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 창문이 없는 이유와 컴퓨터 출판?

IT와 세상 2009.12.28 06:46

타임스퀘어에서 컴퓨터출판이 생각이 난 이유는?

얼마 전
TV 뉴스에서 왜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을까?”라는 타이틀의 르포 기사가 소개되어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대략 알고 있었지만 백화점의 상술(商術)에 대해 잘 정리해 준 프로였다. 한 마디로 판매를 증진하기 위해 방문객들의 동선(
動線)을 교묘하게 유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 중에 지적된 몇 가지를 소개하면,

 

한국의 백화점 내부 (kr.blog.yahoo.com/hhs8686)

첫째,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밖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귀가를 서두르게 되어 마음이 급해진다.

같은 맥락으로 백화점에서는 벽시계를 찾기 어렵다
. 쇼핑하다가 무심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하고 쇼핑을 그만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를 대부분 가지고 있고 요즈음은 휴대폰도 시간을 알려 준다. 허나 구태여 그것들을 꺼내어 보지 않는 고객들에게 시간을 알려 줄 필요가 없다.

둘째
, 화장실은 각종 판매대를 지나 구석 위치에 있다
. 혐오 시설이라 멀리 놓는 것이 아니다. 화장실을 오고 가면서 관심 있는 물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화점 1층에는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을 찾아 2층 혹은 그 위로 이동하면서 진열된 상품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가능하면 눈요기를 곳곳에 놓음으로써 하나라도 더 손에 닿게 한다.
 

셋째, 여성 용품은 저층(1층과 2-3)에 집중 배치한다. 어느 가족이든 쇼핑의 주도권은 여성이 쥐고 있다. 남성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미리 연구해서 상품을 손에 쥐면 목적을 달성해서 만족하는 성격이다. 반면 여성은 돌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상품을 보고 입어 보기도 하고 고민하는 그 자체가 기쁨이다. 이러한 남녀의 특성과 심리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서 동선(動線)을 설계한다.

 

넷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상점화한다. 빼곡하게 상점을 배치하는 것도 모자라서 곳곳에 임시 판매대를 놓아 세일 행사를 한다. 또한 각종 이벤트와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결국 쇼핑에 푹 빠지게 해서 지갑을 열게 하는 고도의 상술이다.

 

타임스퀘어에서의 다른 점을 느낀 이유는..

경방 타임스퀘어의 천장 View

우연하게도 TV 프로그램을 본 바로 다음 날 영등포에 새로 오픈했다는 경방 타임 스퀘어(Time Square)에 갔는데 그러한 개념과 많이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일단 천장을 통해 훤하게 하늘을 볼 수가 있다
. 물론 천장이 아주 높고 조명이 밝아 밤인지 낮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보이기는 하지만, 위만 쳐다 보면 밖이 어떤 상태인지 눈에 들어 온다.


무엇보다 여러 층을 관통해서 훤하게 뚫린 공간이 눈에 띈다
. 이 쇼핑몰의 오너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입점(
入店)을 시켜야 돈이 될 터인데 과감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보는 이들에게는 시원한 느낌을 주어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놀이 공간, 식당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서 가족들을 가능한 한 오래 머물게 하려는 의도가 타임 스퀘어가 자랑하는 컨셉(concept)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백화점은 일본식 백화점 체계를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유명한 미츠코시(三越) 세이부(西武) 백화점에 가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하 1층에는 음식 매장이 있으며, 1층에는 화장품과 고급 액세서리, 2층은 여성 정장... 이런 형태는 상당히 익숙해서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도 별 어려움이 없다.

 

홍콩의 Times Square(skyscrapercity.com)

서구에서 발달한 쇼핑몰 문화

반면 쇼핑몰
(Shopping Mall)은 미국식 개념이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는 비좁게 쇼핑 공간을 억지로 짜낼 필요가 없다. 노스트롬(Nordstrom), 삭스(Saks), 메이시(Macy)와 같이 랜드마크(Land Mark)가 되는 백화점들을 각 코너에 위치시키고 나서 내부는 널찍하게 쾌적한 공간으로 설계한다

땅값이 비싸면서도 쇼핑의 천국으로 불리우는 
홍콩의 타임스퀘어, 하버시티(Harbor City)와 같은 쇼핑몰도 이와 같은 개념을 따르고 있다.
어쨌든 경방의 타임스퀘어는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개념이라서 반응이 신선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 타임 스퀘어에 서 있으면서 생뚱맞게 인쇄물의 패러다임 변천사가 생각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났다.



