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 아이패드, 여성에 유리한 이유

IT와 세상 2010.04.10 11:31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가 여성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이유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평소 얘기할 기회가 없었던, 여성의 사회 활동, 사회적 현상 등에 대해 IT 관점에서 대담이 오갔다. 앞으로 스마트폰, 아이패드와 같은 도구는 기술적 장벽을 제거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도 무한한 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 대담 내용을 일부 보완해 블로그에 올린다.

소통·섬세함·아이디어·도전이 기술보다 중요해

“IT 세계, 디지털 문화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계급장떼고 얘기하고 또 사고해야 한다. 블로그나 트위터 모두 수평적 관계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달려드느냐가 중요하다.”

 

©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IT가 중심이 된 첨단 정보화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는 데 있어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는 평등 구조에서의생태환경소통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는 정보화 사회에서의 성 격차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때생태환경이란 컴퓨터가 휴대전화 안에 들어오고, 그 휴대전화가 현재의 스마트폰으로 진화됐다는 단순한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50
년대에도 3D 기술이 있었고, 70년대엔 3D 영화도 나왔지만, 기술적 한계로 이를 충분히 꽃피울 여건이 안 됐다가 이번의아바타처럼 애니메이션과 그래픽이 결합되면서, 즉 생태환경이 갖춰지면서 3D 자체가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대성공을 거두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 아이디어와 창의적 기획력이 한층 더 중요한 시대가 왔고, 기술적으론아이디어를 실현할 인큐베이션 장치가 다 돼 있기에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여성 등 상대적으로 비주류 그룹이 이 생태환경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그래서 비엔지니어도 기술에 대한 콘셉트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IT가 주도하는 이 변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잘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가.

IT보다는 우리나라가 가부장적 사회문화이기에 이 변화가 더 충격적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소프트웨어가 성 격차를 오히려 없애 가고 있고, 그래서 여성들에게 좀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90년대 초반부터 IT기업에 여성이 많이 진출했다. 맥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CEO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성 특유의 프레젠테이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 흐름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연히 여성이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통념에는 반대한다. 물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지만, 직장 내에서도 대우만 받으려고 해서는 발전이 안된다. 오히려 여성의 강점을 살린, 소프트하고 정확하고 논리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에서 성패는 역량의 발휘로 결정된다.

Meg Whitman (전 eBay CEO)

Carly Fiorina (전 HP CEO)

 

특히 저출산 고령화 사회, 양육과 부양의 인프라를 갖추고 제공하는돌봄노동서비스에 IT를 활용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여기에 더해 시대적 화두가그린이고, ‘스마트.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교통 체증을 줄여야 하기에 모바일 오피스나 그에 준하는 업무로 가게 돼 있다. 이런 구조를 스마트폰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정보화와 인프라는 많이 구축돼 있으니 데이터베이스(DB)화된 정보를 어떻게가치로 끌어내느냐가 문제다. 모바일 오피스가 되면 가사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구축될 것이다."


-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실업, 비정규직, 경력단절 등에 있어 여성 일자리는 최고 위험 수위에 처해 있다. IT를 활용해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기업 중심의 구조가 바뀌는 핵심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플랫폼이다. 이제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대기업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평평한(flatness) 구조, 대등한 관계로 가기 때문에 상황이 변했다. 애플이나 구글이 개방성을 체질화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어 버린 덕택이다. , 플랫폼만 만들고 콘텐츠는 건드리지 않았기에 마켓 플레이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기획과 아이디어가 중요한 구조로 가기에 여성들이 할 일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여성을 포함해 우리나라에 많은데
,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기술자 수십 명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아이디어를 갖고 오면 기술력이 있는 사람과 같이 사업하면 된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의 일정 부분을 올리면 저 멀리 인도에서 공학도가 함께 일하자고 연락해오는 세상이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려는 뜻과 의지다. 그만큼 기술의 장벽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제까지 휴대전화 안에 소프트웨어를 넣는 게 어려웠지, 이 단계를 넘은 이상 더 이상 어려울 게 없다. 결국 기술을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건 자신의 몫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현대백화점 보안세미나의 청중들

현대백화점 강연

-노하우(know-how)보다 정보를 찾는 노웨어(know-where)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현실에서 어느 정도 적용되는가.

