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마케팅 시대 - IT와 콘텐츠의 결합

책으로 보는 세상 2009.06.29 08:31

해외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보편적 인식을 피부로 느낀다. 안랩의 해외 사업을 뛰다가 부딪히는 장벽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한국에 대한 지식 (북한과 88올림픽 밖에 모르는 경우 힘이 빠진다)

-   한국에서는 IT가 발달했고, 실생활에 접목이 많이 되어 있다?

-   한국에는 정보 보안의 핵심기술이 있다?

-   안랩(AhnLab)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물론 한국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했던 이상으로 인식의 벽은 두껍다. 이런 열악한 국가 이미지와 회사의 브랜드를 극복하고 안랩의 기술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면 우리의 걸어온 과정을 스토리로 설명하는게 효과적이다.

한국이 영세한 후진국에서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역사, 산업시대를 거쳐 빠르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간 과정,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벤처 산업이 나오게 된 배경, 생활속에 자리잡은 IT의 현황과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문화, 인터넷 중심으로 가면서 정보 보안 기술을 가지게 된 이유 등등. 우리의 기술력이 뛰어난 이유를 스토리를 통해 설명해야 어느 정도 설득이 된다.

아마 해외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CEO, 또한 대기업들 마저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IT나 글로벌 사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신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때 멋있는 스토리로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짧은 시간에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소개한 책 :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Storytelling Marketing)”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홍사종 교수는 적자에 헤매던 정동극장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새로운 문화 산업의 돌파구를 제시한 선구자다. ‘이야기 마케팅의 전도자(evangelist)이며, 기업과 기관, 학교에서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모델을 여러 모로 입증시킨바 있다. 평소 홍 교수의 소신과 자신감에 감복해 왔던 나로서는 이 책을 보자 무척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내용이 정연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 그의 이야기론은 시대적 코드와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엿보게 한다. 일단 책을 들면 단번에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냉장고의 개념을 바꾼 대기업 간의 마케팅 전쟁 이야기가 나오는데, 냉장고 광고 카피가 어떻게 진화해서 꿈을 파는 스토리로 업그레이드 되었는가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 냉장고

남자들은 모른다. 주부가 갖고 싶은 냉장고 oo ‘

‘oo은 사랑입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Feature-Benefit-Value로 구분하여 분석하는 기초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서 마케팅은 기능(feature)으로 갖추어진 제품을 어떻게 고객 관점의 가치(value)로 타겟팅하여 전달할 수 있는 가에 달려있다.

위의 광고 카피를 보게 되면, 냉장고의 기능(feature)에 머물렀던 하드웨어 광고가 어떻게 가치(value)전달의 수준을 넘어서 스토리를 통해 꿈을 팔게된 변천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냉장고라는 기계가 주부들의 감성을 건드려서 가정의 생활 문화로서 자리잡았다. 제품에 문화가 결합해서 설득력을 갖는 이른바 컬덕트(CULture+proDUCT)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냉장고 광고의 변천


최근 해외 백화점에 가 보면 한국의 가전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LCD TV, 휴대폰은 말할 것도 없고, 냉장고, 세탁기 등도 한국 제품이 진열대 앞에 나와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dryer)의 시장을 연 미국의 업체들은 내구성과 튼튼함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품질과 견고함은 기본이지 그 자체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시대는 지났다.

그 자리를 예쁘고 아늑한 이미지의 우리 제품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에서 가전산업은 일본 제품보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나쁜 사업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를 통해 화려하게 거듭나며 고부가 생활 공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대기업 위주의 사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압박을 크게 받는 현실도 개선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케팅적인 성공은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한 이야기 전쟁 

 

하얀거탑 (한국/일본판) a-bori.com/blog/

또한 이 책에서는 영화, 연극, 오페라,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쟁 시대를 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유대인들로 장악된 헐리우드의 예에서 보듯이 문화의 침투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비난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럴수록 우리의 무구한 역사와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이다.

 한편 스토리가 글로벌하게 하이브리드(hybrid)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인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괴물>과 같은 이야기가 헐리우드에 팔려 나갔다.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 영화는 거꾸로 우리가 원작을 사와서 성공한 경우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일본 만화이고, <결혼 못하는 남자>,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와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를 더 잘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것도 활발하다. 이야기와 콘텐츠의 창의성과 질이 중요하지, 원작이나 시장의 국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홍사종 교수의 제언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문화적 DNA글로벌 모드로 바꾸어나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도 빨대를 꽂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과 문화의 시너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특히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IT 산업으로 형성된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인간소외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급진적, 단절적 시대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자연과의 분리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피로감이다. 그 다음은 정보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지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과 이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문화적 복지, 일탈문화의 제공, 카타르시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갈등해소를 제안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정보기술과 문화의 결합이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디지털 경제환경을 거꾸로 읽으면 지금이야말로 정보산업 경쟁력과 더불어 사회적 일탈욕구와 소외문제를 풀어줄 건강한 이야기산업의 육성을 위한 중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홍사종 교수의 정동극장 이야기

 

홍사종 교수

그는 잊혀져 가던 정동극장의 극장장이 되면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책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극장의 입장에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거꾸로 수요를 만들고 이를 자극해서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국악 장터
, 돌담길 추억이 있는 음악회, 동창회나 친목회를 위해 커스터마이즈 해 주는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한 공연은 공연은 밤에 한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공연 관점에서 죽은 시간인 낮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소신이 반영되었다.

