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를 이끄는 기업가 정신

CEO 칼럼 2012.09.18 13:33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어느 벤처 기업의 최고책임경영자(CEO)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그 기업의 창업자는 아니었다. 창업자가 추구했던 사업 모델은 실패해서 창업자는 이미 떠난 후였다. 대주주였던 벤처캐피털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그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벤처캐피털이 그에게 요구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보통의 경우라면, 하루빨리 경영을 정상화하고 재정 상태를 흑자 구조로 바꾸라고 주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달랐다. 필요한 자금을 투자할 터이니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당시 인력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이든, 기존의 기술을 향상시킨 것이든, 남과 다른 무엇(to-be-something)이 되라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사진출처: 구글 검색>

             

그는 기업의 전열을 다시 정비하고 열정적으로 노력한 결과,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해서 주목할 만한 틈새 기업(niche player)’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비록 흑자 전환은 하지 못했지만, 그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한 대기업에 의해 인수되었다. 대기업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그 제품은 현재 전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노베이션과 차별화가 기업의 가치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잘 대변해주는 스토리다. 벤처캐피털 역시 좋은 인력과 네트워크 형성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정보 보안 산업은 1990년대 중반부터 수많은 벤처 기업의 탄생을 촉발했다. 혁신적인 기술이 연이어 발명되었고, 투자는 활발했다. 그런데, 2006년 이후 그 열기가 크게 줄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백 건의 인수합병이 2005년까지 대부분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제품이 되면서 매출과 시장은 성장하고 있었지만, 이노베이션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로부터 1~2년 후 창업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랜 친구 중에, 벤처 기업을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해서 큰 부를 거머쥔 이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기업을 매수한 대기업에서 고위급 임원으로 재직했다. 수많은 청중 앞에서 기조 연설을 할 정도로 유명 인사도 되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명예와 직장을 내던지고 조그마한 벤처 기업을 창업했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도 없고, 평생 먹고 살 만한 재력도 확보한 그가 다시 창업의 가시밭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질문을 한 게 필자뿐이었겠는가? 그의 대답은 의외로 아주 간단했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카드 빚으로 컴퓨터 장만해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재정은 쪼들려도 세상에 보탬이 되는 제품을 만든다는 기쁨에 충만했다고 한다. 그런데, 수많은 회의와 연설, 인터뷰로 점철된 업무는 지루하고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수 후 대기업으로 편입됐던 직원들 대부분이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자 창업을 하거나 작은 회사로 옮겼다고 한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정보기술(IT) 산업 속에서 대기업과 벤처 기업의 역할 분담을 실감할 수 있다. 수많은 창업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그 중 성공하는 기업들은 대기업에 인수된다. 대기업은 외부의 이노베이션(벤처 기업)을 수혈해서 자신들의 강점인 체계적인 사업 인프라 속에 집어넣는다. 대기업은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러한 신선한 피를 받아들임으로써 관료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극하는 것이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저자 안철수 원장은 대기업과 함께 탄탄한 중소기업과 벤처 기업들이 육성된다면 이 축이 국가 경제의 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경제를 포트폴리오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또한 5천만 국민 중 대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은 200만 명밖에 없기 때문에 2천만 명 이상의 일자리는 중소기업 또는 벤처 기업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인구조사 통계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대부분의 고용 상승은 설립한 지 채 5년이 안 된 기업들이 만들어 냈다. (출처 : '창업국가'). 그만큼 벤처 기업과 중소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핵심 동력이다.

 

               <창업국가, 사진 출처: 구글 검색>

 

우리는 기업의 가치가 혁신성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혁신, 즉 이노베이션은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가 만든 제품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볼 때의 희열은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다. 도전 정신을 가진 많은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들어도 기업가의 길을 걷는다. 기업가 정신은 전환기에 놓인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이 아닐까.


[중앙일보 컬럼 기고 내용을 일부 수정해서 포스팅했습니다.]

 

신고

스마트폰 충격은 생태계 구성으로 극복해야

CEO 칼럼 2010.05.04 06:17

정보화는 개인과 기업, 정부의 위상까지 바꾸고 있다. 개인은 물질적인 편의를 넘어서 획기적인 삶의 변화를,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라는 수혜를 받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다양한 정보들이 빠르게 국민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투명한 국민 참여 정치를 실현해야만 했다.


지난 10~20년 동안 우리는 사회 구석구석에 이렇게 IT를 접목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IT가 적용된 분야는 정부, 금융기관, 제조업 등 전 분야를 총망라한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서부터 민원 업무, 레저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도 다양하다. 한국은 인터넷망, 하드웨어 시스템, IT 서비스에 집중한 결과 IT를 한국을 상징하는 단어로 만들었다.

아이폰의 생태계와 탄생 배경


그런 한국 사회가 지금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한 미국 기업으로 인해 메가톤급 충격을 겪고 있다. IT 강국이라고 자긍심을 가졌던 모습이 무너진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화를 위해 매진해온 우리에게 무엇이 잘못 되었던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생태계가 없는 한국

그 원인은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생태계가 없어서다
.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전문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대기업
과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하청기업화 된 산업구조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 콘텐츠 제작에는 창의력과 열정이 필수 덕목이다. 이는 규율과 관리의 문화에 익숙한 대기업보다 스피드와 집중력으로 움직이는 중소기업에 적합하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공급하는 권한을 대기업이 장악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산업은 대기업은 세계적 기업이 되었으나 경제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야 할 벤처기업과 전문 콘텐츠기업이 취약한 기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생태계는 창의력과 소통을 기반으로 탄생해야 한다
. 세계 최대의 디지털 음반 시장을 운영하는 애플
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업체가 아니다. 수많은 음악 콘텐츠를 생태계로 끌어들였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사업할 공간을 만들었다. 더 나아가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고, 각종 출판물을 끌어들이고 있다.

시대적 변화의 핵심은 폐쇄적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받아 보던 과거의 산업의 형태가 개방형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 케이블, 유무선 통신, 방송 등의 인프라는 인터넷 기반으로 옮겨 가고 있고,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TV
, 전자책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받는다. 이를테면 동일한 콘텐츠를 외부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보고, 사무실에 와서는 PC로 보고, 거실에서는 TV로 본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PC나 휴대폰에서 진화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큰 변화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지능적이고 스마트하고 감각을 갖춘 스마트폰은 PC와는 차원이 다른 휴먼 인터페이스를 보여 주었다. 컨버전스 시대를 이끄는 대표적 기기 중의 하나라는 인식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아야 현재의 변화 코드를 읽을 수 있다
.

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은 중소기업에 달렸다


스마트폰 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통신 사업자나 단말기 업체가 아닌 애플과 구글이 거명된다
. 이 사실 자체가 지축이 흔들리는 변화가 아닌가? 지금은 사업모델, 시장지배력, 가치사슬의 전반적 구조가 재편되는 생태계의 재탄생 시점이다. 새로운 생태계의 철학은 상생 수평구조 파트너십이다
.

대기업 위주의 한국은 이 시점을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도약하느냐 도태되느냐의 갈림길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다. 탄탄한 중소기업이 받쳐 주는 생태계가 전세계로 뻗어가는 대기업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도 바로 이러한 중소기업에서 창출된다.

(내일신문 기고문을 보완함)
신고

미래로 통하는 길을 여는 CEO 소망한 이유 <유애리의 집중 인터뷰 출연 소감>

IT와 세상 2010.04.05 10:46

미래로 통하게 길을 열어주는 CEO를 소망하며..

지난 3월 초경 KBS 라디오 '유애리의 집중인터뷰'에 출연했다. 1시간 동안 격식없이 진행되었는데 CEO로서의 나의 생각을 많이 얘기하게 되었다. 일부 발췌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평소 희망하는 나의 모습을 MC 유애리 씨가 과분한 표현으로 해 주어서 이 블로그의 제목으로 올린다.

