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트위터의 매력에 빠져든 이유는?

IT와 세상 2010/03/15 07:43

트위터에 대한 관심은 약 1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미국 회사에 방문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앞으로 트위터(Twitter)를 적극 활용하려는 마케팅 계획을 듣게 되었다.

 

미국 시장에서 톱 블로거의 지지(endorsement)가 중요하다는 것은 현지 전문가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시장에 선보일 때 커뮤니케이션PR의 첫 번째 목표가 블로그 커뮤니티, 그 다음이 가트너와 같은 시장 분석기관이다. 전문지나 언론은 그 다음이다. 그래도 트위터(Twitter)는 아직 생소했다. 트위터에 대한 책도 사 보면서 개념을 깨우쳤지만 동조하는 이들이 주위에 적어서 직접 활동하지는 않았다.

100억 Tweet의 돌파 (2010. 3. 5)

최근 급증하는 트윗 숫자

 

한국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얼리어답터와 일부 언론인,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사용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마침 나는 작년 초부터 시작한 개인 블로그에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업무를 마친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블로그를 하다 보니 별도로 시간을 낸다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트위터는 일상적인 채팅이나 협소한 분야에 머무르는 것 같았다. 물론 그것도 의미가 있는 활동이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러던 중 내부 보고 자료가 빠르고 정확하게 업데이트 되는 것을 보고 비결을 묻자 트위터 덕택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가벼운 메시지 위주로 시작하던 트위터가 전문 콘텐츠의 소통과 담론으로 분화되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자료가 빠른 속도로 공유되고 있었다.

 

아이폰 출시후 급성장한 트위터 사용자수

특히 스마트폰의 도입은 트위터 성장에 영향을 주었다. 10만 정도에서 소강 상태를 보이던 트위터 인구는 아이폰의 출시를 계기로 증가폭이 커졌다. 내 느낌으로는 이 통계 이상으로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간과 장소에 제한없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 혹은 순간순간 느꼈던 생각들을 알리기에는 트위터가 제격이다. 스마트폰으로 교체할 때 이미 나는 트위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트위터 세계로 들어간 과정

그러나
, 기업에서 4사분기 말과 1사분기 초는 가장 바쁜 기간이다. 사업 전략 및 계획 준비하랴, 전직원 교육하랴 정신 없는 기간을 보냈다. 그 후 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2월 말에 조용히 트위터 세상에 발을 들여 놓았다 (@hongsunkim).

초반에는 트윗
(Tweet)을 보내지 않고 그냥 팔로우(follow)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평소 블로그로 알고 지내던 광파리(http://blog.hankyung.com/kim215) 님께서 내가 트위터에 들어온 것을 공표해 버렸다. 순간 수십 명의 팔로워가 붙어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된 이상 숨어 지낼 수 없어서 인사의 메시지를 트윗(Tweet)으로 날려 보았다. 그러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여러 지인들로부터 격려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예전에 알고 지냈던 이들, 옛 직원들도 팔로워로 들어 왔다. 소통의 스피드는 짜릿했다.

그렇게 나는 트위터 세상에 몸담게 되었다. 트위터는 블로그와는 다른 차원의, 그러면서도 보완적(complimentary)인 수단이다. 아직 나는 초보 단계다. 시간이 모자람도 절감한다. 왜 이리도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는가? 지금 이 시간에도 온 세상 정보를 트위터와 블로그로 알리는 이들의 열정이 놀랍다. 그래서, 트위터의 매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첫째, 글로벌 커뮤니티 속에서 입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비록 140자 이내라는 짧은 글이지만, 오히려 단편의 문장 속에서 그 사람의 진정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손정의 사장의 메시지를 어디에서 이렇게 생생하게 읽을 수 있겠는가? 사실 짧은 글 속에 중요한 요지가 더 함축되어 잘 담아질 수 있다. (아래 cartoon 참조)

The Evolution of Communication, Mike Keefe, The Denvor Post, March 27, 2009


둘째
, 타임라인(Timeline)
이라는 시간적 차원이 추가되었다. 정보는 더 이상 저장(store)되고 관리(manage)되는 정적인 요소에 그치니 않는다. 방대한 정보가 떠 돌아 다니며 타임라인이라는 시간축과 팔로워라는 소셜 네트워크 축을 통해 입체적으로 퍼져간다. 이 정보를 어떻게 잡아내어 자신의 가치(value)로 만드느냐가 열쇠다. 끊임없이 고급 정보는 역동적으로 생성되어 흘러가며, 이는 실시간(real-time)으로 소통되고 있다.

셋째, 트위터는 컨버전스 시대에 판단 기준을 삼을 수 있는 도구다. 각종 기술과 콘텐츠, 아이디어가 융합되어 가고 있다. 기존의 생각과 틀이 바뀌고 있고, 그 변화 속도는 너무나도 빠르다. 경험적이고 학구적인 이론이나 기존의 사업 모델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그럴 수록 전문가(Guru)의 통찰력과 감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트위터에서 논의되는 전문가의 의견은 상식 수준의 정보와 차원이 다르고 맥을 잘 잡는다.

 

여러 장점 중에서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점이 나에게는 큰 매력이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변화는 패러다임 이동 수준이 아니다. 지축이 흔들리는 구조적 탈바꿈이다. 사업 모델의 충돌, 기술과 콘텐츠의 집합(aggregation), 여기에 소셜 미디어와 문화 코드의 복합성이 뒤엉켜 있다. 산업화 시대의 규율과 통제의 기업 문화와 훈련된 역량으로는 풀어갈 수가 없다.

 

창의력과 혁신성이 중요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역량을 필요로 한다. 홍수처럼 떠돌아 다니는 정보와 지식의 구름 속에서 전문가와 리더의 생각을 읽는 것이야말로 아주 중요하다. 또한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 세상과 소통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런 시대에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는 입체적으로 우리를 도와 주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에 벤처 거품이 떠오른 까닭은?

