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인기투표하는 기업들, 그 이유는?

Global View 2011.01.11 06:52

연말이 되면 회사에서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앙케이트 조사를 한다. 주로 사무 환경의 개선이나 바람직한 기업 문화에 대한 바램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일부러 몇 가지 연예계에 관련 질문들을 양념처럼 집어 넣는다. 재미를 위해서..

 

소녀시대 (공식 홈페이지)

작년도 질문 중 하나가 소녀시대 멤버 중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 가였다. 9명의 멤버 중 각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제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예견되었듯이 인기 투표 결과 인기가 높은 멤버들도 있었으나, 골고루 표가 나온 편이다.

이런 조사는 다른 기업이나 모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소녀시대가 많이 질문으로 채택되는데 그 이유를 물었더니, "소녀시대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의 개성을 대변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중에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결국 그 사람의 이상형을 암시(?)한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귀엽거나, 유머러스 하거나, 개성이 강하거나 등이다.

 

어느 일본 전문가에게 아이돌 그룹이 한류 붐을 일으키는 원인을 묻자,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여러 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또한 각각의 개성이 강한 편이다. 사람은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마련인데, 다양한 칼라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가 있을 확률이 크다. 이렇게 시청자나 청중이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광범위한 계층을 자기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비결이다.”


소녀시대의 사진을 판매하는 가게의 주인 얘기로는 9명 사진 세트를 여럿이 같이 구매해서 나누어 가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사진으로..  


물론 각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 내는 아이덴티티
, 가창력, 댄스, 브랜드의 실력이 우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멤버들이 뿜어 내는 다양성은 많은 청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 그룹들도 발라드, , , 트로트 등의 다양한 성향의 음악을 보여 준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은 다양해지게 된다.


국가별로 좋아하는 드라마가 다른 이유는?
 

글로벌 사업을 하다 보면 한류가 크게 도움이 된다. 어차피 비즈니스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윤활유가 되어야 부드럽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각 나라별로 우리 나라의 여러 콘텐츠 중에 선호도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대장금과 같은 대작은 워낙 많은 나라에 수출되어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허나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와 특별히 어울리는 콘텐츠가 있다.

 

예를 들어, 이란에서는 한류’가 장난이 아니다. 한류 스트리트가 있을 정도다. 이 나라에서 9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장악했던 드라마는 대장금주몽이다. 대장금은 그렇다 치고, ‘주몽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 것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페르시아 대국의 후예이기 때문은 아닐까? 중동 지역에서는 말 달리며 활 쏘는 자신의 조상들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주몽 (출처 MBC) 풀하우스 (출처: 아이뉴스) 겨울연가 (출처: 미디어투데이)

한편 홍콩과 미국을 오가는 어떤 사업가는 풀하우스에 전 가족이 마니아다. 자신의 주위에서는 그런 사람이 많다고 한다. 동화같이 예쁜 스토리가 그들에게 맞나 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풀하우스의 인기는 높았다고 들었다. 일본에서 겨울연가가 유독 히트를 친 것도 멋진 왕자를 꿈꾸는 중장년 여성의 로망 때문 아닐까?

이와 같이 같은 아시아라도 동남아, 중동, 일본, 중국에 따라 드라마의 인기도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결국 시대극, 코미디, 연애, 스릴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일단 뿜어 내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시청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게다가 인터넷은 세계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커뮤니티나 개인들과 콘텐츠를 소통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IT 혁명으로 국가나 조직, 기업의 권위보다 개인이 중심이 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소셜네트워크는 기술적, 국가적, 지리적 한계로부터 자유롭게 해 준다.

 
'시크릿 가든' 때문에 태블릿을 장만한 30대 여성

어느 30대 여성 분이 시크릿 가든을 보고 주인공 현빈 씨에 너무나도 반해서 틈만 나면  보려고 태블릿을 장만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한 도구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옵션으로 나올 뿐더러 날이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스마트 시대는 단지 기기와 도구,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이 주도하고 기술에 의해 제약을 받던 과거의 IT 혁명과도 틀리다. 누구든지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접근하고 공유하고 접근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우리 나라 만을 대상으로 만들 이유도 없다. 장벽이 없어진 인터넷 세계에서 우리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개인이나 커뮤니티라면 지구 반대편이라도 실시간에 전달할 수 있다.

 

글로벌다양성은 스마트 시대를 이끄는 중요한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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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어메이징' 한국 칭찬 받아보니

Global View 2009.11.15 09:52

필라델피아의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6년 전 왔을 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거리의 표정도 밝지는 않아 보인다. 나의 지나친 느낌일까? 그래도 미국 역사의 시작이 이루어졌고 정가의 중심인 지역이라 그런지 정장을 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솔직히 이번 출장에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비록 파트너 사와 오랜 기간 제품 평가에 이은 협상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미국이라는 시장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기업 중에는 말만 앞서고 신뢰하지 못할 기업들도 많다.


IT 본고장에서의 조심스런 시장 접근
 

파트너 서명식 현장

8월에 미국에서 시장 진입을 발표하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가 어떻게 거대 업체들을 상대로 IT의 본고장에서 승부하려고 한다는 것인가? 당시 나는 틈새 시장(niche market)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미 몇 개의 파트너 사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개인 고객 중심의 판매망을 가진 양판점으로 10월에 본격적인 영업 활동이 시작되었다.

또 다른 하나가 동부에서 공공 시장을 상대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업체인 사이버소프트였다
. 이번 출장의 주요 목적은 이 회사와의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경제적 불황기에는 정부가 가장 안정적인 고객이다. 특히 사이버 보안은 늦출 수 없는 분야라서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예산이 늘었다고 한다. 부시 정부에서도 사이버 보안은 우선 순위가 높았지만 워낙 전쟁 비용에 돈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예산이 부족했다고 한다.


