한 리스크를 관리 하는데 있어서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안 정책을 잘 만들어도 이를 실행하는데 있어서 구성원이 잘 따르지 않고 예외가 많아지면 정책이 설 땅을 잃게 된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는 구성원의 준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다.

 

법과 규정을 치밀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예외없이 그런 규칙과 정책을 따르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일본은 보안 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린 국가(Green Country)로 분류된다. 그 기반에는 규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문화가 한 몫하고 있다.

정보 보안은 정책을 제대로 따르겠다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 비행기 안에서의 작은 차이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의 보안 인식 수준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직업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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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의 아픈 역사가 우리의 IT미래인 이유는

Global View 2009.12.22 07:33

연변 조선족이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많이 들어왔지만 중국의 연길 지역을 방문할 인연이 닿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마침 연변과학기술대학 총장님의 초청으로 이 대학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김진경 총장과 함께 본부 입구에서

학교 내력을 설명 들으면서..

 
이 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약 3개월 전이다. 우리가 악성코드 대응센터 (ASEC)를 강화하는 일환으로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되었다. 베이징이 IT 기술자를 뽑기가 더 수월한 점도 있고 제품 특성상 공안 인증을 텐진 지역에서 받아야 하는데 1시간 거리인 베이징이 유리했다. 이전된 사무실을 둘러보고자 베이징에 갔을 때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마침 연변 과기대 출신들 직원들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이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이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한국을 방문 중인 김진경 총장님 일행이 방문을 했고, 보다 체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산학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어 총창님의 초청으로 이 대학 학생들과 만남을 가질 기회가 마련되었다. 우수 인력들을 위해서라면 지구 어디라도 갈 판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대학에 들어서는 길목이 푹 꺼져 있어 물어보니 사격장이었다고 한다. 말이 사격장이지 총살형이 집행되던 언덕이라고 한다. 15년 전에 아무 것도 없었던 이 척박한 땅에 학교를 설립하고 그 앞에 큰 길이 난 것을 보니, 그시절 개척 정신으로 도전했던 총장님의 혜안과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모두 연결된 건물들

대학 전자도서관


건물이 모두 연결된 대학 건물

대학을 들어서면서 눈에 띄는 점은 대학 건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 강의실과 기숙사, 교수 사무실을 이동하는데 특별한 배려가 필요했다. 부수적인 효과로 교수와 학생들 간에 소통하기가 쉬워서 더욱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통로를 이용해 건물들을 오가는데 학생들이 깎듯이 인사를 한다. 옆에 계신 교수님께 여쭈어 보니 여기서는 인성 교육을 강조해서 모두가 인사를 하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이런 예의 바른 문화를 체험하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보안 제품을 기증하며

대학 본부 차원에서 주관하는 특강이라 그런지 강당은 많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 한국에서 교환 학생으로 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열심히 필기하면서 경청하는 진지함에 나도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IT의 글로벌 동향과 인터넷 서비스 현황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보였다. 순수함과 젊음,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학교를 나와 연길 지역을 둘러보았다. 
대학 시절 가장 즐겨 불렀던 선구자에 등장한 '일송정', '해란강'이 저 멀리 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인 용정(龍井)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백두산, 두만강 등 북한 경계선이 지척 거리에 있었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

간도를 둘러싼 한민족의 역사 


국사 시간에 이 지역을
간도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19세기 간도로 이주한 한인들 이야기와 간도를 둘러싼 강대국간의 영유권 분쟁이 되었던 곳이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는 독립군의 활동 무대였다. 대하소설 토지에서 주인공 서희와 그 가족이 하동으로부터 이주한 배경이기도 하다. 훨씬 이전에는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우리의 뿌리가 발원한 곳이다.

중국에서도 이 지역을 길조가 있는 곳이라고 여긴다고 한다. 청나라를 만든 누르하치가 이 부근에서 창궐했고, 백두산(중국 이름으로 장백산)은 오래 전부터 좋은 징조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한국에서 직선 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은데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없어 서쪽으로 돌아와야 했다
.  창 밖으로 드넓은 산악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이 곳이 고구려 시절 우리 선조들이 헤치고 다녔던 만주 벌판인가? 역사의 살아있는 숨결을 느끼는 듯했다.

드넓은 만주 벌판


언젠가 KTX가 놓이면 몇 시간에 올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젊은이들은 훗날 이 땅을 굳게 딛고 대륙과의 연결된 세계를 실현해 갈 것이다. 이 곳은 한국이 세계로 뻗어가는 길목의 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잊혀져 있는 우리 조상의 아픈 과거 역사를 살려내는 숙제도 남아 있다. 이러한 미래를 위해 꿈을 키우고 연구하는 준비는 하고 있는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 여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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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도서관 개방시간이 줄어든 까닭?

