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케팅 시대 - IT와 콘텐츠의 결합

책으로 보는 세상 2009.06.29 08:31

해외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보편적 인식을 피부로 느낀다. 안랩의 해외 사업을 뛰다가 부딪히는 장벽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한국에 대한 지식 (북한과 88올림픽 밖에 모르는 경우 힘이 빠진다)

-   한국에서는 IT가 발달했고, 실생활에 접목이 많이 되어 있다?

-   한국에는 정보 보안의 핵심기술이 있다?

-   안랩(AhnLab)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물론 한국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했던 이상으로 인식의 벽은 두껍다. 이런 열악한 국가 이미지와 회사의 브랜드를 극복하고 안랩의 기술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면 우리의 걸어온 과정을 스토리로 설명하는게 효과적이다.

한국이 영세한 후진국에서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역사, 산업시대를 거쳐 빠르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간 과정,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벤처 산업이 나오게 된 배경, 생활속에 자리잡은 IT의 현황과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문화, 인터넷 중심으로 가면서 정보 보안 기술을 가지게 된 이유 등등. 우리의 기술력이 뛰어난 이유를 스토리를 통해 설명해야 어느 정도 설득이 된다.

아마 해외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CEO, 또한 대기업들 마저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IT나 글로벌 사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신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때 멋있는 스토리로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짧은 시간에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소개한 책 :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Storytelling Marketing)”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홍사종 교수는 적자에 헤매던 정동극장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새로운 문화 산업의 돌파구를 제시한 선구자다. ‘이야기 마케팅의 전도자(evangelist)이며, 기업과 기관, 학교에서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모델을 여러 모로 입증시킨바 있다. 평소 홍 교수의 소신과 자신감에 감복해 왔던 나로서는 이 책을 보자 무척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내용이 정연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 그의 이야기론은 시대적 코드와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엿보게 한다. 일단 책을 들면 단번에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냉장고의 개념을 바꾼 대기업 간의 마케팅 전쟁 이야기가 나오는데, 냉장고 광고 카피가 어떻게 진화해서 꿈을 파는 스토리로 업그레이드 되었는가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 냉장고

남자들은 모른다. 주부가 갖고 싶은 냉장고 oo ‘

‘oo은 사랑입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Feature-Benefit-Value로 구분하여 분석하는 기초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서 마케팅은 기능(feature)으로 갖추어진 제품을 어떻게 고객 관점의 가치(value)로 타겟팅하여 전달할 수 있는 가에 달려있다.

위의 광고 카피를 보게 되면, 냉장고의 기능(feature)에 머물렀던 하드웨어 광고가 어떻게 가치(value)전달의 수준을 넘어서 스토리를 통해 꿈을 팔게된 변천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냉장고라는 기계가 주부들의 감성을 건드려서 가정의 생활 문화로서 자리잡았다. 제품에 문화가 결합해서 설득력을 갖는 이른바 컬덕트(CULture+proDUCT)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냉장고 광고의 변천


최근 해외 백화점에 가 보면 한국의 가전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LCD TV, 휴대폰은 말할 것도 없고, 냉장고, 세탁기 등도 한국 제품이 진열대 앞에 나와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dryer)의 시장을 연 미국의 업체들은 내구성과 튼튼함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품질과 견고함은 기본이지 그 자체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시대는 지났다.

그 자리를 예쁘고 아늑한 이미지의 우리 제품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에서 가전산업은 일본 제품보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나쁜 사업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를 통해 화려하게 거듭나며 고부가 생활 공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대기업 위주의 사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압박을 크게 받는 현실도 개선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케팅적인 성공은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한 이야기 전쟁 

 

하얀거탑 (한국/일본판) a-bori.com/blog/

또한 이 책에서는 영화, 연극, 오페라,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쟁 시대를 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유대인들로 장악된 헐리우드의 예에서 보듯이 문화의 침투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비난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럴수록 우리의 무구한 역사와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이다.