“이미 수년 전 미국 대학생들이 졸업하면서 ‘Thank you, Wiki(위키피디아)!’라고 했다. 그래서 교수들이 대학생들의 리포트를 검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인터넷에서 가져온 아름다운 문장들과 로직을 리포트에 썼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저장해둔 정보는 이젠 별로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흐름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전문화된 사회로 가는 것이다. 인터넷 1세대가 포털에 지식들을 올렸을 땐 검증이 안 돼 틀린 것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점점 깊이 파고들어 전문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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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주축으로 한 생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가까운 미래를 전망은?

"애플의 아이팟의 경우, 이를 통해 음악시장을 평정했고, 많은 이들이애플이라는 브랜드에 호감을 가지게 됐다. 시대적 환경으론 인터넷이 상용화됐고, 검색 기능을 가진 구글 엔진이 보편화되고, 소셜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샀을 때 할 수 있는 응용이 크게 많아지니까 확 뜬 것 아니겠는가. 스마트폰의 출현이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한 권한이 제조업체밖엔 없었는데, 스마트폰이 개방형으로 갔기 때문에 이 단말기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엄청난 마켓 플레이스가 열린 것이다아이패드와 같은 디바이스는 컴퓨터에 겁을 내는 주부, 여성들에게 큰 장애를 제거할 것이다.

 

아이패드, 스마트폰은 여성에게 기술적 장벽을 제거할 수있다.

스마트인가.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고, 움직임도 감지하며, 볼 수도 있고, 인식도 하며, 소리도 듣는다. 냄새나는 것만 빼고는 감각을 모두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터치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종전에 컴퓨터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젠 스마트폰으로 여성들에게 더 유리한 생태환경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 퍼스널 디바이스, 즉 인간적인 제품이 되면서 더 많은 소셜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는 여성이 주축이 될 것이다. 한편으론 컴퓨터에 어색했던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에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고, 필요한 정보를 빨리 주고받을 수 있기에 엄청나게 바뀐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존의 권력구조가 많이 바뀌면서 정보 독점 시대가 끝나갈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중독되면 아예 언론을 안 볼 수도 있다. 스스로 판단하는 세상이고, 정보에 대한 마케팅은 매스미디어에만 허용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들에 마케팅 전략에 대해 물어보니까 광고홍보회사들이 톱 블로거, 애널리스트, 트위터, 그 다음으로 언론을 잡아야 한다고 자문한다더라.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바뀌고 있는 거다. 아마 방송이 제일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방송은 중간 중간의 광고로 먹고 살았는데, 광고를 중간에 끼워 넣기 힘들거나 전혀 필요 없는 추세로 갈 것이다. 매체의 차이보다는 궁극적으로 얼마나 콘텐츠의 질이 좋고 빠르냐가 더 중요하다. 콘텐츠의 싸움인 것이다."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고스피어, 아이폰 등 소셜 미디어의 전망은 어떤가.

"단적으로 말해 소셜 미디어와 연관되지 않는 언론은 생존할 수 없다고 본다. 트위터의 경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걸 느끼고 소통할 수 있다. 트위터엔 짤막하고 쉬운 문구를 쓰지만, 쭉 흐름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건 도저히 언론에서 잡을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미국에서 슈퍼볼이 사상 최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이것도 소셜 미디어가 받쳐줘서 가능했던 거다. 사람들끼리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서로 같이 얘기하면서 경기를 봤으니까. 결국 언론의 문제는 소통의 문제인데, 이 소셜 미디어가 소통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인권 문제, 특히 여성이나 청소년 문제를 취재하다 보면 많은 경우 그 원인을 인터넷 유해 문화에서 찾게 된다. IT 혁명이 가져다준 이 그림자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사이버 문화를 보면, 남 얘기 하는 걸 좋아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오프라인에서 흉보던 것이 사이버 공간으로 와서 악플로 된 감이 적지 않다. 사이버의 유해성 문제는 토론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과도 결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차츰 정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악플을 하다가 서로 자제시키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층 전문화된 영역으로 가고 있으니까. 블로그 자체도 자신의 의견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더구나 트위터의 경우 악플 현상이 없다. 전문화된 구조로 가고 있어 악플이 의미가 없는 데다가 타임 라인(Timeline)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없이, 중소기업 없이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는 기본적으로 창의력과 혁신성이 중요한데, 대기업은 제조업과 규율, 관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지만 애플이나 구글은 창의력과 혁신으로 정신무장이 돼 이것이 체질화돼 있는 기업들이다. 독점하기보다는 상생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중소기업이 애플처럼 성장할 생태계가 안 돼 있고, 콘텐츠 업체도 없다. 그것이 안 된다면 IT 강국은 물 건너갔다고까지 감히 생각한다. 정부와 대기업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에 대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를 이뤄나가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소프트웨어를 한 사람이 성공 신화를 만들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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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업무에 한숨짓는 보안인력의 현실 : 안철수연구소 CEO가 바라본 DDoS 대란 (3)