안녕하십니까
? 아나운서 유애리입니다!

IT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정보통신 개발지수에서 2년 연속 1위에 머물렀던 우리나라가 지난해 3위로 떨어졌고.. 영국의 한 IT 경쟁력 순위 조사에선 2008 8위에서 2009 16위로 추락했습니다. , 세계 IT 시장에서 위상을 떨쳐온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마트폰 개발에 미진한 배경은 무엇인지..우려의 목소리도 높은데요.

오늘 집중인터뷰는 글로벌 통합보안 기업인 '안철수 연구소' 김홍선 대표를 초대해서 요즘 국내 IT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IT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오늘 유애리가 주목한 이 사람은. '안철수 연구소' 김홍선 대표입니다!


MC유애리: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김홍선: 안녕하십니까?

MC
유애리: 요즘 국내 IT산업이 주춤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홍선 대표께선 어떻게 진단하고 계세요?

김홍선: 세계를 돌아다녀봐도 저희만큼 IT를 산업과 사회문화 속에 적용한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하드웨어는 좋아진 반면 IT를 문화 속에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 이를테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MC유애리: 하드웨어가 강하다. 이것도 안심해도 됩니까

김홍선: 하드웨어도 사실 해외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빠른 인터넷 인프라를 성취하는 데만 주력해 온 경향이 있습니다.

MC
유애리: 그럼 현재 국내 IT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주십시오.

김홍선: 기본적으로 IT는 이노베이션(혁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데 이를 받쳐줄 중소기업이 상당히 취약합니다.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이어서 균형이 무너져 있습니다. IT는 인력 싸움인데 꿈을 가질 수 없으니 인력이 오지 않습니다. 우리 IT의 구조적인 문제점입니다.

MC유애리: 그리고 최근 모바일 산업을 주도하는 애플사의 아이폰 열풍 정말 대단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왜 이 시장에서 주춤하고 뒤처지는 겁니까?

김홍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봐야 합니다. 애플과 구글은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같은 스마트폰은 미국의 대학생들 대부분이 들고 다닐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다는 건 누구든지 알 수 있었는데 우리만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요. 반면 우리는 여전히 하드웨어 단말기와 통신 업체만이 주도해 왔습니다. 또한 애플은 SW와 콘텐츠 업체들과 나누어 먹겠다 즉 윈윈(Win-Win)하겠다는 비즈니스모델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 비즈니스모델의 차이로 인해 당황하고 있습니다.

MC
유애리: 지금 아이폰에 자극을 받아서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예전의 우리 벤처거품이 되지 않을까 이런 우려들이 있더라고요

김홍선: 과거에 저도 벤처거품 중심에 있었습니다. 당시 벤처하면 묻지마 투자를 하고 심지어 벤처를 수만 개 만든다는 구호도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왜곡된 벤처, 즉 돈만 몰려들고 실제 기술이나 아이디어는 없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애플리케이션을 수만 개 유치한다고 하지만 크게 성공하는 건 10 20개 정도밖에 안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힘든 시장입니다. 분명 추세가 스마트폰인건 맞지만 여기 너무 광분하기보단 차분하게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추는 걸 우선해야 합니다.


MC유애리: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우리나라 IT업계 위상을 다시금 점검해봐야 되는데요. 일단 추락한 배경 여러 지표를 보면 올라간 게 아니고 다 떨어지고 있거든요. 그 큰 원인은 어디 있을까요

김홍선: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못하면 하드웨어만으론 경쟁이 안 된다는 걸 누누이 얘기했습니다. 해외 투자가들이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소프트웨어가 취약한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심하게 말해 몰락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SW의 취약한 구조가 우리의 앞 길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입니다..요즘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일자리 창출도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데 답답할 뿐입니다.

MC
유애리: 대기업은 그 동안 어떤 역할을 한 겁니까?

김홍선: 하드웨어를 파는 대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팔기 위한 하나의 수단 즉 부품적인 요소였습니다. 애플과 구글이 소프트웨어에 중심을 두고 있는 동안 SW 플랫폼 투자에 등안시했던 결과입니다.


MC
유애리: 대부분의 통신망을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사실 참 재미는 많이 봤죠?

김홍선: 통신사업은 국가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대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가지는 모델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오픈 플랫폼이어서 통신사나 단말기 회사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애플과 구글이 통신 회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통신사와 단말기 업체가 주도하던 산업구조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기에 지축을 흔드는 변화라는 것입니다.


MC
유애리: 정보통신 분야의 변화라는 건 어떻게 보면 참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법을 만들기 전에 이미 앞서가면서 변화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상당히 중요한데 정부 정책 관련해 아쉬운 점도 많이 보셨겠네요

김홍선: 산업이 정책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보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혁신적 아이디어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대기업 중소기업간에 공정한 거래가 안 되어서 중소기업이 어렵게 된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의 도전 정신이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맞지 않습니다. 기업은 시장에서 기회가 있을 때 투자를 해서 사업으로 승부를 걸어야지 정부 지원에 의존해서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

실리콘밸리가 좋은 예지요. 애플이나 구글은 정부의 지원 하나도 없이 성공한 기업 아닙니까? 중요한 건 생태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 스마트폰 도입이 늦어서 충격을 받은 경우처럼 글로벌 동향으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또한 IT는 인력싸움인데 우수한 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이 아쉽습니다. 결국 교육과 인프라가 정부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MC유애리: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할 대안은 뭐라고 보십니까?

김홍선: 공정거래 풍토입니다. 똑같은 제품인데 해외에서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더 받기도 합니다. 또한 라이선스 형태로 돼있어서 사용자가 늘수록 증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개발을 해서 원천기술까지 전부 대기업에 넘기는 용역 형태로는 중소기업이 절대 발전할 수 없지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는 라이선스, 오너십, 지적재산권, 아이디어가 누구에게 있고 그걸 만들어낸 기술자가 누구인가가 중요합니다. 지적재산권이 존중받는 풍토가 SW의 기본입니다.


MC
유애리: 소프트웨어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또 어떤 분야입니까

김홍선: 도입은 늦었지만 스마트폰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도시형 생활 구조 때문입니다. 모바일 산업은 도시에서 바삐 돌아다니는 사람들에 의해 아이디어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 같은 환경을 갖춘 도시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한 우리는 IT 기술을 문화와 접목시키는데 소질이 있습니다. 여기에 집중한다면 좋은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모델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남한테 맡길 수 없는 보안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반기술로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반기술과 응용기술이 어우러질 때 우리나라의 IT경쟁력, 소프트경쟁력은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MC
유애리: 지금 말씀하신 보안 문제, 인터넷 보안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지난해 디도스(DDoS) 공격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런 공격이 다시금 또 일어난다면 정말 어떤 피해가 올지 상상하기조차 힘들죠

김홍선: 디도스가 또 발생할 수 있냐고 물어 보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느냐입니다. 또한 디도스라는 현상보다 구조적인 보안 취약점을 보아야 합니다. 2년 전에는 개인정보유출이 큰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개인정보유출, DDoS, 산업기밀유출 여기에 쓰이는 해킹이나 공격도구의 개념은 유사합니다. 겉만 보고로 개별 사건으로만 봐서는 근본 대책이 안 됩니다. 여러 위협에 대해 입체적인 대응 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MC
유애리: 오늘은 글로벌 통합 보안 기업인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대표를 초대해서 국내 IT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IT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분야도 해킹, 바이러스 이런 대형 보안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거죠

김홍선: 충분히 그렇습니다 지금 휴대폰보다 훨씬 해킹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개방형 기술일 경우 보안 취약점이 큽니다. 아직 악성코드가 많지 않은 이유는 보급이 덜 됐기 때문입니다.


