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씻는 세탁기’서 읽는 중국문화

CEO 칼럼 2011.11.21 11:00

    한 대학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매주 최고경영자(CEO)를 초빙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흥미롭게도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의 전공 분야가 인문계와 이공계가 절반씩 섞여 있었다. 융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만든 강좌라고 한다. 고등학교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보면 신선한 시도다.

 마침 주제가 정보기술(IT)이 일으키는 사회 변화였다. 모바일·클라우드·소셜네트워크·사이버 보안·프라이버시 등과 같은 시대적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과 기술이 교차하는 것을 설명하는 사진을 띄우자 탄성이 터져나왔다. 바로 그 강의장의 모습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기술혁신을 통한 급격한 IT성장

    돌이켜 보면 과거 20~30년에 걸쳐 IT는 우리의 업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뿐 아니라 IT의 역할은 더 이상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사업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IT가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미래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환경을 바꾸고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IT는 기술혁신을 통해 급격한 성능 향상, 보급 확대, 가격 하락의 사이클을 보여줬다. 한 예로 과거 대학 전산실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보다 현재 개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컴퓨터가 더 강력해지는 데 불과 한 세대도 걸리지 않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덕택으로 정보를 찾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이제는 정보를 알고 있는 것보다 정보를 찾는 노하우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모바일 환경은 공간의 제약마저 없애고 있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은 인간적인 터치로 기계적 장벽을 줄여가고 있다.

 카메라는 어떤가. 이제는 매우 보편적인 기능이 되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수많은 사진이나 영상을 만들어낸다. 그뿐 아니라 그렇게 생성된 콘텐트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그런가 하면 무선인터넷을 대표하는 와이파이(WiFi), 위치를 알려주는 GPS 기능을 집어넣는 것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즉 지능적이고 스마트한 것을 만드는 일은 경제적 현실성 여부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단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진지하게 실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식, 생활 문화, 그리고 교육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시대처럼 후진국에서 선진국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적으로나 세대별로 생각하는 방식과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감내할 수 있는 소비 수준도 천양지차다. 따라서 같은 기술이라고 해도 적용되는 형태는 다를 수 있다.

중국의 채소 씻는 세탁기 개발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

 중국의 가전 회사인 하이얼은 유독 중국 농가에서 세탁기 고장 신고가 자주 접수되는 점에 주목했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니 채소 찌꺼기가 기계에 끼어서 오작동하는 것이었다. 세탁기를 옷이 아닌 채소를 씻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얼은 고객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얼마 후 채소를 씻는 세탁기를 개발했다. 가위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음식문화의 특성을 고려한 김치냉장고를 개발하지 않았는가.

 글로벌 기업 인텔에서는 인류학자가 제품 개발에 참여한다. 특히 후진국에서 기술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고 한다. 인텔이 어떤 기업인가. 전자제품 속의 부품을 만드는 반도체 기업이다. 보통 사용자들은 직접 접하지 않는 제품이다. 그런 회사가 이러한 준비를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인문학과 기술 융합이 필요한 시기

                                               <사진 출처. 조선일보>

 그런데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빠른 IT 인프라와 디지털 정보화 측면에서는 우리가 앞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위 혁명적이라 할 스마트 시대를 주도할 만한 준비는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은 기술이 기능적 수준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 속에 유연하게 적용되는 스마트 시대다. 바로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이 필요한 때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융합은 거대 담론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융합은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이때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은 창의력의 원천이다.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는 데 익숙했던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렇게 소프트하고 유연한, 그리고 세밀한 접근은 낯설고 새로운 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의 잠재적 역량과 더불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낼 것이다.

* 이 칼럼은 2011.11.21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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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수학·과학자 영입하는 시대

CEO 칼럼 2011.10.31 11:30

인도사람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 - 수학적 사고의 일상화

“인도인들이 수학에 대한 소질이 특출하거나 교육 방식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다만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습관처럼 늘 수학을 적용하고 살아간다. 수학적 사고가 일상화 있는 것이다.”

                                  <수학문제 푸는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인도를 방문했을 때 만난 어느 대기업 임원의 대답이다. 그는 글로벌 사업의 경험이 풍부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인도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일상화된 수학적 사고방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도 강도 면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는 별 필요 없는, 대학 진학을 위한 관문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대입을 위한 수학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것도 단순히 답을 산출해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수학은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정답 맞히는 데 급급한 수학 교육으로는 훗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하나를 가지고 밤새 씨름도 해보고 여러 선인의 지혜와 고민을 자기 입장에서 반문하고 고민하는 훈련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중요한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공학의 기초, 문제 해결 순간의 희열은 내재적 기쁨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과 함께 질적 저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공과대학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수학의 기초가 부족하다. 조금만 응용을 해도 전혀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부모의 열성과 교육제도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지식의 습득과 조련에만 의지해왔으니 조금만 문제를 꼬아놓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것이다. 수학은 공학의 기초다. 과학적인 탐구 자세와 지적 호기심 없이 고등 수학을 활용한 공학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밤새 공부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체가 즐겁고 성취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희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창의력의 발휘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본인만은 만족할 수 있는 내재적 기쁨이다.

우리나라는 과학 기술을 발판으로 사회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을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과학 기술에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한 대표적 인물이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 출처: 김기창 작가 작품>

세종대왕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과학적이라고 인정받는 한글을 창제하고, 측우기·자격루·해시계 등 실생활에 유용한 과학 기구들을 발명해 우리나라 과학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그는 계급을 뛰어넘어 장영실과 같은 인재를 발굴하고, 학자들이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업적은 백성을 긍휼히 생각하는 세종대
왕의 인간 존중 사상과, 과학 기술에 대한 확신
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기업이나 조직의 핵심 역량은 기술이고, 기술은 수학과 과학에 기반한다. 대형 검색 서비스가 많이 있었음에도 구글이 군계일학의 독보적 위상을 구축한 것 역시 수학과 알고리즘 덕택이었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성능과 정확성 면에서 타 서비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학과 과학 - 기초학문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이자 마르지 않는 샘

기업들은 더 스마트하고 더욱 지능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더 우수한 수학자와 과학자를 영입하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발전한 IT 덕택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연구개발(R&D)의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측정하는 잣대가 된다. 즉 기업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기술 중심의 발전 방향 설정이었다. 이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다만 우리가 교육 문제를 얘기할 때 본질적 요소인 ‘탐구와 몰입의 즐거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비록 힘들고 치열한 경쟁의 나날이 계속되더라도 그러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변화를 이끌겠다는 꿈과 포부를 키워갈 수 있다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갈 수 있다.

과학 기술이 소외된 상태에서 윤택하고 활기찬 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첨단 과학 기술은 수학과 과학 같은 기초 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는다.