IT와 세상 2010/02/23 13:30

슈퍼 앱스토어 창설

수십만개의 앱(App)을 유치하겠다

앱스(Apps) 개발로 꿈나무 육성

 

스마트폰 열풍은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라는 소프트웨어 용어를 일반화시켰다. 아마도 금년 연말에 2010년도를 풍미한 키워드로 (App)’이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모바일 벤처가 우리의 미래라는 얘기가 기업, 정부, 언론, 학계를 가릴 것 없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아이폰의 출시를 환영한다는 블로그(http://ceo.ahnlab.com/81)를 통해 스마트폰이 소프트웨어 산업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희망한 나로서는 이런 움직임이 반갑기 그지 없다. 스마트폰이 불편하다느니 별게 아니라는 언론의 흐름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바뀐 것이 어리둥절할 정도다. 어쨌든 소프트웨어의 후진성이 우리의 미래를 발목 잡고 있기에 아이폰 충격은 긍정적 소식이다.

스마트폰 개발자 컨퍼런스 현장 (devmento.co.kr)


벤처 열풍과 비슷한 구호

그러나
, 한편으로 찝찝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열풍 속의 분위기와 구호가 과거 벤처 거품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서 그런가?

'벤처 몇 만개는 만들어야 한다'
'벤처가 우리의 희망이다'
'교수와 대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권장한다'


벤처 열풍의 상징 테헤란로

바로
10년 전 벤처 열풍 당시에 풍미하던 구호이자 메시지다. 너도 나도 창투사를 만들었고, 벤처로 포장만 하면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으며, 사업 모델도 빈약한 회사가 몇 백억 가치로 인정 받던 시절이었다.

물론 과거의 쓰라린 실수를 반복할 정도로 우리가 어리석지는 않다
. 그러나, 스마트폰의 본질적인 요소는 제쳐 두고 벌써부터 의 문화로 흐르는 분위기는 심히 걱정스럽다. 풍성한 앱(App)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소프트웨어의 라이프사이클을 제대로 거치는 기본에 취약한 우리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 

한편 사업 모델의 변화는 우리의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애플과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의 시장 장악으로 통신 사업자가 소외되고 있다
. 단말기도 HTC같은 대만의 벤처 기업이 글로벌 리더로 뛰어 오르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정반대로 기득권을 지닌 대기업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그만큼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몰락했거나 뛰쳐 나갈 힘을 상실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소프트웨어는 창의력과 혁신성이 핵심적 요소다. 그런 점에서 규율과 프로세스에 의해 움직이는 대기업보다 아이디어와 열정에 의해 움직이는 중소기업에 적합하다. 물론 대기업이 못할 것은 없다. 그러나, 애플과 구글처럼 유연함과 혁신(innovation)의 생존 코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아니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수직적 사업 모델보다 수평적 윈윈이 혁신적 사업 모델로 정착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앱스(Apps)가 진정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려면
 

앱스(Apps) 산업이 정착하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중소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이런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성공을 이끄는 열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지적했듯이 그 비결은 공정한 거래 질서다. 시장 자체가 불공정하고 왜곡돼 있는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기업들이 제대로 탄생해서 성장해 갈 수 없다.(아이뉴스 24 기사 연결, http://bit.ly/a9S0Zq )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 시장 지배력을 지닌 대기업의 지나친 관심도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생태계는 본래 자연적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다.

NHN,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기업 가치가 어떻게 급성장했는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아예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없이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일부 게임 센터와 같은 지원이 있었지만 엔씨소프트, 넥슨과 같은 회사가 정부의 지원이나 대기업의 비호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App)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현재 뒤떨어진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는 방법은 명확하다. 공정한 거래와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 이 단순한 원칙이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껍데기 IT 강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앱스 열풍이 소란스럽기만 하다가 다시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국에서는 통할 지 모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철저히 소외될 것이다. 그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에게도 불행이다. 우리의 미래는 혁신 기업의 양성에 달려 있고, 그런 기업들이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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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배운 컴퓨터 비전이 현실이 된 이유

IT와 세상 2010/02/03 06:59

20년 전 배운 기술이 짜릿하게 다가 온 까닭은?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TV 인터뷰를 최근 본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감독으로서 영화에 담고 싶은 장면을 상상 속에서 그려 보지만 제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기술의 한계가 있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한다. 자연히 영화 제작 시점에 사용 가능한(available) 기술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좋은 기술이 많이 나오게 되면서 상상의 나래를 실현하는데 장벽이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판도라의 모습 (아바타)

이를 테면 터미네이터 2’의 경우 당시 3D 그래픽 전용 워크스테이션이 있었기에 자유자재로 변신이 되는 터미네이터를 표현할 수 있었다. 아바타도 오래 전부터 상상한 ‘판도라를 애니메이션과 3D 기술로 마음껏 실현할 수 있었다. 특히 '아바타'는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와 같은 판타지 영화의 애니메이션 기술을 뛰어 넘어 극중 인물의 눈망울까지 표현했다. 그만큼 인간다움에 더 접근했다.

사실 3D 기술은 50년대에 나온 것으로 이미 3D 영화는 70년 대부터 종종 나오곤 했지만 실험이나 별개의 재미에 그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애니메이션과 그래픽이 결합되면서 3D는 우리 문화 속 콘텐츠로 자리잡게 되었다. 영화는 물론 동계 올림픽, 월드컵 등으로 3D의 영역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와 같이 기술이 시의적절하게 활용되면서 우리에게 윤택함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타임스퀘어의 주차 안내 시스템

영등포에 있는 타임스퀘어에 갔을 때 주차 안내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큰 쇼핑몰에 가면 주차장이 너무 커서 나중에 주차 위치를 찾느라 애를 먹는 경우가 이따금 있다. 그런데, 타임스퀘어 안내판에서 자신의 차량 번호 4자리를 입력하면 바로 자신의 자동차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현 위치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 동선(動線)도 알기 쉽게 보여 준다.