 한편 스토리가 글로벌하게 하이브리드(hybrid)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인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괴물>과 같은 이야기가 헐리우드에 팔려 나갔다.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 영화는 거꾸로 우리가 원작을 사와서 성공한 경우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일본 만화이고, <결혼 못하는 남자>,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와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를 더 잘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것도 활발하다. 이야기와 콘텐츠의 창의성과 질이 중요하지, 원작이나 시장의 국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홍사종 교수의 제언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문화적 DNA글로벌 모드로 바꾸어나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도 빨대를 꽂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과 문화의 시너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특히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IT 산업으로 형성된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인간소외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급진적, 단절적 시대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자연과의 분리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피로감이다. 그 다음은 정보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지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과 이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문화적 복지, 일탈문화의 제공, 카타르시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갈등해소를 제안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정보기술과 문화의 결합이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디지털 경제환경을 거꾸로 읽으면 지금이야말로 정보산업 경쟁력과 더불어 사회적 일탈욕구와 소외문제를 풀어줄 건강한 이야기산업의 육성을 위한 중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홍사종 교수의 정동극장 이야기

 

홍사종 교수

그는 잊혀져 가던 정동극장의 극장장이 되면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책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극장의 입장에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거꾸로 수요를 만들고 이를 자극해서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국악 장터
, 돌담길 추억이 있는 음악회, 동창회나 친목회를 위해 커스터마이즈 해 주는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한 공연은 공연은 밤에 한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공연 관점에서 죽은 시간인 낮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소신이 반영되었다.

"기능과 품질은 산업화 패러다임의 덕목이다. 정보화, 감성화 패러다임에서는 기능과 품질이라는 기본위에 이야기라는 궁극의 덕목을 의식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참조 도서

마침 이 책을 읽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간부에게 주었더니
, 이미 제품기획, 인터넷 마케팅 부서에서 다음 주제로 선정해서 읽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안랩과 같은 기술 회사도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스토리로 전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터라 나와 거의 동시에 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설득력있는 스토리는 수많은 정보의 범람으로 혼란스러운 고객의 마음을 정조준 할 수 있다. 아울러 문화와 콘텐츠는 IT의 바탕 위에 꿈을 파는 가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다.


신고

안철수연구소 CTO가 된 후 첫 메시지 공개 (1)

경영 이야기 2009.06.20 15:39

내가 안철수연구소에서 임원진으로 선임된 것은 작년(2008년) 2월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조직이 커지면서 비대화, 관료화의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매출 구조는 V3 위주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 사업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부진했고, 대표 제품 V3의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고객이 많아지면서 고객과 멀어지게 되는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외국산 엔진을 수입해 한글 포장만 해서 무료로 무차별하게 배포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오면서, 혼란에 빠진 V3 사업도 재정립이 필요했다. 해킹과 악성코드는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정보 보안이 본질을 벗어나 마케팅 용도로 전락해갔다. 안철수 박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정보 보안의 생명인 '사명감'보다 돈벌이로 비추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어쨌든 정보 보안 기업의 대표로서 책임감있는 실력을 보여 줌과 동시에 성장 엔진을 만들어야 할 과제가 눈 앞에 있었다.

(그 이후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 V3 경쟁력 전반에서 변화와 발전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맞는 신개념의 V3 신제품의 연구 개발에 주력한 결과,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하고 있다. 아울러 신기술 개발, 조직문화, 해외수출 등 전반에 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4월말 세계 최경량 신개념의 통합백신 V3 IS 8.0 발표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혁신적인 변화와 신속한 실행 문화가 절실했다. 지난해 초반 당시에 백신 위주 사업에 안주해왔던 기업 분위기는 위기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0월 CEO가 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위기경영의 기조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내 기준에는 여전히 위기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 속도와 체질 개선을 위해 경영체제를 CEO / CTO / CLO 구조로 바꾸고, 전체 조직을 5 계층(tier) 구조에서 3 계층(tier) 구조의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로 바꾸었다. 또한 스태프 조직은 과감히 제거하거나 군살을 크게 줄이는  큰 수술이 시작되었다.

