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수학·과학자 영입하는 시대

CEO 칼럼 2011.10.31 11:30

인도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 - 수학적 사고의 일상화

“인도인들이 수학에 대한 소질이 특출하거나 교육 방식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다만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습관처럼 늘 수학을 적용하고 살아간다. 수학적 사고가 일상화 있는 것이다.”

                                  <수학문제 푸는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인도를 방문했을 때 만난 어느 대기업 임원의 대답이다. 그는 글로벌 사업의 경험이 풍부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인도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일상화된 수학적 사고방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도 강도 면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별 필요 없는, 대학 진학을 위한 관문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대입을 위한 수학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것도 단순히 답을 산출해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수학은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정답 맞히는 데 급급한 수학 교육으로는 훗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하나를 가지고 밤새 씨름도 해보고 여러 선인의 지혜와 고민을 자기 입장에서 반문하고 고민하는 훈련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중요한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공학의 기초, 문제 해결 순간의 희열은 내재적 기쁨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과 함께 질적 저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공과대학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수학의 기초가 부족하다. 조금만 응용을 해도 전혀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부모의 열성과 교육제도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지식의 습득과 조련에만 의지해왔으니 조금만 문제를 꼬아놓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것이다. 수학은 공학의 기초다. 과학적인 탐구 자세와 지적 호기심 없이 고등 수학을 활용한 공학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밤새 공부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체가 즐겁고 성취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희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창의력의 발휘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본인만은 만족할 수 있는 내재적 기쁨이다.

우리나라는 과학 기술을 발판으로 사회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을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과학 기술에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한 대표적 인물이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 출처: 김기창 작가 작품>

세종대왕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과학적이라고 인정받는 한글을 창제하고, 측우기·자격루·해시계 등 실생활에 유용한 과학 기구들을 발명해 우리나라 과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그는 계급을 뛰어넘어 장영실과 같은 인재를 발굴하고, 학자들이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업적은 백성을 긍휼히 생각하는 세종대
왕의 인간 존중 사상과, 과학 기술에 대한 확신
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기업이나 조직의 핵심 역량은 기술이고, 기술은 수학과 과학에 기반한다. 대형 검색 서비스가 많이 있었음에도 구글이 군계일학의 독보적 위상을 구축한 것 역시 수학과 알고리즘 덕택이었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성능과 정확성 면에서 타 서비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학과 과학 - 기초학문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이자 마르지 않는 샘

기업들은 더 스마트하고 더욱 지능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더 우수한 수학자와 과학자를 영입하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발전한 IT 덕택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연구개발(R&D)의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측정하는 잣대가 된다. 즉 기업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기술 중심의 발전 방향 설정이었다. 이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우리가 교육 문제를 얘기할 때 본질적 요소인 ‘탐구와 몰입의 즐거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비록 힘들고 치열한 경쟁의 나날이 계속되더라도 그러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변화를 이끌겠다는 꿈과 포부를 키워갈 수 있다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갈 수 있다.

과학 기술이 소외된 상태에서 윤택하고 활기찬 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첨단 과학 기술은 수학과 과학 같은 기초 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는다.

튼실한 뿌리가 있어야 든든한 줄기와 알찬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수학과 과학은 과학 기술의 뿌리이고 샘이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기초 학문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 이 칼럼은 2011.10.31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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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

IT와 세상 2010.04.20 06:15

미국에서 대성공 거둔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안되는 이유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 전문가인
KAIST 한상기 교수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페이스북(Facebook)이 한국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것일까요?”

한 교수는 문화적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어느 사회든지 인적 네트워크가 실력과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이지요. 서구 문화에서는 그러한 네트워크를 오픈해서 과시할수록 주변에서 인정하지요. 반면 한국에서는 그것을 공개하는 순간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한마디로 자기만이 아는 폐쇄적인 네트워크인 거지. 그러니, 페이스북같은 개방형 서비스를 좋아하겠어요?”

순간 아! 맞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작용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Facebook의 성공 스토리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Mark Zuckerberg)가 대학 동료들과 하버드 대학 기숙사에서 개발한 페이스북(Facebook)은 세계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페이스북은 하버드 대학에서 스탠포드, 콜롬비아, 예일로 확대되고, 이어서 아이비리그 대학들로, 그 후 미국의 대학 사이트로 발전해 나갔다. 페이스북은 대학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이는 일반 사회로 확대되어 갔다. 

구글이 검색 엔진을 통해 네트워크 관문 자리를 차지했다면
, 페이스북은 사이버 공간에서 휴먼 네트워크의 승자라고 비유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동사화된 회사 이름이 2가지가 있는데 바로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누구에 대해 검색할 때 "I googled you!"라고 하고, 누구에게 친구 관계를 신청했을 때 "I facebooked you"라고 한다. 이렇게 보통명사화 되었다는 자체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보여 준다.

 

대표적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사실 페이스북이 나올 당시 이미 몇몇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이들이 모인 마이스페이스(MySpace), 커리어를 공유하는 링크드인(Linkedin), 디지털 사진을 공유하는 사이월드가 그 대표적 예다. 뒤늦게 출발한 페이스북이 이들을 치고 나가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지만, 그 중 하나로 초창기에 신원이 확실한 회원들로 참가 제한을 둔 것이 지적된다.


이를테면 마이스페이스
(MySpace)의 경우 참여의 제한이 없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ID를 가지거나 익명을 쓰는 경우가 흔해지다 보니 신뢰도가 떨어졌다. 그에 비해
페이스북에 회원이 되기 위한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대학 ID, .edu의 이메일 주소로 가입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차별적 대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페이스북의 초창기에 그 대상은 대학 사회라는 테두리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신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고, 그런 신뢰를 기반으로 개인에서 친구로, 친구의 친구로, 학과 동료로 친구 커뮤니티는 급속도로 퍼져 갔다. 어떻게 보면 실명제가 자연스럽게 적용되었다고나 할까?