CEO 칼럼 2009.07.17 11:28

매번 보안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여러 가지 대책이 논의된다. 각 기관은 대책을 마련하고, 위원회를 만들고, 보안이 중요하다고 구호를 외친다.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세미나를 주최하고, 새로운 포럼과 협의회가 생겨 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업계는 어떠할까? 혹시 특수는 있지 않을까, 이 기회에 어떻게 돈을 벌까 혈안이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무늬만 보안인 업체들이 나올 것이고, DDoS 전용 장비라고 그럴듯하게 포장을 한 제품들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물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상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안전을 지킬 수 없는 허위 제품도 많이 보아 왔다.


오늘 투자 설명회(IR)에 갔더니 "공익적인 일을 많이 한 반면, 돈은 엉뚱한 이들이 벌어가는 것 아닙니까?"하고 애널리스트들이 걱정을 한다. 보안 업체들이 무료로 봉사하는 공공재처럼 일하는 것에 대한 투자가의 우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보안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은 무엇일까? 정보보호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IT 보안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 처벌할 규제를 강화해서 의무화해야 한다, 등등. 그러나, 이러한 백화점식 처방을 나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할 수 있고, 이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보안을 구축해야 하는 기업과 기관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나는 보안 산업에 뛰어든 초창기부터 문제의 핵심은 보안 전문 인력의 태부족이라고 생각해 왔다. 우수한 전문 인력만 충분하면 정보 보안 문제는 해결이 된다. 제품, 솔루션, 정책 실행 모두가 전문 인력에 달려 있다. 보안의 중요성을 외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그 일을 수행하는 해결사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기술적 기반이 탄탄한 보안 전문 인력이다.

 

물론 보안 인력 양성10년 전부터 모든 정책 프로그램과 보안 이벤트의 인사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러나, 의지를 가지고 실행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오늘날 보안 인력, 크게 보아 소프트웨어 인력의 이탈과 사기 저하는 아주 심각하다. 심하게 말해서 하드웨어적 사고와 기업 문화 속에서 정보화 사회의 기반인 소프트웨어는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무너지는데 보안이 논의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왜 보안 전문 인력이 부족한가?

 

왜 보안 인력이 부족한가? 왜 보안 인력이 되려고 하지 않는가? 한 마디로 비전이 없고 힘들기 때문이다. 업무의 난이도와 양에 비해 보수도 적고 사회에서 인정도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정말 보안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나 사명감을 갖고 보안전문가의 길을 걷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오래 몸담고 싶은 마음이 적다. 이러한 근원적 요소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문 인력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사이버 테러는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 원인을 몇 가지 생각해 본다.

첫째, 우리 나라에서 소프트웨어 인력과 기업은 수직적 가치 사슬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다.의 절대적 파워 속에 의 업무 범위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 대형 IT 서비스 업체는 고객에게 시달리고, 중소기업은 IT 서비스 업체에 시달린다. 보안은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보이지 않는 부분을 다루는 밑바닥 일이기 때문에 더욱 시달리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지적 노동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때 제품만 제공한다. 만일 설치를 원하면 출장비에 추가 설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대부분 고객들이 직접 설치한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어떠한가? 한밤중에 잠도 못 자고 설치를 하고 나오지만, 그 비용을 별도로 받겠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실제로 우리가 멕시코의 어떤 은행에 소프트웨어를 팔고 지원을 하는데, 국내에 비해 몇배 더 받는다. 원격 지원으로 한계를 느낀 고객사는 기술자의 항공편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보내왔다. 물론 서비스 비용은 별도다. 한국에서 고객이 부르면 한 밤중에도 들어가곤 했던 담당 기술자는 어리둥절해 했다.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멕시코가 그렇다.