Global View 2009.11.18 06:43

캘리포니아에서 어떤 이와 환담을 하던 중 들은 얘기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주립대학의 도서관 시간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기 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24시간 개방하던 도서관을 밤 시간에는 문을 닫는다고 한다. 순간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과 같은 곳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대학도서관 전경 (pusannews.ac.kr)

대학 캠퍼스에서 도서관은 꽃이며 등불이다. 불야성을 이룬 도서관은 진리 탐구가 이루어지고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산실이다. 대학은 24시간 개방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서관이 지나치게 시험 공부나 고시 준비에 치우친 감도 없지 않다. 세계 어느 대학이고 시험 때가 되면 도서관이 가장 붐비기 마련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도서관만큼 공부와 학문이라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장소는 없다.

 

대학 시절 새벽같이 가서 도서관 문을 열기 전에 가방을 쭉 세워놓고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이 아침 6시에 열기 때문에 벌어진 진풍경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더 나아가 친구들을 위한 근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은 치열했다. 도서관 문이 열리자 말자 가방과 책 몇 개를 들고 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책을 여기 저기 던져서 자리를 일단 맡고 보자는 좌석 쟁탈전은 지나치기까지 했다.

 

당시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조용히 공부를 할 수 있는 독서실의 성격이 더 강했다. 정작 책을 신청하려면 카드를 작성해서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요즈음은 대학 도서관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대학 시절에는 도서관이 데모의 무대로 사용되곤 해서 제약을 받기도 했다).


책 냄새 속에서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도서관


미국에 유학을 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도서관이었다
. 도서관이 여러 개가 있을 뿐더러 서고의 틈에 여기 저기 놓여진 테이블에서 책냄새를 맡으면서 공부하는 것은 색다른 맛이 있었다. 원하는 책을 언제든지 찾아 볼 수 있는 즐거움은 학문의 자유로움(freedom)을 느끼게 했다. 어떤 때는 나이 많으신 교수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기도 했다. 한국에서 교수님을 도서관에서 본 적이 전혀 없었던 나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뉴욕의 자랑인 공공 도서관

미국 작은 시의 한 공공도서관

 

동네마다 있는 공공 도서관은 미국 사회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국에서도 '공공 도서관을 짓자'는 운동이 벌어졌었던 적이 있는데, 도서관은 그 동네의 숨결같은 존재다. 미국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우리 아이들의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렸다. 손수 구매해서 소유한 책은 상당히 적다. 아이들 책을 빌리러 갔다가 가족이 같이 앉아서 이런 저런 책을 보던 시절은 지금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마치 엄마의 품처럼 포근함이 느껴졌다.

 

내가 앞서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분에게 도서관을 낮에만 연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요? 아무리 기숙사에 공부할 공간이 있더라도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과 같은 곳인데..”, 그러자 그 분은 아놀드(배우 출신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지칭)에게 물어 보세요. 저도 답답합니다.” 마침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에서 도서관의 24시간 개방을 요구하는 데모도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도서관 개방 요구 데모 뉴스)


경제가 어렵고 삭막해져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도서관의 모습도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전자책(eBook)이 책을 대체하게 되고 사이버 공간에서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더라도 책과 도서관이라는 아날로그 공간을 100% 대체할 수는 없다. 나도 아마존의 킨들(Kindle)을 애용하고 있지만 책을 보완하는 것이지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세대에서 자라난 나의 지나친 향수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은 생각을 정리하고 책 속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에서 얻는 지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진리 탐구를 위한 대학에서의 도서관은 진리의 박동을 뿜어 내는 심장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도서관을 단순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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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어메이징' 한국 칭찬 받아보니

Global View 2009.11.15 09:52

필라델피아의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6년 전 왔을 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거리의 표정도 밝지는 않아 보인다. 나의 지나친 느낌일까? 그래도 미국 역사의 시작이 이루어졌고 정가의 중심인 지역이라 그런지 정장을 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솔직히 이번 출장에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비록 파트너 사와 오랜 기간 제품 평가에 이은 협상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미국이라는 시장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기업 중에는 말만 앞서고 신뢰하지 못할 기업들도 많다.


IT 본고장에서의 조심스런 시장 접근
 

파트너 서명식 현장

8월에 미국에서 시장 진입을 발표하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가 어떻게 거대 업체들을 상대로 IT의 본고장에서 승부하려고 한다는 것인가? 당시 나는 틈새 시장(niche market)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미 몇 개의 파트너 사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개인 고객 중심의 판매망을 가진 양판점으로 10월에 본격적인 영업 활동이 시작되었다.