차량 사진을 보여 주는 화면

주차 지점까지의 동선


사실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초 기술을 생각하면 오래 전 추억에 젖게 된다. 80년대 중반 박사 과정 시절 컴퓨터로 물체를 인식하는 기술을 연구한 적이 있다. 소위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이라는 기술로서 로보트, 인공 지능과 관련된 연구 분야로 각광을 받았다. 인식 기술도 문제지만 카메라의 위치, 차량을 바라보는 시각, 주변 조명의 구성에 따라 결과가 들쑥날쑥해서 실험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물론 차량 계기판의 경우 인식의 대상이 숫자로 한정되어 있어 인식 알고리즘은 아주 간단하다
. 또한 20년도 넘은 지금의 시점에는 카메라 기술도 발달했고 컴퓨터 성능도 좋아졌다. 아무리 그런 점을 가정하더라도, 또한 내가 보고 있는 주차 안내 시스템이 어떠한 기술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에게 피부에 와 닿는 편리함을 체험하니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일반인은 어떻겠는가?


인상적인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Midomi의 Sound Hound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제품이 앱스토어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Sound Hound’이다. 이 소프트웨어의 목적은 명확하다. 카페나 길거리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 곡목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좋은 멜로디라 기억은 하면서도 아예 곡의 제목을 모르거나,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그 곡을 찾아 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 보니 전율을 느낄 정도로 정확하다. 일부러 곡의 중간 정도를 발췌해서 해 보아도 2-3초 안에 찾는다. 배우의 대사가 섞여 있는, 그래서 잡음(noise)이 어느 정도 있는 드라마의 배경 음악도 비교적 잘 잡아 낸다. 아직 한국 곡은 수록된 데이터베이스가 적지만  미국 팝음악은 거의 다 잡아낸다.


이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도 오래 전 체험한 적이 있다
. 80년대 초반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할 때 신호 처리를 통해 패턴 인식을 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바로 그 기술이 이 소프트웨어의 핵심이다. 즉 특정 음악의 주요 특징(feature)을 추출해서 네트워크로 보내서 음악 데이터베이스에서 끄집어 낸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크게 발전했지만 핵심 이론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뻔히 알면서도 정작 음악을 거의 실시간으로 잡아 내는 것을 보면 신기하게 느껴진다.

 

각종 기술들이 융합되어 활용되면서 삶의 윤택함과 활력을 주고 있다. 특히 이미 등장하거나 연구된 기술을 어떻게 응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만큼 가용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눈여겨 볼 것은 이러한 기술에 대한 정보가 더 이상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한정되어 있지 않는 평평함(flatness)’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노하우(know-how)보다 정보를 찾는 노웨어(know-where) 기술의 가치가 더 인정을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요컨대 어떻게 창의력과 혁신 정신으로 가치(value)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산업 시대를 넘어 선 지식기반시대는 이미 막을 올렸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젊은 디지털 세대에게는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고용없는 성장, 청년 일자리 해법은 없나?

IT와 세상 2010/01/09 09:15

일자리 창출은 중소기업과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신년 연휴에
KBS 특집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국내 대기업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매출은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 생산은 제자리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해외 생산 비중이 국내 생산과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장 직원의 얘기로는 잔업이 없는 시절이 올 것이라며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용없는 성장일 뿐이다. 어디 자동차만 그렇겠는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오마이뉴스)

기아자동차 체코공장 (현대중공업제공)


우리 나라의 요즈음 최대 화두는 청년 실업과 일자리 창출이다. 아무리 GDP가 성장해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기업과 하드웨어 기반으로만은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데 우리의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중소기업의 허약함이 일자리 창출의 장벽

제조업은 비용이 저렴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 그런 점에서 인건비나 환경 측면에서 가장 매력 있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요즈음은 중국으로 옮기지 않으면 이상해 하는 분위기다기술집약적 산업이라서 아직 중국의 기술이 아직 안 된 다든가, 다른 산업과의 클러스터링(clustering)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단 중국에서 생산 기반을 가지려고 한다. 중국이 아니더라도 마케팅적으로나 원가 측면에서 효율적인 곳으로 자원을 분산하려고 한다. 따라서, 과거에 수출 중심으로 밀어 부치던 산업 경제 시대와는 다른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기를 펴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다. 우리 나라의 대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배경은 글로벌 브랜드와 마케팅 역량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탄탄한 공급사슬관리체계,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다. 다양한 요구 사항을 기민하게 반영해서 공급할 수 있는 일사불란한 체계, 여기에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SCM은 한국 대기업이 자랑하는 경쟁력이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그동안 치밀하게 프로세스 혁신을 이룬 공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 수많은 하청 업체들이 대기업의 주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주는 시스템도 한몫한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역학 구조가 잘 동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체제가 고착되어 중소기업이 특정 대기업 의존도가 심하게 될 경우 혁신적으로 도약하는 사례가 나오기 힘들다.


12년 만에 2명에서 5500명의 일자리를 만든 HTC
 

HTC와 Android 광고

최근 스마트폰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기업이 대만의 HTC이다. 1997년에 불과 2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노키아, 블랙베리, 애플 다음으로 당당히 4위의 스마트폰 기업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도 초기에는 글로벌 대기업과 이통사의 하청 업체로 노하우를 구축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대한 집요한 집중력으로 도전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드디어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승부수를 띄워 구글 캠퍼스에 무려
50명의 인원을 파견했다. 그 결과 안드로이드 기술을 가장 잘 동작시키는 스마트폰 업체로 굳게 자리매김했다. 결국 스마트폰의 원천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있다는 선견지명과 과감한 도전 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 무엇보다 구글이 이런 조그마한 업체와 윈윈 전략을 취한 자세, 이를 적극 이끌어낸 HTC 경영진의 열정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중소기업이 탄탄한 대만이었기에 이런 혁신형 사업 모델이 나오지 않았을까?