"기능과 품질은 산업화 패러다임의 덕목이다. 정보화, 감성화 패러다임에서는 기능과 품질이라는 기본위에 이야기라는 궁극의 덕목을 의식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참조 도서

마침 이 책을 읽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간부에게 주었더니
, 이미 제품기획, 인터넷 마케팅 부서에서 다음 주제로 선정해서 읽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안랩과 같은 기술 회사도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스토리로 전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터라 나와 거의 동시에 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설득력있는 스토리는 수많은 정보의 범람으로 혼란스러운 고객의 마음을 정조준 할 수 있다. 아울러 문화와 콘텐츠는 IT의 바탕 위에 꿈을 파는 가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다.


신고

역사와 문화를 아는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 (2)

CEO 칼럼 2009.05.05 16:43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인 조앤 롤링이나 히트 영화의 제조기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예를 많이 든다. 소설과 영화, 드라마, 또한 음악과 같은 창조품의 위력은 익히 알고 있다. 한국도 한류 열풍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언론에서 무형 자산을 자동차, 조선과 같은 대표적인 수출 품목과 비교하는 것도 종종 본다.

 

그런데, 과연 이런 콘텐츠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서 나온다.


영화 제작사인 드림웍스
(DreamWorks)의 작가가 TV에서 인터뷰하는 것을 들었다. “특수 효과, 애니메이션, 음향, 그래픽, 이런 것은 누구라도 (장비와 돈과 인력이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애타게 찾는 것은 스토리다. 창의적인 스토리(Creative Story)가 영화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래서, 전 세계를 누비면서 좋은 콘텐츠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스토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한때 디워
(D-War)가 논쟁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TV토론 프로에도 등장할 정도였다. 나는 디워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 주위에서 그 영화를 본 이들의 평가는 대체로 냉랭했다. 애들 등쌀에 보러 갔다가 애들이 나가자고 해서 생전 처음 영화 도중에 나왔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었다. 볼 만 하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전반적인 중론은 그래픽은 우수하나 스토리는 빈약하다였다. 진중권 씨는 스토리가 기본이 안 되어 있다며 신랄하게 공격했다.

 

어쨌든 이 논란은 스토리의 부족함으로 귀결된다. 아무리 특수 효과가 뛰어 나더라도 스토리가 약하면 사랑을 받기가 힘들다. 혹자는 디워반지의 제왕과 비교한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을 단순히 특수 효과가 뛰어난 판타지 영화로 이해했다면, 그 스토리의 깊이를 너무나도 과소평가한 것이다.

 

존 톨킨 교수(ko.wikipedia.org)

반지의 제왕은 오랜 기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판타지 소설이다. 작가인 존 로널드 루엘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교수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를 방대하게 설계했다. 이 소설을 위해 인공 언어를 만들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고, 심리적 갈등과 반전의 묘미가 심오한 작품이다. 그의 시대에는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묘사를 할 수 있는 도구가 소설로만 가능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로소 영상으로 표현하는게 가능해지자 치밀한 노력과 열정으로 그 내용을 실체화한 것이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이 만든 3부작 영화다.

 

과연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인력을 기르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대학 입시를 위해 정보를 얻고 유명 강사를 쫓아다니는 열정은 가히 세계 수준이다. 또한 그런 노력을 뭐라고 할 수 없는 교육 현실이다. 그러나, 과연 창의적인 스토리가 그런 환경에서 만들어질까? 오히려, 우리의 교육 커리큘럼은 그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역사와 문화가 콘텐츠의 산실
 

좋은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는 역사와 문화다
.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 신화에 심취해 있던 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톨킨 교수는 ‘나니아연대기를 집필한 C.S. 루이스와 동시대 인물로서 교감을 같이했다니, 이런 자유로운 상상력의 교환이 뛰어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해리 포터와 같은 소설은 영국의 문화와 고성(古城), 구전되어온 이야기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역사와 환경의 산물이다. 단순히 작가의 천재적 영감만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다.

