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중국 비행기에서 본 문화 차이는?

Global View 2009.12.24 07:30

일본 출장을 다녀올 때 김포-하네다 스케줄이 다양해서 현지 스케줄에 맞추어 적절한 시간대의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일본 국적기인 JAL이나 ANA을 종종 이용하게 된다. 최근에는 일본 항공기가 가격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메시지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 승무원에게 가장 많이 제지 당하는 것이 기내에서의 휴대폰 사용이다. 비행기에서는 항법 장치에 이상을 줄 수 있어서 이착륙 시에 전자 장치를 꺼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제재를 적용하는 강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 비행기에서는 기내에서 바로 휴대폰을 꺼야 한다
. 나도 무심코 문자를 보다가 승무원이 놀라서 달려와서 제발 꺼달라고 한 적이 있다. 한국 비행기에서는 이륙 전에 대기할 때는 어느 정도 봐 주는데 비해 일본은 규칙대로 철저하게 시행한다.

일본을 다녀오고 나서 바로 다음 주에 중국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중국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앉은 어떤 중국인이 비행기가 게이트를 빠져 나와 활주로로 진입하고 있는 데도 문자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마침 지나가는 승무원이 보면서도 전혀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첼로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려면?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중국 비행기를 탔을 때의 황당한 사건이 생각났다
. 한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보이는 인원이 단체로 탔다. 그 중에는 첼로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당연히 첼로는 비행기 내의 공간에 집어 넣을 수가 없다. 승무원이 이 악기는 짐칸에 넣어야 한다고 하니 그 단원의 리더로 보이는 분이 세상에 악기를 짐칸에 넣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버럭 화를 낸다. 서로 10여분 정도 언쟁이 있더니 결국 첼로를 어정쩡하게 복도에 놓은 채 이륙했다.

 

무릎팍 도사에서의 장한나씨

내가 알고 있기로는 첼로는 별도의 자리를 구매해야 한다. ‘무릎팍 도사에 나온 첼리스트 장한나 씨가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한 적이 있다. 첼로의 티켓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왜 똑 같은 돈을 내는데 첼로는 기내식도 안 주고 마일리지도 안 주느냐"며 불평하던 장면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앞의 예에서 본 것처럼 비행기가 어느 국가에 속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가이드라인도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은 철저하게 FM대로 한다. 중국은 가장 느슨한 것 같고, 한국은 그 중간 정도다. 비행기에서의 규정은 전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지만, 이와 같이 국가별로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정도는 다르다. 그 차이는 그 국민들의 의식이 어떠한지, 법 체계가 잘 정리되어 있고 법 적용은 엄격한지에 달려 있다.

 

법과 규정을 얼마나 잘 수용하고 따르느냐 하는 척도는 산업에도 영향을 준다. 일본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소프트웨어는 제 값 주고 사야 한다는 평범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게임의 베타 버전을 중국 업체에는 안 보여주려는 이유는 중국에서 바로 베끼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과 규칙을 따른다는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영화 해운대가 복사되어 배포된 것이나 배우는 학생들이 라이센스없는 소프트웨어를 버젓이 사용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정보보안의 컴플라이언스가 지켜지려면..

우리 나라가 보안이 취약한 이유는 이런 문화에도 원인이 있다. 보안 정책을 설정해서 잘 준수하도록 하는 컴플라이언스 (Regulation Compliance)는 정보 보안의 기본 명제다. 컴플라이언스는 정보 보안 뿐만 아니라 IT, 재무, 금융 등 기업의 중요한 리스크를 관리 하는데 있어서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안 정책을 잘 만들어도 이를 실행하는데 있어서 구성원이 잘 따르지 않고 예외가 많아지면 정책이 설 땅을 잃게 된다. 따라서, 컴플라이언스는 구성원의 준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다.

 

법과 규정을 치밀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예외없이 그런 규칙과 정책을 따르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일본은 보안 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린 국가(Green Country)로 분류된다. 그 기반에는 규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문화가 한 몫하고 있다.