당시 연구소, 악성코드 분석센터(ASEC), 제품 기획, 인터넷 사업을 포함해서 12개 팀, 300명 이상의 인원을 담당한 CTO의 중책을 맡은 나로서는, 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 어떻게 직원들과의 소통해야 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음 메시지는 2008년 2월 22일 CTO로서 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일로서 당시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하고자 하는 나의 고민을 담고 있다
. 그 이후 안철수연구소의 변화 과정과 앞으로의 행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하여 여기에 게재한다. (내용이 길어서 2회에 걸쳐서 내 보낸다.)

직원 여러분,

 

CTO로서 여러분들과 같이 꿈을 이루어나갈 김홍선입니다. 여러분과 같이 일하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앞으로 같이 생활하면서 알게 될 기회가 많을 겁니다. 몇 가지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운영 철학

       

1) Fun - '재미있게 일하자'입니다. 비즈니스 마인드(Business mind)로 일할 때, 오너쉽을 가지고 일할 때 가장 재미 있습니다즐겁게 일을 찾아서 하는 태도(attitude)로 일 자체에서 재미를 만끽하는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2) Creativity - 창의력은 기업과 개인을 위해서 가장 가치가 큰 일입니다. 꿈을 꾸는데 제한을 두지 마십시오. 우리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자체 구현, M&A, Alliance ). '보안'으로만 국한하지도 마십시오. 꿈을 만들어가는데 우리의 비젼이 있습니다.

3) Innovation - 모든 것은 혁신(innovation)의 대상입니다. 제품 혁신(Product innovation), 기술 혁신(Technology innovation),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등. 프로세스와 규정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일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시대에 안 맞고, 우리 환경에 안 맞고, 우리가 일하는데 방해가 되면 과감히 개혁해야 합니다.  혁신(innovation) 창의성(creativity)이 합쳐질 때 차별화의 길이 보입니다.

 

2. 조직 변화에 대해

 

이번 조직 변화에 어떤 분들은 너무 성급하게 추진해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를 하더군요. 본래 이런 구조적 개혁은 전광석화처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본래의 정신에 맞게 정착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치밀한 업무 분석과 자원 배치가 고려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장 변화에 맞추어, 여러분들의 니즈에 맞추어 유연(flexible)하게 운영할 겁니다. 절대로 고정된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금번 조직의 정신은 역동적인 변화 의지입니다. 외부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고 환경 변화가 극심합니다. 개방화되는 사회, 글로벌 대기업의 무차별 확장, 개인화로 인한 고객 니즈의 다양성 등. 사회 어느 위치에 있든지 빨리 변화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없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항상 위기는 기회가 같이 옵니다.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도 열리는 시대인 것입니다. 안철수연구소가 앞서 이런 변화를 추진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앞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직 변화를 통해 슬림화된 구조를 느끼실 겁니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여러분 각자의 업무가 회사의 결과(output)에 직결되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겁니다. 한편 수평적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어느 위치에 있든지 책임있게 일을 처리해 주어야 회사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따라서, 여러분 개개인의 의식의 변화를 부탁 드립니다.

 

1) 커뮤니케이션 시간 단축

 

모든 내부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과 정보 공유는 극대화하되 그 절차와 형식은 최대한 줄여서 효율의 극대화를 꾀합시다. 회의 시간 줄이고, 회의 자체를 줄이고, 회의 기다리는 시간도 줄이고, 회의를 위한 과도한 준비도 줄이십시오. 저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예쁘게 준비된 자료, 즉 pretty graphics보다 내용 자체가 중요합니다. 물론 고객에게 제공하는 자료는 최대한 정성을 해서 준비해야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서로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인데 지나친 정성은 낭비입니다.

 

2) 실무자의 목소리 적극 반영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기준은, 즉 제품과 사업 방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실무자들이 누구보다 잘 압니다.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겠습니다. 팀장(관리자)는 이를 사업화시키는 주체이지, 단순히 각 직원의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관리'보다 고객을 향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 '의지'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합시다.

