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이유

CEO 칼럼 2009.04.20 03:37

과거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공단지역에 활기가 넘쳤다. ‘잘 살아보세라는 표어를 벽에 걸어두고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 하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배웠다. 공장들은 쌩쌩 돌아가고 빼곡히 들어앉은 교실에는 학구열이 넘쳐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랑스럽게 발전했고 교육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중산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새마을운동 당시의 모습(좌)과 수출 중소기업 내부 사진(출처:디지털타임스)



그러나
, 작금의 현실은 이렇게 통합되고 안정된 풍경을 찾기 어렵다. 대기업의 생산 기지는 해외로 나갔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도 중국으로 나갔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교육은 어떠한가? 비정상적으로 커져버린 사교육 시장과 날로 늘어나는 기러기 가족들. 이 모든 것들은 중심을 잃어버린 채 허상만 쫓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심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도 많고 손재주도 있으며, 목표가 주어질 때의 집중력은 높이 인정받는다.


특히 과학과 기술 분야에 씨를 뿌린 것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날 세상에서 인정하는 굴지의 기업을 받쳐주는 기술력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60년대부터 시작해 7-80년 대에 피크를 이루어 이공계 전공으로 몰려든 인력들의 활약이 아닌가?

 

이러한 기술력의 바탕은 인력 양성 체계인 교육이다. 하지만 이공계보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을 선호하게 되는 시점부터 우리의 중심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과 상()이 중심에서 밀리면서 인력의 수요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게임을 하기 전에 스스로 선수들의 정족수도 채우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기술이 대우를 못 받는 현실은 산업 기반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기술(technology)이 핵심인 시대에 기술자가 무대에서 밀려난 것이다.

 

오늘날 기술은 힘이다. 돈 만으로 기술을 살 수 있던 시대는 끝났다. 다른 기술을 얻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은 대기업이라도 기술이나 명확한 윈윈 사업 모델이 없으면 글로벌 전문 기업과 일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몇 명의 작은 기업도 기술과 아이디어만 좋으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지구 반대편의 한국의 지방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있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이것이 네트워크 경제의 결정적인 특성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이 산업과 사회의 기반이 되고 우수한 인력이 이 분야로 진출하는 비전을 주어야 우리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의 양성은 실용적이고 지속적이며 유연한 교육 시스템에 달려 있다.


교육을 통한 미국의 경제대국 일본에 대한 패배감 극복
 

빌 클린턴 대통령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가
교육을 키워드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의 연설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학 가고 싶은 누구나 대학을 가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이었다. 사실 그가 백악관에 들어설 때 미국은 일본에 대한 패배감과 콤플렉스에 싸여있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의 또다른 키워드인 정보기술(IT)과 더불어 미국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오늘날 미국에 가 보면 전문 대학(Junior College)이 상당히 많고 커진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종합대학을 가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일반인들에게 평생 교육을 제공하는 장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경제 위기라고 해서 이런 입체적인 교육 시스템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면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모든 관심이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고 있다. 우수 인력들이 사교육시장의 강사로 또 사업가로 뛰어드는 현실이 얼마나 국가적으로 비생산적인가? 한참 일하고 배워야 할 젊은이들도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든다니 정말 한심하다. 

학원가 현장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공헌하고 가치를 창출해야 플러스가 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데, 소비적이고 안정 지향의 사회로 가는 현상이 개탄스럽다.

교육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 그런데, 아직도 대학 입시가 모든 교육 정책인양 비추어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산업 시대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 지식이나 교육 커리큐럼도 비교적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도 급변하고 창의력이 성공의 키워드가 되는 세상이다.

지도자가 되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은 사회에서 통하는 진정한 실력이지, 학교에 들어가는 시험 자체는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산업 현장에서는 어느 학교에서 어떤 성적으로 졸업했느냐 보다 어떤 실력과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로 직원을 선택한다. 특히 과학 기술과 이공계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문제의 해결 능력, 창의력과 열정, 즉 실력으로 판가름난다. 물론 학교 교육으로 전문성을 갖춘다면 더 바랄게 없다. 요컨대 학교 성적이나 자격증보다 중요한게 실력 그 자체라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고시열풍인가? 라이센스나 자격증만으로 편안한 삶을 기대한다면 이 시대의 키워드를 놓친 거다. 오히려 평생 공부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인데, 대학 입시나 고시 통과로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된다면 그 사회가 경쟁력이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우리의 교육 체계는 한참 일할 나이인 30 - 50세 산업인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재교육 방안에 대해 아주 취약하다.

지금은 대학 입시 위주의 단면적 교육이 아닌 입체적인 스펙트럼의 교육 프로그램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하고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각 개인들이 적응할 수 있다. 잘 훈련된 인력들에 의해 기술(technology)이라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정립되어야 중심을 가지고 산업과 사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한경이코노미 (4. 20) 'CEO 에세이'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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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강마에 독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IT와 세상 2009.04.13 21:46

? 그게 어떻게 네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 네가 뭔가를 해야 될 거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 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네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거 아냐!”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나온
 강마에의 독설이다.