튼실한 뿌리가 있어야 든든한 줄기와 알찬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수학과 과학은 과학 기술의 뿌리이고 샘이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기초 학문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 이 칼럼은 2011.10.31 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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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DDoS 대란 1주년에 생각해 보는 3가지 이슈

보안 이야기 2010.07.07 13:49

7.7 DDoS 대란이 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벌써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바삐 지나간 한 해였다. 사실 그 동안 사회 곳곳에서 이에 대비한 준비도 많이 이루어졌다. ‘디도스’, ‘좀비 PC’와 같은 전문 용어들이 일상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인식도 바뀌었고, 기업이나 기관의 최고 경영층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투자와 준비 태세를 잘 마련한 곳도 있다. 허나 아직도 겉치레적인 준비에 머무르거나 아직 지체되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게다가, 사이버 공격의 진원지인 악성코드나 위협의 강도도 세진 것이 현실이다.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악성코드를 볼 때에 고민의 무게는 더해진다. 사회공학적 기법은 기본이고, 전문가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 악성코드의 유형은 교묘해지고 배포 방식은 다각화하고 있다.

 

7.7 DDoS로 인해 언론 출연, 국정감사 증인 출석, CNN의 라이브 인터뷰 등, 기업인으로서는 색다른 경험도 많이 했다. 그러한 활동으로 인해 부러움과 시샘(?)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여러 곳에 불려 다니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 차례 외침이 허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을 때의 허탈함은 결코 즐거운 경험이 아니었다.



보안 전문 인력에 대한 논의가 빠지면 소용 없어 


과거부터 보안 사고가 피상적인 문제점만 노출된 채 넘어간 경우를 숱하게 보아 왔다
. 특히 보안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모의 훈련을 하고, 새로운 법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정작 이러한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었다. 바로 보안 전문 인력 부족 문제다. 실제로 일을 할 인력이 없다면 백방의 대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떤 IT 기업 임원이 보안 업체들은 괜히 겁 주어서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야?”라고 하자, 그 옆에서 어떤 분은 사고가 나야 보안 업체들이 좋잖아?”라고 맞장구 친다. 그런 광경을 보게 되면 15년을 정보보안에 종사한 이로서 자괴감마저 느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회사 24시간 관제 센터에서는 분, 초 단위로 침해 위협의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가 티켓 형태로 끊임없이 올라온다. 10년 경력의 악성코드 분석가가 더욱 정교화되어 가는 악성코드에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하도 답답해서 글로벌 기업의 CEO나 경영진도 만나 봤다. 어느 누구도 이제 보안 기술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라고 하는 이들은 없다. 악성코드에 대비하는 기술과 아키텍처를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7.7 DDoS 1주년을 맞이해서 키워드가 될만한 3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보안 위협은 진행형이다. 이미 사이버 위협은 범죄 행위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테러, 공격, 협박, 사기, 도둑질 - 모두가 범죄 용어 아닌가? 역사적으로 어느 누구도 범죄 행위의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범죄를 줄이기 위한 법과 제도, 교육은 가능해도 범죄는 인류 역사상 영원히 같이 가야 할 숙제다. 오히려 기술이 발달하고 복잡다단한 사회가 될수록 더욱 지능화되고 조직적 형태를 띄는 것이 범죄의 속성이다. 따라서, ‘이제 디도스는 해결되었다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아무도 그런 단언을 할 수는 없다. 기술, 프로세스, 사람의 측면에서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사이버 공간에서도 일반 사회 생활과 같은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우범지역도 있고 소매치기도 있다.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시민 의식이 받쳐주어야 한다. 소매치기로부터 자신의 지갑이나 가방을 지키는 심정으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PC를 다루면 안 될까? 우범지역을 피하듯이 검증되지 않은 사이트나 콘텐츠를 피하면 안 되는가? 자동차를 가지고 일반 도로에 나오는 마음가짐으로 PC를 통해 인터넷에 들어가면 안 될까? 이미 인터넷은 일반인에게 보편화된 지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 가운데 사이버 위협은 우리 생활 속의 한 요소다. 이를 백분 인정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시민 의식이 아쉽다.

 

셋째, 보안 전문가가 인정 받아야 한다. 현재 발생하는 악성코드는 10-20년 전 컴퓨터 바이러스 잡던 시대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프로 해커들이 악성코드를 만들고 있다. 신형 악성 도구를 유통시키고 청부 공격도 자행한다. 가짜 백신은 웬만한 소프트웨어보다 더 많은 다국어 버전으로 제작되고 있다. 그만큼 암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프로의 상대는 프로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보안에서 스페셜리스트의 역할과 존재가 아주 절실하다. 우수한 보안 전문가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우리 사회의 사이버 안전도의 척도다.

 


안타깝게도 보안 인력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계속 줄고 있고, 기존 인력들마저 보안 전문가의 길을 떠나고 있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내가 어느 회의에 가든지 한 가지만 얘기하라면 서슴지 않고 보안 전문가의 부족 사태를 꺼낸다. 보안의 중요성을 외치는 수많은 추상적 논의보다 1명의 스페셜리스트가 더 소중하다. DDoS 1년이 지나는 시점에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IT는 이제 스마트폰, 컨버전스,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로 지축이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럴수록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개방형 환경은 사회적 인프라가 될 것이다. 보안은 그 속에서 신뢰와 안전이라는 틀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그런 점에서 실력을 갖춘 보안 전문가는 이 사회에 여러 형태로 공헌한다고 확신한다. 가장 큰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임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호소한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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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는 SW와 콘텐츠의 중요성 경고였다

IT와 세상 2010.04.03 07:55

컨버전스 시대를 사는 지혜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 비즈 스톤과 한 대담에서 불법 복제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사람들이 복제물을 보지 않고 극장에 가는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동일한 콘텐츠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3D 초대형 스크린에 기꺼이 10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라며 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오래 전 나온 3D 기술은 이미 70-80년대에 영화로 선을 보였다. 그러나, 신기함은 있을지언정 뭔가 허접하고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러면, 2010년의 3D 영화 아바타는 무엇이 다르기에 성공했는가? 이유는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영화 제작은 점점 리얼한 영상미를 실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이 컴퓨터로 이루어지니 가격이나 기술적 접근성도 뛰어나다. 머리 속에서 상상한 장면을 거의 그대로 CG로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성숙한 CG 환경에 3D 기술이 접목되니 엄청난 상승 효과가 작용했다. 봇물 터지듯 나오는 3D 애니메이션의 출시는 이를 입증한다.

아이폰이 성공하고 스마트폰이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도 환경적 성숙함이 한몫 했다. 애플은 뉴튼이라는 PDA를 만들었지만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모뎀과 텍스트 중심의 개인용 기기로는 PDA가 전자수첩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애플사의 Newton

Email을 모바일화한 블랙베리

디지털 음반 판매시장 iTunes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성숙해진 인터넷 덕택에 이메일과 웹 검색이 보통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RIM사의 블랙베리는 이메일을 손안으로 가져다 주었다. 또한 광범위하게 구축된 무선랜 환경은 통화료에 대한 부담을 떨어 버렸다. 아이튠스는 최대의 디지털 음악 유통 시장이 되었고 유튜브에서는 전세계인들의 동영상이 소통된다.

소셜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의 시너지

여기에 화룡점정을 한 것이 소셜 네트워크다. 우리 나라에서도 정체 상태를 보이던 트위터 가입자가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성장세를 탄 것만 봐도 소셜 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의 연관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사용자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서 소셜 네트워크와 연관된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나온다. 각종 기술과 콘텐츠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는 현장인 것이다.