정보 보안은 정책을 제대로 따르겠다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 비행기 안에서의 작은 차이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의 보안 인식 수준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직업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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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다 시장과 나리타 시장이 싸운 까닭은?

Global View 2009.10.30 11:57

미국 출장을 다녀오는 비행기에 외국인이 많은 것을 목격하게 된다. 보통 국적기에는 그 나라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우리 나라 비행기는 외국인이 많으면서 만석인 경우가 흔하다. 왜 그럴까? 그만큼 항공사가 비즈니스를 잘 한 것인가?

 

중국이야 거쳐가는 길목이니 그럴 수 있다 치고 일본의 경우는 다시 오던 방향, 즉 동쪽으로 거꾸로 가야 한다. 비행기에서 만난 일본인에게 왜 그런 노선으로 가느냐고 물으니 나리타 공항에서 지방 도시를 가려면 하네다까지 열차를 타고 가서 국내선을 타야 한다. 그런데, 인천 공항에서는 직항이 있어서 훨씬 편리하다고 한다.

 

나리타가 일본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나리타 공항에서 지방 도시로 가는 비행기는 하루에
10개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노선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노선에 없거나 시간이 맞지 않는 도시는 하네다까지 2시간 이상 가서 타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에 인천 공항에서는 일본의 주요 도시로 수십 개의 직항 노선이 연결된다.
 

한겨레 10월 12일 기사 - 김도형 특파원

얼마 전 일본 출장 시에 일본의 공항 문제가 언론에서 큰 화두가 되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하네다 공항을 국내선 위주로 나리타 공항은 국제선 위주로 한다는 기존의 정책을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즉 하네다 공항의 국제 노선을 강화해서 허브 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한국의 인천공항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 앞서 얘기한 상황처럼 사실상 인천 공항이 일본 각 도시를 연결하는 허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국민들이 인천까지 갔다가 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나리타와 하네다의 해묵은 갈등
 

이해 관계가 직결되어 있는 나리타 시장과 하네다 시장은 TV에서 불꽃 튀는 열전을 벌이는 장면도 나왔다. 나리타 시장의 입장에서는 공항 수입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절박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하네다로 그 중심축이 옮겨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한편 하네다 입장에서는 도시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안타깝게도 나리타는 근본적으로 공항을 확장할 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적다. 양쪽 공항을 가 보면 하네다 공항 근처가 더 여유가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게다가 내륙 도시인 나리타와 달리 하네다는 바다를 메울 수 있는 옵션이 있다. 또한 나리타 근처는 전원 도시로 고급 주택도 많이 위치해 있어 조용히 지내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가장 성장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물류 허브를 놓고 한국, 일본, 중국이 싸우는 마당에 일본의 정책 전환은 불을 붙인 격이다. 일단 1차전은 인천공항의 통쾌한 승리로 끝이 났지만 하네다 공항이나 상해 푸동 공항의 도전은 만만치 않다.

 

인천공항의 IT 운영 노하우와 발전상

10
년 이전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의 공항을 얘기하면 싱가포르를 많이 얘기했다. 24시간 운영 체제에 미국 유럽으로 뻗어가는 공항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 항공이 성공한 배경에는 친절한 서비스도 있지만 이러한 지역적 이점도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에 글로벌 기업의 Asia-Pacific 총괄 법인이 많은 배경은 교통의 요지라는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베스트 선정된 인천공항 (news.khan.co.kr)


