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엔지니어는 나이 들면 못하는 직업인가?

CEO 칼럼 2010.10.13 06:41

내가 16년전 다녔던 미국 회사의 연구소장(R&D director)은 컴퓨터 업계에서 유명했던 사람으로, 유닉스(Unix) 시스템 일부 소프트웨어의 저자(author)이기도 하다. 어느 날 수염이 덥수룩한 도사 차림의 방문객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전설적 인물로 GNU 관련 일을 열정적으로 같이 했던 친구라고 한다. 불혹의 나이에 기술적 식견을 나누면서 우정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침 그와 바로 옆 사무실을 사용하게 되어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선 그는 엔지니어들의 진정한 멘토가 되었다. 기획과 설계를 주도하고 개발 도구의 선정, 업무 배분, 스케줄링 등. 특히 4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도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같이 검토했다. 당시 한국 대기업에서는 과장만 되어도 직접적인 개발 업무에서 멀어지면서 관리형 간부로 바뀌는 경우가 흔했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열정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이 신선했다. 10대부터 프로그래밍을 했다니 무려 30년이 넘는 경험이 녹아있지 않는가?

 

하루는 그가 아주 늦은 시간에 퇴근하지 않고 컴퓨터에 빠져 있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Smalltalk”이라는 언어가 이번 프로젝트에 적합할 것 같아 몇 가지 모듈을 직접 배워서 만들어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주 재미있는데. 당신도 여유 시간(spare time)이 있다면 한번 배워보지 그래?” 하는 것이었다.

Smalltalk의 설계자 Alan Kay

Xerox Parc (실리콘밸리)

 

Smalltalk 80년대 유학시절 컴퓨터 잘하는 미국 친구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낸 Xerox Parc의 또다른 작품으로서 당시 부각하고 있던 객체지향 사상을 충실히 반영한 프로그래밍 언어라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Smalltalk 기반의 개발 도구를 만드는 ParcPlace같은 회사는 나스닥에 상장될 정도였다. 어쨌든 소프트웨어에 빠져들어 있을 때 마치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백발이 성성해도 엔지니어의 길을 원하는 이들

최근 우리 회사에
시니어급 경력자가 문을 두드리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 회사를 찾는 이유를 물어 보면, “백발이 성성해도 엔지니어로서 일하고 싶다. 관리로 빠지고 싶지 않다. 웬지 안철수연구소에서는 그것이 가능할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나요?라며 오히려 역질문을 해 오기도 한다. 그러면 나의 대답은 명확하다. “물론입니다. 원한다면, 그리고 실력을 보여준다면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젊었을 때만 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물론 기술이 급변하니 계속 쫓아가는게 쉽지 않다. 그러나, 정확한 개념과 경험을 가졌다면 그러한 기술의 변화에 당황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면서 주도해가는 모습을 많이 본다. 한때 습득한 기술에 의존해서 평생 살겠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 아닌가? 그만큼 끊임없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흔히 보상도 적고 직업 수명도 짧다는 이유로 엔지니어를 기피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변호사나 의사, 증권업계를 비교한다. 물론 그쪽 업종의 전반적 급여나 보상은 높다. 그러나, 그 속에는 도태된 사람도 수없이 많다. 성공한 일부 스타급 인재만 보고 꿈을 꾸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한 돈만 보고 사는 것은 서글프지 않은가?


사실 미국에서 가장 빨리 은퇴하는 곳이 월스트리트다. 한국인으로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했던 스토리를 담은 "지혜로운 킬러"에 보면 얼마나 스트레스 속에 초를 다투는 전쟁 속에 지내야 하는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정글 속에서 지내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편견과 인식

IT를 잘 모르는 분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일부 해커들의 모습으로만 IT 개발자를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분이 소프트웨어는 20대만 되어도 퇴물(?)이 된다는 아주 잘못된 편견을 지니고 있어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다. 정작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의 열쇠는 농익은 경험과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전문가에 의해서 주도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는 "자신이 만든 것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볼 때의 기쁨"을 특권으로 가지고 있다. 자신의 기술적 호기심을 풀어가는 자세로 즐길 줄 안다면, 결코 조기에 관두어야 하는 직업이 아니다. 문제는 스스로의 실력이다. 물론 기술적 전문성과 깊이가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기업의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디딤돌을 놓은 것은 항상 과학 기술자의 꿈과 열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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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껍데기 뿐인 IT강국인가?