향후 5-10년은 컨버전스 시대다. 컨버전스는 스마트폰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거대 사업 영역인 유무선 전화와 TV가 일개 인터넷 서비스 정도로 위축되는 양상이다. 고정 통신 채널을 장악한 인프라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 이제는 양질의 콘텐츠를 누가 어떤 형태로 제공하느냐가 사업의 승부처가 되었다.


이런 변화를 논의하면서 기술력이 뒤진 것만 한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산업 시대에는 기술이 격차를 일으키는 주요 요소였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설사 R&D에 집중 투자해서 기술을 따라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비교적 목표가 명확하고 기술 극복이 열쇠인 반도체나 제약같은 분야는 가능하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다르다. 한마디로 소프트웨어는 역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마인드로 접근하면 기술적 포인트도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를테면 앞으로 5년 뒤에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가? 기술이 좋다고 해서만 결정되는게 아니지 않은가?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자신의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소통하고 같은 편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여기에 창의적 서비스를 엮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소프트 마인드가 없다면 헛수고할 수 있다.

또한 주위를 보면 의외로 좋은 기술이 오래 전부터 많이 준비된 것임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테면 패턴 인식, 인공지능, 감지 기술 등이다. 이미 이런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연동이 되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나오는 것을 우리는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서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다. 

정작 우리가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것은 뒤떨어진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클라우드, 소셜 네트워크, 스마트폰과 같은 패러다임은 이미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대표적 패러다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창의적인 사업 모델이 장려되고 소규모 기업이 대등하게 사업할 수 있는 기본 환경부터 차근차근 조성해야 한다. 그런 기반이 갖추어져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융성할 수 있다. 우리의 문화 코드와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전자신문 미래포럼 기고를 일부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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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 CTO가 된 후 첫 메시지 공개 (1)

경영 이야기 2009.06.20 15:39

내가 안철수연구소에서 임원진으로 선임된 것은 작년(2008년) 2월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조직이 커지면서 비대화, 관료화의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매출 구조는 V3 위주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 사업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부진했고, 대표 제품 V3의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고객이 많아지면서 고객과 멀어지게 되는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외국산 엔진을 수입해 한글 포장만 해서 무료로 무차별하게 배포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오면서, 혼란에 빠진 V3 사업도 재정립이 필요했다. 해킹과 악성코드는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정보 보안이 본질을 벗어나 마케팅 용도로 전락해갔다. 안철수 박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정보 보안의 생명인 '사명감'보다 돈벌이로 비추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어쨌든 정보 보안 기업의 대표로서 책임감있는 실력을 보여 줌과 동시에 성장 엔진을 만들어야 할 과제가 눈 앞에 있었다.

(그 이후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 V3 경쟁력 전반에서 변화와 발전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맞는 신개념의 V3 신제품의 연구 개발에 주력한 결과,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하고 있다. 아울러 신기술 개발, 조직문화, 해외수출 등 전반에 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4월말 세계 최경량 신개념의 통합백신 V3 IS 8.0 발표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혁신적인 변화와 신속한 실행 문화가 절실했다. 지난해 초반 당시에 백신 위주 사업에 안주해왔던 기업 분위기는 위기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0월 CEO가 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위기경영의 기조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내 기준에는 여전히 위기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 속도와 체질 개선을 위해 경영체제를 CEO / CTO / CLO 구조로 바꾸고, 전체 조직을 5 계층(tier) 구조에서 3 계층(tier) 구조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로 바꾸었다. 또한 스태프 조직은 과감히 제거하거나 군살을 크게 줄이는  큰 수술이 시작되었다.

당시 연구소, 악성코드 분석센터(ASEC), 제품 기획, 인터넷 사업을 포함해서 12개 팀, 300명 이상의 인원을 담당한 CTO의 중책을 맡은 나로서는, 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 어떻게 직원들과의 소통해야 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음 메시지는 2008년 2월 22일 CTO로서 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일로서 당시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하고자 하는 나의 고민을 담고 있다
. 그 이후 안철수연구소의 변화 과정과 앞으로의 행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하여 여기에 게재한다. (내용이 길어서 2회에 걸쳐서 내 보낸다.)

직원 여러분,

 

CTO로서 여러분들과 같이 꿈을 이루어나갈 김홍선입니다. 여러분과 같이 일하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앞으로 같이 생활하면서 알게 될 기회가 많을 겁니다. 몇 가지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운영 철학

       

1) Fun - '재미있게 일하자'입니다. 비즈니스 마인드(Business mind)로 일할 때, 오너쉽을 가지고 일할 때 가장 재미 있습니다즐겁게 일을 찾아서 하는 태도(attitude)로 일 자체에서 재미를 만끽하는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2) Creativity - 창의력은 기업과 개인을 위해서 가장 가치가 큰 일입니다. 꿈을 꾸는데 제한을 두지 마십시오. 우리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자체 구현, M&A, Alliance ). '보안'으로만 국한하지도 마십시오. 꿈을 만들어가는데 우리의 비젼이 있습니다.

3) Innovation - 모든 것은 혁신(innovation)의 대상입니다. 제품 혁신(Product innovation), 기술 혁신(Technology innovation),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등. 프로세스와 규정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일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시대에 안 맞고, 우리 환경에 안 맞고, 우리가 일하는데 방해가 되면 과감히 개혁해야 합니다.  혁신(innovation) 창의성(creativity)이 합쳐질 때 차별화의 길이 보입니다.

 

2. 조직 변화에 대해

 

이번 조직 변화에 어떤 분들은 너무 성급하게 추진해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를 하더군요. 본래 이런 구조적 개혁은 전광석화처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본래의 정신에 맞게 정착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치밀한 업무 분석과 자원 배치가 고려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장 변화에 맞추어, 여러분들의 니즈에 맞추어 유연(flexible)하게 운영할 겁니다. 절대로 고정된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금번 조직의 정신은 역동적인 변화 의지입니다. 외부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고 환경 변화가 극심합니다. 개방화되는 사회, 글로벌 대기업의 무차별 확장, 개인화로 인한 고객 니즈의 다양성 등. 사회 어느 위치에 있든지 빨리 변화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없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항상 위기는 기회가 같이 옵니다.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도 열리는 시대인 것입니다. 안철수연구소가 앞서 이런 변화를 추진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앞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직 변화를 통해 슬림화된 구조를 느끼실 겁니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여러분 각자의 업무가 회사의 결과(output)에 직결되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겁니다. 한편 수평적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어느 위치에 있든지 책임있게 일을 처리해 주어야 회사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따라서, 여러분 개개인의 의식의 변화를 부탁 드립니다.

 

1) 커뮤니케이션 시간 단축

 

모든 내부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과 정보 공유는 극대화하되 그 절차와 형식은 최대한 줄여서 효율의 극대화를 꾀합시다. 회의 시간 줄이고, 회의 자체를 줄이고, 회의 기다리는 시간도 줄이고, 회의를 위한 과도한 준비도 줄이십시오. 저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예쁘게 준비된 자료, 즉 pretty graphics보다 내용 자체가 중요합니다. 물론 고객에게 제공하는 자료는 최대한 정성을 해서 준비해야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서로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인데 지나친 정성은 낭비입니다.