그런 점에서 인천 공항이 최고로 꼽히는 현재의 상황은 무척 뿌듯한 쾌거다. 특히 김포공항 시절부터 수시로 공항 출입을 하던 나로서는 그 발전상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인천 공항은
IT 측면에서도 최고다. 당시 해외의 공항 전산 시스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단번에 통하도록 만든 우리의 시스템이다. 따라서, 인천 공항의 운영 노하우 자체는 우리의 IT 실력을 드러낸 쾌거다. 한국이 리더쉽을 발휘하는 시대를 상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항이 비즈니스 그 자체가 된 시대를 맞이하여 인천 공항이 동북아시아의 허브,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1등을 꼭 유지했으면 한다. 민간 출신 전문 경영인이 CEO가 되면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물론 너무 비싼 음식값과 같은 문제점도 지적된다. 더욱 글로벌하고 소프트 마인드의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러한 애정어린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서 허브 공항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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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의 역사 튀니지가 IT를 배우는 이유

Global View 2009.10.14 12:56

지난 주 리츠칼튼 호텔에서 거행된 글로벌 IT 포럼에 초대를 받았다. 지금은 KAIST로 통합된 ICU(한국정보통신대학교, Information & Communication University)가 전세계 개발도상국가에서 IT 정책을 기획하고 도입하는 담당자들을 초청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앞선 IT 환경과 한국 문화를 맛보게 함으로써 미래의 우리 편으로 만든다는 전략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IT 포럼 기념 사진

축사를 하는 필자


현재는 KASIT와 서울대가 각각 기술과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졸업생도 나오고 해서 그 동창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포럼을 매년 하고 있는데, 일종의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Reunion(친목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이 프로그램이 먼 훗날 우리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투자라고 생각하던 터라 기쁜 마음으로 초대에 응했다.


작년에
ICU에 가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정보보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인지하던 터라 관심이 많았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온 엘리트 관료들을 상대로 한 강의라서 그런지 100여명 정도가 참석했던 강의 분위기는 열기가 넘쳤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많은 나라가 많았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인연으로 해서 이번 행사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는데, 더 커지고 탄탄한 네트워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한비야

특히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에 대한 높은 애정을 보고 뿌듯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한국은 IT의 메카다. 이미 그 국가에는 한류가 많이 들어가 있지만 그들이 직접 한국에 살면서 체험한 한국의 음식, 문화, 거리의 풍경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한비야 씨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한국은 대단한 나라다. 40년간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 나라가 구호를 끊고 오히려 우리가 기부를 하게 된 국가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른 측면에서 어려운 국가들을 도와 주는 현장을 체험하니 우리의 모습에 더욱 자긍심을 느낀다.

튀니지 사람들과의 의미있는 대화

마침 튀니지(Tunisia)에서 대사를 비롯해 여러 명의 고위급 공무원이 참석해서 호기심이 생겼던 터에 점심 식사에 이들과 테이블을 같이 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모르던 나는 영화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에서 나온 탄지에르(Tangier)의 추격씬(탄지에르는 모로코의 도시)과 추억의 영화 카사블랑카가 간접적으로나마 본 전부였다 


튀니지 위치(zombie.co.kr)

알고 보니 튀니지는 로마 역사에서 그 유명한 포에니 전쟁의 주역인 카르타고가 있던 지역이다. 한니발 장군의 후예라고 할까? 포에니 전쟁으로 치를 떨었던 로마가 그 지역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고 카르타고 주민들을 이주시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지역에 이렇게 국가가 형성된 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 후예인지 주위에서 온 주민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000만 정도의 적은 국민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확고한 포지셔닝을 점하고 있다고 한다.

 

ICU에 강의를 갔을 때 북부 아프리카에서 온 이들이 아프리카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관심 밖이다. 그래서 IT는 한국에서 배우려고 한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그런데, 튀니지는 바로 그 IT를 아프리카 지역에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테면 IT 컨퍼런스나 교육, 서비스는 튀니지에서 많이 거행된다. 내년도 남아프리카 (South Africa)에서 거행되는 월드컵 행사도 튀니지 기업들이 IT 부문 사업에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튀니지는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쳐서 교육 체계가 프랑스화 되어 있다
. 실제로 아랍어와 프랑스어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고.
 
