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에 해당되는 글 2

  1. 2009.09.13 일본 양판점에 한국 TV를 찾기 힘든 이유는? (45)
  2. 2009.06.29 이야기 마케팅 시대 - IT와 콘텐츠의 결합 (7)

일본 양판점에 한국 TV를 찾기 힘든 이유는?

Global View 2009.09.13 09:29

미국과 멕시코 출장에서 돌아온 지 채 2주가 안 되어서 일본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본에 갈 때마다 가능하면 아키하바라의 요도바시 카메라에 들른다. 최신 전자 제품 양판점에서 IT 제품의 판매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일본 법인이 가까이 있어서, 짬을 내서 갈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다. 미국에 가도 베스트바이(Best Buy)라는 IT 양판점에 잠깐이라도 들르려고 노력한다. 마침 미국과 일본의 양판점을 2주의 시차를 두고 보게 되어 생생하게 비교할 기회가 생겼다.


미국과 일본 양판점의 공통점과 차이점
 

매장 전경(요도바시카메라 홈페이지)

컴퓨터 매장에 가 보면 미국이나 일본에서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많다. 최근에는 미니 노트북(Mini Notebook), 소위 넷북(NetBook)이 진열장에서 눈에 띄게 포진했다. 일반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경계선을 묘하게 파고 드는 느낌이다. 하드웨어, 통신의 번들 판매도 눈에 띈다. 

여전히 노트북은 각종 할인 프로그램으로 디스카운트를 해 주지만, 소프트웨어는 정가대로 구매한다. 소프트웨어는 제대로 돈 주고 사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부럽다. 미국의 노트북 양판점 CEO에 따르면 영업 사원이 판매할 때마다 가져 가는 인센티브만 보면, 소프트웨어가 노트북보다 더 크다고 한다. 회사 차원에서도 소프트웨어 제품의 수익률이 더 좋고

 

디지털 카메라 매장에 가 보면 캐논, 소니와 같은 일본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것도 양국이 비슷하다. 역시 렌즈 기술이 발달한 일본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오디오의 경우 애플의 아이포드 계열의 제품과 각종 액세서리 매장이 붐빈다. 애플의 아이팟, 아이터치는 MP3 시장을 독식해 가고 있다. 오디오 제품에 아이팟을 꽂는 슬롯은 거의 기본 기능이 되어 간다.

 

iPod 슬롯이 있는 오디오

휴대전화에서는 아이폰이 초창기에 버그(bug)가 많아서 품질에 대해 까다로운 일본인들에게 외면을 받아서 미국만큼 선풍적이지는 않다. 일본 휴대폰 업체들이 해외에서는 잘 못해도 일본 시장에서는 잘 먹히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아이폰 사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는 있다. 미국 대학에 가 보면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이 캠퍼스 생활의 중요한 도구다.


그런데
,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은 가전 제품 매장이다. 미국의 베스트바이(Best Buy)에 가 보면 LCD TV중에 5-60%가 한국 제품이다. 10년 전에 한국 제품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워 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하던 분으로부터 미국 양판점에 진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제품이 주도한다. LED TV는 아예 한국 제품밖에 없다.


Best Buy 영업 사원의 한국 기업에 대한 지식
 

베스트바이의 판매원에게 삼성과 LG 제품 중에 어떤 것이 좋으냐?”고 물으니, “두 회사가 사실 같은 회사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한술 더 떠서 삼성이 LG를 조만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라고 한다.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한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회사에 대해 외국인은 이 정도로 무관심한가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그나마 그 판매원은 삼성과 LG가 한국 회사라는 것을 아는 게 다행이었다. 일전에 유럽에 가니 일본 회사라는 이들도 있고 대만 회사라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일본 요도바시 카메라 매장에서의 풍경은 확연히 달랐다. 일본의 유통망인 전자제품 양판점에서는 한국 제품이 안 보인다. 반면에 이름도 모르는 일본 자국 브랜드가 아주 많다. AQUOS, DIGA, VARDIA. TV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나에게는 생소한 브랜드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이 앞에 진열되어 있었다. 워낙 상가가 복잡해서 다 돌아 볼 수는 없었지만, 세계 어느 곳에 가도 가장 많이 진열되어 있는 한국 TV가 여기 일본 양판점에는 드물다. 세탁기, 건조기도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에 비하면 여기에서는 천대받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자국 전자제품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외산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Best Buy