이렇게 제한된 사이버 공간에서 탄탄한 결집력을 구축한 것은 큰 뿌리가 되었다. 고등학생들이 페이스북을 하기 위해 대학을 빨리 가고 싶어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기대감도 부풀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후 페이스북은 대학 커뮤니티에서의 절대적 위상을 바탕으로 고등학생, 일반을 대상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그후 소셜 네트워크의 입체적 구조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은 페이스북 회원이 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멤버쉽 증가 곡선 (Source: comScore)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온라인 소매점 (Source: eMarketer)

 

페이스북의 성공 사례는 캐즘(Chasm) 이론 관점에서도 설명된다. 한 시장 영역에서 확실히 고객 기반을 구축한 이후 다음 시장으로 확대하는 볼링레인(Bowling Lane) 전략은 신생 벤처 기업들의 교과서적 접근 방식이다. 대학 커뮤니티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마련한 페이스북은 검증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더불어 생태계를 구성해야

 

아이폰 충격으로 스마트폰 얘기가 소란스럽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단지 휴대 전화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코끼리를 더듬는 장님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었고, 그 중에서는 소셜네트워크도 한몫 했다. Facebook. Linkedin, MySpace, Twitter 등에 이르는 다양한 소셜네트워크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었기에, 그러한 사용자들에게 스마트폰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움을 선물했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위치기반 정보의 시너지는 환상적인 결합이었다.

 

한편 소셜네트워크의 생태계를 보면 탄탄한 미래가 엿보인다. FarmVille이라는 페이스북 게임으로 유명한 징가(Zynga)라는 회사는 창업 4년 만에 벌써 스타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이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위에서 스타를 꿈꾸고 있다. 과연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이러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그러나실리콘 밸리와 같은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초점을 모으고, 진정으로 윈-윈 하겠다는 사업 모델의 구현, 또한 생태계의 성공이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절실함이 수반되어야 한다. 기존의 산업 구조의 틀을 깨는 환골탈태의 정신으로, IT 생태계를 밑바닥부터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우리는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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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열풍에 벤처 거품이 떠오른 까닭은?

IT와 세상 2010.02.23 13:30

슈퍼 앱스토어 창설

수십만개의 앱(App)을 유치하겠다

앱스(Apps) 개발로 꿈나무 육성

 

스마트폰 열풍은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라는 소프트웨어 용어를 일반화시켰다. 아마도 금년 연말에 2010년도를 풍미한 키워드로 (App)’이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모바일 벤처가 우리의 미래라는 얘기가 기업, 정부, 언론, 학계를 가릴 것 없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아이폰의 출시를 환영한다는 블로그(http://ceo.ahnlab.com/81)를 통해 스마트폰이 소프트웨어 산업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희망한 나로서는 이런 움직임이 반갑기 그지 없다. 스마트폰이 불편하다느니 별게 아니라는 언론의 흐름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바뀐 것이 어리둥절할 정도다. 어쨌든 소프트웨어의 후진성이 우리의 미래를 발목 잡고 있기에 아이폰 충격은 긍정적 소식이다.

스마트폰 개발자 컨퍼런스 현장 (devmento.co.kr)


벤처 열풍과 비슷한 구호

그러나
, 한편으로 찝찝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열풍 속의 분위기와 구호가 과거 벤처 거품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서 그런가?

'벤처 몇 만개는 만들어야 한다'
'벤처가 우리의 희망이다'
'교수와 대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권장한다'


벤처 열풍의 상징 테헤란로

바로
10년 전 벤처 열풍 당시에 풍미하던 구호이자 메시지다. 너도 나도 창투사를 만들었고, 벤처로 포장만 하면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으며, 사업 모델도 빈약한 회사가 몇 백억 가치로 인정 받던 시절이었다.

물론 과거의 쓰라린 실수를 반복할 정도로 우리가 어리석지는 않다
. 그러나, 스마트폰의 본질적인 요소는 제쳐 두고 벌써부터 의 문화로 흐르는 분위기는 심히 걱정스럽다. 풍성한 앱(App)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소프트웨어의 라이프사이클을 제대로 거치는 기본에 취약한 우리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 

한편 사업 모델의 변화는 우리의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애플과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의 시장 장악으로 통신 사업자가 소외되고 있다
. 단말기도 HTC같은 대만의 벤처 기업이 글로벌 리더로 뛰어 오르는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정반대로 기득권을 지닌 대기업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그만큼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몰락했거나 뛰쳐 나갈 힘을 상실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소프트웨어는 창의력과 혁신성이 핵심적 요소다. 그런 점에서 규율과 프로세스에 의해 움직이는 대기업보다 아이디어와 열정에 의해 움직이는 중소기업에 적합하다. 물론 대기업이 못할 것은 없다. 그러나, 애플과 구글처럼 유연함과 혁신(innovation)의 생존 코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아니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수직적 사업 모델보다 수평적 윈윈이 혁신적 사업 모델로 정착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앱스(Apps)가 진정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려면
 

앱스(Apps) 산업이 정착하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중소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이런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성공을 이끄는 열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지적했듯이 그 비결은 공정한 거래 질서다. 시장 자체가 불공정하고 왜곡돼 있는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기업들이 제대로 탄생해서 성장해 갈 수 없다.(아이뉴스 24 기사 연결, http://bit.ly/a9S0Zq )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 시장 지배력을 지닌 대기업의 지나친 관심도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생태계는 본래 자연적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다.

NHN,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기업 가치가 어떻게 급성장했는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아예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없이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일부 게임 센터와 같은 지원이 있었지만 엔씨소프트, 넥슨과 같은 회사가 정부의 지원이나 대기업의 비호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App)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현재 뒤떨어진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는 방법은 명확하다. 공정한 거래와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 이 단순한 원칙이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껍데기 IT 강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앱스 열풍이 소란스럽기만 하다가 다시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국에서는 통할 지 모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철저히 소외될 것이다. 그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에게도 불행이다. 우리의 미래는 혁신 기업의 양성에 달려 있고, 그런 기업들이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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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까짓 소프트웨어 왜 못만드냐'는 착각

IT와 세상 2009.12.07 12:53

소프트웨어 개발이 단순한 프로그래밍이란 착각

누구나 컴퓨터를 접하게 되면 작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 어린 나이에도 베이직(BASIC) 같은 언어는 쉽게 깨우칠 수 있다. 재미있는 표도 만들어 보고 그림을 화면에 그려 보기도 한다. 처음에 이런 것이 신기해서 소프트웨어에 빠져든 개발자도 많다.

 

BASIC 프로그래밍

이공계 전공자라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크고 작은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전자공학의 경우 자신이 만든 하드웨어를 동작시키고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IT
가 아닌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더라도 수치 해석이나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분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드웨어에 밀접한 소프트웨어는 어셈블리 언어로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급 언어를 사용한다. 프로그래밍하는 원리는 대체로 비슷하다.