IT와 세상 2009.06.10 07:40

IT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달려있다.

방송통신위원장이
IPTV 서비스를 구성하는 제품 안에 한국 기업의 기술이 별로 없는 것을 보고 장탄식을 했다고 한다. IT 강국이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씁쓰레하다. 그러나, 실망하기보다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IPTV 전시회 (etnews.co.kr)


1. 핵심적인 부품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은 허약해진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대기업은 브랜드와 시스템으로
, 중소기업은 요소 기술과 집중력으로 승부를 한다.
각각 집중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수평적인 윈윈 관계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종속 관계가 심화되면서 중소기업 층은 더욱 엷어졌다

중소기업이 가능성을 제시한 분야에 대기업이 진정으로 관심이 있으면 M&A를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그러한 M&A(인수합병) 사례는 아주 적다. 오히려 대기업은 경쟁 제품을 만들어 중소기업과 경쟁하니, 중소기업은 First-Mover의 장점을 살릴 수가 없을 뿐더러 국내에서 마저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와 출혈 경쟁에 힘이 부친다. 그러니, 어느 세월에 세계에 나가 경쟁하겠는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적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어떤 경쟁력과 위상을 지니고 있느냐이다. 일본과 대만이 탄탄한 부품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은 기술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소기업 덕택이다. 반면에 우리는 대기업에만 집중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못해 결국 수많은 부품과 요소 기술을 일본과 대만에서 수입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 처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더 심각하다. 소프트웨어는 인건비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 아이디어나 기술력에 대한 가치가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러니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는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되었다. 혁신과 창의력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이런 대접을 받으니 글로벌 기업으로 커 나갈 여력이 없다.
이제라도 과오를 반성하고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2. IPTV와 같은 비즈니스 플랫폼을 보유한다는 계획 자체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결국 핵심 부가가치다. 애플사의 아이포드(iPod)가 성공한 이유는 아이튠스(iTunes)라는 음악 서비스와 직관적인 디자인을 갖춘 단말기의 절묘한 결합에 있다. 어떤 국내 대기업 임원이 애플 제품의 디자인만 놓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딱해 보인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서비스 플랫폼과 풍부한 콘텐츠 제공 모델을 간과해서는 절대로 애플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이 제품이 진화한 아이폰(iPhone)이라는 결합 서비스 상품으로 애플사는 통신사와 단말기 업체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을 관통했다. 그 결과 출시된지 2년만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우 모바일을 제치고 심비안(Symbian), 블랙베리(Blackberry)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다. 출사표를 내고 쫓아오는 구글의 앤드로이드(Android), 잠시 시장에서 밀리는 형태를 보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이 스마트폰 플랫폼 장악을 위해 필사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미 애플 매니어와 풍부한 협력업체로 아성을 구축한 아이폰의 위상은  확고하다. 닌텐도도 가정용 오락 플랫폼의 절대적 위상을 차지한 전형적 예다.

Symbian(노키아)

BlackBerry

아이폰



비즈니스 플랫폼은 전략적 요소

이와 같이, 비즈니스 플랫폼을 가진다는 것은 엄청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적 리더쉽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IT 패러다임 변화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창의력을 불태우는 모멘텀을 제시해 왔다. 만일 우리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앞선다면, 여기에서 입증된 기술은 세계적으로 뻗어갈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우리가 껍데기뿐인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조의 목소리가 있다. 하드웨어 장비, 그것도 알맹이는 외산 장비가 장악한 현실에서 허울뿐인 표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앞선 인터넷 환경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인터넷 뱅킹, 온라인 거래, 모바일 인터넷, 정보 보안, 온라인 게임에서 개발된 기술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이며 이는 우리의 IT 환경과 문화 턱을 톡톡히 보았다.

