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엔지니어는 나이 들면 못하는 직업인가?

CEO 칼럼 2010.10.13 06:41

내가 16년전 다녔던 미국 회사의 연구소장(R&D director)은 컴퓨터 업계에서 유명했던 사람으로, 유닉스(Unix) 시스템 일부 소프트웨어의 저자(author)이기도 하다. 어느 날 수염이 덥수룩한 도사 차림의 방문객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전설적 인물로 GNU 관련 일을 열정적으로 같이 했던 친구라고 한다. 불혹의 나이에 기술적 식견을 나누면서 우정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침 그와 바로 옆 사무실을 사용하게 되어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선 그는 엔지니어들의 진정한 멘토가 되었다. 기획과 설계를 주도하고 개발 도구의 선정, 업무 배분, 스케줄링 등. 특히 4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도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같이 검토했다. 당시 한국 대기업에서는 과장만 되어도 직접적인 개발 업무에서 멀어지면서 관리형 간부로 바뀌는 경우가 흔했기에, 나이가 들어서도 열정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이 신선했다. 10대부터 프로그래밍을 했다니 무려 30년이 넘는 경험이 녹아있지 않는가?

 

하루는 그가 아주 늦은 시간에 퇴근하지 않고 컴퓨터에 빠져 있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Smalltalk”이라는 언어가 이번 프로젝트에 적합할 것 같아 몇 가지 모듈을 직접 배워서 만들어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주 재미있는데. 당신도 여유 시간(spare time)이 있다면 한번 배워보지 그래?” 하는 것이었다.

Smalltalk의 설계자 Alan Kay

Xerox Parc (실리콘밸리)

 

Smalltalk 80년대 유학시절 컴퓨터 잘하는 미국 친구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낸 Xerox Parc의 또다른 작품으로서 당시 부각하고 있던 객체지향 사상을 충실히 반영한 프로그래밍 언어라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Smalltalk 기반의 개발 도구를 만드는 ParcPlace같은 회사는 나스닥에 상장될 정도였다. 어쨌든 소프트웨어에 빠져들어 있을 때 마치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백발이 성성해도 엔지니어의 길을 원하는 이들

최근 우리 회사에
시니어급 경력자가 문을 두드리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 회사를 찾는 이유를 물어 보면, “백발이 성성해도 엔지니어로서 일하고 싶다. 관리로 빠지고 싶지 않다. 웬지 안철수연구소에서는 그것이 가능할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나요?라며 오히려 역질문을 해 오기도 한다. 그러면 나의 대답은 명확하다. “물론입니다. 원한다면, 그리고 실력을 보여준다면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젊었을 때만 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물론 기술이 급변하니 계속 쫓아가는게 쉽지 않다. 그러나, 정확한 개념과 경험을 가졌다면 그러한 기술의 변화에 당황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면서 주도해가는 모습을 많이 본다. 한때 습득한 기술에 의존해서 평생 살겠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 아닌가? 그만큼 끊임없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흔히 보상도 적고 직업 수명도 짧다는 이유로 엔지니어를 기피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변호사나 의사, 증권업계를 비교한다. 물론 그쪽 업종의 전반적 급여나 보상은 높다. 그러나, 그 속에는 도태된 사람도 수없이 많다. 성공한 일부 스타급 인재만 보고 꿈을 꾸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한 돈만 보고 사는 것은 서글프지 않은가?


사실 미국에서 가장 빨리 은퇴하는 곳이 월스트리트다. 한국인으로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했던 스토리를 담은 "지혜로운 킬러"에 보면 얼마나 스트레스 속에 초를 다투는 전쟁 속에 지내야 하는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정글 속에서 지내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편견과 인식

IT를 잘 모르는 분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일부 해커들의 모습으로만 IT 개발자를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분이 소프트웨어는 20대만 되어도 퇴물(?)이 된다는 아주 잘못된 편견을 지니고 있어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다. 정작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의 열쇠는 농익은 경험과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전문가에 의해서 주도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는 "자신이 만든 것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볼 때의 기쁨"을 특권으로 가지고 있다. 자신의 기술적 호기심을 풀어가는 자세로 즐길 줄 안다면, 결코 조기에 관두어야 하는 직업이 아니다. 문제는 스스로의 실력이다. 물론 기술적 전문성과 깊이가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기업의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디딤돌을 놓은 것은 항상 과학 기술자의 꿈과 열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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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다 - SW 인력 시리즈 1

IT와 세상 2009.11.09 12:01

우리 나라 IT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프트웨어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은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전반적인 이공계 기피현상에 기인한 것이지만 이를 여기서 논한다면 너무 큰 주제로 확대되므로 일단 소프트웨어에 국한해서 논의를 전개해 보기로 한다.