 

아프리카는 가난과 독재에 허덕이는 나라가 많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에 가 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못 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번에 참석한 이들에게 물어 보니 이집트는 관광과 수에즈 운하가 전통적인 수익인데, 너무 여기에 의존했던 까닭에 구태여 차세대 먹거리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한다. "기존 사업이 너무 수익성이 좋으면 신규 사업을 하기 어렵고, 이것이 기업의 미래를 발목잡게 된다"는 경험적 진리는 국가에도 적용되다 보다.

 

작지만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튀니지

그런 점에서 튀니지가 작지만 유럽에 가까운 나라들이 그 허브로서의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 튀니지의 주 산업은 관광인데 그것도 이탈리아에 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한 2급(2nd tier) 관광지라고 한다. 아주 전략적인 포지셔닝이다. 이러한 서비스 기반과 프랑스와의 긴밀한 교육 체계를 발판으로 IT의 중심 국가로 발전하려는 그들의 열정과 의지는 인상적이었다. 영어와 불어,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관료들은 IT가 국가 발전의 핵심이고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는 확신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글로벌 사회를 바라보면 볼수록 우리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이라는 좁은 사회에 머물다가 눈을 조금만 밖으로 돌려도 흥미로운 세상과 기회가 보인다. 특히 그들에게는 대한민국이 IT 중심국이라는 사실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에 각인되어 있고 이런 인식은 여간해서 잘 바뀌지 않는다. 이들이 결국 그 나라의 최고 책임자 그룹에 들어갈 것이고 중요한 정책 결정자가 될 것이다.

 

아직은 아프리카나 중앙 아시아가 불모지이지만 역사는 항상 바뀌는 것을 목격해 왔다. 우리 젊은이와 후손들에게는 좋은 씨앗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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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케팅 시대 - IT와 콘텐츠의 결합

책으로 보는 세상 2009.06.29 08:31

해외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보편적 인식을 피부로 느낀다. 안랩의 해외 사업을 뛰다가 부딪히는 장벽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한국에 대한 지식 (북한과 88올림픽 밖에 모르는 경우 힘이 빠진다)

-   한국에서는 IT가 발달했고, 실생활에 접목이 많이 되어 있다?

-   한국에는 정보 보안의 핵심기술이 있다?

-   안랩(AhnLab)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물론 한국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생각했던 이상으로 인식의 벽은 두껍다. 이런 열악한 국가 이미지와 회사의 브랜드를 극복하고 안랩의 기술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면 우리의 걸어온 과정을 스토리로 설명하는게 효과적이다.

한국이 영세한 후진국에서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역사, 산업시대를 거쳐 빠르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간 과정,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벤처 산업이 나오게 된 배경, 생활속에 자리잡은 IT의 현황과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의 문화, 인터넷 중심으로 가면서 정보 보안 기술을 가지게 된 이유 등등. 우리의 기술력이 뛰어난 이유를 스토리를 통해 설명해야 어느 정도 설득이 된다.

아마 해외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CEO, 또한 대기업들 마저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IT나 글로벌 사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신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때 멋있는 스토리로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짧은 시간에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소개한 책 :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어떻게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 Storytelling Marketing)”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홍사종 교수는 적자에 헤매던 정동극장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새로운 문화 산업의 돌파구를 제시한 선구자다. ‘이야기 마케팅의 전도자(evangelist)이며, 기업과 기관, 학교에서 개혁적이고 창의적인 모델을 여러 모로 입증시킨바 있다. 평소 홍 교수의 소신과 자신감에 감복해 왔던 나로서는 이 책을 보자 무척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내용이 정연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 그의 이야기론은 시대적 코드와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엿보게 한다. 일단 책을 들면 단번에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냉장고의 개념을 바꾼 대기업 간의 마케팅 전쟁 이야기가 나오는데, 냉장고 광고 카피가 어떻게 진화해서 꿈을 파는 스토리로 업그레이드 되었는가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리가 나지 않는 냉장고

남자들은 모른다. 주부가 갖고 싶은 냉장고 oo ‘

‘oo은 사랑입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Feature-Benefit-Value로 구분하여 분석하는 기초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서 마케팅은 기능(feature)으로 갖추어진 제품을 어떻게 고객 관점의 가치(value)로 타겟팅하여 전달할 수 있는 가에 달려있다.