신뢰 구축은 글로벌 사업의 기반 


나는 글로벌 사업에서 터놓는 대화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비록 나로서는 처음 방문이었지만 이 회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CEO 및 임원들과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었다. 사업적인 얘기부터 회사의 성장 과정, 사업 전략, 시장의 요구 사항은 물론 개인적인 얘기까지 오고 갔다. 20년 가까이 보안을 가지고 정부를 상대로 한 경험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고객의 애로 사항과 원하는 것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실제의 사이버 위협 상황과 보안 업체들의 동향에 대한 정보도 값진 성과였다. 확실히 직접 필드를 뛰는 사람들의 얘기는 생생하다. 비록 작은 기업이지만 기술적 전문성과 보안에 대한 애착과 진지함을 가진 모습을 보면서 현란한 세일즈 언어로 무장한 전형적인 미국의 기업과는 다른 느낌을 가진다. 서로 간의 진정성과 철학이 비슷함을 공감할 수 있었다.

 

사업의 결과에 대해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좋은 팀웍으로 재미있게 같이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지가 있어야 설사 어려움에 부닥치더라도 같이 극복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로펌에서의 조촐한 서명 행사
 

계약서 서명 행사는 법률 사무소(law firm)에서 이루어졌다. 나는 공증이 필요해서 다운타운까지 가야 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법률 사무소에 들어서니 우리를 위한 조촐한 파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름대로 지역의 유력 지도자들이 모여 들었다. 이런 모임이 우리의 파트너쉽을 공표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효율적 수단이라고 귀띔한다.


VIP와 함께

리셉션에서 환담하는 모습


참석한 사람 중에는 주 상원의원(Anthony Williams), 대표 변호사들, 언론사 오너, 기업 CEO, 대기업 임원, 정치인 참모, 대학 교수 등 다양했다. 적은 인원이지만 오피니언 리더와 지역의 유지, 잠재 고객이 모두 어우러져 네트워킹이 되는 자리다. 서로 간에는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 보였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우리였고 주 상원의원의 축사에 이어 나도 스피치를 요청받았다. 무엇을 얘기할까 고민하던 중 보안은 신뢰와 관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안철수연구소는 단순히 제품을 팔고 돈을 받아가는 벤더가 아닙니다. 15년 간 고객과의 소통하는 채널이 우리의 사업의 존재 근거이고 고객의 신뢰가 우리 사업의 철학입니다. 미국에서도 그런 정신을 이어갈 겁니다라는 주제로 몇 마디 얘기했다.


연설을 경청하는 모습

주 상원의원의 축사

연설하는 모습


한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한국 업체에 대한 불신이 별로 없고 오히려 기대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치켜 세우는 것은 아니었다. 법률 사무소의 대표 변호사 중의 한 분은(Harris Baum) 한국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가니 한국 국기가 놓여 있었다. 한국인들의 밝고 친절한 모습이 너무나도 좋다고 한다. 50대의 나이에 태권도 검은 벨트를 땄다

정치의 본고장답게 펜실베니아를 중심으로 한 이곳 지역에서 80만부 가량이 배포되는 'The Public Record'라는 정치 전문 신문이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이 언론사의
 회장은 자신이 6.25 당시 직접 목격한 한국의 모습을 얘기하면서 한국의 발전상이 “어메이징(Amazing)”하다면서 방문할 때마다 놀라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이 신문은 우리 기사를 1면에 다루어서 우리에게도 큰 홍보 효과가 되었다.)

'The Public Record' 1면에 실린 모습

양사의 협력을 기대하는 기사


IT를 통해 빠르게 도약한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오히려 말로만 고객을 위한다고 하면서 이익만 추구하는 미국의 IT 기업들에 대해서 실망해 하는 얘기들도 나왔다. 몇 년 전에는 전혀 인정하지 않던 한국의 IT가 이제는 미국에서도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비스 품질(quality of service)이 관건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한국의 음식에 대해서도 모두들 잘 알고 있었고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한편 나는 미국 역사가 시작한 필라델피아와 동부의 지역 문화 및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글로벌 사업의 묘미는 이런 재미에 있다. 서로 간의 다른 문화와 성격을 깨달으면서 이해해 가야 진정한 사업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2010년은 이번 파트너쉽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무거운 숙제를 안고 오면서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 개척에 대한 즐거움 속에 피곤함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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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와 바닐라를 미국인이 못 알아들은 이유는?

Global View 2009.11.05 06:24

다소 부끄러운 얘기지만 미국 유학 시절에 경험한 일화를 소개한다.

 

일화 #1

 

맥도널드(McDonald)에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우유가 먹고 싶어서 햄버거와 밀크(Milk)를 주문을 했다. 그런데, 주문 받는 젊은 여직원이 못 알아 듣는다. 그래서, 재차 ‘Milk’를 여러 형태로 발음을 고쳐서 해 보았으나 “What did you say?”만 반복한다. 다행히 뒤를 돌아보니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조심스레 다시 ‘milk’라고 하니 그 여자가 여기는 그런 물건 못 팔아요 (We can’t sell it)” 하는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milk(밀크)’‘beer(비어)’로 알아 들은 것이었다. 하도 난감해서 결국 ‘Coke’로 음료수를 바꾸고 나서야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l’‘r’을 구별해서 쓰지 못했던 대가다.

 



일화 #2

 

어떤 한국 유학생 부부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바닐라(vanilla)’라는 발음을 상점 주인이 못 알아 듣는 것이었다. 손짓 발짓 사용해서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겨우 통했다고 한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다른 분이 나는 그래서 아예 닐라아이스크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 알아 듣는다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얘기해서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Vanilla’의 액센트가 (Ni)’에 있기 때문에 액센트로 의미를 이해했다는 의미다.