강마에 (MBC 홈페이지)


TV 드라마 속 캐릭터의 독설치고는 정곡을 찌르는 진실성이 있어,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 대사를 한 배우 김명민은 엊그제 TV에서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김명민이 아닌 드라마 속 인물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배우 본래의 정의를 상기시켜주는 인상적인 얘기를 했다.  '김명민은 없다'라는 프롤로그는 연기에 몰입하는 그의 프로성을 대변하고 있다.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에 빠져들게 했던 김명민의 연기를 다시 보고자 한 나에게 '베토벤 바이러스'는 '강마에'를 접하게 해 주었다. 나는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진짜 '강마에'로부터 듣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대사는 뇌리에 박힐 정도로 느낌이 강했다.


이 대사는 꿈을 추구하는데 머뭇거리는 젊은이를 나무라는 내용이다. 자신의 부모가 하라는 대로, 사회가 인정해 주는 대로 흔들거리는 젊은이들에게, 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애써 피하려는 이들에게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라는 교훈적 메시지다. 그러나, 나는 드라마가 끝난 후 '꿈을 추구하지 못하는'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떠오르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도전보다 편안함을, 창조보다 틀에 박힌 일에 숨고자 하는, 공돈이나 벌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최근의 모습은 한국민 고유의 특성인 역동성, 열정과 맞지 않는다.

제롬글렌 회장

그런데, 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꿈도 별도 원하지 않는 닫힌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역사를 만들어갈 주역들에게 도전과 열정이 보상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약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변하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역사적 변혁기에 살고 있다. 제롬 글렌 유엔포럼회장은 농경시대는 종교, 산업시대는 국민국가, 정보화시대는 기업, 후기정보화시대는 개인으로 권력이 이동한다고 내다 보았다. 소셜네트워크나 집단 지성의 시대로 가면서 국가, 정당, 언론과 같은 권력이 힘을 점차 잃게 된다는 그의 지적은 개연성이 높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국가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고, 자녀 교육을 마음껏 시킬 수 있고, 안전을 지켜줄 수 있고,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세금을 적게 내는 국가를 개인이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전세계 화제거리인 '기러기 아빠'는 실패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적어도 자식에게는 다른 삶을 경험하게 해 주고자 하는, 어쩔 수 없이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현재 진행중인 변화와 미래에 대한 예측들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꿈꾸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는 우리의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준거가 되기도 한다. 허나 미래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단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틀이 글로벌 정보화 사회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IT 인프라와 정보 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곳은 그런 꿈을 꿀 자격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준비 상태는 어떠한가?

 

수학과 과학, 기술이 천대받아서는 꿈을 꿀 자격이 없어..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비관적이다
.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수학과 과학이 거추장스러운 과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과학 기술과 IT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가 자랑하는 IT 강국의 모습은 하드웨어 인프라에 머무르는 양상이다. 미래로 이끄는 연결 고리는 정보를 가치로 바꾸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지 중독성이 강한 저질 서비스나 반지성적 커뮤니티는 핵심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3D로 전락한 자신들의 모습을 한탄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을 기피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깊이 반성해야 하고, 반드시 극복해야 할 위기 상황이다. 앞으로 누가 이 나라를 이끌 것인가?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피땀흘린 노력이 대우받는 세상이 살기 좋은 나라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별이 꿈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한 준비는 추상적인 구호나 미사여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실제로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 가에 달려 있다.

바로 그 기반은 창의력을 갖추고 과학과 기술 마인드로 준비된 IT 전문 인력의 풍성함이다.

 

우리는 중국과 인도를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방대한 인구보다 두려운 것은 IT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인식하고 앞으로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다. 또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다. 한때 우리도 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적 어젠다에 이끌리어 젊은이들이 이공계로 진출했고, 그들은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은 자명하다.

 

그러한 동력이 무너지게 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 IT에 대한 기술적 기반과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전문 인력,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는 미래 사회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미래를 계획이라도 세울 것이 아닌가? 편안함에 빠져드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도전과 창조를 추구하는 국민들이 별을 꿈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일보 컬럼 'IT 프리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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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담은 CEO블로그를 시작하며

IT와 세상 2009.03.30 14:44

 

나는 5월이 되면 결혼한지 23년이 되고 대학 다니는 두 아들을 둔 가장이다. 내가 태어난 1960년은 베이비 붐의 피크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대학을 가던 시기는 입시생은 가장 많고 대학 정원은 가장 적았던 시기로 묘사된다. 삼수생은 감점을 주는 희귀한 제도까지 등장했을 정도이니 얼마나 치열했는지 상상이 간다.