 

2) 실무자의 목소리 적극 반영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기준은, 즉 제품과 사업 방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실무자들이 누구보다 잘 압니다.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겠습니다. 팀장(관리자)는 이를 사업화시키는 주체이지, 단순히 각 직원의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관리'보다 고객을 향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 '의지'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합시다.

 

3) Transparency(투명성)

 

이슈(Issue)가 없는 회사가 없고, 이슈가 없는 프로젝트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이슈들을 피하고 정확하게 사실 공개(fact-finding)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실수는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항상 솔직하게 사실들(facts)를 전부 공개해야, 해결책이 나옵니다. 먼저 이슈를 밝히는데 있어서 빠르면 빠를수록 해결책이 빨리 나오고 문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명한(transparent) 업무 진행, 투명 커뮤니케이션의 정착이 회사 업무에서 중요한 것입니다.

 

4) Flexibility(유연성)

 

수직적 문화에서 플랫(flat)한 구조로 갈 때 가장 힘들어하는 변화가 유연성(flexibility)에 대한 적응입니다. 회의 시간 줄이라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활발한 정보 공유를 하되 그 틀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고, 메신저로 상의할 수 있고, 커피마시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인력 구조, 업무 조정, 모두 유연한 사고로 움직이기 바랍니다. 어떤 업무가 특정 부서에서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위치에 있든지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하고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살아날 수 있는 기업 문화, 저희가 우선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자세입니다.


안철수연구소 CTO로서의 첫 당부사항 공개 (2) [다음 회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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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 준 적 없는 내 정보가 왜 유출될까?

보안 이야기 2009.05.01 07:55

발단(Trigger) III-(2): 생활 혁명 속의 보안

 

GS 칼텍스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이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나는 주유소에 내 개인 정보를 준 적이 없는데, 아마 그곳에서도 회원을 수집하나 보지? 그런데, 1000만이 넘는다면 4명당 1명이라는 얘기인데...” 개인 정보를 많이 취급하는 인터넷 기업이나 기관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났을 때 혹시 내 정보도..” 했던 경우와는 판이하게 느낌이 달랐다.

 

알려진 대로 소비자 마케팅의 일환으로 카드, 금융, 음식점과 같은 다른 업종간에 이루어지는 제휴 사업이 그 원인이었다. 주유소에서 카드를 받지 않았더라도 제휴사의 회원이 연결되는 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회원 가입할 때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아니 거의 읽지 않는 약관에 그렇게 개인정보가 활용될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게다가 주유 사업은 정보통신망법의 사각 지대이다 보니 사후 관리나 감사도 어려웠다.

 

업종간 제휴와 결합은 비단 우리 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규정과 문화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어떤 국가는 개인정보보호 최고 책임자 (Privacy Commissioner)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개인 정보가 침해되었다는 정황이 있으면 수색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IT 강국이면서 뒤늦게 정보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신경 쓰는 우리 나라와는 시스템 자체가 틀린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개인 정보에 대한 관리 주체나 범위에 있어서 공감대도 아직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개인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왔고 정보를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IT 구축과 관리는 사업 모델과 마케팅 목적을 지원하는 정도로 간주 되다 보니 보안이나 개인정보보호의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개인들도 개인 정보의 관리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친한 사람에게 패스워드를 알려 주는 것은 공동체 속의 나눔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문화에 기인하는 것인가? 이런 공감대가 없다 보니 법과 규정이 뒤늦을 수 밖에 없다.

 



개인정보보호는 이러한 위험성의 단편일 뿐이다
. IT가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오면서 보안 문제는 더욱 구조적이고 입체적이 되었다
.
생활 혁명의 현장에서 어떤 관점에서 보안 문제들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조명해 본다.

첫째, 보안이 돈과 직접적인 관련이 되게 되었다.
 

전자상거래, 인터넷 뱅킹, 사이버 주식 거래 등등. 모두가 돈이 오고 가는 경제 활동이다. 이런 행위가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우리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돈이 있는 곳에는 항상 범죄의 유혹이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 호기심으로 만들었던 바이러스가 범죄와 연관된 색채를 드러내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이후에는 범죄로 간주되는 악성코드의 위협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악성코드 중에서도 정보탈취를 목적으로 한 트로이 목마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범죄 행위가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앞 회에서 브로드밴드의 보급으로 인해 상시접속(Always-on) 상태인 PC가 공격 대상이 되었다고 언급한바 있다. 탈취한 정보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장되면서 해킹, 악성코드는 물론 키로거, 메모리 해킹과 같은 심층 수준의 공격이 일반화되었다. 키보드, 메모리는 컴퓨터에서 가장 하드웨어 밑바닥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대부분 소프트웨어 전문가도 하드웨어를 에워싸고 있는 운영체제(OS) 내부로 들어갈 경우는 적다. 그런데, 해킹을 위해 이런 하드웨어 수준까지 활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공격이 집요하고 치밀해 졌다는 얘기다.


둘째, 보안이 개인의 문제가 되었다.

개방화의 물결 속에 정보 보안이 군대나 정보 기관의 영역에서 민간 산업의 문제로 확장된 바 있다. 그래도 이 때까지 정보 보안 문제는 내부의 정보 시스템에 주로 관련되었고 이는 IT 전문가들의 관리 영역이다.

그러나, PC가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상품(commodity)이 되면서 IT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보안 사고의 피해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만일 그 일반 PC가 우회 공격의 정착지로 활용되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정보 보안이 IT 시스템 관리자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PC 사용자나 기업 내의 비 IT 부서 직원들에게 모두 해당하는 문제가 된 것이다.

 

개인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소외될 수 있는 국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정보 보안 문제가 국가적 어젠다가 되었다. IT 분야에서 이 만큼 대다수 개인의 문제와 직결되는 시대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일반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위해 총체적으로 접근해야만 한 적이 있었던가? 그만큼 정보 보안은 개인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는 특성이 있어 다른 산업 분야와 동일한 관점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셋째, 정보 보안은 각종 서비스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산업 시대의 업종 구분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앞서 GS 칼텍스의 예에서 본 것처럼 기업과 사용자 간의 연결 상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기업 내부나 기업간의 제휴로 인해 후단(backend)에서 비즈니스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연결하는 접착제는 IT가 담당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간의 정보 교환, 네트워크에 의한 통신, 어플리케이션 간의 결합 등 디지털로 저장된 정보는 유연하게 흘러간다. 계열사나 협력사 간에 이루어지는 이런 흐름에서 보안상 취약점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사용자의 관점에서 서비스가 영향을 주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조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정보보호에 해당하는 HIPPA는 병원, 약국, 보험 회사가 보관하거나 주고 받는 중요한 정보 (개인 정보, 병력, 투약 이력 등)가 허가된 사람 이외에는 어떤 형태로도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VISA, Master,
아멕스와 같은 신용카드들이 만든 PCI DSS(Payment Card Industry Data Security Standard)는 신용카드 처리를 담당하는 가맹점, 금융기관, 카드사 간의 보안 가이드라인을 종합적으로 규정한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 나라는 이런 규정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민간, 금융,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가 발생할 터인데 각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총체적인 보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넷째, 보안의 문제가 개인의 일반 기기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인터넷은 이미 우리 가정 속으로 깊이 들어 오고 있다. 인터넷 전화는 유료 전화 시장을 대체해 가고 있다. IPTV는 브로드 캐스트(broadcast) 방송의 개념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로 바꾸고 있다. 아마 방송국에서 내 보내는 프로그램에 맞추어 사는 우리의 모습을 10년 뒤에 보면 어떨까? 백색 가전 제품들도 인터넷 기기(Internet Device)로 바뀌고 있다.