또 다른 하나가 동부에서 공공 시장을 상대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업체인 사이버소프트였다
. 이번 출장의 주요 목적은 이 회사와의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경제적 불황기에는 정부가 가장 안정적인 고객이다. 특히 사이버 보안은 늦출 수 없는 분야라서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예산이 늘었다고 한다. 부시 정부에서도 사이버 보안은 우선 순위가 높았지만 워낙 전쟁 비용에 돈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예산이 부족했다고 한다.


신뢰 구축은 글로벌 사업의 기반 


나는 글로벌 사업에서 터놓는 대화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비록 나로서는 처음 방문이었지만 이 회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CEO 및 임원들과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었다. 사업적인 얘기부터 회사의 성장 과정, 사업 전략, 시장의 요구 사항은 물론 개인적인 얘기까지 오고 갔다. 20년 가까이 보안을 가지고 정부를 상대로 한 경험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고객의 애로 사항과 원하는 것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실제의 사이버 위협 상황과 보안 업체들의 동향에 대한 정보도 값진 성과였다. 확실히 직접 필드를 뛰는 사람들의 얘기는 생생하다. 비록 작은 기업이지만 기술적 전문성과 보안에 대한 애착과 진지함을 가진 모습을 보면서 현란한 세일즈 언어로 무장한 전형적인 미국의 기업과는 다른 느낌을 가진다. 서로 간의 진정성과 철학이 비슷함을 공감할 수 있었다.

 

사업의 결과에 대해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좋은 팀웍으로 재미있게 같이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지가 있어야 설사 어려움에 부닥치더라도 같이 극복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로펌에서의 조촐한 서명 행사
 

계약서 서명 행사는 법률 사무소(law firm)에서 이루어졌다. 나는 공증이 필요해서 다운타운까지 가야 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법률 사무소에 들어서니 우리를 위한 조촐한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름대로 지역의 유력 지도자들이 모여 들었다. 이런 모임이 우리의 파트너쉽을 공표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효율적 수단이라고 귀띔한다.


VIP와 함께

리셉션에서 환담하는 모습


참석한 사람 중에는 주 상원의원(Anthony Williams), 대표 변호사들, 언론사 오너, 기업 CEO, 대기업 임원, 정치인 참모, 대학 교수 등 다양했다. 적은 인원이지만 오피니언 리더와 지역의 유지, 잠재 고객이 모두 어우러져 네트워킹이 되는 자리다. 서로 간에는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 보였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우리였고 주 상원의원의 축사에 이어 나도 스피치를 요청받았다. 무엇을 얘기할까 고민하던 중 보안은 신뢰와 관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안철수연구소는 단순히 제품을 팔고 돈을 받아가는 벤더가 아닙니다. 15년 간 고객과의 소통하는 채널이 우리의 사업의 존재 근거이고 고객의 신뢰가 우리 사업의 철학입니다. 미국에서도 그런 정신을 이어갈 겁니다라는 주제로 몇 마디 얘기했다.


연설을 경청하는 모습

주 상원의원의 축사

연설하는 모습


한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한국 업체에 대한 불신이 별로 없고 오히려 기대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치켜 세우는 것은 아니었다. 법률 사무소의 대표 변호사 중의 한 분은(Harris Baum) 한국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가니 한국 국기가 놓여 있었다. 한국인들의 밝고 친절한 모습이 너무나도 좋다고 한다. 50대의 나이에 태권도 검은 벨트를 땄다

정치의 본고장답게 펜실베니아를 중심으로 한 이곳 지역에서 80만부 가량이 배포되는 'The Public Record'라는 정치 전문 신문이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이 언론사의
 회장은 자신이 6.25 당시 직접 목격한 한국의 모습을 얘기하면서 한국의 발전상이 “어메이징(Amazing)”하다면서 방문할 때마다 놀라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이 신문은 우리 기사를 1면에 다루어서 우리에게도 큰 홍보 효과가 되었다.)

