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치명적 약점을 극복한 방법은?

책으로 보는 세상 2010/02/06 06:37

회사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좋지 않게 내릴 때마다 나는 그 사람이 잘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관리자에게 물어 본다. 그러면 잘 모르겠다라는 태도를 보이거나 그게 왜 내가 상관할 바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다. 성과가 안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강점을 무시해 버리는 처사다.

 

20년 간 회사 생활을 해 본 경험으로는 어느 누구든지 강점과 약점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단지 그 사람이 잘 하는 일이 조직 내에서 발휘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특정 업무에 대해 일을 잘 하고 못 하고는 그 사람의 태도와 자세,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고 잘 하는 일이냐에 따라 좌우된다.

 

산업화 시대에는 개인이 튀는 것보다는 조직의 규율과 논리에 맞도록 훈련되는 것이 조직원으로서의 기본 자질이었다. 그러나, 창의력과 지적 호기심이 중요시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그 사람의 강점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물론 회사가 그 사람의 강점을 반드시 살리기 위해서 희생을 할 이유는 없다. 기업의 고유 목적과 각 개인의 원하는 바가 맞지 않는 경우는 허다하기 때문이다. 허나 그 사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중요하다.

 

강점과 약점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한 책

마커스 버킹엄의 저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의 저자로 유명한 마커스 버킹엄의 책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에너지 강점은 내가 책을 사서 단숨에 읽어 버린 책이다.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도록 시원해서 우리 회사 임원들에게 다음날 나누어 주었고, 전직원 교육을 할 때에도 예를 들어가며 적극 추천했다. 강점혁명 2.0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누구든지 가진 강점과 약점에 대한 저울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저자는 두루두루 잘 해야 하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를테면 수학은 잘 하는데 사회 과목을 잘 못할 경우 약점인 과목을 집중 공부해서 약점을 없애야 성공한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 또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약점이 별로 없는, 그래서 학벌과 고른 실력을 갖춘 모양새 좋은 사람을 선발하는데 주력한다.

 

그러나, 저자는 분명하게 지적한다. 취약한 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최고 수준까지 성장할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겐 자기만의 재능이 있다. 모든 사람의 성공은 그들의 강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성공할 수 없으며, 그 시간에 강점을 더욱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 가지 예가 소개되어 있는데, 유명인들의 얘기라서 우리와 거리가 있지만 메시지가 명확해서 여기에 일부 소개한다.

 

사례 1. 타이거 우즈가 골프의 황제가 된 과정은?

세계
1위의 골퍼인 타이거 우즈의 호쾌한 드라이버 샷, 정교한 아이언샷, 정확한 퍼팅 실력은 아무도 범접하지 못한다. 너무도 뛰어나서 골프장 설계를 타이거 우즈 때문에 바꾼다고 한다. 최근 스캔들로 스타일은 완전히 구겼지만 골프 실력 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PGA 경기가 '타이거 우즈 대(對) 누구'라는 대결로 구도가 잡혀 있으니 흥행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포효하는 타이거 우즈

타이거 우즈의 벙커샷하는 모습

 

그런데, 그에게도 치명적 약점이 있으니 바로 벙커샷이다. 그가 벙커에서 탈출하는 실력은 PGA에서 80위권 밖이다. (물론 PGA 프로들과의 비교이니 평범한 우리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러나, 한 타에 몇 백 만 불이 오가는 것이 PGA 경기니 경기 결과에 영향력이 크다). 그는 약점인 벙커샷 연습에 집중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의 강점인 드라이버, 아이언, 퍼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벙커에 빠뜨리지 않도록 더 조심했고, 약점을 능가하는 강점의 발휘로 세계 최대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사례 2. 샤킬 오닐을 명 센터로 키운 명장의 비법은?
 

샤킬 오닐은 미국 NBA에서 센터로서 명성을 날린 선수다. 그러나, 그에게도 치명적 약점이 있으니 자유투다. 자유투 성공률은 50%도 안 되었고 가장 나쁠 때는 42% 정도에 머물렀다. 골 밑에서 활동하는 센터는 슛 동작에서 파울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유투가 아주 중요하다. 골밑슛을 허용하면 2점이지만 파울을 걸어 자유투를 하면 1점이나 0점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유투를 못하는 센터는 상대방에게 반가운 존재다.