 
'ㄹ'과 액센트는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적 차이

앞의 사례는 한국어와 영어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대표적 예다
. 한국어의 이 영어에서는 ‘l’‘r’로 엄연히 구별된다. 내가 아무리 발음이 나쁘다 치더라도 어떻게 밀크(milk)’라고 발음한 것을 비어(beer)’로 알아 듣는다는 말인가? 그만큼 미국인들이 알아듣는 과정에서 미(mi)비(bi)의 차이보다 ‘l’‘r’의 구분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두 번째 일화는 영어에서는 개별 자음에 대한 정확한 발음보다 전체적 흐름, 다시 말해서 액센트와 억양(intonation)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바닐라바(va)를 빼고 말하는 것 보다 니(ni)에 액센트를 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더 중요했던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이민이나 유학으로 온 사람들이 영어라는 공통 언어로 소통하는 사회가 미국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살다 보면 여러 종류의 영어를 경험하게 된다. 백인, 흑인, 인도(Indian), 히스패닉(Hispanic) 등 수많은 종족마다 발음이나 언어를 구사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다. 정형화(Formal)되고 빠른 동부에서의 말하는 방식과 느리고 질질 끄는 스타일의 남부 영어는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영국식 언어는 고급 표현으로 우대받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어디에서 자랐고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게다가 영어는 미국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모임이나 사업 미팅에서 영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특성 (flavor)의 영어에 익숙해 져야 한다.

 

그런데, 어느 영어를 사용하더라도 몇 가지 고유 특성은 정확히 유지해야 한다. 앞서 말한 과 액센트는 한국어의 구조가 영어와 다른 대표적 경우다. 따라서, 이런 발음은 한국인이 영어로 소통할 때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


억양 차이로 다른 뉘앙스가 느껴지는 까닭은
 

동경에서 일본어로 발표를 하고 나면 참석했던 일본인들에게 어떠했느냐고 물어 보게 된다. 그러면 발음도 괜찮고 알아듣기는 했는데 무언가 듣기에 어색한 느낌이라고 한다. 의견을 종합 분석해 보면 결국 억양의 문제다. 우리 나라와 같은 언어의 뿌리를 가진 일본어만 해도 억양의 영향이 크다. 밋밋하게 얘기하는 것 같아도 잘 들어보면 파동이 느껴진다. 한국어가 유난히 평평한(flat) 특성이 있는 만큼 외국어를 배울 때 유의해야 한다.

 

나는 굳이 미국식 발음을 똑같이 흉내 내기 위해서 전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창하고 수려한 영어를 구사하면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의사 소통을 정확히 하는 커뮤니케이션 훈련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바람직하다. 발음은 미국식으로 열심히 굴리는데 표현이 한정되어 있거나 세련되지 않다면 결코 영어를 잘 하는게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는 필수 덕목이다. 그러나, 어느 언어를 구사하든 자신의 논리(logic)로 풍부한 표현력으로 대화하는 기법은 비슷하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스킬(communication skill)이 외국어 발음을 흉내 내는 것 보다 중요하다. 단 한국어와 구조적 고유 특성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디테일한 노력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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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의 역사 튀니지가 IT를 배우는 이유

Global View 2009.10.14 12:56

지난 주 리츠칼튼 호텔에서 거행된 글로벌 IT 포럼에 초대를 받았다. 지금은 KAIST로 통합된 ICU(한국정보통신대학교, Information & Communication University)가 전세계 개발도상국가에서 IT 정책을 기획하고 도입하는 담당자들을 초청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앞선 IT 환경과 한국 문화를 맛보게 함으로써 미래의 우리 편으로 만든다는 전략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IT 포럼 기념 사진

축사를 하는 필자


현재는 KASIT와 서울대가 각각 기술과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졸업생도 나오고 해서 그 동창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포럼을 매년 하고 있는데, 일종의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Reunion(친목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이 프로그램이 먼 훗날 우리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투자라고 생각하던 터라 기쁜 마음으로 초대에 응했다.


작년에
ICU에 가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정보보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인지하던 터라 관심이 많았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온 엘리트 관료들을 상대로 한 강의라서 그런지 100여명 정도가 참석했던 강의 분위기는 열기가 넘쳤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많은 나라가 많았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인연으로 해서 이번 행사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는데, 더 커지고 탄탄한 네트워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한비야

특히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에 대한 높은 애정을 보고 뿌듯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한국은 IT의 메카다. 이미 그 국가에는 한류가 많이 들어가 있지만 그들이 직접 한국에 살면서 체험한 한국의 음식, 문화, 거리의 풍경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한비야 씨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40년간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 나라가 구호를 끊고 오히려 우리가 기부를 하게 된 국가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른 측면에서 어려운 국가들을 도와 주는 현장을 체험하니 우리의 모습에 더욱 자긍심을 느낀다.

튀니지 사람들과의 의미있는 대화

마침 튀니지(Tunisia)에서 대사를 비롯해 여러 명의 고위급 공무원이 참석해서 호기심이 생겼던 터에 점심 식사에 이들과 테이블을 같이 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는 영화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에서 나온 탄지에르(Tangier)의 추격씬(탄지에르는 모로코의 도시)과 추억의 영화 카사블랑카가 간접적으로나마 본 전부였다 


튀니지 위치(zombie.co.kr)

알고 보니 튀니지는 로마 역사에서 그 유명한 포에니 전쟁의 주역인 카르타고가 있던 지역이다. 한니발 장군의 후예라고 할까? 포에니 전쟁으로 치를 떨었던 로마가 그 지역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고 카르타고 주민들을 이주시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지역에 이렇게 국가가 형성된 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 후예인지 주위에서 온 주민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000만 정도의 적은 국민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확고한 포지셔닝을 점하고 있다고 한다.

 

ICU에 강의를 갔을 때 북부 아프리카에서 온 이들이 아프리카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관심 밖이다. 그래서 IT는 한국에서 배우려고 한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그런데, 튀니지는 바로 그 IT를 아프리카 지역에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테면 IT 컨퍼런스나 교육, 서비스는 튀니지에서 많이 거행된다. 내년도 남아프리카 (South Africa)에서 거행되는 월드컵 행사도 튀니지 기업들이 IT 부문 사업에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튀니지는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쳐서 교육 체계가 프랑스화 되어 있다
. 실제로 아랍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고.
 