'The Public Record' 1면에 실린 모습

양사의 협력을 기대하는 기사


IT를 통해 빠르게 도약한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오히려 말로만 고객을 위한다고 하면서 이익만 추구하는 미국의 IT 기업들에 대해서 실망해 하는 얘기들도 나왔다. 몇 년 전에는 전혀 인정하지 않던 한국의 IT가 이제는 미국에서도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비스 품질(quality of service)이 관건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한국의 음식에 대해서도 모두들 잘 알고 있었고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한편 나는 미국 역사가 시작한 필라델피아와 동부의 지역 문화 및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글로벌 사업의 묘미는 이런 재미에 있다. 서로 간의 다른 문화와 성격을 깨달으면서 이해해 가야 진정한 사업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2010년은 이번 파트너쉽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무거운 숙제를 안고 오면서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 개척에 대한 즐거움 속에 피곤함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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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와 바닐라를 미국인이 못 알아들은 이유는?

Global View 2009.11.05 06:24

다소 부끄러운 얘기지만 미국 유학 시절에 경험한 일화를 소개한다.

 

일화 #1

 

맥도널드(McDonald)에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우유가 먹고 싶어서 햄버거와 밀크(Milk)를 주문을 했다. 그런데, 주문 받는 젊은 여직원이 못 알아 듣는다. 그래서, 재차 ‘Milk’를 여러 형태로 발음을 고쳐서 해 보았으나 “What did you say?”만 반복한다. 다행히 뒤를 돌아보니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조심스레 다시 ‘milk’라고 하니 그 여자가 여기는 그런 물건 못 팔아요 (We can’t sell it)” 하는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milk(밀크)’‘beer(비어)’로 알아 들은 것이었다. 하도 난감해서 결국 ‘Coke’로 음료수를 바꾸고 나서야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l’‘r’을 구별해서 쓰지 못했던 대가다.

 



일화 #2

 

어떤 한국 유학생 부부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바닐라(vanilla)’라는 발음을 상점 주인이 못 알아 듣는 것이었다. 손짓 발짓 사용해서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겨우 통했다고 한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다른 분이 나는 그래서 아예 닐라아이스크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 알아 듣는다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서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Vanilla’의 액센트가 (Ni)’에 있기 때문에 액센트로 의미를 이해했다는 의미다.

 
'ㄹ'과 액센트는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적 차이

앞의 사례는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대표적 예다
. 한국어의 이 영어에서는 ‘l’‘r’로 엄연히 구별된다. 내가 아무리 발음이 나쁘다 치더라도 어떻게 밀크(milk)’라고 발음한 것을 비어(beer)’로 알아 듣는다는 말인가? 그만큼 미국인들이 알아듣는 과정에서 미(mi)비(bi)의 차이보다 ‘l’‘r’의 구분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두 번째 일화는 영어에서는 개별 자음에 대한 정확한 발음보다 전체적 흐름, 다시 말해서 액센트와 억양(intonation)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바닐라바(va)를 빼고 말하는 것 보다 니(ni)에 액센트를 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더 중요했던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이민이나 유학으로 온 사람들이 영어라는 공통 언어로 소통하는 사회가 미국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살다 보면 여러 종류의 영어를 경험하게 된다. 백인, 흑인, 인도(Indian), 히스패닉(Hispanic) 등 수많은 종족마다 발음이나 언어를 구사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다. 정형화(Formal)되고 빠른 동부에서의 말하는 방식과 느리고 질질 끄는 스타일의 남부 영어는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영국식 언어는 고급 표현으로 우대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어디에서 자랐고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게다가 영어는 미국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모임이나 사업 미팅에서 영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특성 (flavor)의 영어에 익숙해 져야 한다.

 

그런데, 어느 영어를 사용하더라도 몇 가지 고유 특성은 정확히 유지해야 한다. 앞서 말한 과 액센트는 한국어의 구조가 영어와 다른 대표적 경우다. 따라서, 이런 발음은 한국인이 영어로 소통할 때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


억양 차이로 다른 뉘앙스가 느껴지는 까닭은
 

동경에서 일본어로 발표를 하고 나면 참석했던 일본인들에게 어떠했느냐고 물어 보게 된다. 그러면 발음도 괜찮고 알아듣기는 했는데 무언가 듣기에 어색한 느낌이라고 한다. 의견을 종합 분석해 보면 결국 억양의 문제다. 우리 나라와 같은 언어의 뿌리를 가진 일본어만 해도 억양의 영향이 크다. 밋밋하게 얘기하는 것 같아도 잘 들어보면 파동이 느껴진다. 한국어가 유난히 평평한(flat) 특성이 있는 만큼 외국어를 배울 때 유의해야 한다.