이 정도의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경우 소프트웨어 공학을 제대로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 프로그래밍 과목에서 몇 가지 실습을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필요하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라이브러리(library) 기능을 잘 활용해서 프로그램의 전개 과정(procedure)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면 된다. 혹 잘 안 풀리더라도 몇 개 명령어(instruction)와 규칙을 책에서 확인하고, 잘 아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마무리하곤 한다.

 
"그 소프트웨어 몇 줄 짜면 되는 거 아니야?"

물론 복잡한 수준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규모의 프로그램 개발을 주위에서 여러 형태로 접하다 보면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경험을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확대 해석해서 별게 아니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거 몇 줄 짜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의식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모듈을 구동하거나 라이브러리(library) 함수를 불러내어 필요한 데이터를 얻는 행위는 프로그래밍 수준에서 해결된다. 그러나, 전체의 구조를 구성해서 논리적으로 작동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프레임워크를 만들려면 데이터 구조(Data Structure), 프로세스(Process)를 정립하고 여러 환경적 변수에 따라 치밀하게 동작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단순하게 규정된 단계대로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엔진이다. 때로는 수학이 필요하고, 최적의 알고리즘을 고안하고 적용해야 할 때도 있다. 구글(Google)의 검색 엔진이 뛰어난 이유는 고급 수학과 소프트웨어 공학이 절묘하게 결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업자들이 열정을 바친 결과가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이다.

프로그래밍과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공학의 차이

 

따라서, 단순 프로그래밍과 창의적인 아키텍처(architecture)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공학은 구별해야 한다. 고급 빌딩을 건설하는 현장을 생각해 보자. 건설 노동자가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적용하는 업무와, 그 빌딩의 전체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업무는 엄연히 다르다. 건축 설계는 주어진 디자인과 지반 여건을 토대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는 전형적인 지식 노동이다. 동일한 건설 업종에 종사하지만, 초점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똑같이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다고 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한 통속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착각이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면 나도 해 봤는데…” 하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을 만만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도 존경 받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까짓것 왜 제대로 못 만들어? 그리고, 만드는 데 뭐 그리 비싸? 다 사람 장사 아니야?”하는 심리를 느끼는 것은 지나친 컴플렉스일까? 소프트웨어가 허드렛일, 3D 업종으로 추락한 배경에는 그런 인식이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뉴스 칼럼 기고문을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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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는 비용이 아니고 가치다 - SW 인력 시리즈 2

IT와 세상 2009.11.12 07:36

"소프트웨어는 비용(cost)이 아니고 가치(value)다"

 

국내 대기업에 근무할 당시 컴퓨터 사업에 관여했다. 컴퓨터 제품이다 보니 연구개발(R&D) 부서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하드웨어 인력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그 곳에서 오래 근무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바람은 매우 단순했다. ! 메인(Main) 프로그램 한번 만들어 보고, 직접 설계해 봤으면…” 메인 모듈은 전체 소프트웨어의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건물에 비유하면 기초 공사를 정의하고 중심 기둥을 놓는 것과 같다. 그러면, 메인 프로그램을 만들 기회가 없는 것일까?

 

하드웨어 사업의 초점은 하드웨어 박스 자체이다. 제품 기획은 하드웨어 사양(specification)을 정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CPU 채택, 메모리 용량, 목표 성능, I/O 포트 숫자, 외장 기구 형태, MTBF 등등. 나도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런 기술이 개발하기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하드웨어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얼마나 난감한가?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이 박스 자체일까?

 

새로운 하드웨어가 정의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업무는 라이센스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개발된 하드웨어를 구동할 소프트웨어, 디바이스 드라이버(Device Driver)를 만들고 튜닝(tuning)하는 게 대부분의 일이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개발이 아니라 포팅(porting)이라고 불렀다. 한 마디로 하드웨어 스펙이 먼저 정해진 다음, 그 하드웨어에서 어떤 소프트웨어가 동작할지 찾는 게 일이었다.


컴퓨터를 구매하는 기준은?
 

그러나, 컴퓨터를 구매할 때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내가 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느냐이다. 아무리 멋있고 내구성이 좋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왜 사용하겠는가? 당연히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유통업체(ISV; Independent Software Vendor)들은 잘 알려진 플랫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MS-DOS

Sun Micro의 워크스테이션


초창기 PC의 운영체제(OS) 플랫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워크스테이션 분야에서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오픈 컴퓨팅 환경을 통해 수많은 응용 소프트웨어가 돌아가게 하는데 주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선마이크로가 독보적 위치를 가지진 것이 제품의 성능과 스펙 때문이었는가? 그 플랫폼에서 사용가능한 소프트웨어의 양과 질에 의해 승부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미국 기업들이 IT를 이끌게 된 비결은 OS와 소프트웨어의 플랫폼을 장악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대만에서 PC나 서버의 호환 기종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만 급급한 사이에 실익은 소프트웨어가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의 플랫폼을 아이폰(iPhone), 안드로이드(Android) 가 장악해 가고 있는 현실은 PC 플랫폼 전쟁의 재판()이다.


각종 기기에서 커지는 소프트웨어의 역할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는 각종 제품들

이제 소프트웨어는 범용 컴퓨터뿐 아니라 정보 기기, 통신 시스템, 가전 제품에도 들어간다. 이런 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일반 컴퓨터용 소프트웨어와 완전히 다를까? 최근 이런 제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웬만한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수준과 맞먹는다. 임베디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관건은 얼마나 소프트웨어를 잘 설계하고 사용해서 소프트웨어 원가를 줄이고 전체 제품의 이익률을 높이느냐에 달려있다
. 그런데, 하드웨어 사업만 영위해 온 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드웨어 원가에 들어가는 비용 정도로만 산정한다. 비용의 항목은 투입된 인건비와 개발 장비다. 결국 창의력과 고급 전문성이 필요한 지식 산업을 시간당 계산하는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 격하시킨 꼴이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의 기본 사상과 특성을 모르고 있다. 이를 테면,


  • 소프트웨어의 장점은 재사용(reuse)에 있다. 여러 장비에 걸쳐서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면, 필요한 부분을 패키지화해서 적절히 재사용함으로써 원가를 몇 분의 일로 절감할 수 있다. 더욱이 검증된 코드를 재사용할 경우 품질 수준도 크게 높일 수 있다. 
  •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제품의 품격을 높인다. 사용자가 결국 사용하는 것은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다. 제품의 디자인이 예쁘고 가격이 싼 것도 중요하지만, 융합 즉 컨버전스 시대에는 개인 위주로 서비스가 특화(personalized service)되기 마련이다. 이 모두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소프트웨어가 결정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 하드웨어 마인드에 젖어 있는 경영 방식

대기업에서 같이 근무했던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 그 기업에서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던 그는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은 좀 달라졌지?”라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은 하드웨어의 로드맵 이후에 고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진에서는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실적은 하드웨어 제품을 얼마나 팔았느냐에만 연연한다.”라고 푸념했다.