레이커스 시절의 샤킬 오닐

필 잭슨 감독

샤킬 오닐의 치명적 약점 자유투


특히 경기 종료가 가까워져서 팀파울에 걸리면 상대방은 자유투를 가장 못 하는 선수에게 고의적으로 파울을 건다. 그렇다고 농구에서 센터를 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자유투를 못하는 것은 센터로서는 치명적 결함이 아닐 수 없다. 막상막하의 LA 레이커스 경기를 볼 때마다 경기 막판에 자유투 라인에 선 그가 측은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첫 프로팀인 올랜도 매직에서 샤킬 오닐은 하루 종일 자유투 연습을 했지만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LA 레이커스로 옮기면서 NBA의 전설인 필 잭슨 감독을 만났다. 필 잭슨은 마이클 조던 시절 시카고 불스를 우승으로 이끈 최고의 감독이다. (흔히 마이클 조던만 생각하지만, 사실 필 잭슨의 지도력으로 훌륭한 선수들과 조직력을 갖추었기에 시카고가 훌륭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LA에 온 그는 오닐의 연습 방식을 철저히 뜯어 고쳤다
. 오히려 약점인 자유투 연습은 한 시간으로 줄이고 센터로서 골 밑에서의 경기력 향상에 집중시켰다. 강점을 철저히 살린 것이다. 그 결과 샤킬은 뛰어난 리바운드, 골 밑 플레이어로서 최고의 센터라는 명성을 차지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자유투 성공률도 상승했다. 강점을 살린 것이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Self-Leadership이 중요한 시대
 

개인의 리더쉽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도 바뀌고 있다. 기업에 속한 모든 개개인이 추진력과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분야에서 강점을 살리는 지도자가 될 때에 그 기업은 최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CEO CEO 역할로서의 지도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10년 전 제정한 안철수연구소의 핵심 가치 중의 하나가 자기개발인 것을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한다. 자기 개발이야 말로 그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입사 면접을 할 때 자신의 강점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 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주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즉 자신의 학력, 성적, 경력, 프로필과 같은 스펙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쓴다. 더 나아가 부모나 친지들이 권하거나, 심지어는 장래의 배우자가 좋아할 것 같은 직업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우리는 가장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누구도 어떤 사람의 장래에 대해 이 길이 좋은 길이라고 장담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시대다. 어차피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책임이고, 그러려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강점을 살리는 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것이 가장 재미있고 보람을 가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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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케팅 시대 - IT와 콘텐츠의 결합

책으로 보는 세상 2009/06/29 08:31

해외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보편적 인식을 피부로 느낀다. 안랩의 해외 사업을 뛰다가 부딪히는 장벽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한국에 대한 지식 (북한과 88올림픽 밖에 모르는 경우 힘이 빠진다)

-   한국에서는 IT가 발달했고, 실생활에 접목이 많이 되어 있다?

-   한국에는 정보 보안의 핵심기술이 있다?

-   안랩(AhnLab)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물론 한국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했던 이상으로 인식의 벽은 두껍다. 이런 열악한 국가 이미지와 회사의 브랜드를 극복하고 안랩의 기술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면 우리의 걸어온 과정을 스토리로 설명하는게 효과적이다.

한국이 영세한 후진국에서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역사, 산업시대를 거쳐 빠르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간 과정,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벤처 산업이 나오게 된 배경, 생활속에 자리잡은 IT의 현황과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문화, 인터넷 중심으로 가면서 정보 보안 기술을 가지게 된 이유 등등. 우리의 기술력이 뛰어난 이유를 스토리를 통해 설명해야 어느 정도 설득이 된다.

