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3) - 중소기업 vs 대기업

CEO 칼럼 2009.10.01 05:45

잘 알고 지내는 대학 교수와 어느 졸업생의 취업을 놓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졸업생은 실력이 뛰어나서 원하는 곳이 많았다. 그 분이 그 친구는 큰 일을 할 친구라서 대기업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해서, 내가 바로 반박을 했다. “교수님, 오히려 큰 일을 하려면 중소기업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쌓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에 가면 주어진 일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 경험의 차이

 

많은 이들이 대기업에 가면 많은 경험과 훈련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기업은 체계도 잘 잡혀 있고, 단계적 훈련 과정이나 큰 프로젝트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자신이 소속된 부서의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의 폭은 적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신입 사원의 경우 1년 정도는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 전체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발 부서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영업 대표와 같이 고객을 직접 만날 수도 있고, 기획, 마케팅, 심지어는 재무, 인사, 총무의 사람들과도 지척의 공간에서 일하게 된다. 대기업에서는 몇 년을 있어도 만나지 못할 부서의 소속 직원들의 애로 사항도 듣는다.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마치 사업을 수행하는 CEO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의 한계도 있다
. 자원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한다. 경험을 축적할 여유가 없다 보니, 가끔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우울증에 시달릴 때도 있다. 너무 업무가 몰려서 탈진(burnout)되면 "그냥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시행착오도 많아서 힘껏 노력했던 일이 시간 낭비로 판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기업처럼 역할과 책임(R&R, Role & Responsibilities)으로 정확히 구분되기 힘든 것이 중소기업 현장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대기업처럼 조직이 크면 관료화되고 조직의 논리가 작용한다. 가능하면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방어적 자세가 된다. 때로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사업 구조나 조직이 바뀌면 위치도 바뀐다. 내가 대기업에 근무시절에는 매년 이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같은 지역이 아니라 기흥에서 강남으로, 다시 수원으로 이사를 갔다. 같은 건물에서 옮기는 경우는 다반사다. 오래 근무하신 분의 말마따나 '연례 행사'.

 

특히 조직간의 힘겨루기, 소위 정치(politics)가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 단위로 실적이 숫자로 나오는 민간 기업은 그나마 기준이라도 있다. 숫자로 설명되기 힘든 조직, 이를 테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조직 리더의 정치적(?) 능력이 구성원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관료화를 없애고 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영원한 숙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 이기주의와 관료화는 난공불락이었다. 지도자의 굳건한 의지와 집념으로 추진해도 좌절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점에서, 사업적 역량을 키우려면 중소기업에서 여러 부서의 업무를 섭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고객을 직접 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시장을 읽는 데는 좋은 경험이 된다. 반면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대기업도 좋은 선택이다. 중소기업에서는 하고 싶어도 지원이 안 될 수 있기 마련이다.

대기업의 공장 전경

중소기업현장


한편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라는 점도 현실이다. 나는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이 튼튼하지 않고는 우리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기를 고대하고 있다. 불행히도 나의 기대가 반드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위험 요소도 포괄적으로 고려해서 직장을 선택을 해야 한다.

비전있는 전문 기업을 선택해야

  

굳이 나에게 중소기업’, ‘대기업중에 고르라고 물으면, 나는 비전있는 전문 기업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전문성을 쌓는 게 최고의 투자다. 그러려면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끄집어낼 수 있는 회사로 가야 한다.


기업의 비전이 뚜렷하면 가장 좋다. 할 일도 많고 성장 과정에서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 기업과 동시에 성장할 수도 있고, 도중에 다른 기회를 포착해서 변신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의 비전이 약하더라도 자신에게 실력을 키워줄 수 있는 회사도 차선책이다. 이를 테면, 자기를 멘토(mentor)해 줄만한 전문가가 있거나, 자기가 익히고 싶은 제품을 만들거나, 열정을 바쳐보고 싶은 사업 분야이거나, (영업의 경우) 자신의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거나....

 

사람마다 적성은 다르기 마련이다. 각 적성에 맞는 업종을 선택해서,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첫 길을 선택해야 한다누구든지 5-10 이상 열정을 바치고자 하는 분야는 마음 속에 있다. 문제는 그것을 선택하는 용기다. 가장 안 좋은 것은 막연하게 겉모습만 보고, 주위의 말만 듣고 선택하는 것이다. 3-40년 우량 기업으로 존재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현재의 우수 기업이 미래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아무리 좋은 기업이더라도 자신과 안 맞으면 불행이다.

주위 사람들, 특히 나이 드신 분의 인식은 자신들이 살던 시대에 머무른다. 10년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상황에서 2-30년 전 기준의 권고를 따르는 게 합당한가? 부모들도 그런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평생 보람있고 즐겁게 살아갈 방향에 대한 선택인데, 그 선택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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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 CTO로서의 첫 당부사항 공개 (2)

경영 이야기 2009.06.21 13:37
(전회에 이어)
지난 2008년 2월 CTO가 된 후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고 아직도 연구개발, 조직문화, 해외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CEO이지만 당시 CTO 시기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개해 드립니다.