 

IT 전문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Gartner)에서는 2000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미래의 세상은 한 개인이 여러 개의 인터넷 기기 (Internet Device)를 소유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IPTV, 인터넷 전화, 게임기, 휴대폰은 이미 인터넷 기기가 되지 않았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인터넷 패러다임이 정보 보안의 출발점이라는 명제에 따르면 보안의 문제는 각 개인이 사용하는 장난감에까지 스며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생활 혁명은 정보 보안은 각 개인의 문제이자 각 개인을 겨냥한 서비스의 총체적 문제가 되었다. 이는 우리의 일반 생활 기기에도 적용되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거래가 늘어날수록 사고의 위험성은 더 커지게 된다.

 

사회적으로 어두운 세력에 의해 우범 지역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돈을 갈취하거나 범죄 위험이 큰 곳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런 지역을 피해 다니면 된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지능적인 화이트칼라 범죄가 등장한다. 그래도 이러한 범죄는 특정 기업이나 돈 많은 이들이 주요 피해자다. 그러나, 인터넷과 IT를 통한 생활 혁명은 그 피해가 평범한 개인들에게 미치게 된다. 게다가 사이버 공간에서는 우범 지역이 잘 구분되지도 않는다. 이것이 보안이 어려운 이유다.

 

생활 혁명 속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되는 개인과 기업, 기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기관에서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에서 정보 자산에 대한 감독은 최고 책임자의 몫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 CEO의 위험 관리 속에 정보 보안은 핵심적인 요소중의 하나다. 아울러 각 개인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범죄의 위험 지역을 아무리 국가에서 잘 관리한다 해도 스스로 통제를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보 보안의 궁극적 목표는 신뢰의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고
, 이는 공동체 인식으로 나아가야 통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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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 나, 미국 비행기에서 노트북을 켠 이유

Global View 2009.04.23 10:03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 오스틴(Austin)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이 블로그의 글을 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모바일(mobile) 업무에 익숙해야 한다. 연이은 미팅, 다음 미팅 장소로의 이동, 전화 컨퍼런스, 틈날 때마다 무선랜(Wi-Fi)이 제공되는 장소를 찾아서 이메일 처리 등.
 

이렇게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비행기 안이 전혀 간섭을 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 다행스럽게도, 비행 시간이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시간은 넉넉한 것 같다.

 

미국에서는 여기 저기에서 노트북을 열고 업무를 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우리 나라에서는 노트북을 보는 사람을 보기가 흔치 않다. CEO인 나만 해도 업무 현장에 노트북을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확실히 업무 스타일이 틀린 것 같다. 일단 우리는 대도시에 비즈니스가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또한 우리는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를 해야 더 설득력이 있는 문화다. 얼굴 한 번 보지 않고도 주문서가 오갈 수 있는 미국 문화와는 확연히 틀리다. 또한 한국에서는 주문, 재고 파악, 가격 협상, 기술 검토, 이런 업무들을 이동 중에 처리해야 할 필요도 적다.

 

문자 메시지와 블랙베리

 

RSA 전시회장에 있는 나에게 다른 주에 있는 지인(知人)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떤 사람이 나하고 만나고 싶어 하는데 마침 같은 공간에 있다는 거다. 블랙베리(BlackBerry)로 이메일을 보내 주겠다고 하는데, ‘나는 없는데..’ 하니까 난감해 했다. 한국 같으면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면 되는데.. 미국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휴대폰보다 블랙베리가 통용된다. 휴대폰 문자는 주로 어린 애들이 친구들하고 대화할 때 사용하는데 한국보다 비싸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키보드 입력 방식에 있는 것 같다.

한글은 한 번의 키 입력(one key stroke)으로 자음, 모음을 입력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다.


그 덕택에 휴대폰에 있는 숫자들의 조합만으로도 자음, 모음이 1-2 번에 입력된다. 그러나, 영문 알파벳은 그 조합이 사용하기 불편하다. 예를 들어 ‘C’를 입력하려면 숫자 ‘2’를 누르고 두번 shift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한자를 입력하는 것은 더 큰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 미국에서는 알파벳 키보드가 나열된 블랙베리 스타일을 더 선호한다.

 

한산한 Union Square (샌프란시스코)


경제적 불황을 느낄 수 있는 삭막한 환경


확실히 경제적 불황은 미국에 와 보면 실감할 수 있다
. 일단 길 가에 사람이 별로 없다. 미국은 일자리를 잃게 되면 생활에 바로 영향이 오게 된다. 누구에게 돈을 빌린다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몇 번 왔었지만 이렇게 한산한 것은 처음 본다. 그나마 컨퍼런스가 있는 모스코니 센터(Moscone Center) 근처는 많이 붐볐다.

 

짐 서비스의 비효율성

 

비행기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내식을 스낵 형태로 원하는 승객에게만 판매하는 것은 이미 오래 된 일이지만, 짐을 부칠 때(Check-in Luggage)마다 돈을 부과하는 것은 작년부터 시행되었다. 처음 짐은 $15, 두 개는 $25 이런 식이다. 다행히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나에게는 별도의 비용이 없었다. 오늘(4/22) USA Today를 보니 델타 항공은 국제선도 2번째 짐부터는 50불의 별도 비용을 부과한다고 한다.

그런데, 화가 나는 것은 그로 인해 보안 검색 (Security Check)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짐 부치는 비용을 아끼려고 짐을 몇 개씩 들고 타게 된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짐을 검색대에 올려 놓으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자명하다
 

어차피 그 짐은 같은 비행기에 오르게 되지 않는가? 짐칸에 있느냐, 승객 좌석 위 선반(cabin)위에 놓이느냐의 차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건 시간 낭비요 정력의 낭비다. 승객은 무거운 짐을 계속 끌고 다녀야 하니 불편하고, 지금 이 비행기처럼 꽉 찬 경우 선반에 짐을 더 이상 넣을 수 없어서 승무원은 일부 짐은 다시 내려서 화물칸으로 옮겨야 한다고 소란스럽다. 그러면, 시간은 또 소모되고, 정말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비행기 회사는 짐 부치는 비용만 생각하지 이런 종합적인 서비스 질(quality)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걸까? 짐을 부치는데 소모되는 비용이 그렇게 클까? 고객 위주로 생각해서 항공회사, 공항, 보안 안전 요원이 종합적 방안을 마련하면 안 되나?

 

다시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은 젊은 캐나다 친구가 블랙베리에 있는 자기 여자 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너무 예쁘지 않느냐?"며 자랑한다. 내가 들고 있는 아이터치를 보더니 자기도 아이폰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어떠냐고 집요하게 물어온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South or North’라고 묻더니, 서울에서 왔다니까 싱가포르도 한국의 도시가 아니냐고 하지 않는가?