그러고 보니, 외람된 얘기지만 대기업 고위층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분을 찾기가 힘들다. 여전히 하드웨어 박스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는 동일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하드웨어 사업 부문별로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재사용(reuse)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사상을 전혀 모르니 소프트웨어가 가치(value) 창출이 아닌 단순 비용(cost) 처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몇 십 년을 고수해온 사업 방식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인가? 아무리 애플, 구글의 스토리를 책이나 강의로 접해도 직접 체험하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는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세상은 급변하고
, 이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차별화라는 기업의 영원한 숙제를 해결할 수 없다. 차별화를 해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드웨어 원가 절감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당연히 수익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와 창의적 서비스로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

(아이뉴스24에 기고한 칼럼을 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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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 CTO로서의 첫 당부사항 공개 (2)

경영 이야기 2009.06.21 13:37
(전회에 이어)
지난 2008년 2월 CTO가 된 후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고 아직도 연구개발, 조직문화, 해외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CEO이지만 당시 CTO 시기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개해 드립니다.

안철수연구소 CTO가 된 후 첫 메시지 공개 (1) [첫편 링크]

3. 당부사항

 

저는 개인적으로 "꿈을 꿀 수 있고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춘 하드워커(hard-worker)"를 좋아합니다. Hard-worker라 함은 회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끊임없이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을 말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 오랜 경험으로는 이런 분들이 보람과 행복을 많이 가져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젊음,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시간을 소중하고 값지게 보냅시다. 실패도 훈련이고 좌절도 훈련입니다. 그러나, 시도도 해 보지 않은 시간은 무의미할 뿐입니다. 구글(Google)에서는 나이스(nice)하게 실패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합니다 (Google encourages to fail nicely). 그만큼 창의적인 노력을 최대의 가치로 둔다는 점입니다. 꿈을 이루어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몇 가지 첨언하면,

1) 스스로 일류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의 영역을 국경이 지켜주지 못합니다. 글로벌하게 하나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경쟁 상대는 한국 내의 다른 기업에 있는 친구나 선후배들이 아닙니다. 구글(Google), 시만텍(Symantec),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에서, 중국에서, 러시아에서 우리의 경쟁자들은 꿈을 불태우고 실력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회사의 CTO와 경쟁해야 하고, 팀장들은 그 회사의 팀장들과기술자들은 그 회사의 기술자들과, 마케터는 그 회사의 마케터를 경쟁 상대로 삼아야 합니다여러분 각자가 일류가 되어야 안철수연구소가 일류기업이 됩니다. 일류가 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안철수연구소의 동료들로부터 배웁시다. 저도 여러분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2) 자기의 제품과 서비스에 자신감(confidence)을 가집시다.

 

저는 지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안철수연구소의 제품과 서비스가 타사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프라이드(Pride)가 없는 제품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과거에 어떻게 했든 모두 잊어 버리고, 이제부터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는 '명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남들이 하는 것 흉내내지 말고, 고객이 찡할 수 있는 가치를 전달(delivery)합시다.

 

3) 완벽을 기합시다.

 

안철수연구소의 최대 가치는 믿음과 신뢰입니다. '보안'업체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믿는 것이고,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 문화 덕택에 신뢰를 받습니다. 우리는 그에 보답하는 치밀함과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남에게 던지지 마십시오. 누군가 챙기겠지 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손끝에서 고객이 사용할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번 더 파이널 터치(final touch)를 하십시오. 여러분의 노력 덕택에 고객은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고, 그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십시오. 

 

다시 한번 같이 일하게 된 계기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저와 언제라도 대화를 원하시면 제 문은 항상 열려 있고, 이메일이든 메신저이든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일부 부서는 오늘부터 주말 기간에 이사를 준비하느라 바쁘시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월요일 아침부터는 새로운 각오로 재미있게 일해 봅시다. 10층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김홍선


이 메시지 하나로 기업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했고, 현재도 그런 원칙으로 경영에 임해왔다. 나는 조직의 관료화는 반드시 도려내야 할 암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회의 문화가 첫번째 개혁 대상이었다. 우선 내가 주재하는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조정하고, 준비 자료는 3 페이지가 넘지 않도록 했다. 절대로 파워포인트 잘 만드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당부하며.. 그 후 안철수연구소에는 회의실마다 다음 그림과 같은 표어와 시계가 비치되어 있다. 


굳이 여러 부서가 다함께 모여야 하는 안건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의 자리에서 선 채로 바로바로 결정이 되도록 유도했다. 나는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서 보고받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돌아다니면서 실무자의 자리에서 서서 결정하는게 가장 정확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항상 모자랐던 회의실이 지금은 여유가 있다. 점차 회의실 공간을 더 효율적인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불평을 들었던 이유를 처절하게 깨달아야 했다. 나는 고객을 모르는 엔지니어는 프로가 아니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직장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자족하는, 그런 취미 생활하는 곳이 아니다. 

한편 연구개발(R&D) 직원들도 현장의 고객 사이트로 나가도록 독려했다. 영업부에서는 R&D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쁨' [관련 블로그 링크]을 느낄 줄 알아야 진정한 엔지니어라는 내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내가 만난 톱클래스 엔지니어들은 모두가 고객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가졌다.


아직도 안철수연구소의 개혁은 진행형이며, 앞으로 영원한 미래형이 될 것이다. 안랩의 핵심가치를 직원들이 체화(體化)시키면서 세계 시장에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아니 해야만 한다는 현실을 철저히 깨달을 깨닫도록 계속 매진해야 한다. 

내가 얼마나 안철수연구소의 CEO로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CEO로 있는 동안 CTO로서 보낸 첫 메시지를 간직하며 살 것이다. 안랩을 글로벌하게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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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무가 정보의 디지털화로 재조명받다?