단순히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IT 서비스를 생활과 문화 속으로 정착시킨 하이테크의 선진국이다. 충분히 자부심을 갖추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하드웨어적 시각에서 소프트적 마인드로 시선과 발상을 바꾸면 우리의 엄청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기에 새로운 IT 플랫폼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뿌리 위에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 한다. 플랫폼의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역할 분담을 통해 윈윈(Win-Win)하는 환경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특히 글로벌 진출의 선봉을 집중력과 차별적 기술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소 IT 기업이 담당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중소기업이 제 역할을 하려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결국 공정한 거래가 핵심이다. 그래야 젊은 기업가들이 원대한 꿈을 가지고 달려들 것이며, 열정을 가지고 해외로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게 된다.

(한국일보 컬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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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사회는 경쟁력없다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 (1)

CEO 칼럼 2009.05.05 08:34

최근 사교육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 내부에서도 서로의 영역 싸움과 갑론을박으로 요란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 문제는 또렷한 방안이 만들어지기 힘든 것 같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력 수요에 맞추어 절대적인 교육 제도를 만드는 것이 어렵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결과가 워낙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민이라면 모두가 교육의 대상이라서

영어마을(pungnap.sev.go.kr)

교육자, 정치인, 관료 모두가 조심스럽게 마련이다. 특히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창의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절실하기에 산업 시대의 교육 체계가 적합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글로벌 사회가 되면서 교육은 국가에서만 관리되던 단계를 벗어났다. 기러기 아빠, 영어 마을, 연수 캠프와 같은 다양한 글로벌 교육 옵션은 부모의 재산과 정보력이 자식의 장래에 영향을 주는 요소임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는 우리가 간직했던 습속과 문화에 영향을 줄 뿐더러 가정을 해체하는 위기의 상황마저 발생시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사회적, 심리적, 산업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요소다.


공정한 경쟁과 실력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우리 나라의 사교육이 기형적이고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 아이 둘의 엄마인 어느 직원이 아이가 좋은 학교를 가는 요건이, 첫째가 부모의 정보력, 둘째가 부모의 경제력, 그리고 나서 다음이 아이의 실력이라는 요즘 회자되는 얘기를 하면서 맞벌이를 하는 주부의 애환을 토로한 적이 있다.

 

개인의 실력과 노력보다 부모의 물질적 능력이 우선되는 우리의 사회 모습은 아주 심각하다. 교육이야말로 돈이 많고 적고를 막론하고 노력과 실력에 의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이 사회의 근간(根幹)이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사회는 건강하지도 않고 경쟁력도 없다. 개인이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현실에서 그러한 국가는 경직된 기득권층에 의해 성장 동력을 상실한 채 정체될 뿐이다. 한 마디로 희망이 없는 사회다.

 

그런 점에서 교육이 국가의 대계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의 자랑은 사람이다. 나는 국가 지도자들의 국정 최고 우선 순위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의 논의를 지켜 보면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 두고 지엽적 방법론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하는 느낌이다

 

donga.com

ohmynews.com



교육의 목표는 국민들이 이 시대에 적응해서 살아가기 위한 방편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
적절한 전문 실력도 갖추어야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인성과 능력, 지식을 양성해야 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현재와 미래 사회의 변화 속도다. 그렇기에 미래 산업과 사회의 모습을 예측하고 그에 필요한 인력이 양성하는데 교육의 목표가 정조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미래의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에 대해서는 아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설사 목표가 있더라도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라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없이 구호적인 탁상공론에 그치는 양상이다. 그래서인지 현실성을 느낄 수가 없고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니, 교육 프로그램은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얼마나 양성해야 할 지 대한 본질적 고민은 빠진 채, 기존 제도와 규제에 대한 논의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니, 인력의 수요 공급에 관한 한 산업과 학교의 괴리는 깊어만 간다.