위의 광고 카피를 보게 되면, 냉장고의 기능(feature)에 머물렀던 하드웨어 광고가 어떻게 가치(value)전달의 수준을 넘어서 스토리를 통해 꿈을 팔게된 변천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냉장고라는 기계가 주부들의 감성을 건드려서 가정의 생활 문화로서 자리잡았다. 제품에 문화가 결합해서 설득력을 갖는 이른바 컬덕트(CULture+proDUCT)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냉장고 광고의 변천


최근 해외 백화점에 가 보면 한국의 가전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 LCD TV, 휴대폰은 말할 것도 없고, 냉장고, 세탁기 등도 한국 제품이 진열대 앞에 나와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dryer)의 시장을 연 미국의 업체들은 내구성과 튼튼함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품질과 견고함은 기본이지 그 자체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시대는 지났다.

그 자리를 예쁘고 아늑한 이미지의 우리 제품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에서 가전산업은 일본 제품보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나쁜 사업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러나, 스토리를 통해 화려하게 거듭나며 고부가 생활 공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대기업 위주의 사업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압박을 크게 받는 현실도 개선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케팅적인 성공은 인정해야 한다.

글로벌한 이야기 전쟁 

 

하얀거탑 (한국/일본판) a-bori.com/blog/

또한 이 책에서는 영화, 연극, 오페라,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쟁 시대를 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유대인들로 장악된 헐리우드의 예에서 보듯이 문화의 침투력은 엄청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비난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럴수록 우리의 무구한 역사와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이다.

 한편 스토리가 글로벌하게 하이브리드(hybrid)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인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괴물>과 같은 이야기가 헐리우드에 팔려 나갔다.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 영화는 거꾸로 우리가 원작을 사와서 성공한 경우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일본 만화이고, <결혼 못하는 남자>,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와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를 더 잘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것도 활발하다. 이야기와 콘텐츠의 창의성과 질이 중요하지, 원작이나 시장의 국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홍사종 교수의 제언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문화적 DNA글로벌 모드로 바꾸어나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도 빨대를 꽂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과 문화의 시너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특히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IT 산업으로 형성된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인간소외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급진적, 단절적 시대변화에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자연과의 분리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피로감이다. 그 다음은 정보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지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과 이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문화적 복지, 일탈문화의 제공, 카타르시스 제공을 통한 사회적 갈등해소를 제안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정보기술과 문화의 결합이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디지털 경제환경을 거꾸로 읽으면 지금이야말로 정보산업 경쟁력과 더불어 사회적 일탈욕구와 소외문제를 풀어줄 건강한 이야기산업의 육성을 위한 중요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홍사종 교수의 정동극장 이야기

 

홍사종 교수

그는 잊혀져 가던 정동극장의 극장장이 되면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책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극장의 입장에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거꾸로 수요를 만들고 이를 자극해서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다.”

국악 장터
, 돌담길 추억이 있는 음악회, 동창회나 친목회를 위해 커스터마이즈 해 주는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한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한 공연은 공연은 밤에 한다는 인식을 깨뜨리고, 공연 관점에서 죽은 시간인 낮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소신이 반영되었다.

