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편견 세가지와 해결 방법

IT와 세상 2009.04.13 01:51

주말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의외의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산업 취급도 받지 못하고 3D 업종 취급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던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통신업체 수장들에 의해 언급된 기사였기 때문이다.

 

이석채. 정만원 "통신 살 길은 SW"

 

연합뉴스 (2009. 4. 12)

 

통신 맞수인 이석채 KT 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나란히 통신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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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석채 KT 회장은 공.사석에서 "한국 IT산업은 하드웨어적인 'T'에는 강해도 소프트웨어적인 'I'에는 매우 취약하다"면서 KT의 정보사업부문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몸통은 SK텔레콤이 하고 날개나 꼬리는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참여해 함께 해외에 소프트웨어를 팔겠다"며 통신소프트산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모바일 플랫폼이나 무선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앞서있는 만큼 각국 소비자들의 수요와 문화, 특성을 파악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무선 통신서비스 시장이 성장정체에 빠지고 해외 통신서비스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통신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 회사가 역사상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치고 있음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자랑하는 통신 요금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통신 업체가 관련 서비스를 독점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인터넷이 통신 인프라의 골격이 되면서 유선 음성 통신은 인터넷 전화로 대체되어 가고 있고, 무선 통신은 플랫폼, 콘텐츠가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음성 서비스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좌)과 KT 이석채 회장



이를테면 애플은 아이포드(iPod)로 오디오 플랫폼을 장악한데 이어 아이폰(iPhone)으로 무선 통신 플랫폼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앱스토어(AppStore)를 통해 세계의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 선두 주자인 페이스북(FaceBook)에 하루에도 수많은 어플리케이션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플랫폼 장악의 한 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iod), 심비안(Symbian), 블랙베리(BlackBerry), 모두 나름대로 모바일 플랫폼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점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지를 최고 경영층이 보인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할 일이다. 허지만 소프트웨어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그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나온 내용만으로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대략 키워드를 요약하면 SI, 모바일 플랫폼, 세계 시장 공략이 차기 전략이다. 그러나, 여기 제시된 키워드 하나하나가 큰 사업이고 상당한 고민과 자체적인 변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각각 어떻게 연결이 되어 전체적 그림이 되어 갈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의지를 표시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해 왔기에 앞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동안 느꼈던 우리의 잘못된 인식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편견 1: 대기업이 하면 소프트웨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
 

우선 대기업의 힘을 빌리면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현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영세해서 대기업의 리더쉽이 필요한다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대기업 임원이나 정부의 관계자들과 얘기해 보면, 대기업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 보면 근거가 약하다.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운용되다 보니 막연한 기대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우리가 언뜻 생각하면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브랜드를 이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삼성, LG, 현대와 같은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그러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아느냐도 중요하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에 의혀면 미국의 대학생 중에서 삼성을 한국 기업으로 아는 사람이 10%,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58%라고 한다 (앤드슨애널리스트 조사 결과). 물론 어느 회사의 국적이 중요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일단 한국의 IT 강국 이미지와 일본의 기업 이미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일본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거리가 멀다고 인식하는게 보편적이라서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다. 따라서, 이들 한국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와 한국의 연결 고리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Perception)하고 있느냐다.


삼성, LG의 대표적인 상품은 TV, 휴대폰이라서 외국인들은 가전업체(Consumer Appliance)로 인식한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 강한 것을 아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부품 산업이라 소프트웨어와 동질감이 적다. 현대는 일본의 도요타, 혼다를 추격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로 안다. 그러면 이렇게라도 인식하는 브랜드가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도움이 될까?

 

보통 브랜드로 인해 떠오르는 인식(perception) 1-2가지를 벗아나기 힘들. 그래서, 글로벌 업체들은 백화점 식으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 IBM, HP는 컴퓨팅 업체, Oracle은 데이터베이스 및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스코는 스위치, 노키아는 휴대폰, 구글은 인터넷 검색, 이런 식이다.