 

핵심이 빠진 미래 산업에 대한 논의

이를 테면
, BT(Biotechnology), NT(Nacotechnology), IT(Information Technology)가 융합을 이루는 산업이 미래의 성장 엔진이라고 한다. 다양한 사업 모델과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산업의 트렌드를 볼 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융합을 만드는 근본적 요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기가 힘들다. 결국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정작 일을 수행할 사람이 없다면 이 목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러면 그 융합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 세 단어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T’, Technology(테크놀러지)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탄탄한 엔지니어링을 의미한다. 3가지를 담을 그릇은 다양한 사업 모델이지만, 이들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고 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는 핵심 요소는 기술(Technology)이다. 투자 자금, , 규제, 사업 모델은 기술을 만들 사람이 있고 나서의 문제다.



그런데, 오늘날 공교육, 사교육을 막론하고 과학과 기술은 소외되고 있다. 숫자 측면에서도 과학과 기술을 전공하겠다는 소위 이과(理科) 인력이 법대, 경영대, 인문계열과 같은 문과(文科) 인력보다 적다. 어떤 이는 이과, 문과의 구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광범위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지, 개인의 전공적 자질과 적성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보다 전문가(Specialist)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오늘날 기술(Technology)과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아예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 우리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사농공상(
士農工商)의 망령이 살아나서 공(工)과 상(商)이 무시되는 사회 분위기다.

이 시대의 선수는 과학과 기술 전문가

www.hiddink.com

우리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수들은 과학과 기술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다. 변호사, 의사, 공무원은 모두 스태프다. 운동 경기에서 감독과 스태프의 영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풍부한 선수 자원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게임 자체가 되지를 않는다.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배경에는 그의 출중한 능력도 있지만
, 세계 각지에서 뽑은 탄탄한 선수층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의 강점이라는 용병술(
用兵術)은 일단 선수들이 있을 때 가능한 용어다.

 

또한, 훌륭한 감독과 스태프도 선수 출신들이 많다. 비록 선수로서 성공할 수는 없었더라도 명장(名將)이 된 이들을 많이 본다. 그러나, 선수 생활을 전혀 해 보지 않은 명장을 보기는 힘들다. 왜냐 하면, 선수들과 같이 호흡해 보았어야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고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과학과 기술을 잘 아는 선수들이 좋은 지도자나 스태프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을 알아야 기업, 정부, 학계 각 분야에서 휼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의 목표는 선수들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과학 기술의 저변 확대가 교육의 초점이 되어야

BT, NT, IT
산업은 공히 기초 과학과 광범위한 R&D가 든든하게 받쳐 주어야 한다. 그런데, 장미빛 그림과 장대한 기획 속에서 기술 인력, 즉 선수들을 양성할 방안에 대해서는 정작 심각하게 고민하는 흔적을 보기 어렵다
. 전략적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적인 어젠다와 컨센서스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똑 같은 대학입시 제도에 지식을 습득하는 교육 콘텐츠에만 매달리고 있다.

 

수능 과목을 위해 필요한 수학은 아주 기초적인 내용일 뿐이다. 단순히 답을 산출해 내는 정보력에 의존한 수학/과학 교육으로는, 어른이 되어서 창의적 돌파구를 찾아낼 수 없다. 공대 교수들이 하소연하는 말이, “요즘 들어오는 학생들은 미적분과 초월함수를 결합하면 전혀 손을 못 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전자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과 같은 공학에서 고급 수학은 전공을 하기 위한 기초중의 기초다. 평소에 수학과 과학 문제를 푸는 것을 즐기고 탐구하는 지적 호기심이 바팅이 되어야 과학 기술을 궤도에 올릴 수 있다.

 

구글(Google)의 뛰어난 검색 엔진은 뛰어난 수학과 알고리즘 덕분이다. 하이테크 기업들이 수학과 과학자를 스카우트하는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차별있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아예 만나 주지도 않는다. 우리 회사(안철수연구소)에서도 기술(Technology)이 모든 논의의 중심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회가 있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Enabler의 역할은 기술(Technology)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있는 기업의 CEO들은 기술에 대한 아쉬움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어느 시점부터 공대를 나온 우수 인력들이 고시를 봐서 변호사나 공무원이 되려고 하고
, 순수 과학을 전공하더라도 의대나 한의대로 가려고 한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을 수도 있고 그런 전문가도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된 차후의 문제다. 기술이 많아야 특허 전문 변호사도 많이 필요할 거고, 생명 과학이 발전해야 새로운 의료 기술을 의사들이 적용하지 않겠는가?