"기능과 품질은 산업화 패러다임의 덕목이다. 정보화, 감성화 패러다임에서는 기능과 품질이라는 기본위에 이야기라는 궁극의 덕목을 의식적으로 추가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참조 도서

마침 이 책을 읽고 마케팅을 담당하는 간부에게 주었더니
, 이미 제품기획, 인터넷 마케팅 부서에서 다음 주제로 선정해서 읽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안랩과 같은 기술 회사도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스토리로 전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터라 나와 거의 동시에 책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설득력있는 스토리는 수많은 정보의 범람으로 혼란스러운 고객의 마음을 정조준 할 수 있다. 아울러 문화와 콘텐츠는 IT의 바탕 위에 꿈을 파는 가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는 그런 확신을 가지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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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느낀 한-일 음식문화의 차이점

Global View 2009.05.16 08:44

CEO가 되고 나서 첫 지방 로드쇼를 갖기로 결정해서, 그 첫 행사를 부산에서 거행하기로 했다. 첫 발표라서 행사장에서의 리허설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에 발표팀은 서울역에서 첫 KTX인 새벽 5 30분 기차를 타기로 했다. 행사장인 서면 롯데호텔에 도착하니 9시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셈이다.

 

부산은 일본 관광객이 많은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우리 행사장인 그랜드 홀 옆에서는 일본의 건설협회 소속 기업인들이 워크숍을 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참석자도 일본인, 안내자도 일본인, 마치 일본에 온 느낌이다. 1달 전에 일본 여객기로 동경을 가는데, 김포 공항에서나 비행기 안에서나 한국어를 거의 안 들었던 광경이 생각났다.


따뜻한 아침밥을 찾아 돌아다닌 부산에서의 이른 아침
 

이른 새벽이라 서울역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를 가지고 탔다. 그러나, KTX 내에서도 발표 자료를 서로 맞추느라 한 잠도 못 자서 그런지 호텔에 도착하니 허기가 졌다. 마침 호텔 측에서 프로젝터가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해서 아침 식사를 할 여유가 생겼다.

호텔 밖으로 나가니 모든 간판이 한글과 일본어로 나란히 설명되어 있다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을 찾고 있는데 삼계탕 집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일본인들이 삼계탕을 좋아한다지만 아침부터 먹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조금 더 길을 거닐다 보니 죽집이 눈에 띄었다. 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더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따뜻한 아침밥이 그리워서 죽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식당으로 들어서면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 ‘전복죽성게국이 대표 메뉴인 것 같은데 무엇을 고를지 망설여졌다.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 짬봉 중에 고르는 상황과 유사하다. 나만 그런게 아닌지 같이 간 직원들도 누가 먼저 시키는지 서로 눈치보고 있다. 아주머니와 따님이 같이 식당을 하는데 인상이 아주 좋다. 그래도 일단 내가 먼저 시작해야 될 것 같아 성게국을 주문했다. 같이 간 인원 중에 반 정도는 전복죽, 나머지 반은 성게국을 주문했다.

 

성게국과 주인 서비스 전복죽

그런데, 우리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신 집 주인께서 전복죽 주문한 사람에게는 성게국을, 성게국 주문한 사람에게는 전복죽을 조금씩 내 주지 않는가? 주인이 자랑하기를 일본에서도 우리 집은 유명하다고 한다. 허언은 아닌 것 같다. 내 평생에 그렇게 맛있는 성게국과 전복죽을 먹어 본 경험이 없다. 서울 죽집에서 몇 개 전복 찌푸라기가 있는 것과는 싱싱함이나 풍성함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날의 아침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새벽 열차에서 내려서 피곤한 상태였지만, 이 아침 식사야말로 그 후 리허설, 4시간에 걸친 행사, 새벽 1시에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하루 종일 우리를 버텨 준 든든한 아침 밥상이었다. 역시 밥심에 산다는 말이 맞나 보다.

 

나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매력있는 음식 문화가 풍성함이라고 생각한다. 싱싱한 먹을 것을 풍성하게 주는 인심! 이런 풍성함은 우리 음식의 특성과 베풂의 문화를 잘 나타낸다.