 

3) Transparency(투명성)

 

이슈(Issue)가 없는 회사가 없고, 이슈가 없는 프로젝트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이슈들을 피하고 정확하게 사실 공개(fact-finding)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실수는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항상 솔직하게 사실들(facts)를 전부 공개해야, 해결책이 나옵니다. 먼저 이슈를 밝히는데 있어서 빠르면 빠를수록 해결책이 빨리 나오고 문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명한(transparent) 업무 진행, 투명 커뮤니케이션의 정착이 회사 업무에서 중요한 것입니다.

 

4) Flexibility(유연성)

 

수직적 문화에서 플랫(flat)한 구조로 갈 때 가장 힘들어하는 변화가 유연성(flexibility)에 대한 적응입니다. 회의 시간 줄이라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활발한 정보 공유를 하되 그 틀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고, 메신저로 상의할 수 있고, 커피마시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인력 구조, 업무 조정, 모두 유연한 사고로 움직이기 바랍니다. 어떤 업무가 특정 부서에서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위치에 있든지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하고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살아날 수 있는 기업 문화, 저희가 우선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자세입니다.


안철수연구소 CTO로서의 첫 당부사항 공개 (2) [다음 회 연결]

신고

주유소에 준 적 없는 내 정보가 왜 유출될까?

보안 이야기 2009.05.01 07:55

발단(Trigger) III-(2): 생활 혁명 속의 보안

 

GS 칼텍스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이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나는 주유소에 내 개인 정보를 준 적이 없는데, 아마 그곳에서도 회원을 수집하나 보지? 그런데, 1000만이 넘는다면 4명당 1명이라는 얘기인데...” 개인 정보를 많이 취급하는 인터넷 기업이나 기관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났을 때 혹시 내 정보도..” 했던 경우와는 판이하게 느낌이 달랐다.

 

알려진 대로 소비자 마케팅의 일환으로 카드, 금융, 음식점과 같은 다른 업종간에 이루어지는 제휴 사업이 그 원인이었다. 주유소에서 카드를 받지 않았더라도 제휴사의 회원이 연결되는 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회원 가입할 때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아니 거의 읽지 않는 약관에 그렇게 개인정보가 활용될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게다가 주유 사업은 정보통신망법의 사각 지대이다 보니 사후 관리나 감사도 어려웠다.

 

업종간 제휴와 결합은 비단 우리 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규정과 문화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어떤 국가는 개인정보보호 최고 책임자 (Privacy Commissioner)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개인 정보가 침해되었다는 정황이 있으면 수색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IT 강국이면서 뒤늦게 정보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신경 쓰는 우리 나라와는 시스템 자체가 틀린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개인 정보에 대한 관리 주체나 범위에 있어서 공감대도 아직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개인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왔고 정보를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IT 구축과 관리는 사업 모델과 마케팅 목적을 지원하는 정도로 간주 되다 보니 보안이나 개인정보보호의 개념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개인들도 개인 정보의 관리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친한 사람에게 패스워드를 알려 주는 것은 공동체 속의 나눔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문화에 기인하는 것인가? 이런 공감대가 없다 보니 법과 규정이 뒤늦을 수 밖에 없다.

 



개인정보보호는 이러한 위험성의 단편일 뿐이다
. IT가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오면서 보안 문제는 더욱 구조적이고 입체적이 되었다
.
생활 혁명의 현장에서 어떤 관점에서 보안 문제들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조명해 본다.

첫째, 보안이 돈과 직접적인 관련이 되게 되었다.
 