서구 문명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그리스 로마 역사를 알아야 한다. 영화 '300'은 그리스의 조그마한 도시국가가 세계를 휩쓸던 페르시아를 상대로 대항한 더모필레 전쟁을 소재로 삼고 있다. 비록 장열한 전사를 했지만, 이를 계기로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통합된 국가로 성장해서 오늘날 민주주의의 초석을 이루게 되었으니,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사건이었다. (전제국가인 페르시아가 오랜 기간 호령했다면 민주주의의 싹이 틀 수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가 많은 서구 문학과 연극, 영화에서 인용되어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이해하려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인문학적 연구와 고찰이 더 다양하고 깊이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공동경비구역 JSA'와 '웰컴 투 동막골'이 성공한 배경은 냉전 시대 속에서 한민족의 끈끈한 동질감을 절묘하게 작품 속에 담았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를 넘어 서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관계의 깊이를 훈훈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와 같이 우리의 문화, 역사 속에서 차별화되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공동경비구역 JSA

웰컴 투 동막골

 

역사 공부를 등한시하는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

그런데
, 우리 나라 수능 시험에서 한국 역사, 즉 국사가 필수 과목이 아니다. 수능이 절대적 기준인 우리 나라에서 그 의미는 국사를 대충해도 대학가는데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자신의 역사를 제대로 모르면서 무슨 스토리를 만든다는 얘기인가이러다가는 허구가 가미된 TV 드라마 내용을 액면 그대로 역사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한때
국사는 모든 시험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필수 과목이었다. 수능의 이전 모습이었던 예비고사 시절, 국사 과목은 50점이 배정되었던 국어, 영어, 수학 다음으로 많았던 30점이 배정된 전략 과목이었다. 고시는 물론 유학 시험, 국비 시험과 같이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에서 국사는 필수였다. 왜 상황이 바뀌었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개인적으로 역사적 관점이 다르고 논란이 많아서 그 중요성이 약화된 것인가?

 

물론 역사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틀리고 시대에 따라 변한다. 그러나, 전반적인 틀을 가져갈 수 있어야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는 한국적 민주주의가 최고의 가치라는 유신 헌법을 달달 외우면서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교과서에 쓰여져 있던 지식은 완전히 부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무한 시간 낭비였다.

 

그러나,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런 혼란과 갈등 속에서 더 많은 고민과 독서를 하게 되었다. 속았다는 분노감에 정반대 개념의 책에 빠져든 적도 있었다. 그후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문화적 충격을 거치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전체적 틀을 형성해 갈 수 있었다. 아마 누구나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역사의식과 가치관이 만들어지게 된다. 어쨌든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적 탐구와 생각하는 훈련은 의미가 아주 크고, 그런 점에서 교육 과정에서 선택 옵션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의 현장에서 찾는 삶의 숨결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도 중학교 수학여행지는 워싱턴
DC. 자랑스러운 독립의 과정과 헌법의 초석(Bill of Rights)을 만들어 낸 과정, 독립 선언서에 서명한 인물들, 내전(Civil War)을 극복하고 통합된 연방정부를 지켜낸 에이브러햄 링컨을 만나기 위해서다. 또한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의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전쟁터와 유적지를 둘러 본다. 이것이 자유를 위해 건너온 이민자들이 민주 국가를 구성하게 된 미국의 역사요 정체성이기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거의 의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쉬운 것은 이러한 역사의 현장을 너무 소홀히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건물을 허물고 깔끔하게 현대적 건축물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일까? 온갖 먹거리와 볼거리와 같은 문화 상품을 개발하고 도로를 닦고 관광 사업을 전개하는데는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삶 속에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는 노력, 또한 그런 정신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관심이 적다.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는 이웃나라 일본의 대도시 한 복판에서 조그마한 유적도 그 당시 분위기로 잘 보전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 (참조 블로그 '일본 호텔 욕조 옆에 붙은 그림을 생각하니',  http://ceo.ahnlab.com/19). 작은 도시에도 그 곳을 거쳐간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던 인물들의 흔적을 남겨둔다.  그 속에서 삶의 숨결과 체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하지 않은 원본(Original) 그대로가 가장 갚진 것이다. 이런 것이 모두 스토리의 중요한 소재가 되기도 한다.

 

나는 남산 근처 후암동에서 태어나고 자라났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남대문 주위를 항상 오갔다. 나에게 남대문은 너무나도 잘생긴 멋진 건축물이자 나의 친구였다. 남대문이 불타 버린 광경을 보면서 마음의 공허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국보 1호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졌으니, 다른 유적지들은 어떠하겠는가?

남대문 전경(heritage.or.kr)

소실된 남대문 (dt.co.kr)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의 정신과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는 수많은 값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조상들이 남겨 준 고귀한 자산이다. 창의력은 외딴 산 속에서 홀로 명상 속에서 나오는게 아니고, 우리의 생활 현장과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아는 교육이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본 자세다.

 

(다음 회에 '학벌 지상주의의 한계'를 이어서 합니다)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