어이가 없어서
 마침 좌석에 마련된 비행기 잡지를 꺼내서 아시아 지도를 펼쳐 들고 아시아의 도시들을 쭉 설명해 주었더니 아주 관심있게 듣는다. “이렇게 기본 상식도 없단 말인가?” 하면서도,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아시아가 글로벌 세계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어떻게 된 비행기가 승객은 꽉 찼는데, 단 두 개인 화장실 중 하나가 고장이란다. 여러 명 줄 서있는 것을 보니 그냥 참아야 하겠다. 미국의 국내선 비행기, 정말 서비스가 맘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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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에게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3가지 교훈

CEO 칼럼 2009.04.21 10:40

최근 TV에서 방영된 박지성 스페셜 프로는 인상적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박지성 선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무척 좋아한다. 팀을 위한 그의 플레이는 어느 감독이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한국 사람이라서 팔이 안으로 굽는지 모르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기라성 같은 스타들도 자기 자신의 개인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박지성처럼 항상 공간을 창출하고 볼을 연결해 주는 선수는 드물다. 다음과 같은 표현은 박지성 만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퍼거슨 감독 그는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이 뛰어나다

에브라 그는 마치 귀신(ghost)같다. 이쪽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 순간 뒤쪽에 있다
미키 토마스 "그의 모습을 보면 핀볼 기계가 생각난다"


내가 박지성을 가장 인상적으로 접한 장면은 2002년 월드컵 전에 프랑스와의 평가전 때 터뜨린 골이었다. 김남일 선수의 롱 킥을 받아서 공의 방향을 바꾸더니 톡톡 드리블 해가면서 골 구석으로 차 넣는 장면! 한 템포 빠르기 때문에 수비나 골키퍼가 속수무책인 이 장면은 내가 본 우리 나라의 축구 골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 나라 선수도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구나하고 감탄했었다. 그때부터 나도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헌신적인 보살핌, 노력과 행운 속에 현재의 위치까지 가기의 과정을 그린 이번 프로그램을 본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감동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3가지 포인트가 인상 깊었다. 그를 통해 젊은이들이, 또한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MBC 스페셜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지성 선수(화면 캡쳐)


 

첫째, 프로성(性)이다 -축구는 잘 하고 싶은데 평범하고 싶어요

 
프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 최고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축구는 잘 하고 싶은데 평범하고 싶어요라는 표현은 진정으로 축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 준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좋은 학교에 가고, 주위의 부러움과 시선을 받기 위해 열심히 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거다. 또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자식을 다그치는 부모도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게 아니다. 아인트호벤에서 1년 이상 시달렸던 야유를 환호성으로 바꾼 것은 그러한 애정과 실력 덕택이다.

누구나 성공하게 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성인 군자가 아닌 한 거기에 도취하게 된다
. 나도 한때 잘 나간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분이 우쭐하곤 했다. 50에 들어서 철이 들어서인지 이제는 혹 그런 시절이 다시 오더라도, 주목을 받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 것은 일시적이며 자신의 일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독약같은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지성은 아직 20대다. 게다가 그는 월드 스타다. 또한 그것을 즐겨도 될만한 부와 명예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그런 어린 나이에 성숙한 모습을 바라보면, "그는 진정으로 축구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혹을 이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연예계나 스포츠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스타들이 스캔들에 휩싸이고 우울증에 시달렸는가? 나이 많은 정치인들도 무대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 주의(attention)와 관심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괴로워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20대 청년이 이런 성숙함을 가진다는 것은 그가 철저한 프로근성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다.

 

둘째, 실력과 능력으로 기존 체제를 무너뜨렸다.

 
월드컵 4강 후에 히딩크 감독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내용 중에, 학연(學緣) 관계에 의한 기존 문화를 타파한 부분이 지적된다. 나도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스포츠에서도 대학별로 선후배 관계에 의한 학연이 있었나 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전통과 습속 가운데 우리는 지내고 있다.

 

오래 전에 목격한 광경이다.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이었다. 그 중 한 분이 어떤 이와 얘기하다가 같은 대학 출신이란 것을 알았는지 요란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볼 때에 그 둘 사이는 10살 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고, 대학 동문이라지만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있지 않았었다. 옆에서 이를 보던 어느 어르신께서 "사회의 지도자급이라는 사람들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같은 동문이라고 무작정 챙기니,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학연이 타파될 수 있겠는가?”하고 야단을 쳤다.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속으로 시원했다.

 

또 다른 모임에서는 연로한 국회의원이 초대되어 축사를 부탁받자, "이 행사를 주관한 누구누구가 자기 후배"라며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볼 때 어림잡아도 2-30년 차는 나 보이는 관계인데 말이다. 소위 일류학교 출신이며 언론에 오르내리는 우리 지도자들의 인식이 이 정도다.


히딩크 첼시 감독(출처 : 스포츠칸)

허정무 국가대표 감독(출처 : 뉴시스)


 

박지성은 축구의 명문 대학에서 부름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아니 버림 받았다. 그의 성공 과정을 보면 그를 발탁한 히딩크 감독, 허정무 감독의 (언론과 주위의 비판을 무릅쓴) 현명한 판단  속에 기존 체제에서 가능하지 못했던 외길 시나리오로 전개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질서에 대한 통쾌한 반전이자 돌파력이다. 결국 능력이 중심이 되는 유럽에 들어가서야 진정한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기득권, 즉 혈연, 학연, 지연에 의한 네트워크가 능력있는 사람들의 진출을 막는 것은 비단 축구 만이 아니다. 이를 타파했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것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셋째, 글로벌한 자리매김(Global Positioning)이다.


박지성이 일본어로 말하는 것을 처음 봤다. 일본말을 약간 하는 나의 판단으로는 TV 인터뷰에서 그 정도 한다면 거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의 집에 놀러 온 같은 팀 동료인 에브라는 프랑스, 테베스는 아르헨티나 선수다. 같은 팀의 호나우두는 포르투갈, 루니는 잉글랜드, 긱스는 웨일즈, 비디치는 세르비아, 반 데르사르 골키퍼는 네덜란드, 베르바토프는 불가리아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이미 글로벌하게 최고 수준의 조합을 이룬 클럽에서 스스로 글로벌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학교 다니는 동안 운동 하느라 제대로 공부하지도 못했을 거다. 혹자는 개인 교습을 받으니까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어학이 단순히 누가 가르쳐준다고 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기 스스로 암기하고 표현을 익히고, 열심히 소통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직도 메이저리그에 간지 오래된 이치로는 통역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그만큼 어학은 자세에 달려 있다.

 

스스로를 글로벌하게 포지셔닝하려면 단순히 어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만의 실력이 받쳐주어야 한다. 남의 지식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 즉 스토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축구의 박지성,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골프의 신지애 등은 자신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한 스포츠 선수다. 이런 정신은 스포츠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인, 기술자, 학자, 정치인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색깔과 특성을 글로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전문가가 글로벌 리더다. 어느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느니, 누구를 안다느니,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의 실력이다. 어학은 자신의 실력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박지성 선수는 우리의 기존 관념을 바꾼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바로 이런 프로성과 능력으로 기존 체제를 뛰어 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것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그는 앞으로 더 많은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젊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젊은이의 노력과 상징성을 배워야 한다.