현재
HTC는 직원수 5500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이 모두가 대만에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HTC를 통해 수많은 대만의 협력업체의 일자리가 생겼음은 안 보아도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일자리 창출이 진정 우리가 본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프트웨어의 낙후가 일자리 창출의 장애

우리 나라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 제품의 일부 비용 정도로 간주하는 인식에 머무르면 제품이 생명력을 가질 수가 없다. 소프트웨어는 스피드, 창의력 그리고 혁신이 생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경영층의 덕목이다.

 

또한 우리 나라 IT 인력 구성에서 가장 많은 비율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지식 기반 사회는 더욱 많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소프트웨어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예상은 명약관화하다.

안타깝게도 소프트웨어를 해서 성공하고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산업의 생태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비전이 없으니 인력이 오지 않고, 인력이 부족하니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를 반전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소프트 마인드가 존중되고 유연한 사고의 중소기업이 마음껏 도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질적인 경제 회복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백화점에 창문이 없는 이유와 컴퓨터 출판?

IT와 세상 2009/12/28 06:46

타임스퀘어에서 컴퓨터출판이 생각이 난 이유는?

얼마 전
TV 뉴스에서 왜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을까?”라는 타이틀의 르포 기사가 소개되어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대략 알고 있었지만 백화점의 상술(商術)에 대해 잘 정리해 준 프로였다. 한 마디로 판매를 증진하기 위해 방문객들의 동선(
動線)을 교묘하게 유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 중에 지적된 몇 가지를 소개하면,

 

한국의 백화점 내부 (kr.blog.yahoo.com/hhs8686)

첫째,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밖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귀가를 서두르게 되어 마음이 급해진다.

같은 맥락으로 백화점에서는 벽시계를 찾기 어렵다
. 쇼핑하다가 무심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하고 쇼핑을 그만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를 대부분 가지고 있고 요즈음은 휴대폰도 시간을 알려 준다. 허나 구태여 그것들을 꺼내어 보지 않는 고객들에게 시간을 알려 줄 필요가 없다.

둘째
, 화장실은 각종 판매대를 지나 구석 위치에 있다
. 혐오 시설이라 멀리 놓는 것이 아니다. 화장실을 오고 가면서 관심 있는 물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화점 1층에는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을 찾아 2층 혹은 그 위로 이동하면서 진열된 상품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가능하면 눈요기를 곳곳에 놓음으로써 하나라도 더 손에 닿게 한다.
 

셋째, 여성 용품은 저층(1층과 2-3)에 집중 배치한다. 어느 가족이든 쇼핑의 주도권은 여성이 쥐고 있다. 남성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미리 연구해서 상품을 손에 쥐면 목적을 달성해서 만족하는 성격이다. 반면 여성은 돌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상품을 보고 입어 보기도 하고 고민하는 그 자체가 기쁨이다. 이러한 남녀의 특성과 심리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서 동선(動線)을 설계한다.

 

넷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상점화한다. 빼곡하게 상점을 배치하는 것도 모자라서 곳곳에 임시 판매대를 놓아 세일 행사를 한다. 또한 각종 이벤트와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결국 쇼핑에 푹 빠지게 해서 지갑을 열게 하는 고도의 상술이다.

 

타임스퀘어에서의 다른 점을 느낀 이유는..

경방 타임스퀘어의 천장 View

우연하게도 TV 프로그램을 본 바로 다음 날 영등포에 새로 오픈했다는 경방 타임 스퀘어(Time Square)에 갔는데 그러한 개념과 많이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일단 천장을 통해 훤하게 하늘을 볼 수가 있다
. 물론 천장이 아주 높고 조명이 밝아 밤인지 낮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보이기는 하지만, 위만 쳐다 보면 밖이 어떤 상태인지 눈에 들어 온다.


무엇보다 여러 층을 관통해서 훤하게 뚫린 공간이 눈에 띈다
. 이 쇼핑몰의 오너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입점(
入店)을 시켜야 돈이 될 터인데 과감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보는 이들에게는 시원한 느낌을 주어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놀이 공간, 식당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서 가족들을 가능한 한 오래 머물게 하려는 의도가 타임 스퀘어가 자랑하는 컨셉(concept)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백화점은 일본식 백화점 체계를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유명한 미츠코시(三越) 세이부(西武) 백화점에 가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하 1층에는 음식 매장이 있으며, 1층에는 화장품과 고급 액세서리, 2층은 여성 정장... 이런 형태는 상당히 익숙해서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도 별 어려움이 없다.

 

홍콩의 Times Square(skyscrapercity.com)

서구에서 발달한 쇼핑몰 문화

반면 쇼핑몰
(Shopping Mall)은 미국식 개념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는 비좁게 쇼핑 공간을 억지로 짜낼 필요가 없다. 노스트롬(Nordstrom), 삭스(Saks), 메이시(Macy)와 같이 랜드마크(Land Mark)가 되는 백화점들을 각 코너에 위치시키고 나서 내부는 널찍하게 쾌적한 공간으로 설계한다

땅값이 비싸면서도 쇼핑의 천국으로 불리우는 
홍콩의 타임스퀘어, 하버시티(Harbor City)와 같은 쇼핑몰도 이와 같은 개념을 따르고 있다.
어쨌든 경방의 타임스퀘어는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개념이라서 반응이 신선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 타임 스퀘어에 서 있으면서 생뚱맞게 인쇄물의 패러다임 변천사가 생각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났다.



컴퓨터출판으로 개념이 바뀌는 인쇄물
 


90년대 초부터 잡지나 서적은 큰 변신을 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빽빽하게 활자가 박혀 있는 읽는잡지에서 전반적 레이아웃을 보는잡지로의 변신이다. 과감한 여백, 큼직한 활자, 곳곳에 눈을 끄는 화보는 독서 패턴이 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배경에는 기계를 활용한 활자 인쇄에서 DTP(Desktop Publishing)를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레이아웃을 조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즉 컴퓨터출판 기술이 한 몫 했다.