 

나는 굳이 미국식 발음을 똑같이 흉내 내기 위해서 전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창하고 수려한 영어를 구사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의사 소통을 정확히 하는 커뮤니케이션 훈련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바람직하다. 발음은 미국식으로 열심히 굴리는데 표현이 한정되어 있거나 세련되지 않다면 결코 영어를 잘 하는게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는 필수 덕목이다. 그러나, 어느 언어를 구사하든 자신의 논리(logic)로 풍부한 표현력으로 대화하는 기법은 비슷하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스킬(communication skill)이 외국어 발음을 흉내 내는 것 보다 중요하다. 단 한국어와 구조적 고유 특성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디테일한 노력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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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다 시장과 나리타 시장이 싸운 까닭은?

Global View 2009.10.30 11:57

미국 출장을 다녀오는 비행기에 외국인이 많은 것을 목격하게 된다. 보통 국적기에는 그 나라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우리 나라 비행기는 외국인이 많으면서 만석인 경우가 흔하다. 왜 그럴까? 그만큼 항공사가 비즈니스를 잘 한 것인가?

 

중국이야 거쳐가는 길목이니 그럴 수 있다 치고 일본의 경우는 다시 오던 방향, 즉 동쪽으로 거꾸로 가야 한다. 비행기에서 만난 일본인에게 왜 그런 노선으로 가느냐고 물으니 나리타 공항에서 지방 도시를 가려면 하네다까지 열차를 타고 가서 국내선을 타야 한다. 그런데, 인천 공항에서는 직항이 있어서 훨씬 편리하다고 한다.

 

나리타가 일본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나리타 공항에서 지방 도시로 가는 비행기는 하루에
10개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노선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노선에 없거나 시간이 맞지 않는 도시는 하네다까지 2시간 이상 가서 타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에 인천 공항에서는 일본의 주요 도시로 수십 개의 직항 노선이 연결된다.
 

한겨레 10월 12일 기사 - 김도형 특파원

얼마 전 일본 출장 시에 일본의 공항 문제가 언론에서 큰 화두가 되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하네다 공항을 국내선 위주로 나리타 공항은 국제선 위주로 한다는 기존의 정책을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즉 하네다 공항의 국제 노선을 강화해서 허브 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한국의 인천공항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 앞서 얘기한 상황처럼 사실상 인천 공항이 일본 각 도시를 연결하는 허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국민들이 인천까지 갔다가 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나리타와 하네다의 해묵은 갈등
 

이해 관계가 직결되어 있는 나리타 시장과 하네다 시장은 TV에서 불꽃 튀는 열전을 벌이는 장면도 나왔다. 나리타 시장의 입장에서는 공항 수입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절박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하네다로 그 중심축이 옮겨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한편 하네다 입장에서는 도시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안타깝게도 나리타는 근본적으로 공항을 확장할 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적다. 양쪽 공항을 가 보면 하네다 공항 근처가 더 여유가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게다가 내륙 도시인 나리타와 달리 하네다는 바다를 메울 수 있는 옵션이 있다. 또한 나리타 근처는 전원 도시로 고급 주택도 많이 위치해 있어 조용히 지내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가장 성장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물류 허브를 놓고 한국, 일본, 중국이 싸우는 마당에 일본의 정책 전환은 불을 붙인 격이다. 일단 1차전은 인천공항의 통쾌한 승리로 끝이 났지만 하네다 공항이나 상해 푸동 공항의 도전은 만만치 않다.

 

인천공항의 IT 운영 노하우와 발전상

10
년 이전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의 공항을 얘기하면 싱가포르를 많이 얘기했다. 24시간 운영 체제에 미국 유럽으로 뻗어가는 공항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 항공이 성공한 배경에는 친절한 서비스도 있지만 이러한 지역적 이점도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에 글로벌 기업의 Asia-Pacific 총괄 법인이 많은 배경은 교통의 요지라는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베스트 선정된 인천공항 (news.khan.co.kr)


그런 점에서 인천 공항이 최고로 꼽히는 현재의 상황은 무척 뿌듯한 쾌거다. 특히 김포공항 시절부터 수시로 공항 출입을 하던 나로서는 그 발전상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인천 공항은
IT 측면에서도 최고다. 당시 해외의 공항 전산 시스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단번에 통하도록 만든 우리의 시스템이다. 따라서, 인천 공항의 운영 노하우 자체는 우리의 IT 실력을 드러낸 쾌거다. 한국이 리더쉽을 발휘하는 시대를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항이 비즈니스 그 자체가 된 시대를 맞이하여 인천 공항이 동북아시아의 허브,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1등을 꼭 유지했으면 한다. 민간 출신 전문 경영인이 CEO가 되면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물론 너무 비싼 음식값과 같은 문제점도 지적된다. 더욱 글로벌하고 소프트 마인드의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러한 애정어린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서 허브 공항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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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의 역사 튀니지가 IT를 배우는 이유