MC
유애리: 보안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나야겠군요.

김홍선: . 보안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여러 형태의 신사업과  인프라가 나올 때마다 보안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안이 초기에 고려되지 않으면 아예 그 사업 자체가 존립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예전에 5%-10%였다면 지금은 30,40%로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MC
유애리: 그럼 김홍선 대표님 보시기엔 국내 보안업체들의 인력문제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홍선: 보안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현상인데 안타깝게도 보안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 이전에 IT SW를 하지 않으려는 데에 근본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이공계보다 인문계가 훨씬 많습니다. 현재 벌어지는 사회적 변화는 기술과 아이디어에 의해 추진되고 있고 그로 인해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마인드를 가진 인력들이 많아야 합니다.


MC유애리: 인문학을 일단 기초로 하고 전공을 다시 선택해서 인력을 육성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김홍선: 그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스티브 잡스만 해도 공대를 나오지 않았지요. 사실 대학 자체를 나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모두 공대를 나와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기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새로운 IT 기술과 개념들이 도입되면서 사회생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문학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연구와 논의를 했으면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인문학자 법학자 심리학자들이 IT에 의해서 벌어지는, 역사상 볼 수 없었던 큰 사회적 변화를 연구하고 있거든요. 사업적 측면에서도 SW는 아이디어싸움이고 이미 나와있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기에 전공이 절대적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MC
유애리: 아무튼 컴퓨터 안 쓰는 분이 없으시고요 아마 스마트폰으로 또 전화기를 바꿔 쓸 분들도 많을 텐데요 사실 이제는 공기처럼 늘 가까이 있다 보니 사실 좀 소홀하게 돼서 개인의 보안문제 심각히 여기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일반 컴퓨터 이용자들에게 어떤 것을 조심해야 되는지 보안에 대해서는 평소 어떤 태도를 지녀야 될까요

김홍선: 제가 PC를 자동차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요, 자동차는 각 개인이 사서 소유하고 있지만 길에 나올 때는 에티켓, 규칙을 지켜야 됩니다. 일종의 사회적 공기(公器)의 역할을 가지고 있지요. 마찬가지로 PC는 개인의 소유지만 일단 인터넷에 연결되면 정보를 유출하고 디도스 같은 공격을 할 수 있는 무기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PC관리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해야 되지만 사회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은 냄새 나는 것 빼고는 모든 센스, 감촉을 가진 휴먼 제품이라 더욱 우리 몸에 붙어 다닐 것입니다. 그럴수록 사용자가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에 충실해야 합니다. 어떤 조직에서도 행위 규범, 보안 가이드라인이나 규칙은 대부분 있습니다. 지키지 않는 게 문제죠. 이를테면 오토바이 타는 사람 중에 헬멧 쓰는 분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선진국에 가 보면 헬멧을 다 씁니다. 엄청난 벌금도 있지만 생활화돼 있는 거죠. 보안의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지키는 인식이 더 중요합니다.


MC
유애리: IT, 벤처붐이 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IT분야에 도전하곤 했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안철수연구소는 그 수많은 소프트웨어기업이 사라져간 가운데도 살아남았는데 그 비결이 뭐라고 보세요?

김홍선: 투명하고 원칙에 따른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라지거나 어려움을 겪는 걸 봤는데 결국 뭔가 정도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아픔을 겪는 걸 보았습니다. 비록 시장 환경이 SW를 하는 중소기업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중심을 가지고 경영하는 철학이 중요합니다. 또한 안철수연구소는 설립 자체가 공익적인, 즉 피해를 당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미션을 갖고 태어났고 그런 정신이 배어있다 보니,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전 직원이 솔선수범해서 달려드는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기반의 사업이다 보니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 혁신 즉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것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발전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MC
유애리: 신입사원 매년 뽑고 있습니까?

김홍선: . 신입사원 매년 뽑고 있습니다. 공채를 뽑을 때는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저희 회사의 이런 가치를 높이 생각하고 오는 것 같아요.


MC
유애리: 최근에 창의적 아이디어 모집을 통해서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겠노라 선언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 갖고 계십니까?

김홍선: 스마트폰은 PC, 인터넷 혁명을 능가하는 사회적 여파를 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와 보안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안철수연구소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큰 변화의 시기가 이노베이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일자리창출은 소프트웨어가 주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SW 대표성을 지닌 기업으로서 또한 보안전문업체로서 사명감을 가집니다. 이러한 기회와 사명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사업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MC
유애리: 그리고, 개인적으로 CEO로서의 욕심이랄까, , 목표는 어떤 겁니까?

김홍선 :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갖춘 미래를 키우는 꿈나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보니 젊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많이 땄는데 그 배경에는 길을 닦아온 이규혁 선수와 같은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좌절과 실패, 성공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많이 나와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철수연구소가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리더로 자리잡는 것이 CEO로서 소망입니다.


 
MC유애리: 미래로 통하게 길을 열어주는 CEO. 멋지신데요.

김홍선: 좀 그런 역할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저에게는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MC
유애리: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홍선: 감사합니다.

집중인터뷰 오늘은..글로벌 통합보안 기업인 '안철수 연구소' 김홍선 대표를 초대해서 국내 IT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IT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안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유애리였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KBS 라디오는 KBS 본관에서 진행을 하는데 안철수연구소와 가까운 곳에 있어 걸어서 갔다. 약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유애리 아나운서는 편안하게 진행을 하여 평소 CEO로서 우리나라 IT와 SW 산업 전반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이 자리를 빌어 격식없고 편안한 진행으로 CEO로서 소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경청과 배려를 해준 유애리 아나운서에 감사드린다.
신고

고용없는 성장, 청년 일자리 해법은 없나?

IT와 세상 2010.01.09 09:15

일자리 창출은 중소기업과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신년 연휴에
KBS 특집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국내 대기업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매출은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 생산은 제자리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해외 생산 비중이 국내 생산과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장 직원의 얘기로는 잔업이 없는 시절이 올 것이라며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용없는 성장일 뿐이다. 어디 자동차만 그렇겠는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오마이뉴스)

기아자동차 체코공장 (현대중공업제공)


우리 나라의 요즈음 최대 화두는 청년 실업과 일자리 창출이다. 아무리 GDP가 성장해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기업과 하드웨어 기반으로만은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데 우리의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중소기업의 허약함이 일자리 창출의 장벽

제조업은 비용이 저렴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 그런 점에서 인건비나 환경 측면에서 가장 매력 있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요즈음은 중국으로 옮기지 않으면 이상해 하는 분위기다기술집약적 산업이라서 아직 중국의 기술이 아직 안 된 다든가, 다른 산업과의 클러스터링(clustering)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단 중국에서 생산 기반을 가지려고 한다. 중국이 아니더라도 마케팅적으로나 원가 측면에서 효율적인 곳으로 자원을 분산하려고 한다. 따라서, 과거에 수출 중심으로 밀어 부치던 산업 경제 시대와는 다른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기를 펴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다. 우리 나라의 대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배경은 글로벌 브랜드와 마케팅 역량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탄탄한 공급사슬관리체계,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다. 다양한 요구 사항을 기민하게 반영해서 공급할 수 있는 일사불란한 체계, 여기에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SCM은 한국 대기업이 자랑하는 경쟁력이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그동안 치밀하게 프로세스 혁신을 이룬 공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 수많은 하청 업체들이 대기업의 주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주는 시스템도 한몫한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역학 구조가 잘 동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체제가 고착되어 중소기업이 특정 대기업 의존도가 심하게 될 경우 혁신적으로 도약하는 사례가 나오기 힘들다.