 

80년대 초에 논문을 제본하기 위해서 충무로 인쇄소에 직접 간 적이 있다. 컴퓨터출판이 나오기 전이라서 수학이나 국한문(國漢文)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국한문 타자기로 교정을 해 주는 분들에게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커피 사 드리며 귀찮아 하는 인쇄소 직원들에게 절실하게 매달린 기억이 난다. 그 후 박사 논문은 애플사의 매킨토시(Mac II) 컴퓨터와 레이저 프린터로 내가 직접 수정해 가면서 손쉽게 제본을 했다. 90년 대 초반 DTP와 CTS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의 도입으로 인쇄 출판의 생산성이 증대하고 손쉽게 표현할 수 있어졌다. 자연히 활자 중심에서 그래픽 위주로 인쇄물이 진화해 갔다.

 

그 후 잡지의 페이지 당 글자 수는 나날이 줄어들면서 독자들의 관심(attention)과 시선을 끄는 레이아웃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글자를 더 넣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눈길을 머물게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 공간이라도 더 자리가 차야 돈이 더 되는 백화점의 모델과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려는 타임 스퀘어를 보면서, 지면을 빽빽하게 활자로 채우는 것보다 시각 위주로 바뀐 인쇄물의 변화가 생각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 산정이 한심한 이유

IT와 세상 2009/12/08 23:00

소프트웨어는 투입한 시간과 비례하는 것일까?

 

미국의 과학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학교 교과목에는 C 프로그래밍 실습이 있다. 이 수업 시간에는 매주 새로운 숙제를 주고, 학기말이 되면 그 숙제의 결과를 합해서 최종 점수가 정해졌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이민을 온 어떤 학생이 수업 시간을 지루해하면서 평상시 숙제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학교 수업보다 컴퓨터에 빠져 사는 것을 본 선생이나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그런데, 학기말 1주일을 앞두고 이 친구는 한 학기 동안의 숙제를 한꺼번에 해치우는 게 아닌가? 더욱이 선생이 준비한 답안보다 훨씬 성능이 좋고 적은 코드로 컴팩트(compact)하게 구성한 결과에 선생이나 학생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러시아 출신 학생이 일주일만에 한 학기 끝낸 비법은?

 

이 친구는 머리 속으로 가장 효과적인 알고리즘을 창의적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고교 과정 실습에 나오는 과제가 기껏해야 얼마나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고등학교에 선발될 정도면 일반인보다 컴퓨터에 일가견이 있는 청소년들이다. 그런 그들이 매주 일정 시간씩 공들여 한 숙제를 합한 것보다 뛰어난 기량을 단 일주일 내에 발휘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현상이다. 투입된 시간의 양과 결과물은 상관 관계가 적다.

 

만일 이 러시아 친구의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로 산정한다면? 일주일의 작업이나 인력투입(MM, Man/Month)으로는 최저 비용에도 못 미친다. 오래 전 어떤 유명 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가 소프트웨어 심사를 하면서, 코드가 몇 줄이지?”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교수가 저런 마인드를 가질 정도라니! 그 분이 공부한 학문은 소프트웨어가 공학적 측면에서 자리 잡기 전이었던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행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 산정의 문제점은?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이런 식으로 산정한다. 개선해야 한다고 소리쳐 외치면,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대답이다. 누가 뛰어난지 판정하기 힘드니 공평하게라도 하는 게 맞다는 취지다. 그러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고급 연봉자가 나올 수가 없다. 프로젝트를 할 때도 뛰어난 개발자에 몇몇 인원을 끼워넣기 해서 돈을 받아내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소프트웨어 강국이라고 부러워하는 인도를 보자. 인도에서는 대학 졸업 5년 차 월급이 2만불 정도라면,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아키텍트(architect)는 최소 10만 불을 넘어선다. 인도에서 10만불 연봉이면 최고급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실력에 따라 얼마나 더 액수가 올라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역량의 차이가 월등하게 나는 게 소프트웨어 인력의 실상이다.

 

인도는 소프트웨어 개발 강국으로 재탄생했다. 사진은 10달러 노트북.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을 주어야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꿈은 고급 설계자인 아키텍트(architect)가 되는 것이다. 투입한 시간과 일정에 따라 돈을 버는 세상이라면 이런 고소득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공공 기관, 대기업을 막론하고 소프트웨어 단가는 모두 예전에 만들어 놓은, 소위 과기부, 정통부 단가에 따라 비용을 산정한다. 설상가상인 것은 용역 프로젝트라며 지적 재산권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는 세계적 기업이 된 대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도 소프트웨어에 관해서는 '라이센스'라는 상식적 개념도 적용하기를 거부한다. 용역으로 하는 것에 대해 감지덕지하라는 태도로 까다로운 법률 계약서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다 가져간다. 단가는 국내 정부 기준에 맞추면서 품질(quality)에 대한 요구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이런 환경에서 양질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양성되겠는가?
 

젊은 친구들이 너무 돈만 밝힌다. 나이가 들면서 경륜이 생기는 건데… ”라는 말을 하는 어른들도 있다. 그러면, 운동 선수는 어떠한가? 그들은 체력이 한계가 있어서 더 뛰고 싶어도 못한다. 어린 시절에 잠재력을 보이다가 30세에 가까우면 완숙미를 보이고,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은퇴를 하게 된다. 그 이후로는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그나마 체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운동 선수보다는 프로 생명이 더 길지만,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실전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뛰어난 개발자들은 20대에 백만장자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완숙기에 이르면 최고의 연봉을 받고 경영자,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라이프 사이클이 형성되어야 좋은 인력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고급 아키텍트(architect)가 되겠다는 꿈을 키울 수 없다면, 그래서 풍성한 삶을 살 수 없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을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소프트웨어를 해서 실력만 갖춘다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이를 외면한다면 어떤 지원 프로그램을 동원하더라도 소프트웨어 강국이나 IT 강국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이뉴스24 컬럼 기고를 보완한 글입니다)

 

 

'그 까짓 소프트웨어 왜 못만드냐'는 착각

IT와 세상 2009/12/07 12:53

소프트웨어 개발이 단순한 프로그래밍이란 착각

누구나 컴퓨터를 접하게 되면 작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어린 나이에도 베이직(BASIC) 같은 언어는 쉽게 깨우칠 수 있다. 재미있는 표도 만들어 보고 그림을 화면에 그려 보기도 한다. 처음에 이런 것이 신기해서 소프트웨어에 빠져든 개발자도 많다.