Global View 2009.10.14 12:56

지난 주 리츠칼튼 호텔에서 거행된 글로벌 IT 포럼에 초대를 받았다. 지금은 KAIST로 통합된 ICU(한국정보통신대학교, Information & Communication University)가 전세계 개발도상국가에서 IT 정책을 기획하고 도입하는 담당자들을 초청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앞선 IT 환경과 한국 문화를 맛보게 함으로써 미래의 우리 편으로 만든다는 전략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IT 포럼 기념 사진

축사를 하는 필자


현재는 KASIT와 서울대가 각각 기술과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졸업생도 나오고 해서 그 동창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포럼을 매년 하고 있는데, 일종의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Reunion(친목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이 프로그램이 먼 훗날 우리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투자라고 생각하던 터라 기쁜 마음으로 초대에 응했다.


작년에
ICU에 가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정보보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인지하던 터라 관심이 많았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온 엘리트 관료들을 상대로 한 강의라서 그런지 100여명 정도가 참석했던 강의 분위기는 열기가 넘쳤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많은 나라가 많았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인연으로 해서 이번 행사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는데, 더 커지고 탄탄한 네트워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한비야

특히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에 대한 높은 애정을 보고 뿌듯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한국은 IT의 메카다. 이미 그 국가에는 한류가 많이 들어가 있지만 그들이 직접 한국에 살면서 체험한 한국의 음식, 문화, 거리의 풍경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한비야 씨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40년간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 나라가 구호를 끊고 오히려 우리가 기부를 하게 된 국가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른 측면에서 어려운 국가들을 도와 주는 현장을 체험하니 우리의 모습에 더욱 자긍심을 느낀다.

튀니지 사람들과의 의미있는 대화

마침 튀니지(Tunisia)에서 대사를 비롯해 여러 명의 고위급 공무원이 참석해서 호기심이 생겼던 터에 점심 식사에 이들과 테이블을 같이 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는 영화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에서 나온 탄지에르(Tangier)의 추격씬(탄지에르는 모로코의 도시)과 추억의 영화 카사블랑카가 간접적으로나마 본 전부였다 


튀니지 위치(zombie.co.kr)

알고 보니 튀니지는 로마 역사에서 그 유명한 포에니 전쟁의 주역인 카르타고가 있던 지역이다. 한니발 장군의 후예라고 할까? 포에니 전쟁으로 치를 떨었던 로마가 그 지역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고 카르타고 주민들을 이주시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지역에 이렇게 국가가 형성된 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 후예인지 주위에서 온 주민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000만 정도의 적은 국민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확고한 포지셔닝을 점하고 있다고 한다.

 

ICU에 강의를 갔을 때 북부 아프리카에서 온 이들이 아프리카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관심 밖이다. 그래서 IT는 한국에서 배우려고 한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그런데, 튀니지는 바로 그 IT를 아프리카 지역에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테면 IT 컨퍼런스나 교육, 서비스는 튀니지에서 많이 거행된다. 내년도 남아프리카 (South Africa)에서 거행되는 월드컵 행사도 튀니지 기업들이 IT 부문 사업에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튀니지는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쳐서 교육 체계가 프랑스화 되어 있다
. 실제로 아랍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고.
 
 

아프리카는 가난과 독재에 허덕이는 나라가 많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에 가 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못 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번에 참석한 이들에게 물어 보니 이집트는 관광과 수에즈 운하가 전통적인 수익인데, 너무 여기에 의존했던 까닭에 구태여 차세대 먹거리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한다. "기존 사업이 너무 수익성이 좋으면 신규 사업을 하기 어렵고, 이것이 기업의 미래를 발목잡게 된다"는 경험적 진리는 국가에도 적용되다 보다.

 

작지만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튀니지

그런 점에서 튀니지가 작지만 유럽에 가까운 나라들이 그 허브로서의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 튀니지의 주 산업은 관광인데 그것도 이탈리아에 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한 2급(2nd tier) 관광지라고 한다. 아주 전략적인 포지셔닝이다. 이러한 서비스 기반과 프랑스와의 긴밀한 교육 체계를 발판으로 IT의 중심 국가로 발전하려는 그들의 열정과 의지는 인상적이었다. 영어와 불어,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관료들은 IT가 국가 발전의 핵심이고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는 확신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글로벌 사회를 바라보면 볼수록 우리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이라는 좁은 사회에 머물다가 눈을 조금만 밖으로 돌려도 흥미로운 세상과 기회가 보인다. 특히 그들에게는 대한민국이 IT 중심국이라는 사실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에 각인되어 있고 이런 인식은 여간해서 잘 바뀌지 않는다. 이들이 결국 그 나라의 최고 책임자 그룹에 들어갈 것이고 중요한 정책 결정자가 될 것이다.