아마 해외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CEO, 또한 대기업들 마저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IT나 글로벌 사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신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때 멋있는 스토리로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짧은 시간에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소개한 책 :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Storytelling Marketing)”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홍사종 교수는 적자에 헤매던 정동극장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새로운 문화 산업의 돌파구를 제시한 선구자다. ‘이야기 마케팅의 전도자(evangelist)이며, 기업과 기관, 학교에서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모델을 여러 모로 입증시킨바 있다. 평소 홍 교수의 소신과 자신감에 감복해 왔던 나로서는 이 책을 보자 무척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내용이 정연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 그의 이야기론은 시대적 코드와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엿보게 한다. 일단 책을 들면 단번에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냉장고의 개념을 바꾼 대기업 간의 마케팅 전쟁 이야기가 나오는데, 냉장고 광고 카피가 어떻게 진화해서 꿈을 파는 스토리로 업그레이드 되었는가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 냉장고

남자들은 모른다. 주부가 갖고 싶은 냉장고 oo ‘

‘oo은 사랑입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Feature-Benefit-Value로 구분하여 분석하는 기초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서 마케팅은 기능(feature)으로 갖추어진 제품을 어떻게 고객 관점의 가치(value)로 타겟팅하여 전달할 수 있는 가에 달려있다.

위의 광고 카피를 보게 되면, 냉장고의 기능(feature)에 머물렀던 하드웨어 광고가 어떻게 가치(value)전달의 수준을 넘어서 스토리를 통해 꿈을 팔게된 변천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냉장고라는 기계가 주부들의 감성을 건드려서 가정의 생활 문화로서 자리잡았다. 제품에 문화가 결합해서 설득력을 갖는 이른바 컬덕트(CULture+proDUCT)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냉장고 광고의 변천


최근 해외 백화점에 가 보면 한국의 가전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LCD TV, 휴대폰은 말할 것도 없고, 냉장고, 세탁기 등도 한국 제품이 진열대 앞에 나와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dryer)의 시장을 연 미국의 업체들은 내구성과 튼튼함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품질과 견고함은 기본이지 그 자체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시대는 지났다.

그 자리를 예쁘고 아늑한 이미지의 우리 제품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에서 가전산업은 일본 제품보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나쁜 사업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를 통해 화려하게 거듭나며 고부가 생활 공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대기업 위주의 사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압박을 크게 받는 현실도 개선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케팅적인 성공은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한 이야기 전쟁 

 

하얀거탑 (한국/일본판) a-bori.com/blog/

또한 이 책에서는 영화, 연극, 오페라,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쟁 시대를 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유대인들로 장악된 헐리우드의 예에서 보듯이 문화의 침투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비난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럴수록 우리의 무구한 역사와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이다.

 한편 스토리가 글로벌하게 하이브리드(hybrid)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인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괴물>과 같은 이야기가 헐리우드에 팔려 나갔다.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 영화는 거꾸로 우리가 원작을 사와서 성공한 경우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일본 만화이고, <결혼 못하는 남자>,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와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를 더 잘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것도 활발하다. 이야기와 콘텐츠의 창의성과 질이 중요하지, 원작이나 시장의 국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홍사종 교수의 제언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문화적 DNA글로벌 모드로 바꾸어나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도 빨대를 꽂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과 문화의 시너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특히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IT 산업으로 형성된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인간소외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급진적, 단절적 시대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자연과의 분리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피로감이다. 그 다음은 정보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지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과 이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문화적 복지, 일탈문화의 제공, 카타르시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갈등해소를 제안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정보기술과 문화의 결합이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디지털 경제환경을 거꾸로 읽으면 지금이야말로 정보산업 경쟁력과 더불어 사회적 일탈욕구와 소외문제를 풀어줄 건강한 이야기산업의 육성을 위한 중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홍사종 교수의 정동극장 이야기

 

홍사종 교수

그는 잊혀져 가던 정동극장의 극장장이 되면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책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극장의 입장에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거꾸로 수요를 만들고 이를 자극해서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국악 장터
, 돌담길 추억이 있는 음악회, 동창회나 친목회를 위해 커스터마이즈 해 주는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한 공연은 공연은 밤에 한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공연 관점에서 죽은 시간인 낮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소신이 반영되었다.