 

BASIC 프로그래밍

이공계 전공자라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크고 작은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전자공학의 경우 자신이 만든 하드웨어를 동작시키고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IT
가 아닌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더라도 수치 해석이나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분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드웨어에 밀접한 소프트웨어는 어셈블리 언어로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급 언어를 사용한다. 프로그래밍하는 원리는 대체로 비슷하다.

이 정도의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경우 소프트웨어 공학을 제대로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 프로그래밍 과목에서 몇 가지 실습을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필요하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라이브러리(library) 기능을 잘 활용해서 프로그램의 전개 과정(procedure)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면 된다. 혹 잘 안 풀리더라도 몇 개 명령어(instruction)와 규칙을 책에서 확인하고, 잘 아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마무리하곤 한다.

 
"그 소프트웨어 몇 줄 짜면 되는 거 아니야?"

물론 복잡한 수준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규모의 프로그램 개발을 주위에서 여러 형태로 접하다 보면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경험을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확대 해석해서 별게 아니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거 몇 줄 짜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의식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모듈을 구동하거나 라이브러리(library) 함수를 불러내어 필요한 데이터를 얻는 행위는 프로그래밍 수준에서 해결된다. 그러나, 전체의 구조를 구성해서 논리적으로 작동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프레임워크를 만들려면 데이터 구조(Data Structure), 프로세스(Process)를 정립하고 여러 환경적 변수에 따라 치밀하게 동작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단순하게 규정된 단계대로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엔진이다. 때로는 수학이 필요하고, 최적의 알고리즘을 고안하고 적용해야 할 때도 있다. 구글(Google)의 검색 엔진이 뛰어난 이유는 고급 수학과 소프트웨어 공학이 절묘하게 결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업자들이 열정을 바친 결과가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이다.

프로그래밍과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공학의 차이

 

따라서, 단순 프로그래밍과 창의적인 아키텍처(architecture)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공학은 구별해야 한다. 고급 빌딩을 건설하는 현장을 생각해 보자. 건설 노동자가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적용하는 업무와, 그 빌딩의 전체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업무는 엄연히 다르다. 건축 설계는 주어진 디자인과 지반 여건을 토대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는 전형적인 지식 노동이다. 동일한 건설 업종에 종사하지만, 초점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똑같이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다고 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한 통속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착각이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면 나도 해 봤는데…” 하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을 만만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도 존경 받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까짓것 왜 제대로 못 만들어? 그리고, 만드는 데 뭐 그리 비싸? 다 사람 장사 아니야?”하는 심리를 느끼는 것은 지나친 컴플렉스일까? 소프트웨어가 허드렛일, 3D 업종으로 추락한 배경에는 그런 인식이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뉴스 칼럼 기고문을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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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vs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쟁 시작됐다

IT와 세상 2009/11/27 06:01

PC 전쟁이 재현되는 스마트폰 경쟁의 감상 포인트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에서 워크스테이션을 만드는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었다. HP에서 기술을 사오는 조건으로 제휴가 이루어졌고 연구소에서는 고급 컴퓨터에 들어가는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PC 개발과는 차원이 달라서 도전 의식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ISV의 어플리케이션

아쉽게도 R&D(연구개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컴퓨터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업체를 ISV(Independent Software Vendor)라고 한다. 하드웨어 성능이나 기능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라도 더 ISV 를 유치해야 한다. 썬(Sun)이나 HP같이 잘 알려진 플랫폼이라면 모를까 알려지지 않은 플랫폼에 대해서는 ISV가 배짱으로 나온다. 웃돈을 얹어 주고라도 애플리케이션을 유치해야 하는 설움(?)을 톡톡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

반도체 같은 부품 소재나 TV, VCR 같은 독립 완성품만 사업하던 입장에서는 엄청난 진입 장벽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PC는 호환 기종이라 소프트웨어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결국 그 수익의 대부분은 OS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지하지만), 신규 컴퓨터 사업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스마트폰에서 벌어지는 애플리케이션 전쟁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iPhone)을 시작으로 구글이 안드로이드(Android)로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모바일 통신 기기를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노키아(Nokia)가 주도하는 심비안(Symbian), 기업용에 주력하는 블랙베리(BlackBerry)가 선두층을 형성한다. 최근 아이폰(iPhone)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윈도우모바일(WM)을 앞질렀다. (아래 그림 참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불행히도 시장 점유율
1-3위 제품, 무려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이루는 제품이 한국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최근 블랙베리가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사용자는 극히 드물다. 한국에 없다는 것은 사업 측면에서는 여러 모로 장애가 된다.

이를 테면 안철수연구소의 모바일 백신은 심비안, 윈도우모바일에 이어 블랙베리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고객을 위해서다
한국에서 사용되지 않는 환경에서 제대로 검증하고 테스트하기가 어려움은 불 보듯 뻔하다. 기능 테스트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IT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모바일 인터넷이 세계의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양대 산맥으로 재편될 스마트폰

 

향후 스마트폰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양대 산맥으로 편성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안드로이드 속에 내장한 여러 기능의 잠재력이 놀랍고 참신하며, 최근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우모바일 진영에서는 반박을 하겠지만 '아이폰 vs 안드로이드'가 보편적으로 예상하는 시나리오다.

결국 애플은 자신들의 독보적 플랫폼과 자신들의 앱스토어로,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다양한 단말기)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시장으로 승부할 것이다. 마치 80년대 PC 시장에서 매킨토시(Mac)와 윈텔(Win-Tel) 기반의 IBM 호환 기종 싸움의 재판(再版)을 보는 느낌이다.