보안 이야기 2009.05.12 07:36

발단(Trigger) IV-(2): 정보의 디지털화와 정보 보안

학부 시절 (전자공학과)에 수강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아날로그 전자 회로'와 '디지털 정보 시스템'의 두 과목이 있었다. 친구들하고 얘기해도 뭐가 뭔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마침 옆에 있던 과 선배에게 물었더니, "아날로그는 파동 곡선처럼 이어지는 모양이고, 디지털은 0, 1로 딱딱 떨어지는 거야"라고 설명하지 않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지만 약 30년 전에 우리 수준이 그랬다. 그만큼 디지털이 막 개념적으로 대두되던 시절이다.

전자공학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과목과 전공이 나뉘게 된다. 반도체나 통신을 한 사람들은 아날로그를, 컴퓨터나 논리 설계를 한 사람들은 디지털로 구분된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이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하는 기준은비교적 단순했다.

"아날로그는 지저분한 것이고, 디지털은 깨끗한 것". 왜냐 하면 아날로그는 자연 현상 속의 시그널(signal)이라서 환경과 고유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반면 디지털은 0,1 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의해 설명된다. 디지털은 이론도 깔끔하고 실험 결과가 절대적인 반면, 아날로그 실험은 신경도 많이 써야 되고 결과도 틀린 경우가 생긴다. 

어쨌든 컴퓨터의 보급은 정보의 디지털화를 가속화시켰다. 정보의 디지털화, 이로 인한 디지털 정보의 간편한 저장과 통신의 기술은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한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기록 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록은 디지털화되어 저장된다. 오래된 문서도 광 파일의 형태로 스캔(scan)해서 볼 수 있다. 구글이 세계의 모든 도서를 스캔해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을 보인 것도 그러한 기술이 존재하고 저장 비용도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가 기록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요인은 데이터베이스의 보편화, 강력한 검색 엔진, 문외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유저 인터페이스(UI) 등이었다.


용의 눈물과 역사 속 조영무의 재조명

그러다 보니 예전에 발견할 수 없었던 정보가 가치있는 것으로 재조명되기도 한다
. 한때 조선왕조실록이 CD-ROM에 들어가면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는 TV 프로를 본 적이 있다. 조선 시대가 창건되는 과정을 그린 TV 드라마 ‘용의 눈물’에는 예전에 역사책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태조부터 태종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획득과 좌천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조역이다 보니 일반 문서로는 눈에 띄지 않는 인물들이 많다. 그런데, 잘 발견되지 않았던 인물들이 CD-ROM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에서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상당히 많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CD-ROM)



그 대표적 예로 '조영무'라는 인물을 예로 들고 있다. 조영무는 포은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살해한 이방원의 오른팔 중의 하나다. 그는 공신으로 포상도 많이 받았고 때로는 권직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어쨌든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여러 번 관직에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정승을 한 적이 없어서인지 역사에서는 거의 무시되고 있지만, 디지털 정보의 검색 덕택에 그 인물이 얼마나 그 시대를 풍미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가능했다.

활자와 문자의 발명으로 시작된 기록 문화는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해 차원이 다른 시대를 맞이했다. 그 동안 잊혀졌고 찾기 힘들었던 정보가 저장되고 검색되면서, 모든 정보가 만천하에 발가벗겨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둘째, 인쇄와 출판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정보의 디지털화로 각 개인이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도서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그 많은 책의 전체를 읽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결국 훑어보는 와중에 눈에 띄게 하는 테마를 시각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런 경향은 90년대 초반부터 잡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잡지의 모습은 
지면에 빽빽하게 들어선 글자 위주에서, 독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 과감한 레이아웃(Layout)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잡지는 1/3 이상 여백을 비워놓는 파격을 연출했고 큼직큼직한 폰트 크기의의 키워드 중심으로 전개했다. 독자들에게 충격(impact)과 영향력을 주기 위함이다. 그동안 문서 형태로 되어 있는 책이나 잡지도 독자의 수요를 반영해서 전략을 바꾸게 되었다. 한 마디로 ‘읽는’ 것에서 ‘보는’ 쪽으로 활자물의 편집 방향도 바뀌게 되었다.

물론 DTP(Desktop Publishing), CTS(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과 같은 기술이 뒷받침되었다. 더 나아가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은 정보의 유통 구조도 혁신적으로 만들었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이 블로그도 21세기에 등장한 Web 2.0의 패러다임을 대변하고 있지 않는가?

셋째, 아날로그 산업을 대체해 갔다. 오늘날 영화의 시각 효과를 구성하는 시각화(visualization) 기술의 선구자는 실리콘 그래픽스(Silicon Graphics)라는 컴퓨터 제조 업체다. SG는 워크스테이션이 컴퓨터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를 때 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HP와 달리 영화 시장에 주목했다. 당시 영화의 시각 효과는 아날로그 장비를 통한 일종의 믹스 형태가 그 한계였다.

영화 Abyss의 그래픽(www.solarnavigator.net)

그러나, 디지털로 처리되는 3D 그래픽 소프트웨어는 상상력을 영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컴퓨터 문외한이던 영화 제작 업체들이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어비스(Abyss), 터미네이터2(Terminator 2)와 같은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잘 알다시피 현재 CG(컴퓨터그래픽)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오늘날 모든 영화는 디지털로 제작되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영화관이 아날로그 영사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디지털 영화를 아날로그로 다운그레이드해 상영하긴 하지만 디지털 영화관이 점점 늘어나고는 추세다. 병원의 진료 기록, 영상 차트, 초음파 영상 데이터 등 모두가 디지털로 저장된다. 또한 우리 나라 법원의 모든 기록과 판례도 주민등록번호로 조회가 가능하다.