안철수연구소 CTO가 된 후 첫 메시지 공개 (1) [첫편 링크]

3. 당부사항

 

저는 개인적으로 "꿈을 꿀 수 있고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춘 하드워커(hard-worker)"를 좋아합니다. Hard-worker라 함은 회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끊임없이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을 말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 오랜 경험으로는 이런 분들이 보람과 행복을 많이 가져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젊음,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시간을 소중하고 값지게 보냅시다. 실패도 훈련이고 좌절도 훈련입니다. 그러나, 시도도 해 보지 않은 시간은 무의미할 뿐입니다. 구글(Google)에서는 나이스(nice)하게 실패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합니다 (Google encourages to fail nicely). 그만큼 창의적인 노력을 최대의 가치로 둔다는 점입니다. 꿈을 이루어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몇 가지 첨언하면,

1) 스스로 일류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의 영역을 국경이 지켜주지 못합니다. 글로벌하게 하나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경쟁 상대는 한국 내의 다른 기업에 있는 친구나 선후배들이 아닙니다. 구글(Google), 시만텍(Symantec),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에서, 중국에서, 러시아에서 우리의 경쟁자들은 꿈을 불태우고 실력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회사의 CTO와 경쟁해야 하고, 팀장들은 그 회사의 팀장들과기술자들은 그 회사의 기술자들과, 마케터는 그 회사의 마케터를 경쟁 상대로 삼아야 합니다여러분 각자가 일류가 되어야 안철수연구소가 일류기업이 됩니다. 일류가 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안철수연구소의 동료들로부터 배웁시다. 저도 여러분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2) 자기의 제품과 서비스에 자신감(confidence)을 가집시다.

 

저는 지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안철수연구소의 제품과 서비스가 타사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프라이드(Pride)가 없는 제품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과거에 어떻게 했든 모두 잊어 버리고, 이제부터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는 '명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남들이 하는 것 흉내내지 말고, 고객이 찡할 수 있는 가치를 전달(delivery)합시다.

 

3) 완벽을 기합시다.

 

안철수연구소의 최대 가치는 믿음과 신뢰입니다. '보안'업체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믿는 것이고,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 문화 덕택에 신뢰를 받습니다. 우리는 그에 보답하는 치밀함과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남에게 던지지 마십시오. 누군가 챙기겠지 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손끝에서 고객이 사용할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번 더 파이널 터치(final touch)를 하십시오. 여러분의 노력 덕택에 고객은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고, 그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십시오. 

 

다시 한번 같이 일하게 된 계기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저와 언제라도 대화를 원하시면 제 문은 항상 열려 있고, 이메일이든 메신저이든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일부 부서는 오늘부터 주말 기간에 이사를 준비하느라 바쁘시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월요일 아침부터는 새로운 각오로 재미있게 일해 봅시다. 10층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김홍선


이 메시지 하나로 기업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했고, 현재도 그런 원칙으로 경영에 임해왔다. 나는 조직의 관료화는 반드시 도려내야 할 암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회의 문화가 첫번째 개혁 대상이었다. 우선 내가 주재하는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조정하고, 준비 자료는 3 페이지가 넘지 않도록 했다. 절대로 파워포인트 잘 만드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당부하며.. 그 후 안철수연구소에는 회의실마다 다음 그림과 같은 표어와 시계가 비치되어 있다. 


굳이 여러 부서가 다함께 모여야 하는 안건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의 자리에서 선 채로 바로바로 결정이 되도록 유도했다. 나는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서 보고받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돌아다니면서 실무자의 자리에서 서서 결정하는게 가장 정확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항상 모자랐던 회의실이 지금은 여유가 있다. 점차 회의실 공간을 더 효율적인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불평을 들었던 이유를 처절하게 깨달아야 했다. 나는 고객을 모르는 엔지니어는 프로가 아니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직장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자족하는, 그런 취미 생활하는 곳이 아니다. 

한편 연구개발(R&D) 직원들도 현장의 고객 사이트로 나가도록 독려했다. 영업부에서는 R&D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쁨' [관련 블로그 링크]을 느낄 줄 알아야 진정한 엔지니어라는 내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내가 만난 톱클래스 엔지니어들은 모두가 고객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가졌다.


아직도 안철수연구소의 개혁은 진행형이며, 앞으로 영원한 미래형이 될 것이다. 안랩의 핵심가치를 직원들이 체화(體化)시키면서 세계 시장에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아니 해야만 한다는 현실을 철저히 깨달을 깨닫도록 계속 매진해야 한다. 

내가 얼마나 안철수연구소의 CEO로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CEO로 있는 동안 CTO로서 보낸 첫 메시지를 간직하며 살 것이다. 안랩을 글로벌하게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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