전자상거래, 인터넷 뱅킹, 사이버 주식 거래 등등. 모두가 돈이 오고 가는 경제 활동이다. 이런 행위가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우리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돈이 있는 곳에는 항상 범죄의 유혹이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 호기심으로 만들었던 바이러스가 범죄와 연관된 색채를 드러내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이후에는 범죄로 간주되는 악성코드의 위협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악성코드 중에서도 정보탈취를 목적으로 한 트로이 목마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범죄 행위가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앞 회에서 브로드밴드의 보급으로 인해 상시접속(Always-on) 상태인 PC가 공격 대상이 되었다고 언급한바 있다. 탈취한 정보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장되면서 해킹, 악성코드는 물론 키로거, 메모리 해킹과 같은 심층 수준의 공격이 일반화되었다. 키보드, 메모리는 컴퓨터에서 가장 하드웨어 밑바닥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대부분 소프트웨어 전문가도 하드웨어를 에워싸고 있는 운영체제(OS) 내부로 들어갈 경우는 적다. 그런데, 해킹을 위해 이런 하드웨어 수준까지 활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공격이 집요하고 치밀해 졌다는 얘기다.


둘째, 보안이 개인의 문제가 되었다.

개방화의 물결 속에 정보 보안이 군대나 정보 기관의 영역에서 민간 산업의 문제로 확장된 바 있다. 그래도 이 때까지 정보 보안 문제는 내부의 정보 시스템에 주로 관련되었고 이는 IT 전문가들의 관리 영역이다.

그러나, PC가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상품(commodity)이 되면서 IT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보안 사고의 피해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만일 그 일반 PC가 우회 공격의 정착지로 활용되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정보 보안이 IT 시스템 관리자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PC 사용자나 기업 내의 비 IT 부서 직원들에게 모두 해당하는 문제가 된 것이다.

 

개인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소외될 수 있는 국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정보 보안 문제가 국가적 어젠다가 되었다. IT 분야에서 이 만큼 대다수 개인의 문제와 직결되는 시대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일반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위해 총체적으로 접근해야만 한 적이 있었던가? 그만큼 정보 보안은 개인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는 특성이 있어 다른 산업 분야와 동일한 관점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셋째, 정보 보안은 각종 서비스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산업 시대의 업종 구분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앞서 GS 칼텍스의 예에서 본 것처럼 기업과 사용자 간의 연결 상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기업 내부나 기업간의 제휴로 인해 후단(backend)에서 비즈니스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연결하는 접착제는 IT가 담당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간의 정보 교환, 네트워크에 의한 통신, 어플리케이션 간의 결합 등 디지털로 저장된 정보는 유연하게 흘러간다. 계열사나 협력사 간에 이루어지는 이런 흐름에서 보안상 취약점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사용자의 관점에서 서비스가 영향을 주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조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정보보호에 해당하는 HIPPA는 병원, 약국, 보험 회사가 보관하거나 주고 받는 중요한 정보 (개인 정보, 병력, 투약 이력 등)가 허가된 사람 이외에는 어떤 형태로도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VISA, Master,
아멕스와 같은 신용카드들이 만든 PCI DSS(Payment Card Industry Data Security Standard)는 신용카드 처리를 담당하는 가맹점, 금융기관, 카드사 간의 보안 가이드라인을 종합적으로 규정한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 나라는 이런 규정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민간, 금융,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가 발생할 터인데 각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총체적인 보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넷째, 보안의 문제가 개인의 일반 기기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인터넷은 이미 우리 가정 속으로 깊이 들어 오고 있다. 인터넷 전화는 유료 전화 시장을 대체해 가고 있다. IPTV는 브로드 캐스트(broadcast) 방송의 개념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로 바꾸고 있다. 아마 방송국에서 내 보내는 프로그램에 맞추어 사는 우리의 모습을 10년 뒤에 보면 어떨까? 백색 가전 제품들도 인터넷 기기(Internet Device)로 바뀌고 있다.

 

IT 전문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Gartner)에서는 2000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미래의 세상은 한 개인이 여러 개의 인터넷 기기 (Internet Device)를 소유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IPTV, 인터넷 전화, 게임기, 휴대폰은 이미 인터넷 기기가 되지 않았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인터넷 패러다임이 정보 보안의 출발점이라는 명제에 따르면 보안의 문제는 각 개인이 사용하는 장난감에까지 스며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생활 혁명은 정보 보안은 각 개인의 문제이자 각 개인을 겨냥한 서비스의 총체적 문제가 되었다. 이는 우리의 일반 생활 기기에도 적용되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거래가 늘어날수록 사고의 위험성은 더 커지게 된다.