"기능과 품질은 산업화 패러다임의 덕목이다. 정보화, 감성화 패러다임에서는 기능과 품질이라는 기본위에 이야기라는 궁극의 덕목을 의식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참조 도서

마침 이 책을 읽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간부에게 주었더니
, 이미 제품기획, 인터넷 마케팅 부서에서 다음 주제로 선정해서 읽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안랩과 같은 기술 회사도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스토리로 전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터라 나와 거의 동시에 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설득력있는 스토리는 수많은 정보의 범람으로 혼란스러운 고객의 마음을 정조준 할 수 있다. 아울러 문화와 콘텐츠는 IT의 바탕 위에 꿈을 파는 가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다.


학벌과 간판보다 기본 소양이 중요한 이유 : 사교육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3)

CEO 칼럼 2009/05/21 06:35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자식이 좋은 학교에 가는게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사교육 열풍이 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식을 진정으로 위한 것인지, 자식을 통해 부모로서의 자신의 성공 여부를 인정받고 싶어서인지는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 이나미 정신과전문의의 지적(칼럼)은 자뭇 통렬하다.

 

벌써부터 기업체에서는 부모의 재산이 많고 강남 출신이거나, 전적이 불확실한 유학생들은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매뉴얼 달라면서 과외 받으러 착각해 시키는 일이나 간신히 하는, 학벌은 좋은데 추진력이 부족한 부잣집 자제들 때문에 상사들은 골치가 아프다. (중략) 학벌은 좋은데 혼자 생각은 애초에 없는 젊은이가 너무 많다.

 

이나미 정신과전문의 (article.joins.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킨 부모들을 성공적 인물로 미화하는 매스컴도 우습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낸 어머니들에 대한 찬사 뒤에는, 학벌이 앞으로의 자녀 인생을 좌우할 것이고 자녀 인생은 어머니가 결정한다는 집단 최면이 숨어 있다. 곱게 자라 좋은 간판 자녀들이 사회에 적응 못하고 부모를 함부로 대하는 뒷얘기들을 정말 그리 모르는지.”

 

자식에 대한 부모의 교육열은 비단 우리 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국 부모들이 유난을 떤다고 비하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소 팔아서 대학 보내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이 나라를 발전시킨 원동력이기도 했으니까. 미국에서도 중국인, 베트남인들의 교육열은 한국 부모보다 더 열성적이다. 미국인 부모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미국의 텍사스 주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였다. 우리 가족이 살던 곳은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던 동네였다. 그런데, 근처 유치원 (Kindergarten)이 유명하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내년도 입학생을 선착순으로 뽑는다고 하니까 백인 부모들이 밤새 밖에서 진을 치고 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예 비치(Beach) 의자를 놓고 온 가족이 자는 것도 보았다. 우리 아이는 적령기가 아니어서 이 광경을 방관자의 입장에서만 보았지만, 미국 백인 사회에서도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내 눈으로 처음 확인했다.

 

교육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은

이와 같이 자식이 좋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부모의 마음은 세계 어느 곳이나 똑같다
. 그러나, 교육열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자식의 장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부모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 주는 자식의 간판 즉 학벌을 원하느냐 하는 것인지다. 자식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서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자신의 공헌을 통해 보람을 느끼게 하고, 이 사회에 즐겁게 적응해 가는 게 옳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이를 알면서도 자식의 간판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현재의 부모 세대는 스스로 대학 입시라는 과정을 경험해 보았다. 그것이 어떤 결과이었든 간에 마치 이제 2세들을 통해 2차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같다. 1차전과 다른 점은 이미 스스로 경험해 보았기에, 자식들을 더 효율적으로 몰아 부치는 방법을 안다. 1차전에서 우리 부모 세대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 (예를 들면 어떻게 공부하는 척하면서 다른 짓을 하는지) 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에, 우리의 아이들은 더욱 숨이 막힌다.

 

대학은 삶의 과정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글로벌 지식 기반 사회에서 4년이라는 짧은 대학 생활에서 배운 지식으로 인생이 결정된다면 그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이러한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오늘도 대입이라는 전쟁에 말려들고 있다. 간판이 아직도 우선시되고, 일을 하는 것보다 일을 시키는 사람이 존경받는 전근대적인 한국 사회의 풍토도 한몫 한다.