 

아프리카는 가난과 독재에 허덕이는 나라가 많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에 가 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못 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번에 참석한 이들에게 물어 보니 이집트는 관광과 수에즈 운하가 전통적인 수익인데, 너무 여기에 의존했던 까닭에 구태여 차세대 먹거리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한다. "기존 사업이 너무 수익성이 좋으면 신규 사업을 하기 어렵고, 이것이 기업의 미래를 발목잡게 된다"는 경험적 진리는 국가에도 적용되다 보다.

 

작지만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튀니지

그런 점에서 튀니지가 작지만 유럽에 가까운 나라들이 그 허브로서의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 튀니지의 주 산업은 관광인데 그것도 이탈리아에 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한 2급(2nd tier) 관광지라고 한다. 아주 전략적인 포지셔닝이다. 이러한 서비스 기반과 프랑스와의 긴밀한 교육 체계를 발판으로 IT의 중심 국가로 발전하려는 그들의 열정과 의지는 인상적이었다. 영어와 불어,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관료들은 IT가 국가 발전의 핵심이고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는 확신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글로벌 사회를 바라보면 볼수록 우리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이라는 좁은 사회에 머물다가 눈을 조금만 밖으로 돌려도 흥미로운 세상과 기회가 보인다. 특히 그들에게는 대한민국이 IT 중심국이라는 사실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에 각인되어 있고 이런 인식은 여간해서 잘 바뀌지 않는다. 이들이 결국 그 나라의 최고 책임자 그룹에 들어갈 것이고 중요한 정책 결정자가 될 것이다.

 

아직은 아프리카나 중앙 아시아가 불모지이지만 역사는 항상 바뀌는 것을 목격해 왔다. 우리 젊은이와 후손들에게는 좋은 씨앗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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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개발자 프로그래밍은 군인의 사격이다?

IT와 세상 2009.06.23 11:39

실용적인 교육 시스템이 일자리 창출의 요건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 학부의 프로그래밍 강의를 들어가 본 적이 있다
.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컴퓨터 환경은 아주 열악했고, PC가 막 사용되기 시작하던 아주 초창기 시절이었다. 프로그램을 마음껏 돌릴 환경 자체가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래밍 기초가 부실하기도 했거니와, 우리 나라 교육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다.

프로그래밍 실습현장 (article.joins.com)

일단 대학 교수가 아닌 대학의 시스템 관리를 부업으로 하는 대학원생이 강사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수업 시간, 강사가 강단에 서자 마자 여기저기서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어리둥절하던 차에 알게 된 것은 이미 첫 숙제가 이메일로 학생들에게 전달되었고, 쏟아진 질문은 숙제를 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설계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었다. 체계적으로 노트 필기하면서 차분히 정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예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프로그래밍은 규칙이기 때문에 스스로 깨우치는게 맞다는 생각도 든다.

실무적 기초에 대한 훈련은 선택 과목이 아니다

그 과목은 졸업을 위해 필수로 이수해야 했는데, 시험 대신에 7개의 프로젝트를 제출해야 했다. 학기말이 다가올수록 프로젝트는 어려워졌고, 마지막 과제는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 시연을 직접 해야 함은 물론 방대한 상세 설계서도 제출해야 했다. 이 과목은 매 학기말만 되면 과제를 끝내기 위해 밤새 전산실이 북적거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학생들이 강사와 적극적으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대화와 토론이 거의 없던 우리 나라 강의와 비교해서 큰 충격을 받았음은 자명하다. 또한 마지막 리포트는 거의 책 한 권에 해당할 만큼 잘 구비되어야 한다. 설계부터 기술문서, 품질 보증 단계까지 한 개의 전반적 프로젝트를 체험하는 교육이었다.

IT 
종사자들에게 프로그래밍은 군인에게 사격과도 같다. 그만큼 IT의 기초이기 때문에 필수 과목인 것이고, 실전에 가까운 무자비한 훈련이 바탕이 되고 있었다. 그러니 졸업생들이 회사에 가도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채용을 할 때에 프로그래밍 능력에 대해 걱정을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다. 프로그래밍은 기초일 뿐인데..

미국 대학 시스템에서 배워야 할 점

취업이 힘들어진 경제 상황에서도
IT 기업은 원하는 인력을 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IT 인력의 수요 공급의 괴리는 실무적 기초에 기인하고, 그러한 기초는 학부 과정에서 얻게 된다. 그래서, 미국 대학의 꽃은 학부라고 불리운다. 미국적인 것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실용적인 학부 시스템은 배울만 하다.

학생은 스스로 장래를 결정하기 위해 전공 분야의 기초를 다지고
, 캠퍼스 문화와 인프라를 통해 사회를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필요하다면 근처 전문대학에서 특정 과목을 이수해서 기초를 보강한다. 클러스터 형태의 입체적 교육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대학을 들어 갔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알차게 자기 자신을 교육시켰느냐에 따라 향후 커리어(career)가 결정된다.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 어느 학교 출신인가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누구나 동일한 선상에서 스타트하게 되고, 그 이후는 그 사람의 실력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산학협력의 현장 (etnews.co.kr)

우리 나라에도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많지만, 의외로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은 적다. 그 이유는 대부분 대학원 과정에만 다녔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전체 산업 구조가 교육 시스템과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학과 산업간의 인적 교류가 적다. 미국의 이공계 대학에서는 교수와 산업체를 오가는 학자들도 많다. 자문 위원 수준이 아니라 아예 풀타임으로 직업을 바꾸는 경우라는 얘기다. 당연히 산업에 대한 이해력이 빠를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폴리페서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정치나 관료 사회에는 학자의 참여가 많은 편인데, 산업계와의 교류는 극히 적다. 그나마 중소기업 현장을 배움의 자세로 의욕적으로 찾아 다니는 젊은 교수들을 보면 신선한 느낌이 든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교육의 열정을 보이는 분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

인재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이유

인재의 경쟁력은 그 나라의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입체적이고 실용적인 교육 시스템이 절실하다. 대학 교육은 교수의 강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지식기반 시대에는 스스로 깨우치는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간의 커뮤니티, 각종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분위기, 자유로운 토론이 창의력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기반이 된다.