컴퓨터출판으로 개념이 바뀌는 인쇄물
 


90년대 초부터 잡지나 서적은 큰 변신을 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빽빽하게 활자가 박혀 있는 읽는잡지에서 전반적 레이아웃을 보는잡지로의 변신이다. 과감한 여백, 큼직한 활자, 곳곳에 눈을 끄는 화보는 독서 패턴이 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배경에는 기계를 활용한 활자 인쇄에서 DTP(Desktop Publishing)를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레이아웃을 조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즉 컴퓨터출판 기술이 한 몫 했다.

 

80년대 초에 논문을 제본하기 위해서 충무로 인쇄소에 직접 간 적이 있다. 컴퓨터출판이 나오기 전이라서 수학이나 국한문(國漢文)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국한문 타자기로 교정을 해 주는 분들에게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커피 사 드리며 귀찮아 하는 인쇄소 직원들에게 절실하게 매달린 기억이 난다. 그 후 박사 논문은 애플사의 매킨토시(Mac II) 컴퓨터와 레이저 프린터로 내가 직접 수정해 가면서 손쉽게 제본을 했다. 90년 대 초반 DTP와 CTS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의 도입으로 인쇄 출판의 생산성이 증대하고 손쉽게 표현할 수 있어졌다. 자연히 활자 중심에서 그래픽 위주로 인쇄물이 진화해 갔다.

 

그 후 잡지의 페이지 당 글자 수는 나날이 줄어들면서 독자들의 관심(attention)과 시선을 끄는 레이아웃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글자를 더 넣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눈길을 머물게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 공간이라도 더 자리가 차야 돈이 더 되는 백화점의 모델과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려는 타임 스퀘어를 보면서, 지면을 빽빽하게 활자로 채우는 것보다 시각 위주로 바뀐 인쇄물의 변화가 생각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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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무가 정보의 디지털화로 재조명받다?

보안 이야기 2009.05.12 07:36

발단(Trigger) IV-(2): 정보의 디지털화와 정보 보안

학부 시절 (전자공학과)에 수강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아날로그 전자 회로'와 '디지털 정보 시스템'의 두 과목이 있었다. 친구들하고 얘기해도 뭐가 뭔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마침 옆에 있던 과 선배에게 물었더니, "아날로그는 파동 곡선처럼 이어지는 모양이고, 디지털은 0, 1로 딱딱 떨어지는 거야"라고 설명하지 않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지만 약 30년 전에 우리 수준이 그랬다. 그만큼 디지털이 막 개념적으로 대두되던 시절이다.

전자공학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과목과 전공이 나뉘게 된다. 반도체나 통신을 한 사람들은 아날로그를, 컴퓨터나 논리 설계를 한 사람들은 디지털로 구분된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이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하는 기준은비교적 단순했다.

"아날로그는 지저분한 것이고, 디지털은 깨끗한 것". 왜냐 하면 아날로그는 자연 현상 속의 시그널(signal)이라서 환경과 고유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반면 디지털은 0,1 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의해 설명된다. 디지털은 이론도 깔끔하고 실험 결과가 절대적인 반면, 아날로그 실험은 신경도 많이 써야 되고 결과도 틀린 경우가 생긴다. 

어쨌든 컴퓨터의 보급은 정보의 디지털화를 가속화시켰다. 정보의 디지털화, 이로 인한 디지털 정보의 간편한 저장과 통신의 기술은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한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기록 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록은 디지털화되어 저장된다. 오래된 문서도 광 파일의 형태로 스캔(scan)해서 볼 수 있다. 구글이 세계의 모든 도서를 스캔해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을 보인 것도 그러한 기술이 존재하고 저장 비용도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가 기록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요인은 데이터베이스의 보편화, 강력한 검색 엔진, 문외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유저 인터페이스(UI) 등이었다.