 

둘째, 정보 보안을 누군가가 담당해 주기를 바라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한다. 사업 계획을 짤 때는 보안 투자 비용을 삭감하면서 정작 문제가 터지면 사고가 나도록 뭐하고 있었느냐?”고 담당자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최고책임자의 후진적 사고는 여전히 많이 발견된다. 어떤 IT 보안 담당자는 매일 아침 일찍 보안 상황을 보고서로 만들어 보고할 때마다 항상 조마조마 하다고 한다. 두려움이 있으면 숨기게 마련이고, 숨기면 사실 공유가 되지 않고, 정확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처가 늦어져서 보안 사고를 키운다.

 

또한 자신들이 일을 시키기 위해 보안 업체들의 현장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말이 파견이지 보안에 관련된 귀찮고 힘든 업무를 던지는 것이다보안 기업 CEO들이 모이면 이런 형태를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하면서 술잔을 기울인다.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어야 그나마 생존할 수 있는 열악한 상황이 오늘날 IT 강국의 단면이다. 어떤 보안업체 기술자는 정신적 스테레스가 심해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문제는 더 이상 이런 3D 업무를 하려는 인력이 없다는 현실이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누가 보안 전문 인력을 하려고 하겠는가? 보안은 밑바닥부터 실행(execution)하는 것이지 우아하게 앉아서 시키는(order) 것이 아니다. 

 

예전에 대책회의를 갔을 때 정책 담당자가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방대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들었다. 하도 답답해서 그런데 그런 일을 누가 하지요? 보안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정작 필요한 기술자는 없이 정책만 있으면 어떡합니까?”라고 업계의 현실을 토로한 적이 있다. 법이나 규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체제는 기술 전문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술을 모르는 논의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셋째, 소프트웨어가 제 값을 받지 못한다. 하드웨어 장비를 사는 것은 투자로 인정받지만, 소프트웨어를 사거나 개발을 맡기는 것은 값을 쳐 주기 아깝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조직의 상사들도 눈에 보이는 제품을 사야 마음이 든든하다. 그러다 보니, 해커의 공격은 눈에 보이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소프트웨어인데, 수비는 하드웨어 장비와 마인드에 머무른다. 그 결과는 뻔하다.

 

이를테면, 단일 DDoS 전용 장비 만으로 공격을 막겠다는 것은 지극히 하드웨어적 발상이다. 물론 DDoS 전용 장비는 필요하다. 그러나, DDoS는 장비만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기술적 사실(fact)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환경을 24시간 운용할 수 있는 체제와 전문 인력이다. 다단계 네트워크 방어 계층 구축, 서버의 유연한 분산 능력, 악성코드 동향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신속하게 대처하는 운용 능력이 결합되어야 실질적인 대책이 된다.


보안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국내 보안산업을,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워야 한다. 기업들이 돈을 못 벌면 직원들에게 희망이 생길 리 없다
. 결국 보안 소프트웨어의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서비스가 공정히 대가를 받아야 한다. 밤새 일에 시달려도 존중 받지 못하고 야단만 맞는 현실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올 리가 만무하다.

보안 전문성이 높은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 한 보안은 또다시 헛구호가 될 뿐이다
. 우수한 인력이 자조의 웃음을 지으며 편한 직장으로 옮기는 것을 계속 보아 온 필자의 마음은 너무나도 아프다. 
 그나마 포털이나 게임사로 가는 것은 전공을 살린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왜 일류 보안 인력들이 한의사로, 치과 의사로, 보험회사 직원으로, 금융 담당 직원으로 옮기는 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고생하는 만큼 기술자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젊은이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보안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값이 오르는게 원리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 보안을 할 수 있는 인력은 점점 줄어드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문 기술에 대한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국가적으로 아주 심각한 상황임을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이를 반전하는 열쇠를 찾는 것에 향후 우리 사이버 공간의 안전성 여부가 달려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것은 보안 기술 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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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강마에 독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IT와 세상 2009.04.13 21:46

? 그게 어떻게 네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 네가 뭔가를 해야 될 거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 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네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거 아냐!”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나온
 강마에의 독설이다.