 

과연 우리 대기업들의 앞선 브랜드로 소프트웨어를 제시할 때 고객들이 받아들일까? 물론 전혀 모르는 브랜드보다 나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가전제품을 연상하는 고객에게 소프트웨어를 어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소니(Sony)나 도요타(Toyota)에서 소프트웨어를 여러분에게 팔려고 한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도요타의 정보시스템 계열사는 상당히 규모가 큰 IT 서비스 업체다. 그러나, 내부 시스템 관리 이외에 외부 사업을 거의 벌이지 않는다. 왜냐 하면, 도요타 내부 업무도 워낙 많을 뿐더러, 자동차 업체라는 고정된 인식으로 인해 IT 브랜드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편견 2. 마케팅 능력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해 반드시 고려할 요소는 마케팅 자원과 경험의 문제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공급하는 커뮤니케이션 제품이다. 따라서, 집중적이고 유연한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마케팅 기능은 아주 취약하다. 고객에 전달하는 가치(value)를 정량화하는 틀이 잘 안 되어 있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잘 발달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역사가 짧은게 가장 큰 흠이다.
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이 낮고, 유통 체계가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연, 혈연, 인맥에 의한 상거래 질서가 허물어짐이 다반사다. 이런 요소들이 프로다운 마케팅을 구사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 따라서, 글로벌 마케팅을 할 만한 인적 자원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이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극복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편견 3: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을 통해 마케팅을 한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마케팅 기법을 많이 배울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진출 목표를 들여다 보면 거의 100% 한국 시장 진출이다. 일부 하드웨어 벤더들이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업무를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의 아웃바운드(outbound) 사업에 있어서 글로벌 기업의 역할은 거의 없다. 한 마디로 인바운드(inbound) 비즈니스이므로 마케팅 역할은 본사에서 잘 준비된 자료를 번역해서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다. 물론 그런 자료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을 직접 포장하는 경험은 전혀 할 수 없다.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기본은 자기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려고 하는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제품 기획
, 그리고 포지셔닝이다. 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자료 (Sales Kit)가 구성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연구개발(R&D) 기술자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기업은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 그나마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몸부림 친 벤처 기업들이다. 아직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글로벌 성공 사례는 적지만, 벤처 붐은 그나마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었다.


중소기업과의 진정한 상생 전략이 소프트웨어 사업의 열쇠


소프트웨어가 향후 성장 동력이라는 것은 자명하고, 우리의 대표적 통신업체들이 이를 방향으로 정립한 것은 너무나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의 벽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그에 맞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은 전시성 산업이 아니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장 엔진을 발굴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의 경험을 활용하고 협업하는 상생의 전략이 바람직하며,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의 육성이 소프트웨어 전략의 핵심이다. 중소기업을 통한 소프트웨어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에서 몇 천명 고용을 늘리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중소기업과 상생없이 한국의 미래는 없다

경영 이야기 2009.04.04 13:54

"공정한 시장과 산업의 생태계" 

역사적으로 급격한 사회 발전의 기폭제가 되고 국민에게 혜택을 극대화한 견인차는 혁신의 정신이었다. 그리고, 항상 이러한 혁신의 중심에는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세종 대왕이 이룩한 업적이 나머지 왕들의 치세를 합친 것보다 위대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과학적이라고 인정 받는 문자를 창제하고 각종 과학 기술을 발전시킨 것은 백성을 긍휼히 생각하는 세종 대왕의 인간성과 천재성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비록 현재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불꽃이 꺼져가는 형국이지만, 100년 전부터 전설적인 기업가들이 미국을 자동차 강국으로 만들었다.

헨리 포드는
T 모델을 통해 자동차의 보편화를 실현했고, 알프레드 슬론(Alfred Sloan)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구성과 고객 중심 경영(그는 회사로 가기 전  대리점으로 직접 출근해서 그곳에서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의 목소리를 회사 내로 전파하는 소위 '현장경영'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으로 포드를 꺾고 70GM 왕국을 열었다. 혁신을 게을리한 현 경영진 때문에 이러한 선구자들의 업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의 창업자들은 근면함과 열정으로 굴지의 기업으로 키웠다
. 모두가 기업가 정신에 투철했고 불굴의 정신으로 아프리카보다 인정을 못 받던 나라를 세계에서 존경 받는 국가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 외에도 많은 선각자들이 곳곳에서 공헌한 덕택에 압축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상징되는 한국의 산업화는 성공했다.