선수들 없이는 그 팀이 경기장에 아예 들어설 수도 없다. 감독과 스태프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어도, 선수들 없이는 경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수들도 충분히 예비 인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선수보다 코치가 많으면 비정상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가?


(다음 회에 "창의력과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어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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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이유

CEO 칼럼 2009.04.20 03:37

과거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공단지역에 활기가 넘쳤다. ‘잘 살아보세라는 표어를 벽에 걸어두고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 하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웠다. 공장들은 쌩쌩 돌아가고 빼곡히 들어앉은 교실에는 학구열이 넘쳐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랑스럽게 발전했고 교육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중산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새마을운동 당시의 모습(좌)과 수출 중소기업 내부 사진(출처:디지털타임스)



그러나
, 작금의 현실은 이렇게 통합되고 안정된 풍경을 찾기 어렵다. 대기업의 생산 기지는 해외로 나갔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도 중국으로 나갔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교육은 어떠한가? 비정상적으로 커져버린 사교육 시장과 날로 늘어나는 기러기 가족들. 이 모든 것들은 중심을 잃어버린 채 허상만 쫓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심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도 많고 손재주도 있으며, 목표가 주어질 때의 집중력은 높이 인정받는다.


특히 과학과 기술 분야에 씨를 뿌린 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날 세상에서 인정하는 굴지의 기업을 받쳐주는 기술력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60년대부터 시작해 7-80년 대에 피크를 이루어 이공계 전공으로 몰려든 인력들의 활약이 아닌가?

 

이러한 기술력의 바탕은 인력 양성 체계인 교육이다. 하지만 이공계보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을 선호하게 되는 시점부터 우리의 중심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과 상()이 중심에서 밀리면서 인력의 수요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 전에 스스로 선수들의 정족수도 채우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기술이 대우를 못 받는 현실은 산업 기반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기술(technology)이 핵심인 시대에 기술자가 무대에서 밀려난 것이다.

 

오늘날 기술은 힘이다. 돈 만으로 기술을 살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 다른 기술을 얻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대기업이라도 기술이나 명확한 윈윈 사업 모델이 없으면 글로벌 전문 기업과 일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몇 명의 작은 기업도 기술과 아이디어만 좋으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의 한국의 지방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있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이것이 네트워크 경제의 결정적인 특성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이 산업과 사회의 기반이 되고 우수한 인력이 이 분야로 진출하는 비전을 주어야 우리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의 양성은 실용적이고 지속적이며 유연한 교육 시스템에 달려 있다.


교육을 통한 미국의 경제대국 일본에 대한 패배감 극복
 

빌 클린턴 대통령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가
교육을 키워드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의 연설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학 가고 싶은 누구나 대학을 가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었다. 사실 그가 백악관에 들어설 때 미국은 일본에 대한 패배감과 콤플렉스에 싸여있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의 또다른 키워드인 정보기술(IT)과 더불어 미국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오늘날 미국에 가 보면 전문 대학(Junior College)이 상당히 많고 커진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종합대학을 가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일반인들에게 평생 교육을 제공하는 장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경제 위기라고 해서 이런 입체적인 교육 시스템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면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모든 관심이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고 있다. 우수 인력들이 사교육시장의 강사로 또 사업가로 뛰어드는 현실이 얼마나 국가적으로 비생산적인가? 한참 일하고 배워야 할 젊은이들도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든다니 정말 한심하다. 

학원가 현장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헌하고 가치를 창출해야 플러스가 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데, 소비적이고 안정 지향의 사회로 가는 현상이 개탄스럽다.

교육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 그런데, 아직도 대학 입시가 모든 교육 정책인양 비추어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산업 시대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 지식이나 교육 커리큐럼도 비교적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도 급변하고 창의력이 성공의 키워드가 되는 세상이다.