 

아직은 아프리카나 중앙 아시아가 불모지이지만 역사는 항상 바뀌는 것을 목격해 왔다. 우리 젊은이와 후손들에게는 좋은 씨앗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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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항에서 20년전 한국이 생각난 이유는..

Global View 2009.09.24 07:52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는 얘기다. 미국 유학 시절 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김포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위해 기다리는데, 입국 심사관의 표정이 굳어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어서 통관 절차를 거치고 마주치는 한국인들의 표정도 웬지 딱딱하고 경직되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미국 생활이 고작 2년 밖에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만에 방문한 고국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지금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더 밝고 친절하다. 88 올림픽 이후 한국인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20년 전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인 것은 확실하다. 세련미와 깨끗함, 정감을 주는 분위기는 한국이 으뜸이다.

 

중국 공항에서 받는 인상

내가 구태여 과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중국 공항에서 바로
20년 전과 흡사한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다. 무언가 경직되어 있고, 친절을 베풀기는 하지만 어색한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 중국도 계속 변하고 있다는 점을 목격하게 된다. 10년 전 중국에 처음 왔을 때에는 입국 현장이 더 어두웠다. 마치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고, 어떤 때는 입국하는 중국인에 대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지금은 교육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중국에 올 때마다 달라진 풍경을 보게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과 온도차를 느끼게 된다.

 

남을 배려하는 여유로움은 금전적인 풍성함에만 있지는 않다. 타율적인 환경에서 자기 자신만 보고 살다가, 사회 속에서 나의 모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 가는 사회적 발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여유로움이 생기고 세련미가 더해진다. 이런 것이 합해져서 가치가 더욱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북경공항, 상해푸동공항, 인천 공항
 

일정을 짜다 보니 3일에 걸쳐 다섯 공항을 거치게 되었다. 인천, 상해 푸동, 상해 홍차이, 북경 공항 (신청사), 북경 공항 (구청사). 상해 푸동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게 내가 전에 왔던 공항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전에 비해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다.

 

북경공항

상해푸동공항

인천공항

올림픽을 주최한 베이징은 한결 밝은 편이다. 어떤 미국인에 의하면 베이징 공항은 인천 공항을 베낀 것 같다고 한다. 물론 스케일은 훨씬 크다. 그런데, 넓고 깨끗한 공항 광장을 걸어 나오면서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톤이 좀 시끄럽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드넓은 공항 건물에 비했을 때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자신들의 생각에도 웅웅거리는 소음이 강하다고 동의한다. 음향 처리를 고려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테일하고 소프트 측면에서 인천 공항은 가장 뛰어나다. 인천공항이 고객만족도 1위라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손이 안으로 굽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의 판단은 그렇다. 동선(動線)의 구성, 상점 직원들의 친절함, 화장실 청결도, 식당 메뉴의 구성 등등.  

한국적 가치를 승화시킨 현장을 보면서
..

특히 인천 공항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문화를 접목시키려는 정성이다. ‘전통문화체험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외국인들이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부채에 색칠을 하거나 공예품을 만드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너무 진지해서 내가 밖에서 쳐다 보아도 돌아보지도 않았다. 신기하기도 했었지만 한국적인 미(美)에 원더풀하는 외국인들이 많음은 자랑스럽다. 공항이라는 곳은 누구에게나 낯선 곳이기 마련인데 외국인들에게 인천 공항은 한결 편안함을 주는 분위기다.

물론 공항의 모습이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지만, 공항은 국민 의식과 마인드가 숨김없이 표출되는 현장이다. 인천 공항의 풍경처럼 열린 마음으로 글로벌 세계를 적극 수용하면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가 우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큰 몫을 한다.

 

중국에서 오래 지낸 어떤 분이 하는 말씀이 중국은 강대국인 것은 확실하지만,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고 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의 의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숙한 에티켓과 창의적 아이디어는 결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사회 구석구석으로 파급해야 한다.

 
우리 나라가 남에게 보여야 하는 영역에서는 소프트적 인식과 서비스 마인드가 좋아졌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사회의 어둡고 암울한 부분들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갈등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여유로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창의적 역량은 한층 더 꽃 피울 수 있다. 코리아 브랜드는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현장의 참모습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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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했던 일본인들이 투표장 찾은 까닭은..