IT와 벤처 모델은 미국에서 직수입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소 벤처 기업이 이런 정신을 이어 받는 것처럼 보였다
. 한국의 역동적인 기질에 힘을 받아 IT 강국이라는 한국 브랜드가 탄생하는데 기여했다. 한국의 재벌 구조는 일본의 게레츠(
系列)와 맥을 같이 하지만, 벤처 기업은 미국에서 직수입한 모델이다. 마치 전통 산업은 일본의 기술과 노하우 덕을 보았지만, 정보화 시대를 이끄는 IT는 미국에서 직접 들여온 것처럼 우리는 패러다임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 불행히도 오늘날 중소 벤처 기업은 한국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층이 두텁지 못하고, 벤처 라는 관점에서는 미국의 성공 모델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벤처 기업의 경쟁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기업의 생태계가 형성되지 못한 원인이 크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탄생한 벤처 기업이 성공으로 마무리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것과 M&A가 되는 경우다. 물론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는 더 많다. 이러한 벤처 기업의 생명 주기를 통해 벤처 캐피탈은 투자 자금을 회수하고 연구한 기술은 더 크게 사회에 공헌하는 계기를 가진다. 특히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IT 산업은 M&A를 통해 불연속적인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해 왔다. 수십 개의 기업을 사 들인 시스코를 비롯한, IBM, HP, 구글 등 IT 리더들에게 있어서 M&A는 중요한 성장 전략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중소 벤처 기업이 발전적 흡수가 되는 경우를 발견하기 어렵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M&A한 사례가 몇 개나 되는가? 그러면 벤처 기업들이 그렇게도 실력이 없거나 시장이 매력이 없어서 그랬는가? 그렇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 벤처 기업이 형성한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든 것을 우리는 많이 목격한다. 결국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산업 생태계에 대한 아쉬움

아쉬운 것은 벤처 열풍이 꺼진 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더욱 수직적 관계로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 수직적 관계에서 상생이니 시너지란 말은 추상적 구호일 뿐이다. 대기업의 영업 이익의 확대는 바로 협력사인 중소 기업의 이익 감소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한 옵션이 많이 생긴 대기업에 있어서 인정과 사명만으로 사업을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자원 동원 능력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 기업은 엄연히 격차가 존재한다. 계약 과정에서의 협상력, 법적 대응 능력, 금력,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는 매력 측면에서 중소기업은 허약할 수 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면 혁신적으로 성장한 주도 세력이 나타나고 이들이 공정 거래를 유지하는 가를 감시하기 위해 강자를 견제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데오도르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부자인 록펠러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렸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IT 업체들의 견제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들은 모두 뛰어난 기업가 정신으로 성공의 상징이었지만 시장의 공정성을 원하는 미국의 법 정신은 균형과 견제를 이루는 잣대가 되었다.


전문기술과 사업적 집중력을 가진 중소기업 없이 우리 나라의 미래는 없다
. 특성상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 가장 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나카와 같은 노벨상 수상자가 일본의 중소기업에서 나왔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90년 대에 대기업들이 구조 조정을 벌일 때에 클린턴 대통령은 소기업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서 산업 구조를 재편했다.

공정한 시장 경쟁이 생태계를 만드는 필요조건

중소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 그러나, 정책이 효과가 있으려면 건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부채만 더해 주는 지원보다 R&D가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공정한 시장 경쟁이 보장되는 것이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필요조건이다.

게다가 지금은 개방성에 기반한 네트워크 경제 체제이다. 다시 말해 전문성에 기반을 둔 수평적 관계가 세계적 추세다. 창의력과 혁신의 정신을 갖춘 전문 중소기업이 더욱 절실하며, 공정한 시장 환경 속에 기업가 정신은 살아날 수 있다.