 

첫째, 소프트웨어가 단순한 기능으로서 조연 혹은 단역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2000년도 가트너(Gartner Conference)에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창업자인 스콧 맥닐리 회장이 소프트웨어는 기능이지 산업이 아니다(Software is a feature, not an industry)라는 말을 해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평소 맥닐리 회장을 존경했던 나는 현장에서 그 말을 듣고서 깜짝 놀랐다.

스콧 맥닐리와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아니, JAVA라는 혁신적인 방향성을 제창한 회사의 CEO가 저런 말을 하다니?”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Steve Balmer) 회장이 내 생애에 그런 바보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the most absurd thing I’ve heard in my life). 비즈니스의 모든 업무는 소프트웨어다. ERP, 데이터베이스, 워드프로세서 등 모두가 소프트웨어 아닌가? 소프트웨어는 미래다(Software is the future)!!라며 큰 소리로 반박하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결국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에 인수되는 운명이 되었다. 당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행위를 놓고 선봉에 서서 싸우던 입장이었기에, 다소 감정적인 어조로 튀어나온 발언이라고 생각은 든다. 그래도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를 만들어 보던 학부 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학부 시절에 컴퓨터를 만드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 약 25년 전이니 지금의 시대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구석기 시대다. 여러 명이 씨름해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 I/O를 여러 개의 보드로 구성해 봐야 겨우 286보다도 못한 성능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시 키보드를 누르면 모니터에 글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 내부

그런데, 과제로 주어진 어떤 기능을 보여주려고 하니 도저히 하드웨어만으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조교에게 하드웨어 스펙을 아무리 봐도 그대로는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조교는 소프트웨어로 처리해도 통과시켜 주겠다라며 인정해 준 적이 있다. 구태여 오래 전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사람의 눈에는 소프트웨어가 이렇게 보조적 요소로 보인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 당시는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돌릴 만한 하드웨어가 절대적으로 함량 미달이었다
. CPU 파워로 보나 메모리 용량, 각종 부품의 가격을 봐서 컴퓨터를 일반인이 만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일단 가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하드웨어만 보면 가히 자유로움(freedom)을 만끽하는 세상이다. 무어(Moore)의 법칙은 메모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하드웨어의 성능, 용량은 급증한 반면 가격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하드웨어의 걱정을 덜게 되니 소프트웨어로 무엇을 만들어야 좋을까하는 관점으로 중심이 이동했다. 이제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실현시켜주는 가능자 정도가 되었다.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위상이 뒤바뀐 것이다.

 

아이폰의 꿈과 사상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져..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이 좋은 예다. 아이폰은 플랫폼이다. 3G, 웹브라우징, 이메일, MP3, PDA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총집결했다. 한편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아이디어를 결집했다. 사용자가 사용할 소프트웨어가 정의되었고 그에 맞추어 하드웨어가 준비되었다.

이를테면 사용자의 검색을 돕기 위해 이중 터치 스크린이 도입되었고, 어느 장소를 찾아가기 위한 구글 맵스(Google Maps)를 모바일 환경에서 바로 구현할 수 있도록 3G GPS를 결합했다. 그 외에 통신, 저장 기기 등 각종 하드웨어 구성 요소가 이를 따랐다.

아이폰의 사업 모델

 

무엇보다 아이폰은 아이튠스(iTunes)라는 플랫폼을 통해 풍부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이 공급되는 아이팟의 고유 사상에 충실하다. 지금 우리 나라 대기업들이 흉내내는 앱스토어(AppStore)를 창시해낸 것이다. 여기에서 사용자와 하드웨어, 인터넷, 콘텐츠가 일체감 있게 운영되는 대동맥 같은 역할은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아이폰에서 누가 주연인지는 명약관화하다.