스마트폰의 Application 경쟁 (http://www.billshrink.com/blog/)


PC
시장에서는 애플이 실패했다. 폐쇄적 정책을 고집했던 경영진의 실책과 변화에 게을렀던 애플의 기업 문화가 문제로 지적된다. 맥 운영 체제(Mac OS)는 정체되었고 개발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신제품은 본연의 혁신 정신을 상실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컴백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가 애플에서 쫓겨나서 도전했던 넥스트(NeXT)의 기술을 접목해서 소프트웨어는 다시 힘을 얻었다. 오히려 엔터테인먼트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을 가져 와서 훌륭하게 접목했다. 애플은 구태여 시장 점유율 1위를 노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플랫폼 기반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구축하고 그곳에서 높은 수익률을 가져간다. 예를 들어 출판, 교육 시장에서 애플에 대한 충성도는 아주 높다.

IBM
기반의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낮은 마진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나누어 가져야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는. 오픈성을 보이는 안드로이드도 IBM 호환 기종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차이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자체에서 수익을 찾지 않는 개방적 사고를 유지하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IBM 호환기종

애플 매킨토시


IT의 표준 장악은 목숨을 건 전쟁


IT
는 고상한 전문직으로 비추어지지만 경쟁의 현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 IT의 발전사는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전쟁의 역사다. 시장에서 실질적 표준(De Factor Standard) 위치를 장악하기 위해 어떻게든 상대방을 죽이려고 혈안이 된다.  피아(彼我)가 뚜렷하며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다.

PC
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CPU에서 인텔과 모토롤라, 브라우저에서 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 워크스테이션에서 Sun HP의 전쟁이 그러했다. 때로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쟁과 더불어, 기술자들은 각종 표준 위원회와 컨퍼런스에서 회사를 대표해서 싸운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평화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틈만 나면 대놓고 상대방을 비난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플랫폼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업들이 어디에 자원을 집중할까 하고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단지 이번 게임의 특징은 소프트웨어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휴대폰 제조업체, 통신사업자, 소프트웨어 기업, 콘텐츠 제작 업체,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 한데 엉켜서 돌아가고 있다. 5-10년 뒤에 어떤 형태로 시장이 전개되어 있을까? 과연 독보적인 승자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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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는 비용이 아니고 가치다 - SW 인력 시리즈 2

IT와 세상 2009/11/12 07:36

"소프트웨어는 비용(cost)이 아니고 가치(value)다"

 

국내 대기업에 근무할 당시 컴퓨터 사업에 관여했다. 컴퓨터 제품이다 보니 연구개발(R&D) 부서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하드웨어 인력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그 곳에서 오래 근무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바람은 매우 단순했다. ! 메인(Main) 프로그램 한번 만들어 보고, 직접 설계해 봤으면…” 메인 모듈은 전체 소프트웨어의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건물에 비유하면 기초 공사를 정의하고 중심 기둥을 놓는 것과 같다. 그러면, 메인 프로그램을 만들 기회가 없는 것일까?

 

하드웨어 사업의 초점은 하드웨어 박스 자체이다. 제품 기획은 하드웨어 사양(specification)을 정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CPU 채택, 메모리 용량, 목표 성능, I/O 포트 숫자, 외장 기구 형태, MTBF 등등. 나도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런 기술이 개발하기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하드웨어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얼마나 난감한가?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이 박스 자체일까?

 

새로운 하드웨어가 정의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업무는 라이센스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개발된 하드웨어를 구동할 소프트웨어, 디바이스 드라이버(Device Driver)를 만들고 튜닝(tuning)하는 게 대부분의 일이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개발이 아니라 포팅(porting)이라고 불렀다. 한 마디로 하드웨어 스펙이 먼저 정해진 다음, 그 하드웨어에서 어떤 소프트웨어가 동작할지 찾는 게 일이었다.


컴퓨터를 구매하는 기준은?
 

그러나, 컴퓨터를 구매할 때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내가 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느냐이다. 아무리 멋있고 내구성이 좋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왜 사용하겠는가? 당연히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유통업체(ISV; Independent Software Vendor)들은 잘 알려진 플랫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MS-DOS

Sun Micro의 워크스테이션


초창기 PC의 운영체제(OS) 플랫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워크스테이션 분야에서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오픈 컴퓨팅 환경을 통해 수많은 응용 소프트웨어가 돌아가게 하는데 주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선마이크로가 독보적 위치를 가지진 것이 제품의 성능과 스펙 때문이었는가? 그 플랫폼에서 사용가능한 소프트웨어의 양과 질에 의해 승부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미국 기업들이 IT를 이끌게 된 비결은 OS와 소프트웨어의 플랫폼을 장악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대만에서 PC나 서버의 호환 기종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만 급급한 사이에 실익은 소프트웨어가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의 플랫폼을 아이폰(iPhone), 안드로이드(Android) 가 장악해 가고 있는 현실은 PC 플랫폼 전쟁의 재판()이다.


각종 기기에서 커지는 소프트웨어의 역할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는 각종 제품들

이제 소프트웨어는 범용 컴퓨터뿐 아니라 정보 기기, 통신 시스템, 가전 제품에도 들어간다. 이런 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일반 컴퓨터용 소프트웨어와 완전히 다를까? 최근 이런 제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웬만한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수준과 맞먹는다. 임베디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관건은 얼마나 소프트웨어를 잘 설계하고 사용해서 소프트웨어 원가를 줄이고 전체 제품의 이익률을 높이느냐에 달려있다
. 그런데, 하드웨어 사업만 영위해 온 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드웨어 원가에 들어가는 비용 정도로만 산정한다. 비용의 항목은 투입된 인건비와 개발 장비다. 결국 창의력과 고급 전문성이 필요한 지식 산업을 시간당 계산하는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 격하시킨 꼴이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의 기본 사상과 특성을 모르고 있다. 이를 테면,


  • 소프트웨어의 장점은 재사용(reuse)에 있다. 여러 장비에 걸쳐서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면, 필요한 부분을 패키지화해서 적절히 재사용함으로써 원가를 몇 분의 일로 절감할 수 있다. 더욱이 검증된 코드를 재사용할 경우 품질 수준도 크게 높일 수 있다. 
  •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제품의 품격을 높인다. 사용자가 결국 사용하는 것은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다. 제품의 디자인이 예쁘고 가격이 싼 것도 중요하지만, 융합 즉 컨버전스 시대에는 개인 위주로 서비스가 특화(personalized service)되기 마련이다. 이 모두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소프트웨어가 결정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 하드웨어 마인드에 젖어 있는 경영 방식

대기업에서 같이 근무했던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 그 기업에서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던 그는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은 좀 달라졌지?”라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은 하드웨어의 로드맵 이후에 고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진에서는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실적은 하드웨어 제품을 얼마나 팔았느냐에만 연연한다.”라고 푸념했다.