 

15년 전 일본에 출장갔을 때, 신주쿠(新宿)를 혼자 거닐다가 한국 음식점을 찾아간 적이 있다. 지금은 동경에 한국 음식점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신주쿠에 한국 음식점이 몇 개 되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서니 자리가 한 8개 정도 있는 자그마한 식당에 일본인이 2-3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침 얼큰한게 먹고 싶어서 육게장을 주문했다
. 그런데, 달랑 육게장 한 그릇만 주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일본에서는 반찬을 일일이 주문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김치, 나물 몇 가지를 시켰는데, 육게장 값보다 반찬 값이 더 비싸다. "음식을 풍성하게 퍼 주는 우리 나라의 음식 문화가 이웃 나라 일본에 와서 이렇게 야박한 일본 인심이로 변했구나" 하면서 실망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극명한 문화의 차이일 뿐이었다. 일본은 음식을 나누어 먹지 않고, 1인당 먹을 만큼 나누어주는 히토리마에(1人前)의 음식 문화다. 한국에서는 혼자서 식당에 가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본다. 그러나, 일본은 혼자서 밥 먹는 모습을 더 많이 본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한국은 반찬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는 문화를, 일본은 한 사람마다 따로 먹는 문화의 차가 생긴 것이다. 지금은 일본도 한국식을 포용한 한국식 식당을 많이 보게 된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싱싱함의 문화다. 전복이나 성게가 싱싱했기에 그렇게 맛있는 밥상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가 피곤하고 허기져서 맛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달 전에 손님과 같이 한국에 있는 일본 음식점에 간 적이 있다. 점심 정식이라 회와 생선 초밥을 먹고 있는데, 집 주인이 통영에서 아침에 올라온 굴이라며, 바구니에 가져온 싱싱한 굴을 한 웅큼 쥐어서 나누어 주지 않는가? 물론 서비스다.

내 평생 그렇게 맛있는 굴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같이 간 손님들도 너무 맛있어서 회 접시보다 굴에 먼저 손이 갔다. 서비스라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더 달라고 부탁하니, 몇 웅큼 더 쥐어준다. 아마 주인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먹은 굴의 원가가 생선회보다 더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분이야하면서 기분좋게 굴을 나눠 주던 그 주인의 인심과 싱싱한 굴 맛은 지금도 잊지를 못한다.

 

통영산 굴

굴 전채요리



바로 그 다음 주에 프랑스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 저녁 식사를 손님과 같이 가게 되었는데 그 분의 안내로 전통이 오랜 프랑스 식당에 갔다. 무엇을 먹을까 망설이는데 (oyster)’이 전채(appetizer)로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주문을 하고 나서 기대감에 기다렸는데, 웨이트리스가 가져다 준 접시를 보고 에개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별로 통통하지도 않고 싱싱해 보이지도 않는 굴이 껍데기 채로 몇 개 올려져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음식의 모양이나 조화로움은 아주 고급스러웠다.

그러나, 싱싱함과 풍성함에 있어서는 바로 전 주에 한국에서 먹었던 통영 굴과는 비교가 되지를 않는다. 프랑스는 음식이 유명한 나라이고, 우리가 간 식당은 전통이 있는 오랜 식당이었다. 바로 그 식당에서 주인 아저씨가 한 웅큼 쥐어주는 싱싱하고 풍성한 음식이 그리워진 느낌을 강하게 가진 것이 아이러니였다.

 

나는 우리 나라 음식 문화의 싱싱함과 풍성함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맛을 즐기는 미식의 차원이 아니고, 정과 마음이 오가는 훈훈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당연한 이런 문화는 내가 안내했던 많은 외국인들도 탄복해 한다.

우리 음식문화를 서구 스타일과 음식 문화에 맞게 세계화하는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싱싱함과 풍성함의 정신을 살려가는 애정이 필요하다. 바로 여기에 우리 음식의 정체성(identity)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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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강마에 독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IT와 세상 2009.04.13 21:46

? 그게 어떻게 네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 네가 뭔가를 해야 될 거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 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네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거 아냐!”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나온
 강마에의 독설이다.