요도바시 카메라

일본 제품이 고립되어 가는 이유

TV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분과 얘기한 적이 있다. 그의 얘기에 의하면, 일본은 고객들이 아주 까다롭고 고급 사양 위주로 찾다 보니, 일반 사용자에 맞춘 보급형 제품 시장에서 근거를 잃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일본식이 세계 표준이 된다는 자만심도 작용했다. 그 위치를 삼성과 LG와 같은 한국 업체들이 파고 들어서 성공했다. 소니가 그나마 과거로부터의 브랜드 이미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미국인 경영 체제에서 소니의 창업 정신과 철학마저 훼손되어 가는 생각이 든다. 중국 제품은? 중국은 아무리 값이 싸도 품질 차이가 너무 나서 고객들에게 외면당하는게 적어도 현재의 실상이다.

 

나도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전자 산업이 이렇게 발전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친구, 선후배들이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서 남다른 애착도 있다.

잘 나가는 하드웨어 전문가들의 조언

그런데, 바로 그들이 미래에 대해 걱정을 털어 놓는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일본을 극복하는데 성공했고, 계속 집중력을 발휘하면 뒤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앞으로의 경쟁은 하드웨어가 아니고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와 창의적인 서비스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아직도 하드웨어 잘 만들기에만 집중한다.” 이미 컨버전스(Convergence)는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 IT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생각하면 할수록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컨버전스(Convergence)의 키워드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다. 그런데,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져 가는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 산업 현장은 나중에 우리에게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단지 앱스토어(AppStore)를 흉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찰력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IT 산업이 한국, 미국, 일본, 중국에 걸쳐 바뀌는 지형도는 흥미롭다. 우리도 현재까지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중소기업과 소프트웨어가 받쳐 주지 못하면, 이 지형도는 다시 바뀔 것이다.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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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케팅 시대 - IT와 콘텐츠의 결합

책으로 보는 세상 2009.06.29 08:31

해외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보편적 인식을 피부로 느낀다. 안랩의 해외 사업을 뛰다가 부딪히는 장벽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한국에 대한 지식 (북한과 88올림픽 밖에 모르는 경우 힘이 빠진다)

-   한국에서는 IT가 발달했고, 실생활에 접목이 많이 되어 있다?

-   한국에는 정보 보안의 핵심기술이 있다?

-   안랩(AhnLab)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물론 한국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했던 이상으로 인식의 벽은 두껍다. 이런 열악한 국가 이미지와 회사의 브랜드를 극복하고 안랩의 기술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면 우리의 걸어온 과정을 스토리로 설명하는게 효과적이다.

한국이 영세한 후진국에서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역사, 산업시대를 거쳐 빠르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간 과정,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벤처 산업이 나오게 된 배경, 생활속에 자리잡은 IT의 현황과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문화, 인터넷 중심으로 가면서 정보 보안 기술을 가지게 된 이유 등등. 우리의 기술력이 뛰어난 이유를 스토리를 통해 설명해야 어느 정도 설득이 된다.

아마 해외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CEO, 또한 대기업들 마저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IT나 글로벌 사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신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때 멋있는 스토리로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짧은 시간에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소개한 책 :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Storytelling Marketing)”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홍사종 교수는 적자에 헤매던 정동극장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새로운 문화 산업의 돌파구를 제시한 선구자다. ‘이야기 마케팅의 전도자(evangelist)이며, 기업과 기관, 학교에서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모델을 여러 모로 입증시킨바 있다. 평소 홍 교수의 소신과 자신감에 감복해 왔던 나로서는 이 책을 보자 무척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내용이 정연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 그의 이야기론은 시대적 코드와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엿보게 한다. 일단 책을 들면 단번에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냉장고의 개념을 바꾼 대기업 간의 마케팅 전쟁 이야기가 나오는데, 냉장고 광고 카피가 어떻게 진화해서 꿈을 파는 스토리로 업그레이드 되었는가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 냉장고

남자들은 모른다. 주부가 갖고 싶은 냉장고 oo ‘

‘oo은 사랑입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Feature-Benefit-Value로 구분하여 분석하는 기초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서 마케팅은 기능(feature)으로 갖추어진 제품을 어떻게 고객 관점의 가치(value)로 타겟팅하여 전달할 수 있는 가에 달려있다.