 

하드웨어를 만들고 나서 소프트웨어를 조연으로 활용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렇게 주연과 조연이 바뀐 상황에서 우리는 아직도 소프트웨어가 조연, 아니 그것도 안 되는 단역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니, 소프트웨어가 비전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원가를 잡아먹는 비용(cost)이 아니라 제품의 사상과 개념을 결정하는 가치(value)의 실현자(enabler)로 변한 현 상황과는 동떨어진,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아이뉴스 칼럼 기고문 중에서 보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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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가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IT와 세상 2009.10.18 07:59

청문회 장면

고위 공직자의 청문회를 보면 단골메뉴가 등장한다. 부동산을 통한 재산 형성, 병역 문제, 위장 전입 등이 그것이다. 특히 부를 구축하는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파워를 실감하게 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법하게 재산을 마련하는 행위는 보장되어야 한다. 재테크의 수단으로서 부동산은 엄연한 합법적 재산 형성 방법이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들이 불로소득의 대명사인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번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이 무엇을 느낄까?  보통 사람의 평생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재산을 아파트 몇 채의 거래로 쉽게 얻는 방법으로 돈을 번 부자가 많다면 정상이 아니다.

 

청부(淸富)는 자신의 열정과 능력으로 맨땅에서 성공한 부를 말한다. 부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려면 그런 사람이 증가해야 한다.

 

어느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사장님과 차를 같이 타고 가다가 고급 아파트 단지를 지나치게 되었다. 모두 10억이 훨씬 넘는 아파트인데 족히 몇 백 채는 되는 것 같다. 내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저런 아파트를 사려면 수입이 꽤 많아야 하지요? 그런데, 제 주위에서는 그런 수입을 버시는 분이 잘 안 보이던데요. 여기 눈에 보이는 아파트만 보아도 우리 나라에는 억대 연봉이 엄청 많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분 말씀이 “이상하지요? 정작 일하는 사람들은 그런 돈을 벌기가 힘든 세상인데.. 그러니 돈이 돈을 낳는다고 하지요.” 라면서 씁쓸해 했다.


부동산 값이 오른 이유는?


고급 아파트

우리 나라의 부동산 값이 오른 것은 경제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제를 발전시킨 원동력은 산업 일선에서 일한 일꾼들 덕이다. 중동에 가서 달러를 벌어오고, 땀 흘려 현장에서 일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신기술과 전문성은 끊임없이 가치를 증대시켜왔다. 그런데, 정작 고정되어 있는 자산인 땅과 집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땅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훨씬 큰 소득을 얻게 된다. 문제는 가치를 증대하는 데 공헌한 사람들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불로소득을 통한 부의 형성이 지나치다는 거다.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사회는 불가능하다. 어차피 불공평은 존재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성장에 공헌한 사람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이 지나치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땀 흘려 일하고 능력을 발휘한 사람보다 돈 불리기만 한 사람이 더 대우받는 세상이 된다면, 누가 진정한 부와 가치를 증대하는 일에 종사하려고 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애써 힘든 이공계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

 

나는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는 현실, 특히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우리 미래의 목줄을 죌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한때 이공계는 꿈을 안고 몰려드는 엘리트의 온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망령이 살아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이공계 기피 현상은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은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경우 과학기술자는 존경받고 안정된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독일은 기술자의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다만 공부할게 너무 많고 힘들어서, 또한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힘들기 때문에 기피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일은 힘든 데 비해 경제적인 안정감은 미약하고 사회적으로도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대한 착각


어떤 이들은 중국과 인도 때문에 우리는 결국 안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잘 들여다 보면 중국과 인도에 대한 추상적 인식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들의 경쟁력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또는 인력이 많다고 해서, 인프라와 법 제도, 국민적 인식이 단시일 내에 정착되지는 않는다. 중국과 인도도 그만큼 성장통(growing pain)을 겪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모두 중국과 인도에 내어주고 나면,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 살자는 얘기인가? 서비스? 금융? 모두가 현실감 떨어지는 추상적 대안이다. 우리의 근거를 그리 쉽사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축적된 경험과 능력, 마인드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와 산업이 적절한 포지셔닝을 잘 할 수 있다면, 항상 번영할 방법은 있다. 중국과 인도를 논하기 앞서 적절한 기술 인력이 공급되지 못하는 기업의 현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과 창의력이 절대적 파워가 되어 가고 있다. 진정한 부가 여기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 ‘이공계가 우리의 희망’이라느니, ‘진정한 애국자’라는 선언적 구호는 필요없다. 기술자로서 자신의 노력이 결실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국가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에 공헌한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전문 기술이 있거나 기술에 대한 개념이 있으면 일자리의 옵션이 많다. 반면에 기술을 모르면 점점 설 자리가 적어진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의 상식이다. 기술자들도 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진정한 기술인으로서의 확신과 진지한 자세를 필요로 한다.