용의 눈물과 역사 속 조영무의 재조명

그러다 보니 예전에 발견할 수 없었던 정보가 가치있는 것으로 재조명되기도 한다
. 한때 조선왕조실록이 CD-ROM에 들어가면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는 TV 프로를 본 적이 있다. 조선 시대가 창건되는 과정을 그린 TV 드라마 ‘용의 눈물’에는 예전에 역사책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태조부터 태종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획득과 좌천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조역이다 보니 일반 문서로는 눈에 띄지 않는 인물들이 많다. 그런데, 잘 발견되지 않았던 인물들이 CD-ROM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에서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상당히 많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CD-ROM)



그 대표적 예로 '조영무'라는 인물을 예로 들고 있다. 조영무는 포은 정몽주를 선죽교에서 살해한 이방원의 오른팔 중의 하나다. 그는 공신으로 포상도 많이 받았고 때로는 권직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어쨌든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여러 번 관직에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정승을 한 적이 없어서인지 역사에서는 거의 무시되고 있지만, 디지털 정보의 검색 덕택에 그 인물이 얼마나 그 시대를 풍미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가능했다.

활자와 문자의 발명으로 시작된 기록 문화는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해 차원이 다른 시대를 맞이했다. 그 동안 잊혀졌고 찾기 힘들었던 정보가 저장되고 검색되면서, 모든 정보가 만천하에 발가벗겨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둘째, 인쇄와 출판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정보의 디지털화로 각 개인이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도서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그 많은 책의 전체를 읽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결국 훑어보는 와중에 눈에 띄게 하는 테마를 시각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런 경향은 90년대 초반부터 잡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잡지의 모습은 
지면에 빽빽하게 들어선 글자 위주에서, 독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 과감한 레이아웃(Layout)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잡지는 1/3 이상 여백을 비워놓는 파격을 연출했고 큼직큼직한 폰트 크기의의 키워드 중심으로 전개했다. 독자들에게 충격(impact)과 영향력을 주기 위함이다. 그동안 문서 형태로 되어 있는 책이나 잡지도 독자의 수요를 반영해서 전략을 바꾸게 되었다. 한 마디로 ‘읽는’ 것에서 ‘보는’ 쪽으로 활자물의 편집 방향도 바뀌게 되었다.

물론 DTP(Desktop Publishing), CTS(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과 같은 기술이 뒷받침되었다. 더 나아가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은 정보의 유통 구조도 혁신적으로 만들었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이 블로그도 21세기에 등장한 Web 2.0의 패러다임을 대변하고 있지 않는가?

셋째, 아날로그 산업을 대체해 갔다. 오늘날 영화의 시각 효과를 구성하는 시각화(visualization) 기술의 선구자는 실리콘 그래픽스(Silicon Graphics)라는 컴퓨터 제조 업체다. SG는 워크스테이션이 컴퓨터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를 때 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HP와 달리 영화 시장에 주목했다. 당시 영화의 시각 효과는 아날로그 장비를 통한 일종의 믹스 형태가 그 한계였다.

영화 Abyss의 그래픽(www.solarnavigator.net)

그러나, 디지털로 처리되는 3D 그래픽 소프트웨어는 상상력을 영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컴퓨터 문외한이던 영화 제작 업체들이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어비스(Abyss), 터미네이터2(Terminator 2)와 같은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잘 알다시피 현재 CG(컴퓨터그래픽)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오늘날 모든 영화는 디지털로 제작되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영화관이 아날로그 영사기를 사용하고 있어서 디지털 영화를 아날로그로 다운그레이드해 상영하긴 하지만 디지털 영화관이 점점 늘어나고는 추세다. 병원의 진료 기록, 영상 차트, 초음파 영상 데이터 등 모두가 디지털로 저장된다. 또한 우리 나라 법원의 모든 기록과 판례도 주민등록번호로 조회가 가능하다.

과거에 문서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흔치 않다.
업무를 하는 모습만 보면 그 사람이 판사인지, 의사인지, 기술자인지, PD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왜냐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디지털로 저장된 정보를 통해 판단을 하고 업무 처리를 하는 모습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디지털 정보로 인해 편의성이 커진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그러한 혜택의 이면에는 정보가 남용되고 탈취될 가능성이 극도로 증대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디지털화가 된 정보는 복사도 쉽고, 조작도 가능하다. 이제 누가 정보를 생성하고 소멸할 책임을 지느냐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것이 정보의 디지털화로 인해 정보 보안이 화두가 된 이유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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