Global View 2009.09.16 07:30

일본 법인 식구들과 저녁을 먹던 중에 일본 총선 얘기가 나왔다. 정치적 이슈를 일본 직원들과 얘기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일본인들은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무관심그 자체다. 그런데, 워낙 그 주에 있었던 큰 뉴스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었다.

 

투표했어요?”

물론 했지요. 민주당 뽑았습니다.”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상대편은 누구인지 알아요?”

".....”

예전에도 선거를 했었나요?”

해 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선거 현장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다. 이번 선거가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사실인가 보다. 그런데하토야마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들은 얘기를 전했다. 하토야마 씨의 부인은 한류 팬이라고 하던데요. 특히 이병헌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도 한국을 좋아하고..”, 신기한듯이 열심히 얘기를 들었다.

하긴 그 가족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것과 정치는 관계가 없다. 그래도, 공통적인 소재가 있다는 것은 소통의 한 채널이 있다는 점에서 좋다는 생각이 든
. 어쨌든 한국의 언론을 장식했던 뉴스가 일본에서는 전혀 금시초문의 내용이었다.

나는 그가 공대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젊은 시절에 형성된 이공계 마인드는 무시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법대 출신들이 장악했던 구조에서 신선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정치를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기술 관료 출신들이 주도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나라가 과학 기술 전쟁을 벌이는 시기에, 이공계에 더욱 힘이 실릴 것 같다. 

80대 정객 나카소네 전총리와의 만남

2001년 일본의 국제평화재단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 사이버 보안이 주제였기에 나는 정보보안 전문가 자격으로 초대받았다. 미국과 일본 대학 교수와 유럽, 미국의 보안 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당시 한국의 IT와 벤처 기업에 대해 일본에서 관심이 지대하던 터라, 그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나카소네총리와 레이건대통령 (en.wikipedia.org)

리셉션에서 이 재단의 회장인 나카소네 전총리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카소네 씨는 내가 20대 학창 시절에 미국 레이건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만들었던 인물로서 꽤 오랜 기간 총리를 해서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분이 나와 악수를 하면서 한국의 IT가 발전했다고 들었다. 일본을 잘 가르쳐 달라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80세가 넘는 그를 대하며 당연히 현직에서 은퇴한 인물인 줄 알았다
. 그런데, 2003년에 그가 자민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큰 뉴스가 된 적이 있다. 뉴스에 그가 나와서 이건 정치적 테러라고 화를 내는 장면을 보고 나서야 그가 거의 종신으로 비례대표의원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80이 넘어도 정치를 할 수 있고, 똑똑한 자식이라면 대(代)를 이어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전혀 없이 그런 체제가 고착되어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특히 현대 사회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젊은 층이 그렇게 답답해하면서 왜 정권교체의 움직임은 전혀 없는지 궁금했었다.

정권교체로 인한 변화가 필요했던 일본

남의 나라 얘기지만 일본을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 무엇보다 정치가 일반인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을 싫어한다. 욕하는 것은 그나마 기대감이 있는 거다. 그런데, 일본인들을 만나 보면 정치에 대해 회복불가능한 무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정치인들이 떠드는 어젠다(agenda)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특히 관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극도에 달했다
. 9 14일자 타임(Time)지에 보면 아마쿠다리(あま-くだり,
天下, 하늘에서 인간 세계로 내려옴’ 이라는 표현을 설명하면서, 정권 교체를 통해 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없애기를 원하는 일본 국민들의 기대감을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

선거 전야를 설명하는 타임지


9 5일자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에서는 일본인들은 어떤 정당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내쫓았다 (not just a party, but a whole system). 길이나 댐, 임시/저임금 일자리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 사람들은 경력을 원한다(People wanted careers)라고 설명한다. 일본이 공공 공사를 너무 많이 해서 돈 낭비가 크다는 점을 반영한 얘기다.
 

이런 지적이 일본만의 문제일까
? 우리 나라의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배운 것이 많다. 관료 체제는 일본에서, 대기업의 형성과 재벌 체제도 일본에서, IT와 과학 기술 분야는 미국에서 영향을 받았다. 대학은 일본과 미국 문화가 적당히 섞여 있는 것 같다. 기업의 오너 체제는 한국적이다. 공공 부문(Public sector)의 영향력은 일본보다 큰 것 같다.

비록 한국이 정치적 권력 교체의 역사는 일본보다 먼저 이루었지만, 경제적, 산업적, 문화적으로 현재 일본에서 지적되는 요인이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타임지에서 일본을 다양화하라 (Diversify Japan Inc.). 대부분의 나라에서 작은 기업을 만들기 쉽도록 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일자리 창출이다라고 제시한 것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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