위의 광고 카피를 보게 되면, 냉장고의 기능(feature)에 머물렀던 하드웨어 광고가 어떻게 가치(value)전달의 수준을 넘어서 스토리를 통해 꿈을 팔게된 변천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냉장고라는 기계가 주부들의 감성을 건드려서 가정의 생활 문화로서 자리잡았다. 제품에 문화가 결합해서 설득력을 갖는 이른바 컬덕트(CULture+proDUCT)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냉장고 광고의 변천


최근 해외 백화점에 가 보면 한국의 가전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LCD TV, 휴대폰은 말할 것도 없고, 냉장고, 세탁기 등도 한국 제품이 진열대 앞에 나와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dryer)의 시장을 연 미국의 업체들은 내구성과 튼튼함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품질과 견고함은 기본이지 그 자체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시대는 지났다.

그 자리를 예쁘고 아늑한 이미지의 우리 제품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에서 가전산업은 일본 제품보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나쁜 사업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를 통해 화려하게 거듭나며 고부가 생활 공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대기업 위주의 사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압박을 크게 받는 현실도 개선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케팅적인 성공은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한 이야기 전쟁 

 

하얀거탑 (한국/일본판) a-bori.com/blog/

또한 이 책에서는 영화, 연극, 오페라,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쟁 시대를 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유대인들로 장악된 헐리우드의 예에서 보듯이 문화의 침투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비난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럴수록 우리의 무구한 역사와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이다.

 한편 스토리가 글로벌하게 하이브리드(hybrid)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인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괴물>과 같은 이야기가 헐리우드에 팔려 나갔다.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 영화는 거꾸로 우리가 원작을 사와서 성공한 경우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일본 만화이고, <결혼 못하는 남자>,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와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를 더 잘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것도 활발하다. 이야기와 콘텐츠의 창의성과 질이 중요하지, 원작이나 시장의 국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홍사종 교수의 제언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문화적 DNA글로벌 모드로 바꾸어나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도 빨대를 꽂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과 문화의 시너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특히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IT 산업으로 형성된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인간소외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급진적, 단절적 시대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자연과의 분리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피로감이다. 그 다음은 정보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지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과 이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문화적 복지, 일탈문화의 제공, 카타르시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갈등해소를 제안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정보기술과 문화의 결합이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디지털 경제환경을 거꾸로 읽으면 지금이야말로 정보산업 경쟁력과 더불어 사회적 일탈욕구와 소외문제를 풀어줄 건강한 이야기산업의 육성을 위한 중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홍사종 교수의 정동극장 이야기

 

홍사종 교수

그는 잊혀져 가던 정동극장의 극장장이 되면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책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극장의 입장에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거꾸로 수요를 만들고 이를 자극해서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국악 장터
, 돌담길 추억이 있는 음악회, 동창회나 친목회를 위해 커스터마이즈 해 주는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한 공연은 공연은 밤에 한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공연 관점에서 죽은 시간인 낮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소신이 반영되었다.

"기능과 품질은 산업화 패러다임의 덕목이다. 정보화, 감성화 패러다임에서는 기능과 품질이라는 기본위에 이야기라는 궁극의 덕목을 의식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참조 도서

마침 이 책을 읽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간부에게 주었더니
, 이미 제품기획, 인터넷 마케팅 부서에서 다음 주제로 선정해서 읽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안랩과 같은 기술 회사도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스토리로 전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터라 나와 거의 동시에 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설득력있는 스토리는 수많은 정보의 범람으로 혼란스러운 고객의 마음을 정조준 할 수 있다. 아울러 문화와 콘텐츠는 IT의 바탕 위에 꿈을 파는 가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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