12년 만에 2명에서 5500명의 일자리를 만든 HTC
 

HTC와 Android 광고

최근 스마트폰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기업이 대만의 HTC이다. 1997년에 불과 2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노키아, 블랙베리, 애플 다음으로 당당히 4위의 스마트폰 기업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도 초기에는 글로벌 대기업과 이통사의 하청 업체로 노하우를 구축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대한 집요한 집중력으로 도전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드디어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승부수를 띄워 구글 캠퍼스에 무려
50명의 인원을 파견했다. 그 결과 안드로이드 기술을 가장 잘 동작시키는 스마트폰 업체로 굳게 자리매김했다. 결국 스마트폰의 원천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있다는 선견지명과 과감한 도전 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 무엇보다 구글이 이런 조그마한 업체와 윈윈 전략을 취한 자세, 이를 적극 이끌어낸 HTC 경영진의 열정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중소기업이 탄탄한 대만이었기에 이런 혁신형 사업 모델이 나오지 않았을까?


현재
HTC는 직원수 5500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이 모두가 대만에서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HTC를 통해 수많은 대만의 협력업체의 일자리가 생겼음은 안 보아도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일자리 창출이 진정 우리가 본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프트웨어의 낙후가 일자리 창출의 장애

우리 나라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 제품의 일부 비용 정도로 간주하는 인식에 머무르면 제품이 생명력을 가질 수가 없다. 소프트웨어는 스피드, 창의력 그리고 혁신이 생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경영층의 덕목이다.

 

또한 우리 나라 IT 인력 구성에서 가장 많은 비율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지식 기반 사회는 더욱 많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소프트웨어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예상은 명약관화하다.

안타깝게도 소프트웨어를 해서 성공하고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산업의 생태계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비전이 없으니 인력이 오지 않고, 인력이 부족하니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를 반전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소프트 마인드가 존중되고 유연한 사고의 중소기업이 마음껏 도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질적인 경제 회복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신고

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4) - 갑 vs 을 시대착오적 세태

CEO 칼럼 2009.10.05 12:36

먼저 두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사례 1

대기업 부장이었던 분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독립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 동안 닦아 놓은 인맥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려고, 마침 명예퇴직 프로그램이 좋아서 퇴직금 두둑하게 챙겨 나왔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어리둥절했다. 그 분은 을 괴롭히는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항상 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면서 심한 접대 요구는 유명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에서도 그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알게 된 기업들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슈퍼 갑앞에서 잘 보이는 것 이외에 의 옵션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회사를 나온 그에 대한 예우는 이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모두가 냉랭하게 대했고 그 후 소식은 잘 모른다.

 

사례 2

공무원을 오래 하시다가 도중에 모 회사의 임원으로 가신 분이 있다. 그가 한참 잘 나갈 때에는 업체들이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눈도장을 찍느라 바빴다. 그가 행사할 수 있는 예산과 결정권은 막강했다. 전문가가 적던 시절이어서 그의 발언권은 아주 컸고, 이에 힘입어 그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전문가들이 많아지면서 그의 실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내부에서도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늦기 전에 회사로 옮긴 것은 괜찮은 결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분이 회사에 가서도 목에 힘을 빼지 못하고 지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접대를 나가서도 훈계조로 얘기하거나 자신이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적응을 하지 못하고 회사를 관두었다.

 

갑과 을의 관계는?

갑과 을은 평등한 관계인가?

직장을 선택하면 업무의 형태가 의 어느 한쪽에 속하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회사 자체가 의 역할,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역할이 큰 업종일 수 있다. 아니면 의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게 될 수 있. 모두가 그 회사를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기에 어디서든지 성실하게 임한다면 전문가로서 중요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그런데
, 우리 나라는 의 불평등이 심각한 문화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나 물건을 사는 쪽보다 판매하려고 하는 입장이 항상 아쉬운 법이다. 특별히 공급이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매자가 비즈니스의 열쇠를 쥐게 된다.

그렇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해 주기 바란다는 갑의 마음도 있을 수 있다. 거래는 상품과 용역을 재화로 교환하는 공정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의 불투명성과 불합리성의 문제다.

 

왜 유독 우리 나라에서는 의 권한이 강할까? 
필자의 생각에는 과거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낮추어 보는 사농공상(
士農工商)’의 전통과 유교적 문화가 잠재적 원인중의 하나인 것 같다. ‘상도(商道)’라는 소설과 드라마를 보면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는 상인들의 이문(利文)을 갈취하는 양반들의 위선적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상인을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장사치로 간주하는 가운데, ‘내가 당신의 물건을 사 준다’, ‘베풀어준다라는 우월적 인식이 자리잡지 않았을까? 이런 인식이 현대 산업 사회로 오면서 투명한 거래로 진화했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정부와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 속에서 그런 문화의 형성은 미루어져 왔다. 시간이 가면서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평등은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직장에 취직해서 어떤 종류의 업무를 맡느냐는 나중에 그의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이를테면 만일 의 업무로 몇 년을 지내고 나면, 훗날 직장을 옮기거나 업무가 바뀌어서 의 입장에 처했을 때 잘 적응을 못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완전히 착각하기도 한다.

20년이 넘도록 편안하게 직장을 다니신 분이 있다. 연봉도 다른 업종의 친구들보다 높은 편이었고 시간적 여유도 많았다.억세게도 운이 좋구나라는 생각에 부러움이 들었다. 본인 스스로도 운이 좋아서 편하게 지낸다고 자랑하곤 했다. 그러나, 그 조직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는 커리어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그는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지?”하고 심각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가치는 그 조직이 만들어 준 것이지 자신이 만든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직 속의 내가 아니라, 진정한 나의 가치가 필요
 
'
일을 시키는 입장일을 직접 수행하는 자세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일을 시키면서도 철저히 분석해서 전문가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겉에서 보고 판단하는 것과 실제로 부딪히면서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안철수 박사가 직접 숙제도 하고 시험도 보면서 해야 자기 것이 된다라며 CEO를 관 두고 고행의 MBA 프로그램에 들어간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사실 '갑'과 '을'을 단순히 수직적 관계로 보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의 역할은 큰 목표를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을' 즉 파트너의 도움을 필요로 할 뿐이다. '을'의 상품을 사 주거나 일거리를 주는게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파트너쉽을 자신의 파워(power)로 착각하고 즐기려는 이들이 있다.

은 항상 아쉽고, 머리 조아려야 하고, 고객이 부르면 달려가야 한다. 허나 ’로 오랜 경험을 쌓을 경우 자기 독립심이 강해지고, 자신의 역량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조직에 의해 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만의 현실적 가치를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냐 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삶을 태하는 진지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사회생활에 임하는 자세는 초기 몇 년의 직장 생활에서 자리잡히기 때문에 커리어에 있어서 중대한 기로다. 초반에 자신을 연단하는데 더 투자한다는 자세로, 직접 일을 수행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업무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게 되고,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실력이 된다.