그는 좋은 지도자들(김희태 감독, 허정무 감독, 히딩크 감독, 퍼거슨 감독)이 적기에 이끌어 준 엄청난 행운이 뒤따랐다. 그런데, 그런 행운이 없더라도 능력이 있고 노력을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체제가 마련되어야 바람직한 사회다. 우리 나라가 그렇게 되면 사회 각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진정한 성장 엔진으로 바꾸기 위한 마인드 전환과 자기 개혁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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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이유

CEO 칼럼 2009.04.20 03:37

과거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공단지역에 활기가 넘쳤다. ‘잘 살아보세라는 표어를 벽에 걸어두고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 하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웠다. 공장들은 쌩쌩 돌아가고 빼곡히 들어앉은 교실에는 학구열이 넘쳐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랑스럽게 발전했고 교육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중산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새마을운동 당시의 모습(좌)과 수출 중소기업 내부 사진(출처:디지털타임스)



그러나
, 작금의 현실은 이렇게 통합되고 안정된 풍경을 찾기 어렵다. 대기업의 생산 기지는 해외로 나갔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도 중국으로 나갔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교육은 어떠한가? 비정상적으로 커져버린 사교육 시장과 날로 늘어나는 기러기 가족들. 이 모든 것들은 중심을 잃어버린 채 허상만 쫓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심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도 많고 손재주도 있으며, 목표가 주어질 때의 집중력은 높이 인정받는다.


특히 과학과 기술 분야에 씨를 뿌린 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날 세상에서 인정하는 굴지의 기업을 받쳐주는 기술력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60년대부터 시작해 7-80년 대에 피크를 이루어 이공계 전공으로 몰려든 인력들의 활약이 아닌가?

 

이러한 기술력의 바탕은 인력 양성 체계인 교육이다. 하지만 이공계보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을 선호하게 되는 시점부터 우리의 중심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과 상()이 중심에서 밀리면서 인력의 수요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 전에 스스로 선수들의 정족수도 채우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기술이 대우를 못 받는 현실은 산업 기반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기술(technology)이 핵심인 시대에 기술자가 무대에서 밀려난 것이다.

 

오늘날 기술은 힘이다. 돈 만으로 기술을 살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 다른 기술을 얻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대기업이라도 기술이나 명확한 윈윈 사업 모델이 없으면 글로벌 전문 기업과 일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몇 명의 작은 기업도 기술과 아이디어만 좋으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의 한국의 지방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있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이것이 네트워크 경제의 결정적인 특성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이 산업과 사회의 기반이 되고 우수한 인력이 이 분야로 진출하는 비전을 주어야 우리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의 양성은 실용적이고 지속적이며 유연한 교육 시스템에 달려 있다.


교육을 통한 미국의 경제대국 일본에 대한 패배감 극복
 

빌 클린턴 대통령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가
교육을 키워드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의 연설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학 가고 싶은 누구나 대학을 가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었다. 사실 그가 백악관에 들어설 때 미국은 일본에 대한 패배감과 콤플렉스에 싸여있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의 또다른 키워드인 정보기술(IT)과 더불어 미국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오늘날 미국에 가 보면 전문 대학(Junior College)이 상당히 많고 커진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종합대학을 가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일반인들에게 평생 교육을 제공하는 장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경제 위기라고 해서 이런 입체적인 교육 시스템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면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모든 관심이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고 있다. 우수 인력들이 사교육시장의 강사로 또 사업가로 뛰어드는 현실이 얼마나 국가적으로 비생산적인가? 한참 일하고 배워야 할 젊은이들도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든다니 정말 한심하다. 

학원가 현장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헌하고 가치를 창출해야 플러스가 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데, 소비적이고 안정 지향의 사회로 가는 현상이 개탄스럽다.

교육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 그런데, 아직도 대학 입시가 모든 교육 정책인양 비추어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산업 시대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 지식이나 교육 커리큐럼도 비교적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도 급변하고 창의력이 성공의 키워드가 되는 세상이다.

지도자가 되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은 사회에서 통하는 진정한 실력이지, 학교에 들어가는 시험 자체는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 현장에서는 어느 학교에서 어떤 성적으로 졸업했느냐 보다 어떤 실력과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로 직원을 선택한다. 특히 과학 기술과 이공계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문제의 해결 능력, 창의력과 열정, 즉 실력으로 판가름난다. 물론 학교 교육으로 전문성을 갖춘다면 더 바랄게 없다. 요컨대 학교 성적이나 자격증보다 중요한게 실력 그 자체라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고시열풍인가? 라이센스나 자격증만으로 편안한 삶을 기대한다면 이 시대의 키워드를 놓친 거다. 오히려 평생 공부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인데, 대학 입시나 고시 통과로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면 그 사회가 경쟁력이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우리의 교육 체계는 한참 일할 나이인 30 - 50세 산업인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재교육 방안에 대해 아주 취약하다.

지금은 대학 입시 위주의 단면적 교육이 아닌 입체적인 스펙트럼의 교육 프로그램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하고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각 개인들이 적응할 수 있다. 잘 훈련된 인력들에 의해 기술(technology)이라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정립되어야 중심을 가지고 산업과 사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한경이코노미 (4. 20) 'CEO 에세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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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통신과 휴대폰 혁명의 미래일까?

보안 이야기 2009.04.16 08:17

발단(Trigger) II: 통신 혁명 (2)

 

1990년대 초에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즈음 무엇을 연구하느냐고 물으니, 그 친구가 “앞으로는 모두가 전화기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될 거야.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라고 얘기하는데, 기대는 하면서도 확신은 없는 어조로 말했던 기억이 있다. 명색이 전자공학을 전공한 두 사람이 앉아서도 10년 뒤에 휴대폰이 이 정도로 널리 사용되리라 예상을 못했던 것이다.

 

1948년에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을 만든 클라우드 샤논(Claude Shannon)은 '무선통신의 아버지',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의 아버지'로 불린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해서 노벨상을 받은 윌리엄 샤클리(William Shockley)와 동시대 인물이지만 샤논은 일반인에게 덜 알려져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려면 이 두 사람을 모를 수가 없다. 유선 통신과 달리 무선은 자연 환경 속의 온갖 소음(noise)과 간섭 속에서 통신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게 마련인데, 샤논은 이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만들었다.


 

William Shockley (www.tamu-commerce.edu)

Claude Shannon (www.landley.net)



 
군대에서 시작된 무선 통신은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카폰(Car Phone)을 거쳐 오늘날 거의 모든 개인의 통신 수단이 되었다. 인도, 남미와 같이 통신 기반이 약하고 지역이 넓은 국가들은 유선을 설치하는 비용보다 무선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유선 인프라 구축을 건너뛰고 바로 무선으로 넘어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집에 전화기도 없던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인도와 남미 같은 나라에서는 선로를 깔아놓으면 그 선을 잘라가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렇게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이동성(Mobility)를 지원하는 무선 통신은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또 다른 전환점은 휴대전화 기술이 인터넷 기술을 결합한 것이었다.