 

1960년에 1인당 GNP 79달러였으니 아프리카 국가보다도 가난했다고 한다. 그 후 2만불 시대, 11대 경제 교역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경제 역사의 현장에 나도 서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농경 시대에서 산업화 시대, 정보화 사회로 가는 압축 성장의 짜릿한 역사적 발전 과정에 나름대로 한 역할 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중 한 장면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하는 암울한 유신 독재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70년대 말에 강남의 한 고등학교를 다닌 나를 깊은 향수에 빠져들게 했다. 흙 먼지 나는 강남의 도로길과 78번 버스, 후크를 채워야 하는 검정색 교복과 무서웠던 교련 선생님, 통기타와 춘천가는 기차. 이소룡의 쌍절곤에 반해 맹룡과강 3번 연달아 본 추억, 늦은 밤 진추아의 ‘One Summer Night’을 들으며 공부하던 시절. 나의 모습을 그 영화 속에 투영해 보면서 진한 몰입에 빠져들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서울의 봄을 경험했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1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학생회장과 복학생 대표(지금은 둘 다 국회의원이 되었다)의 스피치는 지금도 귓가에 남아 있다. 그러나, 꿈은 좌절했고 광주항쟁이라는 비극이 벌어지고, 5공이라는 또 다른 독재 시대에 소위 짭새들이 캠퍼스에 같이 지내면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 6.29 항쟁, 88 올림픽 시절에는 미국에서 유학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 한국에 없었지만, 민주화되어 가는 역사의 중심에서 나름대로 한 번도 투표를 거르지 않고 성실하게 권리를 수행하여 왔다.

 

한국의 지난 50년의 압축 성장은 서구에서 몇 백 년에 걸쳐 진행된 역사다. 한국인의 급하고 과격하며 불합리한 모습을 우리 스스로 반성하곤 한다. 그런데, 프랑스의 어떤 학자는 이런 급격한 사회 변화를 이룩한 한국인들의 정신 구조와 심리 상태가 혼란스러운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한다. 과거의 규범과 습속, 문화가 역동적으로 변해 왔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우리 시대에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요리 잘하는 남자가 사랑받는 시대다. 지독하게 못 살았던 친구들의 모습과 하이테크, 럭셔리한 현재의 사회가 머리 속에 공존하니 내 머리가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수학이 좋아 이과를 선택했던 나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공대를 지망했다. ‘기술입국이라는 표어가 너무나도 멋있었고, 사명감에 불타기까지 했다. 이런 강력한 시대적 메시지가 있었기에 70-80년대에 공학은 가장 인기가 좋았다. 전자공학,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면서 IT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나는 과학 기술이 역사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하고, 우리 나라를 선진국으로 발전시킨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그래서, 백성을 긍휼히 여겨 과학 기술을 중흥시킨 세종대왕을 존경한다.

 

나는 ‘IMF 경제 위기로 인한 대기업의 무너짐과 ‘IT’벤처의 태동과 성장, 또한 버블과 몰락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젊은 나이에 촉망받는 리더로서 분에 넘치는 찬사를 받아서 우쭐한 적도 있었고, 처절한 실패의 나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다행히 재기에 성공해서 현재는 안랩의 CEO를 맡고 있다. 나는 실패의 경험에서 책이나 주변 친지에게서 간접적으로 얻을 수 없는 깨달음을 수십배, 수백배 얻을 수 있었다. 삶에 있어서 겸손함과 진지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했다.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고 스스로 자부하던 자신의 머리를 해머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게끔 해 주는 계기였다.

 

CEO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갈증을 느껴왔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의 경험, 전문가로서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한국이 더 좋게 변했으면 하는 애정, 턱없이 부족한 전문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서의 답답함, 이런 생각들을 나눌 수는 없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간은 훗날 후배들과 후손에게 역사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김홍선은 몇 단어로 설명될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역사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이제 한국 나이로 50에 들어서면서 나의 생각들을 나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의 주장을 말할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나라가 전문가들이 우대받고 과학과 기술이 성장 동력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아가야야 한다고 생각한다. 탁상공론이 아닌 실용주의에 입각한 행동(action)이 중요하고, 추상적 논의가 아닌 실체적이고 Hands-On(실제 체험의) 경험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IT 전문가로서의 20년 가까운 세월, 15년이 넘는 경영인으로서의 삶 속에서 경험한 것들과 나의 생각을 나누고자 블로그를 오픈한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 정보화 사회를 거쳐 글로벌 사회가 머리 속에 가득한 가운데, 부대끼던 삶 속의 상념을 누구와 얘기하고 싶었다.

 

누구나 견해는 다를 수 있다. 내가 던지는 자그마한 이야기가 비판과 공명을 통해 완성되어 가기를 희망한다. 혹 그러한 이야기가 담론이 되어 이 사회를 더욱 살만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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