(10월 13일, 디지털타임즈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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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강마에 독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IT와 세상 2009.04.13 21:46

? 그게 어떻게 네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 네가 뭔가를 해야 될 거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 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네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거 아냐!”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나온
 강마에의 독설이다.

강마에 (MBC 홈페이지)


TV 드라마 속 캐릭터의 독설치고는 정곡을 찌르는 진실성이 있어,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 대사를 한 배우 김명민은 엊그제 TV에서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김명민이 아닌 드라마 속 인물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배우 본래의 정의를 상기시켜주는 인상적인 얘기를 했다.  '김명민은 없다'라는 프롤로그는 연기에 몰입하는 그의 프로성을 대변하고 있다.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에 빠져들게 했던 김명민의 연기를 다시 보고자 한 나에게 '베토벤 바이러스'는 '강마에'를 접하게 해 주었다. 나는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진짜 '강마에'로부터 듣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대사는 뇌리에 박힐 정도로 느낌이 강했다.


이 대사는 꿈을 추구하는데 머뭇거리는 젊은이를 나무라는 내용이다. 자신의 부모가 하라는 대로, 사회가 인정해 주는 대로 흔들거리는 젊은이들에게, 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애써 피하려는 이들에게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라는 교훈적 메시지다. 그러나, 나는 드라마가 끝난 후 '꿈을 추구하지 못하는'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떠오르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도전보다 편안함을, 창조보다 틀에 박힌 일에 숨고자 하는, 공돈이나 벌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최근의 모습은 한국민 고유의 특성인 역동성, 열정과 맞지 않는다.

제롬글렌 회장

그런데, 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꿈도 별도 원하지 않는 닫힌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역사를 만들어갈 주역들에게 도전과 열정이 보상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약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변하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역사적 변혁기에 살고 있다. 제롬 글렌 유엔포럼회장은 농경시대는 종교, 산업시대는 국민국가, 정보화시대는 기업, 후기정보화시대는 개인으로 권력이 이동한다고 내다 보았다. 소셜네트워크나 집단 지성의 시대로 가면서 국가, 정당, 언론과 같은 권력이 힘을 점차 잃게 된다는 그의 지적은 개연성이 높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국가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고, 자녀 교육을 마음껏 시킬 수 있고, 안전을 지켜줄 수 있고,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세금을 적게 내는 국가를 개인이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전세계 화제거리인 '기러기 아빠'는 실패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적어도 자식에게는 다른 삶을 경험하게 해 주고자 하는, 어쩔 수 없이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현재 진행중인 변화와 미래에 대한 예측들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꿈꾸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는 우리의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준거가 되기도 한다. 허나 미래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단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틀이 글로벌 정보화 사회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IT 인프라와 정보 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곳은 그런 꿈을 꿀 자격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준비 상태는 어떠한가?

 

수학과 과학, 기술이 천대받아서는 꿈을 꿀 자격이 없어..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비관적이다
.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수학과 과학이 거추장스러운 과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과학 기술과 IT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가 자랑하는 IT 강국의 모습은 하드웨어 인프라에 머무르는 양상이다. 미래로 이끄는 연결 고리는 정보를 가치로 바꾸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지 중독성이 강한 저질 서비스나 반지성적 커뮤니티는 핵심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3D로 전락한 자신들의 모습을 한탄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을 기피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깊이 반성해야 하고, 반드시 극복해야 할 위기 상황이다. 앞으로 누가 이 나라를 이끌 것인가?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피땀흘린 노력이 대우받는 세상이 살기 좋은 나라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별이 꿈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한 준비는 추상적인 구호나 미사여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실제로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 가에 달려 있다.

바로 그 기반은 창의력을 갖추고 과학과 기술 마인드로 준비된 IT 전문 인력의 풍성함이다.