텔레코즘(Telecosm)’의 작가 조지 길더(George Gilder)는 퀄컴(Qualcomm)이 인터넷 프로토콜을 처음으로 휴대폰에 구현하자 GSM을 기반으로 한 유럽 진영의 CDMA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극심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사실 주파수 권한에 의해 수익 모델이 창출되는 통신업체에게 무료 성격이 강한 인터넷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무료이거나 비교적 저렴한 VoIP 서비스가 그간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무선에서도 음성과 데이터는 통합되었고 인터넷 기반의 브로드밴드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현재 인터넷과 휴대폰 기술은 상호보완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처음 음성 통신에만 집중하던 휴대폰이 데이터 속도의 증가로 데이터 통신까지 지원하게 되었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는 초기 데이터 통신에서 현재는 원래 휴대전화 영역이었던 음성 통신까지 무선으로 지원할 수 있게 발전했다. 결국 그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상관없이 데이터 통신과 음성 통신을 함께 사용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 기술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통신시장의 대변혁을 가지고 온 무선랜


한편 인터넷 접속 관점에서 기술 혁신이 발생했으니 바로 무선랜(Wireless LAN)이다. 무선 AP를 통해 기업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무선랜의 부품 가격이 급락했고 사용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워낙 급작스러워서 공급자가 충분한 투자 회수 기간을 가지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공 장소, 스타벅스, 대학 캠퍼스는 무제한 접속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들은 잦은 조직 변경과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무선랜은 완벽한 통신기술이었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케이블을 끌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지원되니 업무 형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동성 근무자(Mobile Worker)의 비율이 급증했고, 무선랜이 장착된 노트북은 업계 표준이 되었다. 이에 따라 드디어 2007년에 노트북 판매대수는 데스크탑 PC 판매대수를 앞서기 시작했다.

 

무선 인터넷은 휴대형 기기(portable device)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통신과 정보 관리,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인터넷을 결합한 상품의 도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성숙했다.

여기에 화룡점정(
畵龍點睛)
을 한 것은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이었다. 한번의 터치로 인터넷의 콘텐츠를 자신의 휴대형 단말기에 연결하는 개념을 혁신적 디자인으로 선보인 것이다. 아이폰(iPhone)이 과연 스마트 폰 시장에서 진정한 리더가 될 지는 장담하기 어려우나 휴대형 기기의 미래 모습을 선보인 선구자의 위상을 차지한 것은 명확하다. 또한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역으로 단말기 업체가 매달 통신비의 일부를 받는 위상을 차지한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


 

통신 혁명의 결과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인터넷 옵션을 누리고 있다.

통신 환경 브로드밴드, CDMA, 무선랜, 와이브로, 3G, GPS, 블루투스 .
인터넷 단말기 - PC, 휴대전화, 스마트 폰, 게임기 등.
접속 시나리오 - 이더넷(Ethernet), DSL, 케이블, 무선랜(Wi-Fi) 등.


이 옵션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 항상 온라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해외 출장을 가든지 퇴근을 하더라도 회사 메일을 볼 수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처럼 유비쿼터스 사회는 통신 기술의 발달 속에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기술 혁신과 투자가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통신 비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은 무료라는 명제와인터넷을 중심으로 모든 활동이 재편되는혁명적 상황이 통신 사업의 수익 모델마저 흔들고 있는 것이다.

 

다각적 접근이 필요해진 정보보안


그런 와중에 인터넷의 태생적 한계인보안의 문제는 더욱 복잡다단해졌다. 통제할 포인트가 다양화되었고 데이터의 성격은 다변화되었다. 통신 환경의 변화로 인해 추가된 보안 개념을 살펴 본다.

 

첫째, PC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아날로그 통신 시대의 다이얼업 모뎀(Dialup Modem) PC 사용자가 자신이 필요할 때에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할 일을 한 후에 스스로 연결을 끊는 구조였다. 그러나, 상시접속(Always-on) PC를 계속 위협에 노출되게 만들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해커가 PC 내부를 헤집고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다른 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소위 좀비 PC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내부 시스템은 전문가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된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수많은 PC 사용자가 보안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취약점이 많은 PC의 존재는 위협의 형태를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켰다. PC가 네트워크에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시 접속의 문제가 야기한 보안 이슈다.

 

둘째, 기업의 내부 인프라를 보호하는 벽이 허술해졌다.


기업의 인트라넷은 인터넷이 들어오는 구간에 방화벽(Firewall)이라는 굳건한 관문이 존재한다. “뛰어난 해커는 어떤 보안 시스템도 뚫을 수 있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보안 정책이 설정되어 있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내부에 공모자가 있든지 사후 관리가 취약해진 허점을 노릴 뿐이다.

 

그런데 무선랜과 같은 접속 포인트는 중앙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관리될 수 있. 대문은 막았는데 뒷문에 자물쇠가 안 잠겨있거나, 개구멍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재택 근무나 외근자가 신뢰할 수 없는 공간에서 접근하려는 경우도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개인용 휴대형 기기를 내부 네트워크에 연결하고자 하면 어떤 정책을 설정할 것인가? 보안은 신뢰할 수 있는 구간(Trusted Zone, Secure Area)과 신뢰할 수 없는 영역 (Untrusted Zone)의 구분에서 시작하는데, 이러한 유무선, 개방형, 복합적 통신 환경 속의 다양한 접속 시나리오는 단순한 잣대로 구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지역적 관리에 그치지 않고 각 프로세스나 트랜잭션(transaction)별로 세밀한 보안 정책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셋째, 네트워크와 PC의 관계가 달라졌다. 더 이상 기업의 PC단순한 개인용 장비가 아니다. 네트워크와 거의 대부분의 시간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장비의 일종이다. 네트워크는 기업의 인트라넷이든 ISP의 대형 네트워크이든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 하나의 플랫폼으로 해석해야 하며, 기업의 IT 관리자는 네트워크 플랫폼 자체를 보호해야 한다.

 

여기에 연결되는 모든 PC와 인터넷 기기를 엔드포인트(End Point)라고 한다. 네트워크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엔드포인트를 의심해야 한다. 만일 회사 직원이 외국에 출장 가서 PC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 어떻게 되는가? 만일 그 PC가 집에서 사용하는 와중에 백도어가 설치되었다면? PC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순간 (이더넷이든 무선 AP를 통해서든 간에) 사내 네트워크로 바이러스가 퍼지거나 내부 시스템이 해킹 당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엔드포인트 보안은 사용자와 PC와 네트워크 플랫폼을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네트워크에 입장하려면 인증과 권한 확인이 필요하고, 최신 바이러스 백신과 운영 체제의 패치가 안 되었다면 면역 시스템을 통해 치료를 한 후에야 연결시켜야 한다.

 

브로드밴드와 무선 통신의 혁명, 무궁무진한 인터넷 접속 옵션, PC와 다양한 휴대형 기기는 PC를 네트워크와 유기적인 관계로 영향을 주는 관계로 발전시켰다. 이제 PC는 엔드포인트라는 개념으로 발전해서 모든 휴대형 기기와 모바일 컴퓨터에 적용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는 보안을 개별적 영역에서 네트워크, 엔드포인트, 어플리케이션, 시스템의 종합적 차원에서 다루는 통합 보안으로 차원을 높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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