그러고 보니, 외람된 얘기지만 대기업 고위층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분을 찾기가 힘들다. 여전히 하드웨어 박스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는 동일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하드웨어 사업 부문별로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재사용(reuse)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사상을 전혀 모르니 소프트웨어가 가치(value) 창출이 아닌 단순 비용(cost) 처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몇 십 년을 고수해온 사업 방식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인가? 아무리 애플, 구글의 스토리를 책이나 강의로 접해도 직접 체험하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는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세상은 급변하고
, 이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차별화라는 기업의 영원한 숙제를 해결할 수 없다. 차별화를 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드웨어 원가 절감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당연히 수익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와 창의적 서비스로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

(아이뉴스24에 기고한 칼럼을 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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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다 - SW 인력 시리즈 1

IT와 세상 2009/11/09 12:01

우리 나라 IT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프트웨어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은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전반적인 이공계 기피현상에 기인한 것이지만 이를 여기서 논한다면 너무 큰 주제로 확대되므로 일단 소프트웨어에 국한해서 논의를 전개해 보기로 한다.

 

첫째, 소프트웨어가 단순한 기능으로서 조연 혹은 단역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2000년도 가트너(Gartner Conference)에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창업자인 스콧 맥닐리 회장이 소프트웨어는 기능이지 산업이 아니다(Software is a feature, not an industry)라는 말을 해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평소 맥닐리 회장을 존경했던 나는 현장에서 그 말을 듣고서 깜짝 놀랐다.

스콧 맥닐리와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아니, JAVA라는 혁신적인 방향성을 제창한 회사의 CEO가 저런 말을 하다니?”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Steve Balmer) 회장이 내 생애에 그런 바보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the most absurd thing I’ve heard in my life). 비즈니스의 모든 업무는 소프트웨어다. ERP, 데이터베이스, 워드프로세서 등 모두가 소프트웨어 아닌가? 소프트웨어는 미래다(Software is the future)!!라며 큰 소리로 반박하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결국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에 인수되는 운명이 되었다. 당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행위를 놓고 선봉에 서서 싸우던 입장이었기에, 다소 감정적인 어조로 튀어나온 발언이라고 생각은 든다. 그래도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를 만들어 보던 학부 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에 컴퓨터를 만드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 약 25년 전이니 지금의 시대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구석기 시대다. 여러 명이 씨름해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 I/O를 여러 개의 보드로 구성해 봐야 겨우 286보다도 못한 성능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시 키보드를 누르면 모니터에 글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 내부

그런데, 과제로 주어진 어떤 기능을 보여주려고 하니 도저히 하드웨어만으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조교에게 하드웨어 스펙을 아무리 봐도 그대로는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조교는 소프트웨어로 처리해도 통과시켜 주겠다라며 인정해 준 적이 있다. 구태여 오래 전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사람의 눈에는 소프트웨어가 이렇게 보조적 요소로 보인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 당시는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돌릴 만한 하드웨어가 절대적으로 함량 미달이었다
. CPU 파워로 보나 메모리 용량, 각종 부품의 가격을 봐서 컴퓨터를 일반인이 만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일단 가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하드웨어만 보면 가히 자유로움(freedom)을 만끽하는 세상이다. 무어(Moore)의 법칙은 메모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하드웨어의 성능, 용량은 급증한 반면 가격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하드웨어의 걱정을 덜게 되니 소프트웨어로 무엇을 만들어야 좋을까하는 관점으로 중심이 이동했다. 이제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실현시켜주는 가능자 정도가 되었다.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위상이 뒤바뀐 것이다.

 

아이폰의 꿈과 사상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져..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이 좋은 예다. 아이폰은 플랫폼이다. 3G, 웹브라우징, 이메일, MP3, PDA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총집결했다. 한편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아이디어를 결집했다. 사용자가 사용할 소프트웨어가 정의되었고 그에 맞추어 하드웨어가 준비되었다.

이를테면 사용자의 검색을 돕기 위해 이중 터치 스크린이 도입되었고, 어느 장소를 찾아가기 위한 구글 맵스(Google Maps)를 모바일 환경에서 바로 구현할 수 있도록 3G GPS를 결합했다. 그 외에 통신, 저장 기기 등 각종 하드웨어 구성 요소가 이를 따랐다.

아이폰의 사업 모델

 

무엇보다 아이폰은 아이튠스(iTunes)라는 플랫폼을 통해 풍부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이 공급되는 아이팟의 고유 사상에 충실하다. 지금 우리 나라 대기업들이 흉내내는 앱스토어(AppStore)를 창시해낸 것이다. 여기에서 사용자와 하드웨어, 인터넷, 콘텐츠가 일체감 있게 운영되는 대동맥 같은 역할은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아이폰에서 누가 주연인지는 명약관화하다.

 

하드웨어를 만들고 나서 소프트웨어를 조연으로 활용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렇게 주연과 조연이 바뀐 상황에서 우리는 아직도 소프트웨어가 조연, 아니 그것도 안 되는 단역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니, 소프트웨어가 비전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원가를 잡아먹는 비용(cost)이 아니라 제품의 사상과 개념을 결정하는 가치(value)의 실현자(enabler)로 변한 현 상황과는 동떨어진,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아이뉴스 칼럼 기고문 중에서 보완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