연구 중심의 대학을 표방한다고 한다. 물론 대학에서의 장기적 연구는 매우 중요하고, R&D(연구개발)는 국가의 성장 엔진을 창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나라 기업은 잘 훈련된 인력에 더욱 목말라 한다. 따라서 사회 저변을 구성하는 양질의 인력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입식 강의보다 자율적 시스템과 실용적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해야 한다

장기적 R&D도 교수들의 의지 뿐만 아니라 기초 소양이 갖추어진 학생들이 많아야 가능한 것 아닌가? 미국처럼 탄탄한 학부 시스템이 저변에 깔려 있으면 연구 중심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실한 학부 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R&D가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전공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기초가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만 살아나서 달성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잘 된다고 해서 바로 국내 일자리로 연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양질의 인력을 찾아 글로벌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서 공헌할 수 있는 실력과 소양을 갖추도록, 실용적인 교육 시스템에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일보 컬럼 기고문에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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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 CTO로서의 첫 당부사항 공개 (2)

경영 이야기 2009.06.21 13:37
(전회에 이어)
지난 2008년 2월 CTO가 된 후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고 아직도 연구개발, 조직문화, 해외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CEO이지만 당시 CTO 시기에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개해 드립니다.

안철수연구소 CTO가 된 후 첫 메시지 공개 (1) [첫편 링크]

3. 당부사항

 

저는 개인적으로 "꿈을 꿀 수 있고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춘 하드워커(hard-worker)"를 좋아합니다. Hard-worker라 함은 회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끊임없이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을 말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 오랜 경험으로는 이런 분들이 보람과 행복을 많이 가져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젊음,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시간을 소중하고 값지게 보냅시다. 실패도 훈련이고 좌절도 훈련입니다. 그러나, 시도도 해 보지 않은 시간은 무의미할 뿐입니다. 구글(Google)에서는 나이스(nice)하게 실패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합니다 (Google encourages to fail nicely). 그만큼 창의적인 노력을 최대의 가치로 둔다는 점입니다. 꿈을 이루어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몇 가지 첨언하면,

1) 스스로 일류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의 영역을 국경이 지켜주지 못합니다. 글로벌하게 하나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경쟁 상대는 한국 내의 다른 기업에 있는 친구나 선후배들이 아닙니다. 구글(Google), 시만텍(Symantec),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에서, 중국에서, 러시아에서 우리의 경쟁자들은 꿈을 불태우고 실력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회사의 CTO와 경쟁해야 하고, 팀장들은 그 회사의 팀장들과기술자들은 그 회사의 기술자들과, 마케터는 그 회사의 마케터를 경쟁 상대로 삼아야 합니다여러분 각자가 일류가 되어야 안철수연구소가 일류기업이 됩니다. 일류가 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안철수연구소의 동료들로부터 배웁시다. 저도 여러분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2) 자기의 제품과 서비스에 자신감(confidence)을 가집시다.

 

저는 지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안철수연구소의 제품과 서비스가 타사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프라이드(Pride)가 없는 제품을 만들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과거에 어떻게 했든 모두 잊어 버리고, 이제부터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는 '명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남들이 하는 것 흉내내지 말고, 고객이 찡할 수 있는 가치를 전달(delivery)합시다.

 

3) 완벽을 기합시다.

 

안철수연구소의 최대 가치는 믿음과 신뢰입니다. '보안'업체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믿는 것이고,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 문화 덕택에 신뢰를 받습니다. 우리는 그에 보답하는 치밀함과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남에게 던지지 마십시오. 누군가 챙기겠지 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손끝에서 고객이 사용할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번 더 파이널 터치(final touch)를 하십시오. 여러분의 노력 덕택에 고객은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고, 그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십시오. 

 

다시 한번 같이 일하게 된 계기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저와 언제라도 대화를 원하시면 제 문은 항상 열려 있고, 이메일이든 메신저이든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일부 부서는 오늘부터 주말 기간에 이사를 준비하느라 바쁘시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월요일 아침부터는 새로운 각오로 재미있게 일해 봅시다. 10층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김홍선


이 메시지 하나로 기업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했고, 현재도 그런 원칙으로 경영에 임해왔다. 나는 조직의 관료화는 반드시 도려내야 할 암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회의 문화가 첫번째 개혁 대상이었다. 우선 내가 주재하는 회의 시간을 30분으로 조정하고, 준비 자료는 3 페이지가 넘지 않도록 했다. 절대로 파워포인트 잘 만드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당부하며.. 그 후 안철수연구소에는 회의실마다 다음 그림과 같은 표어와 시계가 비치되어 있다. 


굳이 여러 부서가 다함께 모여야 하는 안건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의 자리에서 선 채로 바로바로 결정이 되도록 유도했다. 나는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서 보고받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돌아다니면서 실무자의 자리에서 서서 결정하는게 가장 정확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항상 모자랐던 회의실이 지금은 여유가 있다. 점차 회의실 공간을 더 효율적인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불평을 들었던 이유를 처절하게 깨달아야 했다. 나는 고객을 모르는 엔지니어는 프로가 아니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직장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자족하는, 그런 취미 생활하는 곳이 아니다. 