지도자가 되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은 사회에서 통하는 진정한 실력이지, 학교에 들어가는 시험 자체는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 현장에서는 어느 학교에서 어떤 성적으로 졸업했느냐 보다 어떤 실력과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로 직원을 선택한다. 특히 과학 기술과 이공계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문제의 해결 능력, 창의력과 열정, 즉 실력으로 판가름난다. 물론 학교 교육으로 전문성을 갖춘다면 더 바랄게 없다. 요컨대 학교 성적이나 자격증보다 중요한게 실력 그 자체라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고시열풍인가? 라이센스나 자격증만으로 편안한 삶을 기대한다면 이 시대의 키워드를 놓친 거다. 오히려 평생 공부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인데, 대학 입시나 고시 통과로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면 그 사회가 경쟁력이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우리의 교육 체계는 한참 일할 나이인 30 - 50세 산업인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재교육 방안에 대해 아주 취약하다.

지금은 대학 입시 위주의 단면적 교육이 아닌 입체적인 스펙트럼의 교육 프로그램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하고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각 개인들이 적응할 수 있다. 잘 훈련된 인력들에 의해 기술(technology)이라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정립되어야 중심을 가지고 산업과 사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한경이코노미 (4. 20) 'CEO 에세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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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원하는 엔지니어는 현장의 터치 감각

IT와 세상 2009.04.06 00:06

미국 유학 시절에 미국 친구들을 보면 기계를 만지고 조작하는데 있어서, 무언가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어떤 선배가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아버지와 같이 자동차를 만지면서 자란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그 순간 나도 손뼉을 치며 바로 그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차를 수리하는 모습 (www.marketingconcepts.org)

미국에서는 자동차 서비스를 받는 비용이 엄청 비싸다. 자동차 수리점에 가기만 해도 일단 2-30불을 지불해야 한다. 단지 엔지니어가 점검(inspection)하는 비용이다. 여기에 수리를 맡기면 시간당 붙는 비용(labor charge)이 부과된다. 당연히 부품비는 별도다. 땅덩어리가 넓으니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없고, 돈을 절약하기 위해 집에서 직접 수선할 수밖에 없다.

 

주말에 미국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여기 저기서 차를 손 보거나, 심지어는 오일 교환을 직접 하거나, 온 가족이 세차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우리 나라처럼 카센터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서비스를 받으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지불해야 한다. 한술 더떠 어떤 친구들은 1950년 대 구형 모델의 차에 최신 엔진과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하는 실험도 해 본다.

 

집 안의 크고 작은 수리도 마찬가지다. 전국 체인을 가지고 있는 홈 디포(Home Depot)라는 대형 마켙에 가 보면 스스로 집안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해 수많은 부품과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다. 목재, 정원 도구, 전기 시설, 부엌 싱크대 등 분야별로 잘 정돈되어 있다. 이 상점의 키워드는 'self-improvement'다. 워낙 초기 개척 시대부터 스스로 A부터 Z까지 해결해야 하다 보니 셀프엔지니어링(self-engineering)이 미국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홈 디포((Home Depot)의 내부모습

 

유학생들은 바쁜 시간 속에서도 이러한 생활 속의 엔지니어링에 부딪치게 된다. 게다가 돈이 없어 오래 된 중고차를 사다 보니 운이 나쁘면 내내 골치 아프다. 한국에서 변변히 만져 본 기계가 없었던 이들도 꼼짝없이 기계와 씨름을 해야 했다. 오죽하면 박사를 받는 순간 자동차 전문 수리 자격증도 받는다는 조크가 나올 정도다. 공대를 나온 이들도 고등학교까지는 책으로만 공부한 경우가 태반이었기에 우리가 진짜 공대 출신 맞아?’하며 한심해 했던 기억이 있다.