강마에 (MBC 홈페이지)


TV 드라마 속 캐릭터의 독설치고는 정곡을 찌르는 진실성이 있어,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 대사를 한 배우 김명민은 엊그제 TV에서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김명민이 아닌 드라마 속 인물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배우 본래의 정의를 상기시켜주는 인상적인 얘기를 했다.  '김명민은 없다'라는 프롤로그는 연기에 몰입하는 그의 프로성을 대변하고 있다.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에 빠져들게 했던 김명민의 연기를 다시 보고자 한 나에게 '베토벤 바이러스'는 '강마에'를 접하게 해 주었다. 나는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진짜 '강마에'로부터 듣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대사는 뇌리에 박힐 정도로 느낌이 강했다.


이 대사는 꿈을 추구하는데 머뭇거리는 젊은이를 나무라는 내용이다. 자신의 부모가 하라는 대로, 사회가 인정해 주는 대로 흔들거리는 젊은이들에게, 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애써 피하려는 이들에게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라는 교훈적 메시지다. 그러나, 나는 드라마가 끝난 후 '꿈을 추구하지 못하는'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떠오르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도전보다 편안함을, 창조보다 틀에 박힌 일에 숨고자 하는, 공돈이나 벌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최근의 모습은 한국민 고유의 특성인 역동성, 열정과 맞지 않는다.

제롬글렌 회장

그런데, 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꿈도 별도 원하지 않는 닫힌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역사를 만들어갈 주역들에게 도전과 열정이 보상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약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변하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역사적 변혁기에 살고 있다. 제롬 글렌 유엔포럼회장은 농경시대는 종교, 산업시대는 국민국가, 정보화시대는 기업, 후기정보화시대는 개인으로 권력이 이동한다고 내다 보았다. 소셜네트워크나 집단 지성의 시대로 가면서 국가, 정당, 언론과 같은 권력이 힘을 점차 잃게 된다는 그의 지적은 개연성이 높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국가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고, 자녀 교육을 마음껏 시킬 수 있고, 안전을 지켜줄 수 있고,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세금을 적게 내는 국가를 개인이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전세계 화제거리인 '기러기 아빠'는 실패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적어도 자식에게는 다른 삶을 경험하게 해 주고자 하는, 어쩔 수 없이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현재 진행중인 변화와 미래에 대한 예측들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꿈꾸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는 우리의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준거가 되기도 한다. 허나 미래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단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틀이 글로벌 정보화 사회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IT 인프라와 정보 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곳은 그런 꿈을 꿀 자격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준비 상태는 어떠한가?

 

수학과 과학, 기술이 천대받아서는 꿈을 꿀 자격이 없어..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비관적이다
.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수학과 과학이 거추장스러운 과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과학 기술과 IT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가 자랑하는 IT 강국의 모습은 하드웨어 인프라에 머무르는 양상이다. 미래로 이끄는 연결 고리는 정보를 가치로 바꾸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지 중독성이 강한 저질 서비스나 반지성적 커뮤니티는 핵심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3D로 전락한 자신들의 모습을 한탄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을 기피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깊이 반성해야 하고, 반드시 극복해야 할 위기 상황이다. 앞으로 누가 이 나라를 이끌 것인가?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피땀흘린 노력이 대우받는 세상이 살기 좋은 나라다.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별이 꿈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한 준비는 추상적인 구호나 미사여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실제로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 가에 달려 있다.

바로 그 기반은 창의력을 갖추고 과학과 기술 마인드로 준비된 IT 전문 인력의 풍성함이다.

 

우리는 중국과 인도를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방대한 인구보다 두려운 것은 IT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인식하고 앞으로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다. 또한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다. 한때 우리도 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적 어젠다에 이끌리어 젊은이들이 이공계로 진출했고, 그들은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은 자명하다.

 

그러한 동력이 무너지게 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흐름을 바꾸어야 한다. IT에 대한 기술적 기반과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전문 인력,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는 미래 사회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미래를 계획이라도 세울 것이 아닌가? 편안함에 빠져드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도전과 창조를 추구하는 국민들이 별을 꿈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일보 컬럼 'IT 프리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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