 


신고

CEO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3) - 중소기업 vs 대기업

CEO 칼럼 2009.10.01 05:45

잘 알고 지내는 대학 교수와 어느 졸업생의 취업을 놓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졸업생은 실력이 뛰어나서 원하는 곳이 많았다. 그 분이 그 친구는 큰 일을 할 친구라서 대기업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해서, 내가 바로 반박을 했다. “교수님, 오히려 큰 일을 하려면 중소기업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쌓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에 가면 주어진 일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 경험의 차이

 

많은 이들이 대기업에 가면 많은 경험과 훈련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기업은 체계도 잘 잡혀 있고, 단계적 훈련 과정이나 큰 프로젝트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자신이 소속된 부서의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의 폭은 적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신입 사원의 경우 1년 정도는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 전체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발 부서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영업 대표와 같이 고객을 직접 만날 수도 있고, 기획, 마케팅, 심지어는 재무, 인사, 총무의 사람들과도 지척의 공간에서 일하게 된다. 대기업에서는 몇 년을 있어도 만나지 못할 부서의 소속 직원들의 애로 사항도 듣는다.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마치 사업을 수행하는 CEO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의 한계도 있다
. 자원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한다. 경험을 축적할 여유가 없다 보니, 가끔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우울증에 시달릴 때도 있다. 너무 업무가 몰려서 탈진(burnout)되면 "그냥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시행착오도 많아서 힘껏 노력했던 일이 시간 낭비로 판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기업처럼 역할과 책임(R&R, Role & Responsibilities)으로 정확히 구분되기 힘든 것이 중소기업 현장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대기업처럼 조직이 크면 관료화되고 조직의 논리가 작용한다. 가능하면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방어적 자세가 된다. 때로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사업 구조나 조직이 바뀌면 위치도 바뀐다. 내가 대기업에 근무시절에는 매년 이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같은 지역이 아니라 기흥에서 강남으로, 다시 수원으로 이사를 갔다. 같은 건물에서 옮기는 경우는 다반사다. 오래 근무하신 분의 말마따나 '연례 행사'.

 

특히 조직간의 힘겨루기, 소위 정치(politics)가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 단위로 실적이 숫자로 나오는 민간 기업은 그나마 기준이라도 있다. 숫자로 설명되기 힘든 조직, 이를 테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조직 리더의 정치적(?) 능력이 구성원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관료화를 없애고 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영원한 숙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 이기주의와 관료화는 난공불락이었다. 지도자의 굳건한 의지와 집념으로 추진해도 좌절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점에서, 사업적 역량을 키우려면 중소기업에서 여러 부서의 업무를 섭렵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고객을 직접 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시장을 읽는 데는 좋은 경험이 된다. 반면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대기업도 좋은 선택이다. 중소기업에서는 하고 싶어도 지원이 안 될 수 있기 마련이다.

대기업의 공장 전경

중소기업현장


한편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라는 점도 현실이다. 나는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이 튼튼하지 않고는 우리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기를 고대하고 있다. 불행히도 나의 기대가 반드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위험 요소도 포괄적으로 고려해서 직장을 선택을 해야 한다.

비전있는 전문 기업을 선택해야

  

굳이 나에게 중소기업’, ‘대기업중에 고르라고 물으면, 나는 비전있는 전문 기업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전문성을 쌓는 게 최고의 투자다. 그러려면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끄집어낼 수 있는 회사로 가야 한다.


기업의 비전이 뚜렷하면 가장 좋다. 할 일도 많고 성장 과정에서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 기업과 동시에 성장할 수도 있고, 도중에 다른 기회를 포착해서 변신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의 비전이 약하더라도 자신에게 실력을 키워줄 수 있는 회사도 차선책이다. 이를 테면, 자기를 멘토(mentor)해 줄만한 전문가가 있거나, 자기가 익히고 싶은 제품을 만들거나, 열정을 바쳐보고 싶은 사업 분야이거나, (영업의 경우) 자신의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거나....

 

사람마다 적성은 다르기 마련이다. 각 적성에 맞는 업종을 선택해서,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첫 길을 선택해야 한다누구든지 5-10 이상 열정을 바치고자 하는 분야는 마음 속에 있다. 문제는 그것을 선택하는 용기다. 가장 안 좋은 것은 막연하게 겉모습만 보고, 주위의 말만 듣고 선택하는 것이다. 3-40년 우량 기업으로 존재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현재의 우수 기업이 미래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아무리 좋은 기업이더라도 자신과 안 맞으면 불행이다.

주위 사람들, 특히 나이 드신 분의 인식은 자신들이 살던 시대에 머무른다. 10년 앞을 내다 보기 힘든 상황에서 2-30년 전 기준의 권고를 따르는 게 합당한가? 부모들도 그런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평생 보람있고 즐겁게 살아갈 방향에 대한 선택인데, 그 선택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다.


신고

안철수 박사와 10년전 만남을 생각하니

경영 이야기 2009.06.19 16:03

"나는 술 잘 마셨었는데 억울해요"

무릎팍 도사에서 술 얘기가 나오면서 안철수 박사가 한 얘기다. 회사 CEO를 하는 과정에서 크게 아프게 되었고, 그래서 술을 완전히 끊게 되었된 과정을 설명하면서였다. 그래서, 자신은 본래 전혀 술을 안 하는 줄로 사람들이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맞다. 나는 안철수 박사와 술을 해 본 증인(?)이다. 초창기에 내가 운영하던 회사와 안철수연구소는 공동 제품을 만들었다. 우리의 네트워크 보안 기술과 안철수연구소의 백신을 결합한 'V3 바이러스월'이었다. 이 제품은 새로운 개념을 열었고, 장영실상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안철수 박사와 공동으로 장영실상을 수상한 후 기념사진


공동 개발을 마치고 성공을 기원하는 회식 자리에서였다. 10년도 넘는 일이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근처 통닭집에서 생맥주를 같이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안철수 박사가 "나는 술을 먹으면 더 또렷해지는 스타일이다. 술을 밤새워 마시고 나서 항상 내가 모든 사람 택시태워 보내고 멀쩡하게 집으로 들어간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증언을 들은 바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안철수 박사가 과로로 인한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를 접하고 삼성의료원에 급히 달려갔다. 하긴 7년 동안 4~5시간밖에 안 자고 백신을 만들고, CEO가 된 후에는 유학(이때가 1차 유학으로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대 공학석사를 받았다.)을 가서 공부와 경영을 병행하느라 이틀에 한 번 꼴로 밤을 새웠으니, 체력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그 이후로 안 박사는 술을 완전히 끊었다. 

안철수연구소의 건물에 관한 스토리

다음은 회사 사무실의 역사에 관해서다. 회사 행사에서 직원들 대상으로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 문제 중의 하나가 안철수연구소가 창업부터 몇 번 이사를 다녔느냐였다. 최근에 들어온 직원들이 많아서인지 잘 맞추지 못했다. 나는 지금이 6번째인 것을 아는데..

 

첫 사무실이 있던 한판빌딩

그제서야 안철수 박사를 만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뀐 건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가 보았으니 정확히 기억할 수밖에 없다. 체험을 통한 기억이 오래 간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났구나하는 생각에 내 나이를 돌아보게 된다. 안철수 박사와 같은 시점에 정보 보안 사업에 뛰어든 지 어느덧 올해로 14년째가 된다.


안철수연구소의 실질적 초석이 된 오영 빌딩

내가 안철수 박사를 처음 만났던
2번째 위치는 남부 터미널 근처 건물이었다. 지금도 그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건물 주위가 온통 모텔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 시내에 모텔이 그렇게 밀집해있는 지역을 처음보았다. 지금도 모텔이 상당히 많은 타운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모텔이라면 생각나는 부정적 인식, 그리고 그와 연관된 어두운 서비스 간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도저히 사무실이 있는 곳 같지가 않았다.