 

현장과의 터치(touch)가 엔지니어의 참모습

 

이런 생활 속의 터치와 경험이 기술(technology)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의 기본 자세다. 생활 속에서 호기심이 싹트고, 호기심이 집중력으로 연결되면 위대한 기술도 탄생하게 된다. 토머스 에디슨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호기심과 노력으로 우리 생활 속에 유용한 발명품들을 아주 많이 만들어냈다. 그가 한 평생 연구원들과 각종 아이디어를 실험한 그의 연구소는 이런 터치(touch)의 협력 시스템이다. 피뢰침과 다초점렌즈(bifocals)를 발명한 벤자민 프랭클린은 계몽사상가이면서도 과학적 아이디어를 생활 속에 접목한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현장과의 터치(touch)가 엔지니어의 참모습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좌)과 토머스 에디슨

 


우리는 책을 통해서 이론과 개념을 터득하고 깨우칠 수 있다
. 그러나, 엔지니어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더 빠르게 배우는 비결이 있다. 목적을 위해서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호기심, 그리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위 친구나 동료, 온라인에서 만난 커뮤니티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책을 통해 깨닫는 것보다 몇 배, 몇 십 배 빨리 깨닫게 된다.

 

주워듣는게 책보다 빠르다

예를 들어
,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려면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히는 것이 정도(
正道)가 아니다. 물론 기본적인 틀은 터득해야 하지만, 기술을 더 잘 아는 친구들로부터 주워 듣고, 서로 상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책은 따라 가지 못한다. 때로는 일단 현장에서 여러가지를 정신없이 깨우치고, 후에 책으로 전체적인 틀을 정리하는게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모이면 짧은 시간에 많은 기술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나는 보안 전문가이기는 했지만 안철수연구소에 들어오기 전까지 PC와 악성코드에 대한 지식은 깊지가 않았다. 그러나, 1년도 채 안 되어서 누구보다 자신있게 PC 보안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과 경험을 얻게 되었다. 내가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그들과 커피 마시면서, 식사하면서, 중요한 개념과 트렌드를 깨우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면 얼마든지 깊이있는 부분까지 들어갈 수도 있다.

이것이 전문 기업의 무서운 경쟁력이다. 그 기반은 현장에 중심을 둔 엔지니어들의 실용적인 경험과 네트워크다. 반드시 같은 조직에 있을 필요도 없다. 오늘날 실력있는 엔지니어는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현장 속에서의 터치(Touch)와 협업(Collaboration) 문화가 오픈 소스, 인터넷, IT의 급격한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다.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자격증도 필요 없다

 

신입 사원을 면접하다 보면 성적도 좋고 여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본 개념이 흔들리는 이들을 보게 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직접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수 PC를 뜯어 고칠 수 있는지, 이런 저런 장비를 직접 연결해서 OS를 다시 설치할 수 있는지, 리눅스의 소스를 변형해서 다른 하드웨어에 올릴 수 있는지...  여러 환경에서 PC 하나라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어야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선호하는 특정 대학들이 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들 학교의 학생들은, 시간의 제약 없이 하고 싶은 개발과 경험을 마음껏 하는 편이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선배를 통해서, 또는 Lab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런 환경에서 지낸 이들은 빠른 속도로 업무에 적응할 수 있다.  자유로운 소통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 깨우치게 함으로써, 엔지니어의 꿈틀거리는 끼와 호기심을 살려내게 된.

 

교수의 강의와 성적표만으로 대학 생활이 구성되는게 아니다. 이런 hands-on skill과 실험 정신이 훨씬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나의 채용 기준이기도 하다.


이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이런 엔지니어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기술(Technology), 특히 IT의 경우 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면 감을 잡기 어렵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접하면서, 블로그를 직접 해 보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 보고, 전자결재를 손수 하면서, 손 끝의 느낌이 오고 몸 전체로 느낄 수 있다. 끊임없이 체험하는 터치(touch)를 경험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이테크의 세계다.

 

인력 양성이라면 의례 석박사에만 초점을 기울인다. 물론 고급 인력과 장기적 R&D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이 절실하게 바라는 인력은 현장 감각을 지닌 엔지니어고, 이들이 이 사회의 모든 실질적 문제의 해결사다. 엔지니어로서의 능력은 현장의 터치(touch)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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