강마에 (MBC 홈페이지)


TV 드라마 속 캐릭터의 독설치고는 정곡을 찌르는 진실성이 있어,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 대사를 한 배우 김명민은 엊그제 TV에서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김명민이 아닌 드라마 속 인물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배우 본래의 정의를 상기시켜주는 인상적인 얘기를 했다.  '김명민은 없다'라는 프롤로그는 연기에 몰입하는 그의 프로성을 대변하고 있다.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에 빠져들게 했던 김명민의 연기를 다시 보고자 한 나에게 '베토벤 바이러스'는 '강마에'를 접하게 해 주었다. 나는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진짜 '강마에'로부터 듣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대사는 뇌리에 박힐 정도로 느낌이 강했다.


이 대사는 꿈을 추구하는데 머뭇거리는 젊은이를 나무라는 내용이다. 자신의 부모가 하라는 대로, 사회가 인정해 주는 대로 흔들거리는 젊은이들에게, 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애써 피하려는 이들에게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라는 교훈적 메시지다. 그러나, 나는 드라마가 끝난 후 '꿈을 추구하지 못하는'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떠오르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도전보다 편안함을, 창조보다 틀에 박힌 일에 숨고자 하는, 공돈이나 벌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최근의 모습은 한국민 고유의 특성인 역동성, 열정과 맞지 않는다.

제롬글렌 회장

그런데, 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꿈도 별도 원하지 않는 닫힌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역사를 만들어갈 주역들에게 도전과 열정이 보상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약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변하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역사적 변혁기에 살고 있다. 제롬 글렌 유엔포럼회장은 농경시대는 종교, 산업시대는 국민국가, 정보화시대는 기업, 후기정보화시대는 개인으로 권력이 이동한다고 내다 보았다. 소셜네트워크나 집단 지성의 시대로 가면서 국가, 정당, 언론과 같은 권력이 힘을 점차 잃게 된다는 그의 지적은 개연성이 높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국가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고, 자녀 교육을 마음껏 시킬 수 있고, 안전을 지켜줄 수 있고,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세금을 적게 내는 국가를 개인이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전세계 화제거리인 '기러기 아빠'는 실패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적어도 자식에게는 다른 삶을 경험하게 해 주고자 하는, 어쩔 수 없이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현재 진행중인 변화와 미래에 대한 예측들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꿈꾸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는 우리의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준거가 되기도 한다. 허나 미래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단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틀이 글로벌 정보화 사회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IT 인프라와 정보 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곳은 그런 꿈을 꿀 자격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준비 상태는 어떠한가?

 

수학과 과학, 기술이 천대받아서는 꿈을 꿀 자격이 없어..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비관적이다
.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수학과 과학이 거추장스러운 과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과학 기술과 IT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가 자랑하는 IT 강국의 모습은 하드웨어 인프라에 머무르는 양상이다. 미래로 이끄는 연결 고리는 정보를 가치로 바꾸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지 중독성이 강한 저질 서비스나 반지성적 커뮤니티는 핵심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3D로 전락한 자신들의 모습을 한탄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을 기피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깊이 반성해야 하고, 반드시 극복해야 할 위기 상황이다. 앞으로 누가 이 나라를 이끌 것인가?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피땀흘린 노력이 대우받는 세상이 살기 좋은 나라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별이 꿈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한 준비는 추상적인 구호나 미사여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실제로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 가에 달려 있다.

바로 그 기반은 창의력을 갖추고 과학과 기술 마인드로 준비된 IT 전문 인력의 풍성함이다.

 

우리는 중국과 인도를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방대한 인구보다 두려운 것은 IT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인식하고 앞으로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다. 또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다. 한때 우리도 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적 어젠다에 이끌리어 젊은이들이 이공계로 진출했고, 그들은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은 자명하다.

 

그러한 동력이 무너지게 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 IT에 대한 기술적 기반과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전문 인력,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는 미래 사회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미래를 계획이라도 세울 것이 아닌가? 편안함에 빠져드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도전과 창조를 추구하는 국민들이 별을 꿈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일보 컬럼 'IT 프리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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