엔지니어를 면접할 때 묻는 CEO 단골 질문

CEO 칼럼 2009.04.03 11:37

내가 엔지니어를 면접할 때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 있다. 왜 이 길을 택하셨지요? 5, 10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엔지니어로서 길을 걸어온 나로서는 어떠한 배경으로 이 길을 선택하였으며 어떤 계획으로 살 건지가 가장 궁금하기도 하고 채용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엔지니어들의 인센티브는 적다. 실리콘 밸리에서 대박을 거머쥔 벤처 기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선진국의 경우 IT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으면 젊은 나이에도 1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인도에서는 수많은 컴퓨터공학 졸업자가 대학 문을 나서고 있고, 중국은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기술직을 선택하고 있다. 이 사회가 기술을 필요로 하고, 성공의 옵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는 통속적인 성공의 개념, 이를테면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는다는 성취와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보상(reward)이 있다. 바로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쁨이다. 이것은 다른 어떤 직업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엔지니어만의 특권이요 보람이다. 엔지니어로서 이런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면 불행한 일이다.



2년 전 나와 같이 네트워크 보안 사업에 몸담았던 직원들이 안랩에 사업 인수를 통해 합류했다. 그 후 나는 조직에 관여하지는 않고 고문이라는 형태로 전반적인 자문을 맡았다. 3개월 지나서, 연구소를 지나가다가 어떤 개발자에게 재미있어?’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단박에 하는 얘기가 ‘별루였다.

원인은 간단했다. 어느 회사나 초창기에는 R&D, 기술지원, 영업이 구분없이 끈끈한 정으로 목적 달성을 위해 전념한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고 조직이 커지면서 연구소와 사업부가 분리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엔지니어가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기회가 적어지게 된다. 여기에 경험이 많은 임원들이 영입되면서 조직의 논리가 더해진다. 물론 체계적, 효율적이라는 관리라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반면 재미와 보람은 반감되게 마련이다. 이 과정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 양쪽 장점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벤처 기업의 과도기다.

 

우리 회사도 R&D가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 그렇게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R&D와 영업이 밀착되어 움직이던 조직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다. 특히 나는 R&D가 고객의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런 방식에 익숙해있던 직원들이었다.

 

작년에 CEO가 되면서 사업부 체제로 조직을 바꾸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게다가 몇 년간 만들어온 프로세스와 문화가 있었기에 직원들의 공감대와 참여를 필요로 했다. 내가 그렇게 한 원인은 단 하나, “고객과 멀어진 것을 우리 회사가 고쳐야 할 최우선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자신의 상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 
 

여기에 더해 나는 R&D 기술자들이 고객과 파트너를 직접 만나도록 했다. 간부급 이상은 영업이 언제든지 데리고 나가도록 했다. 의외로 직원들이 아무런 불만없이 응해 주었고, 오히려 고객을 만나고 와서는 더욱 소통이 잘 되고 생기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는 힘들지만, “엔지니어가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는 평범한 철학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기술과 상품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나는 '고객이 알아주지 않는 상품이나 기술은 쓰레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학은 이론을 연구하는 순수 과학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엔지니어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value)를 통해 공급(delivery)하는 것을 소명으로 하는 직업이다. 나는 '우리 기술이 이렇게 좋다'는 식으로 기술로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엔지니어다
. 이것은 엔지니어간에는 불문율처럼 공감대를 이룬 문구다.

 

부(富)만을 추구해서 성공한 엔지니어는 거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다가, 고객이 자기가 만든 것을 인정하고 사용하는 것을 보는 보람에 심취하다 보면 보상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애플을 만든 Steve Jobs, 구글을 만든 Larry Page와 Sergey Brin , HP를 만든 Bill Hewlett Dave Packard. 모두가 이 간단한 원리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다. 기계와 씨름하면서 당신 스스로에게서 행복을 느낀 사람들이다. 경제 위기일수록 본질에 충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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