 

우리 나라의 입시 제도를 들여다 보면 일류 대학 위주다. 새로운 입시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도 SKY 대학의 총장이나 사무총장의 목소리가 우선적으로 매스컴을 장식한다. 또한 6-70년대에는 대학별로 어느 정도 특성과 차별점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전공에 관계 없이 모든 대학이 서열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색깔이 크게 퇴색했다. 건물은 현대화되고 강의장은 최신 시설이 되었지만, 다양성과 개성, 전통이 없어진 대학의 모습은 무미건조한(dry) 느낌이다.


대학 입시 설명회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인력의 전반적 포트폴리오에 대해 우선 고민해야 

일부 뛰어난 리더(leader) 10000명을 먹여 살린다라고 엘리트 교육을 강조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시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첫째, 뛰어난 리더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리더가 일류 학교를 나온, 수능 시험에서 거의 만점을 맞은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국어만 잘하면 엘리트인가?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은 리더의 요건이 아니라 기본 소양일 뿐이다.

리더는 창의력과 실력, 그리고 자기 원칙에 충실한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제대로 된 인격이 형성이 안 되어 있을 경우, 또는 그런 의지가 약할 경우 10,000명을 먹여 살릴 지도력은 나오지 않는다.

 

또한 우리 교육 제도의 맹점은 주어진 정답을 잘 풀어가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급전직하하는 교육 시스템으로는 창의적인 인물이 발굴되기는 힘들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 하나를 가지고 밤새 씨름도 해 보고, 책을 통해 여러 선인들의 지혜와 고민을 자기 입장해서 반문하는 고민의 훈련 과정이 리더를 만든다. 또한 삶의 현장 속에서의 진정한 체험, 도전과 좌절을 격려하는 문화 속에서 진정한 리더가 나온다.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들은 좋은 교육을 받은 양가집 환경보다 고뇌하는 치열한 삶을 살은 사람들, 특히 좌절을 겪었던 이들 속에서 탄생했다. 


둘째
, 뛰어난 한 사람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나머지 인력들의 역량이다.
적어도 교육 정책의 관심사는 뛰어난 천재 1명보다 나머지 9999명의 교육에 맞추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설사 몇 명의 실력있는 천재가 양성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사람이 다른 나라 일류 기업에 스카우트 되어가면 이를 위해 희생한 나머지 인력은 무엇인가? 오히려 천재는 수입해올 수 있지만 이 사회의 기반이 되는 저변 인력을 탄탄하게 갖추는게 국가의 우선 순위가 아닐까?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면 리더가 나머지 인력과 환경의 도움없이 혼자서 나올 수 있을까? 수많은 과학 기술은 주어진 환경과 조력자, 같이 고민하는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오히려 몇 명의 리더, 그것도 간판만 원하는 기능적 우등생보다 사회 전반적인 인력의 실력과 소양이 업그레이드 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초중등 교육이 밑바탕이 되어야 이 사회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Junior college (www.buyusa.gov)

미국 사회의 저력은 얼마든지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전문대학(Junior College)에 있다. 여기에는 부족한 기술을 보충하려는 직장인, 커리어를 바꾸어 보려는 사람, 또한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젊은이, 혹은 대학에 갈 등록금이 없어서 다니는 사람 등 다양한 부류가 있다. 심지어는 종합대학에 다니다가 몇 과목을 보강하기 위해서 전문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하기도 한다.


일류대학 출신 금융 엘리트들이 망가뜨린 미국을 지탱하는 것은 이렇게 전문대학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워서 열심히 노력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있다. 바로 이 순간에도 자신의 가족을 위해
,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무엇보다 먹고 살기 위해 새로운 교육을 받고, 산업 현장에 뛰어드는 소시민들이 국가의 중요한 바탕이다. 

 

학벌 위주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인력 포트폴리오의 방향을 왜곡시킨다. 일류 대학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본 소양과 전문 기술을 지속적으로 훈련시킬 탄탄한 중등 교육 기관이다. 우리 나라 대다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교육에 더 많은 신경과 예산이 배정되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을 충실히 재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야, 양질의 일자리도 역동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