한편 연구개발(R&D) 직원들도 현장의 고객 사이트로 나가도록 독려했다. 영업부에서는 R&D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쁨' [관련 블로그 링크]을 느낄 줄 알아야 진정한 엔지니어라는 내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내가 만난 톱클래스 엔지니어들은 모두가 고객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가졌다.


아직도 안철수연구소의 개혁은 진행형이며, 앞으로 영원한 미래형이 될 것이다. 안랩의 핵심가치를 직원들이 체화(體化)시키면서 세계 시장에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아니 해야만 한다는 현실을 철저히 깨달을 깨닫도록 계속 매진해야 한다. 

내가 얼마나 안철수연구소의 CEO로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CEO로 있는 동안 CTO로서 보낸 첫 메시지를 간직하며 살 것이다. 안랩을 글로벌하게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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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취임식에 한국 IT CEO가 초대받았던 이유

Global View 2009.06.16 11:55

IT 벤처기업인이 취임식에 초대받은 이유

대만의 천슈이베 총통의 취임 축하연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의 IT 벤처가 주목을 받았기에 IT 벤처 기업인 몇 명이 초대받았다. 물론 정계, 문화계, 예술계 인사들도 많았지만, 한국의 젊은 IT CEO 기업인들이 리스트에 올랐다는 의미는 컸다.

대만은 우리 나라보다 제조형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국가라서, 세계를 뒤흔든 인터넷 버블과 한국에서 IT 발전을 주도하는 벤처 기업들에 대해 궁금해했다. 특히 천슈이베 총통은 대만 최초로 정권 교체를 한 경우라서, 이전 정권보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을 추구하고자 했다.

대만 총통 취임식 행사에 참석한 필자(맨 왼쪽)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 그는 강한 정치성을 공표했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에 더 신경쓰던 시점이라 우리 나라 국적기가 운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2000년도에는 중국을 둘러싼 정치적 기운이 불확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교관 커뮤니티를 접한 소감

난생 처음으로 각국 외교 사절들이 많이 참석한 광경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예상대로 전혀 다른 세계였다. 오랜 지기(知己)로서 서로간에 탄탄한 우정과 인간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외교관들을 보면서, "아, 이래서 신뢰(trust)라는 단어가 국가간 외교에서 중요하구나. 결국 국가간의 민감한 이슈를 이렇게 직업 외교관들의 신뢰로 풀어 가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뢰를 유지하는 외교의 속성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보니 외교야 말로 평생 바쳐서 전문가가 되게 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러 나라의 외교관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국제결혼한 커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프랑스 대사의 부인은 중국인, 이런 식이다. 하도 궁금해서 물어 보았더니 외교관의 경우 세계를 돌아 다니다 보니 자신의 배우자를 타국에서 찾을 확률이 많다고 한다. 또한 그런 경우를 본국 정부에서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왜냐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열린 글로벌 마인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 나라는 그 반대라고 한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국제결혼하면 외교관의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국제 결혼을 조장하자는 의도로 말하는게 아니다. 단지, 이와 같이 배우자를 만나는 과정도 글로벌화 되어 가는 현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패밀리가 되어 가는 한국의 가정

미녀들의 수다 (www.ohmynews.com)

산업 현장과 문화의 변화는 우리의 의식도 바꾸고 있다. 민족적 배타성에 있어서 남 못지 않았던 우리나라도 학교나 직장에서 외국인이 낯설지 않다. 그래도 가정으로 보편화되기에는 아직 격차가 있나 보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출연자들이 "아직 한국에서는 외국인과의 결혼까지는 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자신들은 한국이 적성에 맞아서 평생 살 생각도 있는데, 친구는 되면서도 인생의 반려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도 출연자 중에 한국인과 결혼하는 커플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국제결혼(國際結婚)이라는 단어는 우리 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용어라고 한다. 사실 결혼은 개인간의 문제인데 여기에 국가의 개념이 들어간다는 자체가 어폐가 있다. 그만큼 배타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점점 국제 결혼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마 앞으로 국제결혼이 희소가치가 없어지면 그 단어가 사라질지 모른다. 
 결코 국제결혼을 장려하자는 의도가 아니다. 현실을 무시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자라난 동네에서 대(代)를 이어 하는 유명한 떡집이 있다. 이 가게의 며느리 두 명 모두가 필리핀 출신이다. 떡집의 특성상 며느리의 책임감과 솜씨는 아주 중요하다. 특별한 비법도 며느리들을 통해 전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의 며느리들은 아주 훌륭하게 유창한 한국말로 가업(家業)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단골 고객들의 칭찬과 사랑을 받으며...

다문화(多文化)에 맞는 열린 마음을 이루어야

다민족 다문화 가정이 대세를 이루는 것은 우리 나라 역사상 큰 전환점이다. 특히 유교가 국가적 정신이었던 500년 조선 시대를 거친 우리사회는 일제 강제 점령기를 통해 단일민족의 정신이 더욱 투철했다. 따라서, 현재의 변화는 커다란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고 선진 문물을 배워서 수출 주도형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제 밖으로만 나가던 아웃바운드(outbound) 형태에서 확장해서 인바운드(inbound) 형태로 글로벌  정신을 국내로 충분히 포용해 올 수 있다. 

어떻게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접목시킬 것인지, 그에 걸맞는 법과 제도를 어떻게 실체화시켜야 할지 많은 토론과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인권 유린, 부적응의 문제 등 역기능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우리의 삶과 문화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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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 중 만난 한류 가을동화 vs 대장금

Global View 2009.06.13 08:21


나리타 익스프레스에서 재발견한 '가을동화'

'한류'가 일본에서 터진 계기는 '겨울연가'다. '욘사마 열풍'이 터지기 한두해 전으로 기억한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기 위해 나리타 익스프레스(Narita Express)에 앉아 있었다. 마침 내 앞에 한국인이 앉아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일본 NHK 계열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www.evl.uic.edu

방송사에서 일한다고 해서 한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의 차이에 대해 대화가 오고갔다. 나는 일본에 갈 때마다 접했던 일본 드라마가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무언가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지나치게 오버하는 코미디이거나 사무라이 시절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무언가 현실감이 떨어진다. 내가 만난 일본 고객도 일본 드라마는 3각, 4각으로 쥐어짜는 스토리밖에 없다고 푸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자, 그가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자기가 '가을 동화' 비디오를 가져 와서 방송국 매니저에게 보여 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가 첫 회부터 보면서 깊이 빠져들더니 눈물을 흘리더라고 한다. 번역도 안 된 상태였고, 그 매니저는 일본인이고 한국말을 전혀 못 하는데..