과거에 문서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흔치 않다.
업무를 하는 모습만 보면 그 사람이 판사인지, 의사인지, 기술자인지, PD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왜냐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디지털로 저장된 정보를 통해 판단을 하고 업무 처리를 하는 모습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디지털 정보로 인해 편의성이 커진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그러한 혜택의 이면에는 정보가 남용되고 탈취될 가능성이 극도로 증대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디지털화가 된 정보는 복사도 쉽고, 조작도 가능하다. 이제 누가 정보를 생성하고 소멸할 책임을 지느냐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것이 정보의 디지털화로 인해 정보 보안이 화두가 된 이유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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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사회는 경쟁력없다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 (1)

CEO 칼럼 2009.05.05 08:34

최근 사교육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 내부에서도 서로의 영역 싸움과 갑론을박으로 요란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 문제는 또렷한 방안이 만들어지기 힘든 것 같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력 수요에 맞추어 절대적인 교육 제도를 만드는 것이 어렵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결과가 워낙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민이라면 모두가 교육의 대상이라서

영어마을(pungnap.sev.go.kr)

교육자, 정치인, 관료 모두가 조심스럽게 마련이다. 특히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창의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절실하기에 산업 시대의 교육 체계가 적합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글로벌 사회가 되면서 교육은 국가에서만 관리되던 단계를 벗어났다. 기러기 아빠, 영어 마을, 연수 캠프와 같은 다양한 글로벌 교육 옵션은 부모의 재산과 정보력이 자식의 장래에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는 우리가 간직했던 습속과 문화에 영향을 줄 뿐더러 가정을 해체하는 위기의 상황마저 발생시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사회적, 심리적, 산업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요소다.


공정한 경쟁과 실력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우리 나라의 사교육이 기형적이고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 아이 둘의 엄마인 어느 직원이 아이가 좋은 학교를 가는 요건이, 첫째가 부모의 정보력, 둘째가 부모의 경제력, 그리고 나서 다음이 아이의 실력이라는 요즘 회자되는 얘기를 하면서 맞벌이를 하는 주부의 애환을 토로한 적이 있다.

 

개인의 실력과 노력보다 부모의 물질적 능력이 우선되는 우리의 사회 모습은 아주 심각하다. 교육이야말로 돈이 많고 적고를 막론하고 노력과 실력에 의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이 사회의 근간(根幹)이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사회는 건강하지도 않고 경쟁력도 없다. 개인이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현실에서 그러한 국가는 경직된 기득권층에 의해 성장 동력을 상실한 채 정체될 뿐이다. 한 마디로 희망이 없는 사회다.

 

그런 점에서 교육이 국가의 대계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의 자랑은 사람이다. 나는 국가 지도자들의 국정 최고 우선 순위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의 논의를 지켜 보면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 두고 지엽적 방법론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하는 느낌이다

 

donga.com

ohmynews.com



교육의 목표는 국민들이 이 시대에 적응해서 살아가기 위한 방편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
적절한 전문 실력도 갖추어야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인성과 능력, 지식을 양성해야 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현재와 미래 사회의 변화 속도다. 그렇기에 미래 산업과 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그에 필요한 인력이 양성하는데 교육의 목표가 정조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미래의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에 대해서는 아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설사 목표가 있더라도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라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없이 구호적인 탁상공론에 그치는 양상이다. 그래서인지 현실성을 느낄 수가 없고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니, 교육 프로그램은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얼마나 양성해야 할 지 대한 본질적 고민은 빠진 채, 기존 제도와 규제에 대한 논의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니, 인력의 수요 공급에 관한 한 산업과 학교의 괴리는 깊어만 간다.

 

핵심이 빠진 미래 산업에 대한 논의

이를 테면
, BT(Biotechnology), NT(Nacotechnology), IT(Information Technology)가 융합을 이루는 산업이 미래의 성장 엔진이라고 한다. 다양한 사업 모델과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산업의 트렌드를 볼 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융합을 만드는 근본적 요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기가 힘들다. 결국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정작 일을 수행할 사람이 없다면 이 목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러면 그 융합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 세 단어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T’, Technology(테크놀러지)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탄탄한 엔지니어링을 의미한다. 3가지를 담을 그릇은 다양한 사업 모델이지만, 이들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고 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는 핵심 요소는 기술(Technology)이다. 투자 자금, , 규제, 사업 모델은 기술을 만들 사람이 있고 나서의 문제다.



그런데, 오늘날 공교육, 사교육을 막론하고 과학과 기술은 소외되고 있다. 숫자 측면에서도 과학과 기술을 전공하겠다는 소위 이과(理科) 인력이 법대, 경영대, 인문계열과 같은 문과(文科) 인력보다 적다. 어떤 이는 이과, 문과의 구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광범위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지, 개인의 전공적 자질과 적성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보다 전문가(Specialist)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오늘날 기술(Technology)과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아예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 우리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사농공상(
士農工商)의 망령이 살아나서 공(工)과 상(商)이 무시되는 사회 분위기다.

이 시대의 선수는 과학과 기술 전문가

www.hiddink.com

우리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수들은 과학과 기술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다. 변호사, 의사, 공무원은 모두 스태프다. 운동 경기에서 감독과 스태프의 영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풍부한 선수 자원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게임 자체가 되지를 않는다.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배경에는 그의 출중한 능력도 있지만
, 세계 각지에서 뽑은 탄탄한 선수층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의 강점이라는 용병술(
用兵術)은 일단 선수들이 있을 때 가능한 용어다.

 

또한, 훌륭한 감독과 스태프도 선수 출신들이 많다. 비록 선수로서 성공할 수는 없었더라도 명장(名將)이 된 이들을 많이 본다. 그러나, 선수 생활을 전혀 해 보지 않은 명장을 보기는 힘들다. 왜냐 하면, 선수들과 같이 호흡해 보았어야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고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과학과 기술을 잘 아는 선수들이 좋은 지도자나 스태프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을 알아야 기업, 정부, 학계 각 분야에서 휼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의 목표는 선수들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과학 기술의 저변 확대가 교육의 초점이 되어야

BT, NT, IT
산업은 공히 기초 과학과 광범위한 R&D가 든든하게 받쳐 주어야 한다. 그런데, 장미빛 그림과 장대한 기획 속에서 기술 인력, 즉 선수들을 양성할 방안에 대해서는 정작 심각하게 고민하는 흔적을 보기 어렵다
. 전략적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적인 어젠다와 컨센서스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똑 같은 대학입시 제도에 지식을 습득하는 교육 콘텐츠에만 매달리고 있다.

 

수능 과목을 위해 필요한 수학은 아주 기초적인 내용일 뿐이다. 단순히 답을 산출해 내는 정보력에 의존한 수학/과학 교육으로는, 어른이 되어서 창의적 돌파구를 찾아낼 수 없다. 공대 교수들이 하소연하는 말이, “요즘 들어오는 학생들은 미적분과 초월함수를 결합하면 전혀 손을 못 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전자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과 같은 공학에서 고급 수학은 전공을 하기 위한 기초중의 기초다. 평소에 수학과 과학 문제를 푸는 것을 즐기고 탐구하는 지적 호기심이 바팅이 되어야 과학 기술을 궤도에 올릴 수 있다.