모텔 타운 한복판에 있던 오영빌딩

그런데, 이 건물은 안철수연구소의 중요한 초석이 된다. 안철수 사장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복귀한 시점이었다. 또한 대주주인 한글과컴퓨터에 마케팅을 의존하고 있던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서, 비로소 안철수연구소 (당시 이름으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독자적으로 영업 조직을 갖추고 회사의 모양을 갖추었다. 현재 안철수연구소의 권영찬 차장이 1호 영업 사원이었다. 비록 직원들 월급주기 빠듯한 상황이었지만

 

규모가 20명도 채 안 되었던 것 같다. 내가 하던 회사도 20명 내외였으니까 비슷한 규모여서 동병상련의 처지를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정보 보안사업을 한다고 하면 돈이 되겠느냐?’며 주위에서 한심하다는 눈길을 받을 정도였으니.. 벤처 기업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중소기업은 대기업 계열사의 하청업체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인식은 지금보다도 훨씬 열악했다. 그 곳에서 안철수연구소의 주춧돌이 탄탄하게 놓여진다.


미국 기업의 거액 인수 제안을 거절한 시점이 이때이며, 인간 안철수가 TV를 타게 된 계기인 '성공시대'가 바로 여기에서 촬영된다. (나도 동종업계 기업인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TV에 최초로 출연하는 영광을 얻었다)

도약의 발판 우영 벤처 타워

CIH 바이러스 대란을 통해 도약한 우영 벤처 타워

그 다음 옮긴 곳이 강남역에서 양재역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우성아파트 근처에 있던 건물이었다. 내가 찾아가려고 하니까 안 사장이 찾기 쉬울 거예요. 바나나클럽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 없대요.”라며 설명해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건물은 술집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그 가운데 있었다. 지나쳐 보기는 한 지역인데 정말 부근에서 바나나클럽을 물어보니 바로 가르쳐 준다.

그 건물이 안철수연구소가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공간이 된다. CIH 바이러스가 터지고 망가진 PC를 들고서 번호표 들고 기다리던 곳이 바로 그 곳이다. 마침 나도 길 건너편에 있었기에 같이 만나서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과거보다 훨씬 여유가 생기고 CEO다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모텔 타운에서 기초를 만든 2번째 건물을 거쳐 술집 한가운데 있는 우영 벤처 타워에서 보안 업계 처음으로 매출(수주액) 100억원을 돌파했.


그 후에서야
IT 기업들이 주로 있던 강남 테헤란로 부근과 수서 시대를 거쳐 지금 여의도에 위치하게 되었다. 모텔 타운에서 초석을 다지고, 술집 타운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후, 벤처 타운에서 코스닥 상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나서 지금은 순복음교회 부근의 교회 타운이다.

이 곳을 우리가 글로벌하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 싶은게 안철수연구소 CEO인 나의 꿈이다. 2년 뒤에는 판교 사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때에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세계 각지의 파트너와 고객을 상대로 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의 위상으로 입주하고 싶다. 그래서, 영혼이 있는 기업, 정직하고 투명한 기업의 철학을 이어 갈 것이다.


무릎팍 도사에서 안철수연구소의 역사를 설명하는 녹화 과정에서 건물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종 방영에서는 제외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안철수연구소의 역사에 대해
 몇 자 적어 보았다.

신고

대한민국은 껍데기 뿐인 IT강국인가?

IT와 세상 2009.06.10 07:40

IT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달려있다.

방송통신위원장이
IPTV 서비스를 구성하는 제품 안에 한국 기업의 기술이 별로 없는 것을 보고 장탄식을 했다고 한다. IT 강국이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씁쓰레하다. 그러나, 실망하기보다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IPTV 전시회 (etnews.co.kr)


1. 핵심적인 부품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은 허약해진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대기업은 브랜드와 시스템으로
, 중소기업은 요소 기술과 집중력으로 승부를 한다.
각각 집중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수평적인 윈윈 관계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종속 관계가 심화되면서 중소기업 층은 더욱 엷어졌다

중소기업이 가능성을 제시한 분야에 대기업이 진정으로 관심이 있으면 M&A를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그러한 M&A(인수합병) 사례는 아주 적다. 오히려 대기업은 경쟁 제품을 만들어 중소기업과 경쟁하니, 중소기업은 First-Mover의 장점을 살릴 수가 없을 뿐더러 국내에서 마저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와 출혈 경쟁에 힘이 부친다. 그러니, 어느 세월에 세계에 나가 경쟁하겠는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적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어떤 경쟁력과 위상을 지니고 있느냐이다. 일본과 대만이 탄탄한 부품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은 기술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소기업 덕택이다. 반면에 우리는 대기업에만 집중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못해 결국 수많은 부품과 요소 기술을 일본과 대만에서 수입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 처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더 심각하다. 소프트웨어는 인건비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 아이디어나 기술력에 대한 가치가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러니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는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되었다. 혁신과 창의력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이런 대접을 받으니 글로벌 기업으로 커 나갈 여력이 없다.
이제라도 과오를 반성하고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2. IPTV와 같은 비즈니스 플랫폼을 보유한다는 계획 자체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결국 핵심 부가가치다. 애플사의 아이포드(iPod)가 성공한 이유는 아이튠스(iTunes)라는 음악 서비스와 직관적인 디자인을 갖춘 단말기의 절묘한 결합에 있다. 어떤 국내 대기업 임원이 애플 제품의 디자인만 놓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딱해 보인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서비스 플랫폼과 풍부한 콘텐츠 제공 모델을 간과해서는 절대로 애플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이 제품이 진화한 아이폰(iPhone)이라는 결합 서비스 상품으로 애플사는 통신사와 단말기 업체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을 관통했다. 그 결과 출시된지 2년만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윈도우 모바일을 제치고 심비안(Symbian), 블랙베리(Blackberry)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다. 출사표를 내고 쫓아오는 구글의 앤드로이드(Android), 잠시 시장에서 밀리는 형태를 보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이 스마트폰 플랫폼 장악을 위해 필사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미 애플 매니어와 풍부한 협력업체로 아성을 구축한 아이폰의 위상은  확고하다. 닌텐도도 가정용 오락 플랫폼의 절대적 위상을 차지한 전형적 예다.

Symbian(노키아)

BlackBerry

아이폰



비즈니스 플랫폼은 전략적 요소

이와 같이, 비즈니스 플랫폼을 가진다는 것은 엄청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적 리더쉽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IT 패러다임 변화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창의력을 불태우는 모멘텀을 제시해 왔다. 만일 우리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앞선다면, 여기에서 입증된 기술은 세계적으로 뻗어갈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우리가 껍데기뿐인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조의 목소리가 있다. 하드웨어 장비, 그것도 알맹이는 외산 장비가 장악한 현실에서 허울뿐인 표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앞선 인터넷 환경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인터넷 뱅킹, 온라인 거래, 모바일 인터넷, 정보 보안, 온라인 게임에서 개발된 기술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이며 이는 우리의 IT 환경과 문화 턱을 톡톡히 보았다.

단순히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IT 서비스를 생활과 문화 속으로 정착시킨 하이테크의 선진국이다. 충분히 자부심을 갖추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하드웨어적 시각에서 소프트적 마인드로 시선과 발상을 바꾸면 우리의 엄청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기에 새로운 IT 플랫폼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뿌리 위에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 한다. 플랫폼의 방향을 정확하게 잡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역할 분담을 통해 윈윈(Win-Win)하는 환경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특히 글로벌 진출의 선봉을 집중력과 차별적 기술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소 IT 기업이 담당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중소기업이 제 역할을 하려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결국 공정한 거래가 핵심이다. 그래야 젊은 기업가들이 원대한 꿈을 가지고 달려들 것이며, 열정을 가지고 해외로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게 된다.

(한국일보 컬럼에서)
신고

아이폰은 통신과 휴대폰 혁명의 미래일까?

보안 이야기 2009.04.16 08:17

발단(Trigger) II: 통신 혁명 (2)

 

1990년대 초에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즈음 무엇을 연구하느냐고 물으니, 그 친구가 “앞으로는 모두가 전화기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될 거야.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라고 얘기하는데, 기대는 하면서도 확신은 없는 어조로 말했던 기억이 있다. 명색이 전자공학을 전공한 두 사람이 앉아서도 10년 뒤에 휴대폰이 이 정도로 널리 사용되리라 예상을 못했던 것이다.