알다시피 가을동화의 앞 부분은 국민배우 '문근영'이 나온다. 아이가 바뀐 것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가족들과 헤어지는 장면을 말하는 거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 들어오면 먹힐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류를 예측한 것이라고나 할까? 그의 예상대로 '가을동화' 다음 시리즈인 '겨울연가'는 폭발적으로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문화적 글로벌화를 알린 한류(韓流)의 탄생

글로벌화는 경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인 문화의 공간에서도 국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한류 열풍은 우리 드라마와 캐릭터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다. 한류가 일시적 현상에 머무른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류'라는 단어가 생성된 자체가 역사적으로 큰 전환점이자 마일스톤(milestone) 이다. 우리 문화의 저력과 가능성에 대한 재발견이기 때문이다.

왜색(倭色)으로 비하하던 일본 문화가 유입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일부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문화는 강할수록 영향력이 있다. 그런 힘과 내공을 가진 우리의 스토리, 창의력과 열정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더욱 창의적인, 그래서 글로벌하게 통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이러한 문화의 소통과 교류는 위성방송으로, 디지털 미디어로, 인터넷으로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가능했다. 비즈니스상 만나는 어떤 일본 대기업의 임원은 집에서 아예 일본 TV 프로그램은 안 보고 근처 비디오 가게에서 한국 드라마를 빌려본다. 스토리가 궁금해서 기다릴 수 없으면 인터넷을 통해서도 본다. 

또한 내가 만난 중국계 미국인은 온 식구가 '대장금' 매니아이며, 자신도 너무 재미있어서 DVD 세트를 구입해서 2번 보았다고 한다. 한번은 더빙으로 보고, 두번째는 한국어 음성으로 보았다고 한다. "한국말을 아세요?"하고 묻자, 잘 이해가 안 되어도 스토리를 알기 때문에 대략 보는데, 한국어로 봐야 분위기가 산다고 한다. 한국에도 이 정도의 대장금 매니아가 있을까?

우즈베키스탄행 항공기에서 대장금이 나오는 이유

우즈베키스탄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에는 이코노미 클래스에도 채널을 선택할 수 있는 비디오 스크린이 있었다. 그런데, 약 10개가 조금 넘는 채널 중에 반 정도가 '대장금'이었다. 대장금의 어린 시절, 음식 경합하는 장면, 한상궁이 죽는 장면, 의녀로 활약하는 장면, 어의가 되는 과정 등 다양한 부분이 나뉘어져서 방영되지 않는가?

이란에 소개된 대장금-MBC제공 (www.cbs.co.kr)

마침 옆에 앉은 우즈베키스탄 사람은 한국계(고려인)였다. 한국에서 근로자로 일하다가 휴가를 간다고 한다. 그의 얘기로는 대장금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자기나 가족들도 전체를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장금 채널이 많은가 보다. 그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우즈베키스탄 승객들이 '대장금'을 보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MBC 스페셜에서 '이영애 편'을 보니 대장금이 아프리카, 중동에도 인기리에 수출되었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인기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뿌리가 깊은 한류의 모습

단지 '겨울연가'와 '욘사마'의 일시적 열풍으로 보기에는 꽤 깊숙하게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스며들어 있다. '대장금'은 100개가 넘는 국가에 수출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위성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TV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우리도 그들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그만큼 정보통신의 발달은 콘텐츠의 교류를 활성화시켰다.


TV 드라마는 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다. 우리가 사는 모습, 우리의 의식주가 모두 노출되기에, 해외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한국에 대한 인상은 이보다 클 수는 없을 정도다. 우리 나라 드라마의 제작 환경의 열악함, 진부한 스토리, 지나친 선정성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외국인들이 한류를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우리의 콘텐츠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한류가 오리지널 그대로 우리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냈다면, 이제는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분석하고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우리의 스토리를 잘 살리고 문제점을 극복해서 더욱 창의력인 콘텐츠로 글로벌화해야 한다. 우리의 스토리가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세계를 누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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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에게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3가지 교훈

CEO 칼럼 2009.04.21 10:40

최근 TV에서 방영된 박지성 스페셜 프로는 인상적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박지성 선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무척 좋아한다. 팀을 위한 그의 플레이는 어느 감독이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한국 사람이라서 팔이 안으로 굽는지 모르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기라성 같은 스타들도 자기 자신의 개인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박지성처럼 항상 공간을 창출하고 볼을 연결해 주는 선수는 드물다. 다음과 같은 표현은 박지성 만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퍼거슨 감독 그는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이 뛰어나다

에브라 그는 마치 귀신(ghost)같다. 이쪽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 순간 뒤쪽에 있다
미키 토마스 "그의 모습을 보면 핀볼 기계가 생각난다"


내가 박지성을 가장 인상적으로 접한 장면은 2002년 월드컵 전에 프랑스와의 평가전 때 터뜨린 골이었다. 김남일 선수의 롱 킥을 받아서 공의 방향을 바꾸더니 톡톡 드리블 해가면서 골 구석으로 차 넣는 장면! 한 템포 빠르기 때문에 수비나 골키퍼가 속수무책인 이 장면은 내가 본 우리 나라의 축구 골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 나라 선수도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구나하고 감탄했었다. 그때부터 나도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헌신적인 보살핌, 노력과 행운 속에 현재의 위치까지 가기의 과정을 그린 이번 프로그램을 본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감동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3가지 포인트가 인상 깊었다. 그를 통해 젊은이들이, 또한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MBC 스페셜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지성 선수(화면 캡쳐)


 

첫째, 프로성(性)이다 -축구는 잘 하고 싶은데 평범하고 싶어요

 
프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 최고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축구는 잘 하고 싶은데 평범하고 싶어요라는 표현은 진정으로 축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 준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주위의 부러움과 시선을 받기 위해 열심히 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거다. 또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자식을 다그치는 부모도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게 아니다. 아인트호벤에서 1년 이상 시달렸던 야유를 환호성으로 바꾼 것은 그러한 애정과 실력 덕택이다.