 

구글(Google)의 뛰어난 검색 엔진은 뛰어난 수학과 알고리즘 덕분이다. 하이테크 기업들이 수학과 과학자를 스카우트하는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차별있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아예 만나 주지도 않는다. 우리 회사(안철수연구소)에서도 기술(Technology)이 모든 논의의 중심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회가 있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Enabler의 역할은 기술(Technology)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있는 기업의 CEO들은 기술에 대한 아쉬움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어느 시점부터 공대를 나온 우수 인력들이 고시를 봐서 변호사나 공무원이 되려고 하고
, 순수 과학을 전공하더라도 의대나 한의대로 가려고 한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을 수도 있고 그런 전문가도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된 차후의 문제다. 기술이 많아야 특허 전문 변호사도 많이 필요할 거고, 생명 과학이 발전해야 새로운 의료 기술을 의사들이 적용하지 않겠는가?

선수들 없이는 그 팀이 경기장에 아예 들어설 수도 없다. 감독과 스태프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어도, 선수들 없이는 경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수들도 충분히 예비 인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선수보다 코치가 많으면 비정상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가?


(다음 회에 "창의력과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어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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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이유

CEO 칼럼 2009.04.20 03:37

과거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공단지역에 활기가 넘쳤다. ‘잘 살아보세라는 표어를 벽에 걸어두고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 하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웠다. 공장들은 쌩쌩 돌아가고 빼곡히 들어앉은 교실에는 학구열이 넘쳐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랑스럽게 발전했고 교육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중산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새마을운동 당시의 모습(좌)과 수출 중소기업 내부 사진(출처:디지털타임스)



그러나
, 작금의 현실은 이렇게 통합되고 안정된 풍경을 찾기 어렵다. 대기업의 생산 기지는 해외로 나갔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도 중국으로 나갔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교육은 어떠한가? 비정상적으로 커져버린 사교육 시장과 날로 늘어나는 기러기 가족들. 이 모든 것들은 중심을 잃어버린 채 허상만 쫓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심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도 많고 손재주도 있으며, 목표가 주어질 때의 집중력은 높이 인정받는다.


특히 과학과 기술 분야에 씨를 뿌린 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날 세상에서 인정하는 굴지의 기업을 받쳐주는 기술력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60년대부터 시작해 7-80년 대에 피크를 이루어 이공계 전공으로 몰려든 인력들의 활약이 아닌가?

 

이러한 기술력의 바탕은 인력 양성 체계인 교육이다. 하지만 이공계보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을 선호하게 되는 시점부터 우리의 중심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과 상()이 중심에서 밀리면서 인력의 수요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 전에 스스로 선수들의 정족수도 채우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기술이 대우를 못 받는 현실은 산업 기반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기술(technology)이 핵심인 시대에 기술자가 무대에서 밀려난 것이다.

 

오늘날 기술은 힘이다. 돈 만으로 기술을 살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 다른 기술을 얻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대기업이라도 기술이나 명확한 윈윈 사업 모델이 없으면 글로벌 전문 기업과 일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몇 명의 작은 기업도 기술과 아이디어만 좋으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의 한국의 지방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있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이것이 네트워크 경제의 결정적인 특성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이 산업과 사회의 기반이 되고 우수한 인력이 이 분야로 진출하는 비전을 주어야 우리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의 양성은 실용적이고 지속적이며 유연한 교육 시스템에 달려 있다.


교육을 통한 미국의 경제대국 일본에 대한 패배감 극복
 

빌 클린턴 대통령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가
교육을 키워드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의 연설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학 가고 싶은 누구나 대학을 가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었다. 사실 그가 백악관에 들어설 때 미국은 일본에 대한 패배감과 콤플렉스에 싸여있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의 또다른 키워드인 정보기술(IT)과 더불어 미국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오늘날 미국에 가 보면 전문 대학(Junior College)이 상당히 많고 커진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종합대학을 가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일반인들에게 평생 교육을 제공하는 장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경제 위기라고 해서 이런 입체적인 교육 시스템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면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모든 관심이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고 있다. 우수 인력들이 사교육시장의 강사로 또 사업가로 뛰어드는 현실이 얼마나 국가적으로 비생산적인가? 한참 일하고 배워야 할 젊은이들도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든다니 정말 한심하다. 

학원가 현장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헌하고 가치를 창출해야 플러스가 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데, 소비적이고 안정 지향의 사회로 가는 현상이 개탄스럽다.

교육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 그런데, 아직도 대학 입시가 모든 교육 정책인양 비추어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산업 시대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 지식이나 교육 커리큐럼도 비교적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도 급변하고 창의력이 성공의 키워드가 되는 세상이다.

지도자가 되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은 사회에서 통하는 진정한 실력이지, 학교에 들어가는 시험 자체는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 현장에서는 어느 학교에서 어떤 성적으로 졸업했느냐 보다 어떤 실력과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로 직원을 선택한다. 특히 과학 기술과 이공계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문제의 해결 능력, 창의력과 열정, 즉 실력으로 판가름난다. 물론 학교 교육으로 전문성을 갖춘다면 더 바랄게 없다. 요컨대 학교 성적이나 자격증보다 중요한게 실력 그 자체라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고시열풍인가? 라이센스나 자격증만으로 편안한 삶을 기대한다면 이 시대의 키워드를 놓친 거다. 오히려 평생 공부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인데, 대학 입시나 고시 통과로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면 그 사회가 경쟁력이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우리의 교육 체계는 한참 일할 나이인 30 - 50세 산업인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재교육 방안에 대해 아주 취약하다.

지금은 대학 입시 위주의 단면적 교육이 아닌 입체적인 스펙트럼의 교육 프로그램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하고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각 개인들이 적응할 수 있다. 잘 훈련된 인력들에 의해 기술(technology)이라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정립되어야 중심을 가지고 산업과 사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한경이코노미 (4. 20) 'CEO 에세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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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편견 세가지와 해결 방법

IT와 세상 2009.04.13 01:51

주말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의외의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산업 취급도 받지 못하고 3D 업종 취급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던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통신업체 수장들에 의해 언급된 기사였기 때문이다.