 

1948년에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을 만든 클라우드 샤논(Claude Shannon)은 '무선통신의 아버지',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의 아버지'로 불린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해서 노벨상을 받은 윌리엄 샤클리(William Shockley)와 동시대 인물이지만 샤논은 일반인에게 덜 알려져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려면 이 두 사람을 모를 수가 없다. 유선 통신과 달리 무선은 자연 환경 속의 온갖 소음(noise)과 간섭 속에서 통신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게 마련인데, 샤논은 이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만들었다.


 

William Shockley (www.tamu-commerce.edu)

Claude Shannon (www.landley.net)



 
군대에서 시작된 무선 통신은 한때 부의 상징이었던 카폰(Car Phone)을 거쳐 오늘날 거의 모든 개인의 통신 수단이 되었다. 인도, 남미와 같이 통신 기반이 약하고 지역이 넓은 국가들은 유선을 설치하는 비용보다 무선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유선 인프라 구축을 건너뛰고 바로 무선으로 넘어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집에 전화기도 없던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인도와 남미 같은 나라에서는 선로를 깔아놓으면 그 선을 잘라가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렇게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이동성(Mobility)를 지원하는 무선 통신은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또 다른 전환점은 휴대전화 기술이 인터넷 기술을 결합한 것이었다.

텔레코즘(Telecosm)’의 작가 조지 길더(George Gilder)는 퀄컴(Qualcomm)이 인터넷 프로토콜을 처음으로 휴대폰에 구현하자 GSM을 기반으로 한 유럽 진영의 CDMA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극심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사실 주파수 권한에 의해 수익 모델이 창출되는 통신업체에게 무료 성격이 강한 인터넷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무료이거나 비교적 저렴한 VoIP 서비스가 그간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무선에서도 음성과 데이터는 통합되었고 인터넷 기반의 브로드밴드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현재 인터넷과 휴대폰 기술은 상호보완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처음 음성 통신에만 집중하던 휴대폰이 데이터 속도의 증가로 데이터 통신까지 지원하게 되었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는 초기 데이터 통신에서 현재는 원래 휴대전화 영역이었던 음성 통신까지 무선으로 지원할 수 있게 발전했다. 결국 그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상관없이 데이터 통신과 음성 통신을 함께 사용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 기술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통신시장의 대변혁을 가지고 온 무선랜


한편 인터넷 접속 관점에서 기술 혁신이 발생했으니 바로 무선랜(Wireless LAN)이다. 무선 AP를 통해 기업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무선랜의 부품 가격이 급락했고 사용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워낙 급작스러워서 공급자가 충분한 투자 회수 기간을 가지기 어려울 정도였다. 공공 장소, 스타벅스, 대학 캠퍼스는 무제한 접속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들은 잦은 조직 변경과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무선랜은 완벽한 통신기술이었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케이블을 끌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지원되니 업무 형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동성 근무자(Mobile Worker)의 비율이 급증했고, 무선랜이 장착된 노트북은 업계 표준이 되었다. 이에 따라 드디어 2007년에 노트북 판매대수는 데스크탑 PC 판매대수를 앞서기 시작했다.

 

무선 인터넷은 휴대형 기기(portable device)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통신과 정보 관리,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인터넷을 결합한 상품의 도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성숙했다.

여기에 화룡점정(
畵龍點睛)
을 한 것은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이었다. 한번의 터치로 인터넷의 콘텐츠를 자신의 휴대형 단말기에 연결하는 개념을 혁신적 디자인으로 선보인 것이다. 아이폰(iPhone)이 과연 스마트 폰 시장에서 진정한 리더가 될 지는 장담하기 어려우나 휴대형 기기의 미래 모습을 선보인 선구자의 위상을 차지한 것은 명확하다. 또한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역으로 단말기 업체가 매달 통신비의 일부를 받는 위상을 차지한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


 

통신 혁명의 결과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인터넷 옵션을 누리고 있다.

통신 환경 브로드밴드, CDMA, 무선랜, 와이브로, 3G, GPS, 블루투스 .
인터넷 단말기 - PC, 휴대전화, 스마트 폰, 게임기 등.
접속 시나리오 - 이더넷(Ethernet), DSL, 케이블, 무선랜(Wi-Fi) 등.


이 옵션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 항상 온라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해외 출장을 가든지 퇴근을 하더라도 회사 메일을 볼 수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처럼 유비쿼터스 사회는 통신 기술의 발달 속에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기술 혁신과 투자가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통신 비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은 무료라는 명제와인터넷을 중심으로 모든 활동이 재편되는혁명적 상황이 통신 사업의 수익 모델마저 흔들고 있는 것이다.

 

다각적 접근이 필요해진 정보보안


그런 와중에 인터넷의 태생적 한계인보안의 문제는 더욱 복잡다단해졌다. 통제할 포인트가 다양화되었고 데이터의 성격은 다변화되었다. 통신 환경의 변화로 인해 추가된 보안 개념을 살펴 본다.

 

첫째, PC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아날로그 통신 시대의 다이얼업 모뎀(Dialup Modem) PC 사용자가 자신이 필요할 때에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할 일을 한 후에 스스로 연결을 끊는 구조였다. 그러나, 상시접속(Always-on) PC를 계속 위협에 노출되게 만들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해커가 PC 내부를 헤집고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다른 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소위 좀비 PC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내부 시스템은 전문가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된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수많은 PC 사용자가 보안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취약점이 많은 PC의 존재는 위협의 형태를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켰다. PC가 네트워크에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시 접속의 문제가 야기한 보안 이슈다.

 

둘째, 기업의 내부 인프라를 보호하는 벽이 허술해졌다.


기업의 인트라넷은 인터넷이 들어오는 구간에 방화벽(Firewall)이라는 굳건한 관문이 존재한다. “뛰어난 해커는 어떤 보안 시스템도 뚫을 수 있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보안 정책이 설정되어 있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내부에 공모자가 있든지 사후 관리가 취약해진 허점을 노릴 뿐이다.

 

그런데 무선랜과 같은 접속 포인트는 중앙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관리될 수 있. 대문은 막았는데 뒷문에 자물쇠가 안 잠겨있거나, 개구멍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재택 근무나 외근자가 신뢰할 수 없는 공간에서 접근하려는 경우도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개인용 휴대형 기기를 내부 네트워크에 연결하고자 하면 어떤 정책을 설정할 것인가? 보안은 신뢰할 수 있는 구간(Trusted Zone, Secure Area)과 신뢰할 수 없는 영역 (Untrusted Zone)의 구분에서 시작하는데, 이러한 유무선, 개방형, 복합적 통신 환경 속의 다양한 접속 시나리오는 단순한 잣대로 구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지역적 관리에 그치지 않고 각 프로세스나 트랜잭션(transaction)별로 세밀한 보안 정책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셋째, 네트워크와 PC의 관계가 달라졌다. 더 이상 기업의 PC단순한 개인용 장비가 아니다. 네트워크와 거의 대부분의 시간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장비의 일종이다. 네트워크는 기업의 인트라넷이든 ISP의 대형 네트워크이든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 하나의 플랫폼으로 해석해야 하며, 기업의 IT 관리자는 네트워크 플랫폼 자체를 보호해야 한다.