 

사회적으로 어두운 세력에 의해 우범 지역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돈을 갈취하거나 범죄 위험이 큰 곳이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런 지역을 피해 다니면 된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지능적인 화이트칼라 범죄가 등장한다. 그래도 이러한 범죄는 특정 기업이나 돈 많은 이들이 주요 피해자다. 그러나, 인터넷과 IT를 통한 생활 혁명은 그 피해가 평범한 개인들에게 미치게 된다. 게다가 사이버 공간에서는 우범 지역이 잘 구분되지도 않는다. 이것이 보안이 어려운 이유다.

 

생활 혁명 속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되는 개인과 기업, 기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기관에서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에서 정보 자산에 대한 감독은 최고 책임자의 몫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 CEO의 위험 관리 속에 정보 보안은 핵심적인 요소중의 하나다. 아울러 각 개인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범죄의 위험 지역을 아무리 국가에서 잘 관리한다 해도 스스로 통제를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보 보안의 궁극적 목표는 신뢰의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고
, 이는 공동체 인식으로 나아가야 통제될 수 있다.

신고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편견 세가지와 해결 방법

IT와 세상 2009.04.13 01:51

주말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의외의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산업 취급도 받지 못하고 3D 업종 취급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던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통신업체 수장들에 의해 언급된 기사였기 때문이다.

 

이석채. 정만원 "통신 살 길은 SW"

 

연합뉴스 (2009. 4. 12)

 

통신 맞수인 이석채 KT 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나란히 통신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
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석채 KT 회장은 공.사석에서 "한국 IT산업은 하드웨어적인 'T'에는 강해도 소프트웨어적인 'I'에는 매우 취약하다"면서 KT의 정보사업부문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몸통은 SK텔레콤이 하고 날개나 꼬리는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참여해 함께 해외에 소프트웨어를 팔겠다"며 통신소프트산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모바일 플랫폼이나 무선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앞서있는 만큼 각국 소비자들의 수요와 문화, 특성을 파악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무선 통신서비스 시장이 성장정체에 빠지고 해외 통신서비스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통신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회사가 역사상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치고 있음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자랑하는 통신 요금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통신 업체가 관련 서비스를 독점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인터넷이 통신 인프라의 골격이 되면서 유선 음성 통신은 인터넷 전화로 대체되어 가고 있고, 무선 통신은 플랫폼, 콘텐츠가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음성 서비스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좌)과 KT 이석채 회장



이를테면 애플은 아이포드(iPod)로 오디오 플랫폼을 장악한데 이어 아이폰(iPhone)으로 무선 통신 플랫폼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앱스토어(AppStore)를 통해 세계의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 선두 주자인 페이스북(FaceBook)에 하루에도 수많은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플랫폼 장악의 한 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iod), 심비안(Symbian), 블랙베리(BlackBerry), 모두 나름대로 모바일 플랫폼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점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지를 최고 경영층이 보인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할 일이다. 허지만 소프트웨어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그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나온 내용만으로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대략 키워드를 요약하면 SI, 모바일 플랫폼, 세계 시장 공략이 차기 전략이다. 그러나, 여기 제시된 키워드 하나하나가 큰 사업이고 상당한 고민과 자체적인 변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각각 어떻게 연결이 되어 전체적 그림이 되어 갈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의지를 표시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해 왔기에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동안 느꼈던 우리의 잘못된 인식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편견 1: 대기업이 하면 소프트웨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우선 대기업의 힘을 빌리면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현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영세해서 대기업의 리더쉽이 필요한다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대기업 임원이나 정부의 관계자들과 얘기해 보면, 대기업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 보면 근거가 약하다.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운용되다 보니 막연한 기대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우리가 언뜻 생각하면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브랜드를 이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삼성, LG, 현대와 같은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그러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아느냐도 중요하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에 의혀면 미국의 대학생 중에서 삼성을 한국 기업으로 아는 사람이 10%,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58%라고 한다 (앤드슨애널리스트 조사 결과). 물론 어느 회사의 국적이 중요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일단 한국의 IT 강국 이미지와 일본의 기업 이미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일본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거리가 멀다고 인식하는게 보편적이라서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다. 따라서, 이들 한국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Perception)하고 있느냐다.


