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에 해당되는 글 2

  1. 2011.10.31 기업이 수학·과학자 영입하는 시대 (2)
  2. 2009.04.03 엔지니어를 면접할 때 묻는 CEO 단골 질문 (20)

기업이 수학·과학자 영입하는 시대

CEO 칼럼 2011.10.31 11:30

인도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 - 수학적 사고의 일상화

“인도인들이 수학에 대한 소질이 특출하거나 교육 방식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다만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습관처럼 늘 수학을 적용하고 살아간다. 수학적 사고가 일상화 있는 것이다.”

                                  <수학문제 푸는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인도를 방문했을 때 만난 어느 대기업 임원의 대답이다. 그는 글로벌 사업의 경험이 풍부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인도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일상화된 수학적 사고방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도 강도 면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별 필요 없는, 대학 진학을 위한 관문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대입을 위한 수학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것도 단순히 답을 산출해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수학은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정답 맞히는 데 급급한 수학 교육으로는 훗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하나를 가지고 밤새 씨름도 해보고 여러 선인의 지혜와 고민을 자기 입장에서 반문하고 고민하는 훈련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중요한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공학의 기초, 문제 해결 순간의 희열은 내재적 기쁨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과 함께 질적 저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공과대학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수학의 기초가 부족하다. 조금만 응용을 해도 전혀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부모의 열성과 교육제도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지식의 습득과 조련에만 의지해왔으니 조금만 문제를 꼬아놓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것이다. 수학은 공학의 기초다. 과학적인 탐구 자세와 지적 호기심 없이 고등 수학을 활용한 공학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밤새 공부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체가 즐겁고 성취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희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창의력의 발휘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본인만은 만족할 수 있는 내재적 기쁨이다.

우리나라는 과학 기술을 발판으로 사회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을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과학 기술에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한 대표적 인물이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 출처: 김기창 작가 작품>

세종대왕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과학적이라고 인정받는 한글을 창제하고, 측우기·자격루·해시계 등 실생활에 유용한 과학 기구들을 발명해 우리나라 과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그는 계급을 뛰어넘어 장영실과 같은 인재를 발굴하고, 학자들이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업적은 백성을 긍휼히 생각하는 세종대
왕의 인간 존중 사상과, 과학 기술에 대한 확신
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기업이나 조직의 핵심 역량은 기술이고, 기술은 수학과 과학에 기반한다. 대형 검색 서비스가 많이 있었음에도 구글이 군계일학의 독보적 위상을 구축한 것 역시 수학과 알고리즘 덕택이었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성능과 정확성 면에서 타 서비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학과 과학 - 기초학문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이자 마르지 않는 샘

기업들은 더 스마트하고 더욱 지능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더 우수한 수학자와 과학자를 영입하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발전한 IT 덕택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연구개발(R&D)의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측정하는 잣대가 된다. 즉 기업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기술 중심의 발전 방향 설정이었다. 이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우리가 교육 문제를 얘기할 때 본질적 요소인 ‘탐구와 몰입의 즐거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비록 힘들고 치열한 경쟁의 나날이 계속되더라도 그러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변화를 이끌겠다는 꿈과 포부를 키워갈 수 있다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갈 수 있다.

과학 기술이 소외된 상태에서 윤택하고 활기찬 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첨단 과학 기술은 수학과 과학 같은 기초 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는다.

튼실한 뿌리가 있어야 든든한 줄기와 알찬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수학과 과학은 과학 기술의 뿌리이고 샘이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기초 학문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 이 칼럼은 2011.10.31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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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를 면접할 때 묻는 CEO 단골 질문

CEO 칼럼 2009.04.03 11:37

내가 엔지니어를 면접할 때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 있다. 왜 이 길을 택하셨지요? 5, 10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엔지니어로서 길을 걸어온 나로서는 어떠한 배경으로 이 길을 선택하였으며 어떤 계획으로 살 건지가 가장 궁금하기도 하고 채용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엔지니어들의 인센티브는 적다. 실리콘 밸리에서 대박을 거머쥔 벤처 기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선진국의 경우 IT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으면 젊은 나이에도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인도에서는 수많은 컴퓨터공학 졸업자가 대학 문을 나서고 있고, 중국은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기술직을 선택하고 있다. 이 사회가 기술을 필요로 하고, 성공의 옵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는 통속적인 성공의 개념, 이를테면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는다는 성취와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보상(reward)이 있다. 바로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쁨이다. 이것은 다른 어떤 직업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엔지니어만의 특권이요 보람이다. 엔지니어로서 이런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면 불행한 일이다.



2년 전 나와 같이 네트워크 보안 사업에 몸담았던 직원들이 안랩에 사업 인수를 통해 합류했다. 그 후 나는 조직에 관여하지는 않고 고문이라는 형태로 전반적인 자문을 맡았다. 3개월 지나서, 연구소를 지나가다가 어떤 개발자에게 재미있어?’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단박에 하는 얘기가 ‘별루였다.

원인은 간단했다. 어느 회사나 초창기에는 R&D, 기술지원, 영업이 구분없이 끈끈한 정으로 목적 달성을 위해 전념한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고 조직이 커지면서 연구소와 사업부가 분리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엔지니어가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기회가 적어지게 된다. 여기에 경험이 많은 임원들이 영입되면서 조직의 논리가 더해진다. 물론 체계적, 효율적이라는 관리라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반면 재미와 보람은 반감되게 마련이다. 이 과정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 양쪽 장점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벤처 기업의 과도기다.

 

우리 회사도 R&D가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 그렇게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R&D와 영업이 밀착되어 움직이던 조직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다. 특히 나는 R&D가 고객의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런 방식에 익숙해있던 직원들이었다.

 

작년에 CEO가 되면서 사업부 체제로 조직을 바꾸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게다가 몇 년간 만들어온 프로세스와 문화가 있었기에 직원들의 공감대와 참여를 필요로 했다. 내가 그렇게 한 원인은 단 하나, “고객과 멀어진 것을 우리 회사가 고쳐야 할 최우선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자신의 상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 
 

여기에 더해 나는 R&D 기술자들이 고객과 파트너를 직접 만나도록 했다. 간부급 이상은 영업이 언제든지 데리고 나가도록 했다. 의외로 직원들이 아무런 불만없이 응해 주었고, 오히려 고객을 만나고 와서는 더욱 소통이 잘 되고 생기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는 힘들지만, “엔지니어가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는 평범한 철학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기술과 상품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나는 '고객이 알아주지 않는 상품이나 기술은 쓰레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학은 이론을 연구하는 순수 과학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엔지니어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value)를 통해 공급(delivery)하는 것을 소명으로 하는 직업이다. 나는 '우리 기술이 이렇게 좋다'는 식으로 기술로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엔지니어다
. 이것은 엔지니어간에는 불문율처럼 공감대를 이룬 문구다.

 

부(富)만을 추구해서 성공한 엔지니어는 거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다가, 고객이 자기가 만든 것을 인정하고 사용하는 것을 보는 보람에 심취하다 보면 보상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애플을 만든 Steve Jobs, 구글을 만든 Larry Page와 Sergey Brin , HP를 만든 Bill Hewlett Dave Packard. 모두가 이 간단한 원리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다. 기계와 씨름하면서 당신 스스로에게서 행복을 느낀 사람들이다. 경제 위기일수록 본질에 충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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