누구나 성공하게 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성인 군자가 아닌 한 거기에 도취하게 된다
. 나도 한때 잘 나간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분이 우쭐하곤 했다. 50에 들어서 철이 들어서인지 이제는 혹 그런 시절이 다시 오더라도, 주목을 받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 것은 일시적이며 자신의 일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독약같은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지성은 아직 20대다. 게다가 그는 월드 스타다. 또한 그것을 즐겨도 될만한 부와 명예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그런 어린 나이에 성숙한 모습을 바라보면, "그는 진정으로 축구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혹을 이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연예계나 스포츠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스타들이 스캔들에 휩싸이고 우울증에 시달렸는가? 나이 많은 정치인들도 무대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 주의(attention)와 관심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괴로워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 청년이 이런 성숙함을 가진다는 것은 그가 철저한 프로근성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다.

 

둘째, 실력과 능력으로 기존 체제를 무너뜨렸다.

 
월드컵 4강 후에 히딩크 감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내용 중에, 학연(學緣) 관계에 의한 기존 문화를 타파한 부분이 지적된다. 나도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스포츠에서도 대학별로 선후배 관계에 의한 학연이 있었나 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전통과 습속 가운데 우리는 지내고 있다.

 

오래 전에 목격한 광경이다.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이었다. 그 중 한 분이 어떤 이와 얘기하다가 같은 대학 출신이란 것을 알았는지 요란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볼 때에 그 둘 사이는 10살 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고, 대학 동문이라지만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있지 않았었다. 옆에서 이를 보던 어느 어르신께서 "사회의 지도자급이라는 사람들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같은 동문이라고 무작정 챙기니,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학연이 타파될 수 있겠는가?”하고 야단을 쳤다.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속으로 시원했다.

 

또 다른 모임에서는 연로한 국회의원이 초대되어 축사를 부탁받자, "이 행사를 주관한 누구누구가 자기 후배"라며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볼 때 어림잡아도 2-30년 차는 나 보이는 관계인데 말이다. 소위 일류학교 출신이며 언론에 오르내리는 우리 지도자들의 인식이 이 정도다.


히딩크 첼시 감독(출처 : 스포츠칸)

허정무 국가대표 감독(출처 : 뉴시스)


 

박지성은 축구의 명문 대학에서 부름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아니 버림 받았다. 그의 성공 과정을 보면 그를 발탁한 히딩크 감독, 허정무 감독의 (언론과 주위의 비판을 무릅쓴) 현명한 판단  속에 기존 체제에서 가능하지 못했던 외길 시나리오로 전개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질서에 대한 통쾌한 반전이자 돌파력이다. 결국 능력이 중심이 되는 유럽에 들어가서야 진정한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기득권, 즉 혈연, 학연, 지연에 의한 네트워크가 능력있는 사람들의 진출을 막는 것은 비단 축구 만이 아니다. 이를 타파했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것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셋째, 글로벌한 자리매김(Global Positioning)이다.


박지성이 일본어로 말하는 것을 처음 봤다. 일본말을 약간 하는 나의 판단으로는 TV 인터뷰에서 그 정도 한다면 거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의 집에 놀러 온 같은 팀 동료인 에브라는 프랑스, 테베스는 아르헨티나 선수다. 같은 팀의 호나우두는 포르투갈, 루니는 잉글랜드, 긱스는 웨일즈, 비디치는 세르비아, 반 데르사르 골키퍼는 네덜란드, 베르바토프는 불가리아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이미 글로벌하게 최고 수준의 조합을 이룬 클럽에서 스스로 글로벌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학교 다니는 동안 운동 하느라 제대로 공부하지도 못했을 거다. 혹자는 개인 교습을 받으니까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어학이 단순히 누가 가르쳐준다고 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기 스스로 암기하고 표현을 익히고, 열심히 소통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직도 메이저리그에 간지 오래된 이치로는 통역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그만큼 어학은 자세에 달려 있다.

 

스스로를 글로벌하게 포지셔닝하려면 단순히 어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만의 실력이 받쳐주어야 한다. 남의 지식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 즉 스토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축구의 박지성,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골프의 신지애 등은 자신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한 스포츠 선수다. 이런 정신은 스포츠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인, 기술자, 학자, 정치인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색깔과 특성을 글로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전문가가 글로벌 리더다. 어느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느니, 누구를 안다느니,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의 실력이다. 어학은 자신의 실력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박지성 선수는 우리의 기존 관념을 바꾼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바로 이런 프로성과 능력으로 기존 체제를 뛰어 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것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그는 앞으로 더 많은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젊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젊은이의 노력과 상징성을 배워야 한다.

그는 좋은 지도자들(김희태 감독, 허정무 감독, 히딩크 감독, 퍼거슨 감독)이 적기에 이끌어 준 엄청난 행운이 뒤따랐다. 그런데, 그런 행운이 없더라도 능력이 있고 노력을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체제가 마련되어야 바람직한 사회다. 우리 나라가 그렇게 되면 사회 각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진정한 성장 엔진으로 바꾸기 위한 마인드 전환과 자기 개혁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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