 

여기에 연결되는 모든 PC와 인터넷 기기를 엔드포인트(End Point)라고 한다. 네트워크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엔드포인트를 의심해야 한다. 만일 회사 직원이 외국에 출장 가서 PC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 어떻게 되는가? 만일 그 PC가 집에서 사용하는 와중에 백도어가 설치되었다면? PC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순간 (이더넷이든 무선 AP를 통해서든 간에) 사내 네트워크로 바이러스가 퍼지거나 내부 시스템이 해킹 당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엔드포인트 보안은 사용자와 PC와 네트워크 플랫폼을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네트워크에 입장하려면 인증과 권한 확인이 필요하고, 최신 바이러스 백신과 운영 체제의 패치가 안 되었다면 면역 시스템을 통해 치료를 한 후에야 연결시켜야 한다.

 

브로드밴드와 무선 통신의 혁명, 무궁무진한 인터넷 접속 옵션, PC와 다양한 휴대형 기기는 PC를 네트워크와 유기적인 관계로 영향을 주는 관계로 발전시켰다. 이제 PC는 엔드포인트라는 개념으로 발전해서 모든 휴대형 기기와 모바일 컴퓨터에 적용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는 보안을 개별적 영역에서 네트워크, 엔드포인트, 어플리케이션, 시스템의 종합적 차원에서 다루는 통합 보안으로 차원을 높인 계기가 되었다.

신고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편견 세가지와 해결 방법

IT와 세상 2009.04.13 01:51

주말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의외의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산업 취급도 받지 못하고 3D 업종 취급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던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통신업체 수장들에 의해 언급된 기사였기 때문이다.

 

이석채. 정만원 "통신 살 길은 SW"

 

연합뉴스 (2009. 4. 12)

 

통신 맞수인 이석채 KT 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나란히 통신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
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석채 KT 회장은 공.사석에서 "한국 IT산업은 하드웨어적인 'T'에는 강해도 소프트웨어적인 'I'에는 매우 취약하다"면서 KT의 정보사업부문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몸통은 SK텔레콤이 하고 날개나 꼬리는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참여해 함께 해외에 소프트웨어를 팔겠다"며 통신소프트산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모바일 플랫폼이나 무선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앞서있는 만큼 각국 소비자들의 수요와 문화, 특성을 파악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무선 통신서비스 시장이 성장정체에 빠지고 해외 통신서비스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통신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회사가 역사상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치고 있음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자랑하는 통신 요금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통신 업체가 관련 서비스를 독점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인터넷이 통신 인프라의 골격이 되면서 유선 음성 통신은 인터넷 전화로 대체되어 가고 있고, 무선 통신은 플랫폼, 콘텐츠가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음성 서비스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좌)과 KT 이석채 회장



이를테면 애플은 아이포드(iPod)로 오디오 플랫폼을 장악한데 이어 아이폰(iPhone)으로 무선 통신 플랫폼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앱스토어(AppStore)를 통해 세계의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 선두 주자인 페이스북(FaceBook)에 하루에도 수많은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플랫폼 장악의 한 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iod), 심비안(Symbian), 블랙베리(BlackBerry), 모두 나름대로 모바일 플랫폼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점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지를 최고 경영층이 보인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할 일이다. 허지만 소프트웨어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그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나온 내용만으로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대략 키워드를 요약하면 SI, 모바일 플랫폼, 세계 시장 공략이 차기 전략이다. 그러나, 여기 제시된 키워드 하나하나가 큰 사업이고 상당한 고민과 자체적인 변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각각 어떻게 연결이 되어 전체적 그림이 되어 갈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의지를 표시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해 왔기에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동안 느꼈던 우리의 잘못된 인식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편견 1: 대기업이 하면 소프트웨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우선 대기업의 힘을 빌리면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현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영세해서 대기업의 리더쉽이 필요한다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대기업 임원이나 정부의 관계자들과 얘기해 보면, 대기업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 보면 근거가 약하다.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운용되다 보니 막연한 기대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우리가 언뜻 생각하면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브랜드를 이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삼성, LG, 현대와 같은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그러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아느냐도 중요하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에 의혀면 미국의 대학생 중에서 삼성을 한국 기업으로 아는 사람이 10%,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58%라고 한다 (앤드슨애널리스트 조사 결과). 물론 어느 회사의 국적이 중요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일단 한국의 IT 강국 이미지와 일본의 기업 이미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일본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거리가 멀다고 인식하는게 보편적이라서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다. 따라서, 이들 한국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Perception)하고 있느냐다.


삼성, LG의 대표적인 상품은 TV, 휴대폰이라서 외국인들은 가전업체(Consumer Appliance)로 인식한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 강한 것을 아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부품 산업이라 소프트웨어와 동질감이 적다. 현대는 일본의 도요타, 혼다를 추격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로 안다. 그러면 이렇게라도 인식하는 브랜드가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도움이 될까?

 

보통 브랜드로 인해 떠오르는 인식(perception) 1-2가지를 벗아나기 힘들. 그래서, 글로벌 업체들은 백화점 식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 IBM, HP는 컴퓨팅 업체, Oracle은 데이터베이스 및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스코는 스위치, 노키아는 휴대폰, 구글은 인터넷 검색, 이런 식이다.

 

과연 우리 대기업들의 앞선 브랜드로 소프트웨어를 제시할 때 고객들이 받아들일까? 물론 전혀 모르는 브랜드보다 나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가전제품을 연상하는 고객에게 소프트웨어를 어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소니(Sony)나 도요타(Toyota)에서 소프트웨어를 여러분에게 팔려고 한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도요타의 정보시스템 계열사는 상당히 규모가 큰 IT 서비스 업체다. 그러나, 내부 시스템 관리 이외에 외부 사업을 거의 벌이지 않는다. 왜냐 하면, 도요타 내부 업무도 워낙 많을 뿐더러, 자동차 업체라는 고정된 인식으로 인해 IT 브랜드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편견 2. 마케팅 능력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반드시 고려할 요소는 마케팅 자원과 경험의 문제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공급하는 커뮤니케이션 제품이다. 따라서, 집중적이고 유연한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마케팅 기능은 아주 취약하다. 고객에 전달하는 가치(value)를 정량화하는 틀이 잘 안 되어 있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잘 발달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역사가 짧은게 가장 큰 흠이다.
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이 낮고, 유통 체계가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연, 혈연, 인맥에 의한 상거래 질서가 허물어짐이 다반사다. 이런 요소들이 프로다운 마케팅을 구사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 따라서, 글로벌 마케팅을 할 만한 인적 자원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이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극복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편견 3: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을 통해 마케팅을 한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마케팅 기법을 많이 배울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 목표를 들여다 보면 거의 100% 한국 시장 진출이다. 일부 하드웨어 벤더들이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업무를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의 아웃바운드(outbound) 사업에 있어서 글로벌 기업의 역할은 거의 없다. 한 마디로 인바운드(inbound) 비즈니스이므로 마케팅 역할은 본사에서 잘 준비된 자료를 번역해서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다. 물론 그런 자료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을 직접 포장하는 경험은 전혀 할 수 없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기본은 자기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려고 하는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제품 기획
, 그리고 포지셔닝이다. 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자료 (Sales Kit)가 구성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연구개발(R&D) 기술자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기업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 그나마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몸부림 친 벤처 기업들이다. 아직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글로벌 성공 사례는 적지만, 벤처 붐은 그나마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었다.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상생 전략이 소프트웨어 사업의 열쇠


소프트웨어가 향후 성장 동력이라는 것은 자명하고, 우리의 대표적 통신업체들이 이를 방향으로 정립한 것은 너무나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의 벽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그에 맞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전시성 산업이 아니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장 엔진을 발굴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의 경험을 활용하고 협업하는 상생의 전략이 바람직하며,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의 육성이 소프트웨어 전략의 핵심이다. 중소기업을 통한 소프트웨어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에서 몇 천명 고용을 늘리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