 

이석채. 정만원 "통신 살 길은 SW"

 

연합뉴스 (2009. 4. 12)

 

통신 맞수인 이석채 KT 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나란히 통신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
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석채 KT 회장은 공.사석에서 "한국 IT산업은 하드웨어적인 'T'에는 강해도 소프트웨어적인 'I'에는 매우 취약하다"면서 KT의 정보사업부문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몸통은 SK텔레콤이 하고 날개나 꼬리는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참여해 함께 해외에 소프트웨어를 팔겠다"며 통신소프트산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모바일 플랫폼이나 무선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앞서있는 만큼 각국 소비자들의 수요와 문화, 특성을 파악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무선 통신서비스 시장이 성장정체에 빠지고 해외 통신서비스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통신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회사가 역사상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치고 있음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자랑하는 통신 요금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통신 업체가 관련 서비스를 독점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인터넷이 통신 인프라의 골격이 되면서 유선 음성 통신은 인터넷 전화로 대체되어 가고 있고, 무선 통신은 플랫폼, 콘텐츠가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음성 서비스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좌)과 KT 이석채 회장



이를테면 애플은 아이포드(iPod)로 오디오 플랫폼을 장악한데 이어 아이폰(iPhone)으로 무선 통신 플랫폼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앱스토어(AppStore)를 통해 세계의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 선두 주자인 페이스북(FaceBook)에 하루에도 수많은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플랫폼 장악의 한 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iod), 심비안(Symbian), 블랙베리(BlackBerry), 모두 나름대로 모바일 플랫폼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점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지를 최고 경영층이 보인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할 일이다. 허지만 소프트웨어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그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나온 내용만으로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대략 키워드를 요약하면 SI, 모바일 플랫폼, 세계 시장 공략이 차기 전략이다. 그러나, 여기 제시된 키워드 하나하나가 큰 사업이고 상당한 고민과 자체적인 변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각각 어떻게 연결이 되어 전체적 그림이 되어 갈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의지를 표시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해 왔기에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동안 느꼈던 우리의 잘못된 인식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편견 1: 대기업이 하면 소프트웨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우선 대기업의 힘을 빌리면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현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영세해서 대기업의 리더쉽이 필요한다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대기업 임원이나 정부의 관계자들과 얘기해 보면, 대기업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 보면 근거가 약하다.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운용되다 보니 막연한 기대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우리가 언뜻 생각하면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브랜드를 이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삼성, LG, 현대와 같은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그러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아느냐도 중요하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에 의혀면 미국의 대학생 중에서 삼성을 한국 기업으로 아는 사람이 10%,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58%라고 한다 (앤드슨애널리스트 조사 결과). 물론 어느 회사의 국적이 중요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일단 한국의 IT 강국 이미지와 일본의 기업 이미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일본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거리가 멀다고 인식하는게 보편적이라서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다. 따라서, 이들 한국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Perception)하고 있느냐다.


삼성, LG의 대표적인 상품은 TV, 휴대폰이라서 외국인들은 가전업체(Consumer Appliance)로 인식한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 강한 것을 아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부품 산업이라 소프트웨어와 동질감이 적다. 현대는 일본의 도요타, 혼다를 추격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로 안다. 그러면 이렇게라도 인식하는 브랜드가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도움이 될까?

 

보통 브랜드로 인해 떠오르는 인식(perception) 1-2가지를 벗아나기 힘들. 그래서, 글로벌 업체들은 백화점 식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 IBM, HP는 컴퓨팅 업체, Oracle은 데이터베이스 및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스코는 스위치, 노키아는 휴대폰, 구글은 인터넷 검색, 이런 식이다.

 

과연 우리 대기업들의 앞선 브랜드로 소프트웨어를 제시할 때 고객들이 받아들일까? 물론 전혀 모르는 브랜드보다 나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가전제품을 연상하는 고객에게 소프트웨어를 어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소니(Sony)나 도요타(Toyota)에서 소프트웨어를 여러분에게 팔려고 한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도요타의 정보시스템 계열사는 상당히 규모가 큰 IT 서비스 업체다. 그러나, 내부 시스템 관리 이외에 외부 사업을 거의 벌이지 않는다. 왜냐 하면, 도요타 내부 업무도 워낙 많을 뿐더러, 자동차 업체라는 고정된 인식으로 인해 IT 브랜드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편견 2. 마케팅 능력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반드시 고려할 요소는 마케팅 자원과 경험의 문제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공급하는 커뮤니케이션 제품이다. 따라서, 집중적이고 유연한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마케팅 기능은 아주 취약하다. 고객에 전달하는 가치(value)를 정량화하는 틀이 잘 안 되어 있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잘 발달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역사가 짧은게 가장 큰 흠이다.
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이 낮고, 유통 체계가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연, 혈연, 인맥에 의한 상거래 질서가 허물어짐이 다반사다. 이런 요소들이 프로다운 마케팅을 구사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 따라서, 글로벌 마케팅을 할 만한 인적 자원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이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극복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편견 3: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을 통해 마케팅을 한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마케팅 기법을 많이 배울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 목표를 들여다 보면 거의 100% 한국 시장 진출이다. 일부 하드웨어 벤더들이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업무를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의 아웃바운드(outbound) 사업에 있어서 글로벌 기업의 역할은 거의 없다. 한 마디로 인바운드(inbound) 비즈니스이므로 마케팅 역할은 본사에서 잘 준비된 자료를 번역해서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다. 물론 그런 자료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을 직접 포장하는 경험은 전혀 할 수 없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기본은 자기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려고 하는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제품 기획
, 그리고 포지셔닝이다. 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자료 (Sales Kit)가 구성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연구개발(R&D) 기술자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기업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 그나마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몸부림 친 벤처 기업들이다. 아직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글로벌 성공 사례는 적지만, 벤처 붐은 그나마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었다.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상생 전략이 소프트웨어 사업의 열쇠


소프트웨어가 향후 성장 동력이라는 것은 자명하고, 우리의 대표적 통신업체들이 이를 방향으로 정립한 것은 너무나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의 벽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그에 맞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전시성 산업이 아니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장 엔진을 발굴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의 경험을 활용하고 협업하는 상생의 전략이 바람직하며,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의 육성이 소프트웨어 전략의 핵심이다. 중소기업을 통한 소프트웨어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에서 몇 천명 고용을 늘리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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