 

우리는 중국과 인도를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방대한 인구보다 두려운 것은 IT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인식하고 앞으로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다. 또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다. 한때 우리도 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적 어젠다에 이끌리어 젊은이들이 이공계로 진출했고, 그들은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은 자명하다.

 

그러한 동력이 무너지게 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 IT에 대한 기술적 기반과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전문 인력,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는 미래 사회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미래를 계획이라도 세울 것이 아닌가? 편안함에 빠져드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도전과 창조를 추구하는 국민들이 별을 꿈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일보 컬럼 'IT 프리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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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게코' 경제, 과학기술이 중요한 이유

CEO 칼럼 2009.04.06 11:31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서 주인공 고든 게코(Gordon Gekko, 마이클 더글라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 사냥꾼이다. 그는 "탐욕이 옳다(Greed is right). 탐욕이 이 세상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고, 결국 현재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미국이라는 주식회사를 살릴 수 있다"며 탐욕론을 주장한다. 이 영화 후 이런 부류의 인간들을 '게코'라고 명명하는 신조어가 되었다. 결국 게코(Gekko)같이 비윤리적이고 탐욕스러운 금융가들에 의해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되었지만...

게코는 뉴욕 증권가에서 성공하려는 야망에 찬 버드 폭스
(Bud Fox, 찰리 쉰)에게 내부 거래와 음모, 불법적 행위로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게코는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가 얻으면 누구는 잃게 된다. 돈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갈(transfer) 뿐"이라는 궤변으로 남의 돈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책략에만 열중한다.

게코(우)와 폭스 (outnow.ch에서 인용)

조언하는 직장 선배 (outnow.ch에서 인용)


반면 이제 거의 퇴물이 되어 가는 주인공 버드의 증권 회사 선배는 "돈을 통해 연구 개발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새로운 부(富)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그들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같은 증권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돈에 대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탐욕에 물들은 금융 엘리트에 의해 경제 위기가 자초되고, 불법 정치 자금과 주가 조작과 같은 우울한 소식으로 오늘의 뉴스는 점철되어 있다. 경제 활동에서 돈은 피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돈이 부와 가치를 창출하는 목적이 아니라, 돈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 당연히 그런 목적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게 된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여지없이 권력 주위를 서성거리던 이들이다.

아이비리그 출신 MBA들 중에 실업자가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기업에서 구조 조정으로 실직한 경력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대학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들이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최근 미국에서 일자리를 지원이라도 할 수 있는 전공은 이공계밖에 없다고 한다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원천은 끊임없는 과학 기술의 연구와 개발에 있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오히려 더 나아가 오바마 정부는 어떻게 하면 인도나 중국으로 아웃소싱되는 엔지니어링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부(富)의 성장은 누구의 공(功)인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국가로 성장한 배경에는 각 분야에서 기술자들과 산업 인력들의 정진과 노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정작 단물은 엉뚱한 이들이 차지한 경향이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합법적으로 돈을 벌고 불린 것은 인정되고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로소득과 돈 놀이로 부를 얻은 이들이 우리 나라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의 판단은 별도의 문제다.

어떤 이공계 교수를 만났는데 그가 "이공계 교수는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프로젝트 하느라 소위 재테크를 할 줄도 모르고 시간도 없다. 그런데, 다른 전공의 교수들은 외부 활동을 잘 하면서 정보도 얻고 해서 부동산으로 많은 돈을 모으더라"고 푸념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번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인맥과 배경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면, 우리 나라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경험이 많더라도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국가가 이만큼 경제가 성장하게 되기까지, 과학과 기술 발전을 위해 밤을 지새우거나 산업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많은 이들이 주역인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발전 덕택에 부동산 가치도 올랐고 주식 가치도 오르게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들이 상실감에 젖어 있다면 무언가 공평성이 깨진거다. 
사회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한 데 비례해서 인정받아야 공정하고 건전한 사회다.

R&D는 비용이 아니고 투자다

부강하게 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과 공동체의 바램이다
. 그런데, 과학 기술의 경쟁력이 국가와 기업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오늘날 IT와 과학 기술이 경쟁력을 갖추어야 부가 창출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는 돌아간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성장 엔진은 추상적 구호나 테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과학과 기술력에서 나온다. 과학과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올 수가 없다. R&D
는 비용이 아니고 투자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볼 시점이다.

한국일보 'IT 프리즘 (12월 17일)' 기고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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