삼성, LG의 대표적인 상품은 TV, 휴대폰이라서 외국인들은 가전업체(Consumer Appliance)로 인식한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 강한 것을 아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부품 산업이라 소프트웨어와 동질감이 적다. 현대는 일본의 도요타, 혼다를 추격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로 안다. 그러면 이렇게라도 인식하는 브랜드가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도움이 될까?

 

보통 브랜드로 인해 떠오르는 인식(perception) 1-2가지를 벗아나기 힘들. 그래서, 글로벌 업체들은 백화점 식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 IBM, HP는 컴퓨팅 업체, Oracle은 데이터베이스 및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스코는 스위치, 노키아는 휴대폰, 구글은 인터넷 검색, 이런 식이다.

 

과연 우리 대기업들의 앞선 브랜드로 소프트웨어를 제시할 때 고객들이 받아들일까? 물론 전혀 모르는 브랜드보다 나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가전제품을 연상하는 고객에게 소프트웨어를 어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소니(Sony)나 도요타(Toyota)에서 소프트웨어를 여러분에게 팔려고 한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도요타의 정보시스템 계열사는 상당히 규모가 큰 IT 서비스 업체다. 그러나, 내부 시스템 관리 이외에 외부 사업을 거의 벌이지 않는다. 왜냐 하면, 도요타 내부 업무도 워낙 많을 뿐더러, 자동차 업체라는 고정된 인식으로 인해 IT 브랜드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편견 2. 마케팅 능력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반드시 고려할 요소는 마케팅 자원과 경험의 문제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공급하는 커뮤니케이션 제품이다. 따라서, 집중적이고 유연한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마케팅 기능은 아주 취약하다. 고객에 전달하는 가치(value)를 정량화하는 틀이 잘 안 되어 있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잘 발달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역사가 짧은게 가장 큰 흠이다.
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이 낮고, 유통 체계가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연, 혈연, 인맥에 의한 상거래 질서가 허물어짐이 다반사다. 이런 요소들이 프로다운 마케팅을 구사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 따라서, 글로벌 마케팅을 할 만한 인적 자원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이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극복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편견 3: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을 통해 마케팅을 한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마케팅 기법을 많이 배울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 목표를 들여다 보면 거의 100% 한국 시장 진출이다. 일부 하드웨어 벤더들이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업무를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의 아웃바운드(outbound) 사업에 있어서 글로벌 기업의 역할은 거의 없다. 한 마디로 인바운드(inbound) 비즈니스이므로 마케팅 역할은 본사에서 잘 준비된 자료를 번역해서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다. 물론 그런 자료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을 직접 포장하는 경험은 전혀 할 수 없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기본은 자기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려고 하는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제품 기획
, 그리고 포지셔닝이다. 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자료 (Sales Kit)가 구성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연구개발(R&D) 기술자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기업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 그나마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몸부림 친 벤처 기업들이다. 아직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글로벌 성공 사례는 적지만, 벤처 붐은 그나마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었다.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상생 전략이 소프트웨어 사업의 열쇠


소프트웨어가 향후 성장 동력이라는 것은 자명하고, 우리의 대표적 통신업체들이 이를 방향으로 정립한 것은 너무나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의 벽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그에 맞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전시성 산업이 아니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장 엔진을 발굴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의 경험을 활용하고 협업하는 상생의 전략이 바람직하며,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의 육성이 소프트웨어 전략의 핵심이다. 중소기업을 통한 소프트웨어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에서 몇 천명 고용을 늘리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